하루에 몇 번쯤 냉장고 문을 여닫으시는지요?

간식거리를 찾아 냉장고 문을 벌컥 열고 한 손을 냉장고 문에 올린 채 한참 뚫어져라 냉장고를 쳐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입이 심심한 오후 서너 시와 마음이 출출한 밤 열 시쯤 그런 행동을 하곤 합니다.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 굳은 의지로 참아보기로 합니다. 손에 힘을 주고 냉장고 문을 쾅 닫는데 여느 때처럼 촥 밀착되어 닫히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다시 문을 열고 천천히 밀어 꽉 닫아봅니다. 역시나 뭔가 헐렁합니다. 냉장고에 물건이 가득 차서 문이 닫히지 않는 느낌과는 다릅니다. 내부 선반이나 서랍을 잘못 끼웠거나 문틈에 비닐이 끼어 문이 닫히지 않기도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자석이 약해졌나 고무가 망가졌나 냉장고 문을 닫은 채 손잡이를 붙잡고 생각에 잠깁니다.

그러다 번뜩 문 쪽 수납공간이 너무 무겁다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1.5리터 생수병에 쌀을 담아 음료수병처럼 세워놓았거든요. 때마침 배달 음식 시켜 먹고 남은 탄산음료도 두 병이나 있는 데다 1리터짜리 우유와 각종 소스, 평소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들어있었습니다.

눕혀서 보관해도 괜찮은 병들을 여러 개 꺼내 냉장고 안쪽으로 넣으니 그제야 손에 익은 감각대로 문이 닫힙니다.

냉장고 문이 닫히지 않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합니다. 개스킷(gasket ‘가스켓’으로 통용)이라 불리는 고무 패킹이 제자리에 자리 잡지 않고 이탈했을 때와 설치된 장소의 수평이 맞지 않거나 잘못된 수납으로 문이 틀어졌을 때입니다.

첫 번째 경우는 밀폐 용기 뚜껑의 실리콘을 생각하면 쉬운데요, 세척을 위해 실리콘을 꺼냈다가 다시 끼울 때 제대로 끼우지 못한 것처럼 개스킷이 빠진 겁니다. 개스킷이 빠진 부분을 잘 끼우고 평평하게 정리하면 문이 닫힙니다.

두 번째 경우는 저의 사례와 같은데요. 무게에 문이 영향을 덜 받도록 무거운 내용물은 맨 아랫칸 안쪽으로 수납하면 좋다고 합니다. 또 가스켓 사이사이에 이물질이 끼거나 끈적임이 남지 않도록 청소를 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해도 문이 잘 닫히지 않으면 수평이 맞지 않는 것일 테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읍시다. 문에 체중을 싣고 기대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일도 그만하기로 해요. 그래서 저는 이제부터 고민은 미리 끝내고 문을 열자마자 날쌘 손놀림으로 음식을 꺼내기만 할까 봐요.

글 : 이보현 디자인 : 채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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