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적게 쓰고 덜 버리기 위해 어지간한 일은 직접 해본다. 자급'자족'과 자화'자찬'의 달인. 혼자 일하고 혼자 살지만, 좋은 사람들 곁에서 기꺼이 폐를 끼치고 적당히 은혜를 갚으며 염치를 차린다. <안 부르고 혼자 고침>, <나 혼자 발리>, <귀촌하는 법>을 썼다.
5월은 가정의 달이죠. 여러분의 1인 가정에도 평화와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처님 생일까지 챙겨야 할 경조사가 많아 피곤하신가요? 나를 위한 가족의 달 선물을 사느라 무리하셨나요? 사까마까에서 '마까' 담당자이자, 여전히 글 쓰고 책을 내는 사람으로서 5월에 볼 만한 책과 만화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읽는 사람이 점점 줄고는 있지만 독서는 꽤 간편하고 저렴하고 즐거운 취미니까요.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분명 읽기를 좋아하는 분일 겁니다. 쇼츠와 릴스의 시대에 우연히라도 이 텍스트를 읽게 된 분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만한 걸로 잘 추려왔습니다. <나 혼자 산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 소설과 영화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경우도 많아졌지요. 1인 가구를 위한 살림법, 돈 관리법, 요리법, 집 수리법, 건강 관리법 등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책도 많습니다. 유튜브 콘텐츠도 많겠지만 저는 1인 가구 당사자가 쓴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읽고 싶을 때 원하는 속도로 천천히 읽고 잔잔하게 글쓴이의 감정을 떠올리면서 '나랑 똑같네, 근데 이건 다르네' 공감하면서 스르륵 잠이 들지요. 하하하. 에세이를 읽다 보면 조금 진지한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해요. 사회 현상을 바라보고 생각할 힘을 길러주기도 하거든요.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만화책만한 건 또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루두루 입맛에 맞게 골라보세요.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김송희) 2021 출처 : 딸세포 대도시에서 혼자 살아가며 2년마다 이사하고, 수없이 직장을 옮기고, 고향의 가족과 갈등하고 또 사랑하는 이야기가 시트콤처럼 웃기다. 글이 시원시원하고 유쾌해서 희망을 버리자는 말이 전혀 절망으로 들리지 않는다.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김민정) 2020 '비혼 여성을 위한 부동산 투자' 같은 책이었다면 이 책이 이렇게 매력적이진 않을 것이다.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지만 사실은 야무지게 자기 삶을 꾸리고 차근차근 나아간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적당히 노력하는 1인 2묘 가구의 다정한 이야기. 책 이후의 이야기도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다.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 (최현숙) 2023 출처 : 문학동네 체력 좋고 한창 왕성하게 활약하는 청년 1인 가구만 1인 가구가 아니다. 늙어가는 몸을 마주하고, 부모의 죽음과 노년 여성으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에서 나의 미래를 짐작이나마 하게 된다. *둘이 함께 살며 생각한 것들 (박미은, 김진하) 2020 1인 가구는 다인 가정으로 향하는 과정이거나 임시 상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1인 가구였던 사람이 사랑이나 우정, 경제적인 목적으로 함께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혼, 동거, 집에 대한 잔잔한 이야기. 혼자인 사람이 읽어도 좋은 두 사람의 이야기다.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은서란) 2023 출처 : 위즈덤하우스 1인 가구로 살던 두 명의 친구가 생활공동체를 꾸리며 함께 살아가다가 법적 가족 지위를 얻기 위해 입양 절차를 밟은 이야기. 다양한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다.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홍승은) 2020 대안적이고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라면, 폴리아모리가 아닐까.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가장 크게 다르고 낯설고 특별한 이야기. 게다가 현재 진행형.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김규진) 2020 혼인 신고가 되지 않지만, 시도했다는 기록이라도 남기기 위해 접수하는 퀴어 커플이 많다고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동성혼 법제화 앞에서 '사회적 준비'를 핑계 대는 반대의 말 앞에 서기 위한 당사자들의 노력일 것이다. 결혼식이 지상파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화제가 되었던 저자는 현재 파트너와 함께 열심히 육아 중이다. *에이징 솔로 (김희경) 2023 출처 : 동아시아 혼자 살면서도 다음을 생각할 때 다른 가족 구성원을 떠올리는 것은 홀로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일 것이다. 중년 여성 17명을 인터뷰한 이 책은 그래서 귀하다. 떠밀리듯이 아니라 선택해서 1인 가구로 살아가는, 혹은 2인 가구로 살아가기를 선택하지 않아서 그냥 1인 가구로 남은 것이든, 너머의 삶을 상상하게 해주는 콘텐츠는 언제나 고맙다. *외롭지 않을 권리 (황두영) 2020 1인 가구로 사는 사람은 외롭지 않냐, 고독과 외로움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질문이 지겹다. 외로운 것과 외로워 보이는 것, 문제로 여겨지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1인 가구들은 외로움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 누구와 같이 산다고 해도 어차피 감내해야 할 것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외로움을 타는 1인 가구는 내가 선택한 삶의 모습에 내가 불만족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자신이 늘 의아하다. 외롭지 않을 권리, 건강하게 외로워하고, 따로 또 같이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하게 해주는 책이다. *바다를 달리는 엔딩 크레딧 (타라치네 존) 2024~ 출처 : 픽시하우스 65세의 여성이 사별 후 1인 가구가 되었다. 자신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음을,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었음을 깨닫고 대학에 입학하고 친구를 사귀고 창작자로 살아가는 이야기. 흥분되고 신난다. 할머니가 되어도 하고 싶은 걸 하며 살 수 있어!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쓰루타니 가오리) 2019~2020 (완결) 우연히 BL(남성 연애를 다룬 장르) 만화를 접하고 새로운 세계에 빠져든 75세 할머니와 여성 고등학생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 좋아하는 마음을 공유하는 사이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취미를 가질 수 있고 나이 차가 나는 친구를 사귈 수 있고 나로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다. *행복은 먹고 자고 기다리고 (미즈나기 토리) 2022~ 몸도 약해 일을 많이 할 수도 없고, 의욕도 별로 없고, 고향의 친구들과는 어울리기도 힘든 주인공이 우연히 특별한 집주인 할머니와 그의 친구 등 동네 사람들을 만나 조금씩 용기 내고 관계를 맺어가는 잔잔한 이야기. 잘 먹고 잘 자고 잘 기다리며 살아가는 행복한 1인 가구의 생활을 보면서 너도 나도 잘살고 있구나 위안받는다. 디자인 : 권민재
왜 이렇게 자고 일어나면 입이 마르고 목이 아픈지, 요즘 저는 자기 전에 자리끼를 준비한답니다. 밤에 자다가 마실 용도로 잠자리의 머리맡에 두는 물을 자리끼라고 해요. 일교차 때문에 날이 건조해서 그런가 봐요.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면서 잘 때나 난방하느라 방이 건조한 겨울철에 주로 자다가 목이 말라 깨는데요, 나이 들어 중년에 접어드니 입 마름이 심해진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잠버릇 때문에 자다가 물을 엎지를 염려가 있으니 컵 말고 보온이 잘 되는 텀블러에 따뜻한 물을 채워서 머리맡에 둡니다. 안 씻어서 그런 것도 아닐 텐데 피부도 부쩍 가렵습니다. 샤워 후에 보디로션도 잊지 않고 꼭꼭 바르려고 합니다. 그러다 문득, 등에 로션을 바른 지가 한참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어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쓱쓱 손 닿는 곳까지만 발랐거든요. 로션을 못 바른다고 심하게 가렵지도 않았으니까요. 샤워할 때도 등까지 손이 안 닿아서 불편한 적은 없었어요. 샤워 타월을 쓰면 등에 손이 닿지 않아도 고루고루 등까지 비누칠할 수 있고, 혹시 가끔 등이 가려우면 자 같은 걸로 슬쩍 긁으면 되니까요. 효자손이 필요할 정도로 자주 가렵진 않았어요. 등에 로션을 못 발라서 아쉽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었는데, 나이들수록 푸석푸석하고 건조해져서 그러는 건지 환절기라 특히 그러는 건지 등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사는 사람은 등에 로션을 어떻게 바르지? 저처럼 방법을 찾고 싶은 사람이 많은지 인터넷 게시판에 질문이 많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반들반들한 재질의 가구 표면을 깨끗이 닦고 로션을 가구에 바른 뒤 등을 비빈다는 답변, 바닥에 랩을 깔고 로션을 짠 뒤에 누우라는 답변, 손바닥이 아니라 손등에 묻혀 허리에서 위로, 어깨에서 아래로 최대한 팔을 움직여 휘적휘적 겨우 바른다는 답변, 뒤집개나 요리 스푼의 뒷면, 실리콘 스패출러를 이용한다는 답변 등이 있었습니다. 아이디어 상품으로 혼자 로션을 바를 수 있는 '셀프 바르미'라는 제품도 있더라고요.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은 마음이 들기는 했는데 점점 가려움이 심해지니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어요.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 화면 캡처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혼자 사는 연예인이 등에 파스를 붙이기 위해 애쓰던 모습을 본 게 기억나요. 바닥에 동전 모양의 파스를 펼쳐 놓고 그 위로 그대로 눕는 게 보는 사람에겐 웃겼지만 그에게는 절실했겠죠. 저는 등에 파스를 붙여야 할 만큼 온몸을 쓰지 않지만, 과격한 춤을 추고 전신의 모든 근육을 사용하는 입장에선 그렇게라도 해야 했을 테니까요. 앞서 소개한 아이디어 제품은 1만 원 정도. 배송료까지 생각하면 재미삼아 사볼 가격은 아니었어요. 다른 건 없나 검색해 보니 자취생의 친구 다이소에 혼자 등을 밀 수 있는 제품을 판다는군요. (당장 다이소에 다녀와 30분 후에 이어 씁니다.) 때타월이 씌워진 머리 부분과 손잡이로 이루어진 긴 막대 제품이 있더라고요. 정식 명칭은 '막대형 등밀이 때타월(품번: 43282, 품명 : 바스핸드타월)'입니다. 나무로 만든 요리 스푼, 실리콘 스패출러, 중간에 구멍이 난 실리콘 뒤집개는 2,000원이고, 막대 타월은 1,500원. 가장 싸길래 이걸로 사 왔습니다. 37센티미터로 요리용품보다 길이도 더 길었어요. 아무래도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위한 제품이니 긴 게 좋을 거 같아서요. 그리고 타월이 씌워진 머리부분의 뒷면 플라스틱을 이용해서 직접 발라봤습니다. 혼자 이런 도구를 이용할 때 로션을 어디에 발라야 할까요? 등의 맨 위에 짜놓고 쓱쓱 밑으로 내리는 게 좋을지, 도구의 머리 쪽 그러니까 등과 닿는 부분에 묻혀서 비비는 게 좋을지 궁리하다가 일단 제품에 묻혀서 해봤습니다. 물기가 많은 로션은 제품을 들어 올리다가 뚝뚝 흐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에 어느 만큼 짜야할지 몰라 일단 골고루 바깥쪽으로 네 군데 작은 산을 만들고 등으로 보냈습니다. 생각보다 발림성은 좋은 편입니다. 흡족. 다 바르고 보니 움직이면서 도구의 바깥쪽으로 밀려난 로션이 가장자리에 모여있습니다. 번거롭겠지만 조금씩 한가운데에 로션을 짜고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을 집중해서 바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발라도 플라스틱 막대 부분에 홈이 있어서 그 부분으로 로션이 들어가더라고요. 사용 후에 매번 닦아주지 않으면 비위생적일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나마 로션을 바를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언제든지 등에 로션을 발라줄 수 있는 사람을 가까이 두기란 쉽지 않은 조건이니까요. 홈이 없고 더 볼록한 요리 스푼이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혹시 다른 분이 요리 스푼으로 시도해 보시고 후기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전 2,000원을 더 쓰기는 싫으니 이 제품으로 만족하려고 합니다. 뭘 이용하든 피부 보습에 성공하시길. 촉촉한 봄날 보내세요. 디자인 : 권민재
인터넷 명언 중에 '패딩, 내복, 전기장판은 개천절에 꺼내고 식목일에 넣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3월 말부터 슬슬 겨울옷 정리를 하자고 말씀드렸듯 4월 5일 식목일은 24절기 중 다섯 번째인 청명(淸明)쯤입니다. 이제부터 진짜 정말 최종 봄, 밝고 맑고 화창한 날이 찾아오는 것이지요. 참고로 10월 3일 개천절은 입동 며칠 전이니 겨울 준비를 하기에 맞춤한 때입니다. 한글날부터 내복을 입는다는 분들도 있는데요,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가 10월 8일 경이더라고요. 기후 위기로 날씨가 변화무쌍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24절기가 계절을 가늠하게 해줍니다. 저는 내복은 식목일 전에 벗었는데 패딩은 아직… 반소매 옷을 입은 사람도 있는데 저만 한겨울이라 조금 멋쩍었는데, 뭐 다양성의 시대니까. 밤에는 여전히 쌀쌀하긴 하잖아요. 저처럼 패딩을 입지 않아도 얇은 옷을 겹쳐서 입고, 스카프로 목을 두르고, 경량 패딩 재킷이나 살짝 두툼한 후드 잘 챙기셨죠? 물론 패딩 입으셔도 되고요. 제 패딩도 자주 입는 옷이나 한 번 입은 옷이 걸려있는 옷걸이 구역에서 옷장 구석 칸으로 옮길 때가 되었습니다. 옷걸이에 걸어 두면 패딩 속 충전재가 아래로 쏠려 좋지 않다고 하는데 매번 세탁하고 잘 정돈해서 정리함이나 서랍에 넣어둘 수 없으니 (귀찮거든요.) 그냥 하던 대로 하려고요. (바지걸이 집게를 이용해 패딩을 거꾸로 걸어둬 볼까 싶기는 합니다.) 매해 세탁을 하진 않는데, 더러움의 정도를 보니 이대로는 그냥 넣을 수 없겠더라고요. 셀프 패딩 세탁에 도전해 봤습니다. 세탁소에 맡기면 3만 원은 훌쩍 넘는 거 같아서 집 세탁기로 빨아보려고요. 친구도 성공했다고 하더라고요. 말릴 때 페트병으로 탕탕 쳐서 털을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일단, 세탁기에 중성세제를 넣고 울 코스로 돌렸습니다. 헹굼과 탈수까지 마쳤는데… 첫인상이 아주… 이거 망한 거 아니야, 라는 한숨이 나옵니다. 한 올 한 올 모두 자기 몫의 물을 머금은 것처럼 옷은 아주 무겁고 축축합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정도는 아니지만 말리려면 한 달 걸리겠는데? 혼자 마르길 기다리다가는 쉰내 날 것 같아서 당장 집 근처 빨래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집에 건조기가 없거든요. 저온 건조냐 고온 건조냐 섬세 의류 코스냐, 평소에 빨래방을 잘 이용하지 않아서 여러 버튼 앞에서 머리가 하얘졌지만 너무 고온으로 말리면 안 된다는 글을 본 것 같아서 저온 건조로 30분 말렸습니다. 바로 집 앞이라 집에 가서 놀다가 와서 꺼내봤는데, 썩 맘에 들게 마르질 않았더라고요. 털이 안에서 뭉쳤는지 중간중간 덩어리져 있는 것도 여전하고요. 이를 어쩌나, 일단 집으로 데려와서 건조대 위에 눕혀놓고 손으로 뭉친 털을 옷 위에서 살살 뜯어내 봤습니다. 와, 이게 다시 원상 복구가 된다고? 믿기지 않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페트병으로 탕탕 두드려서 될 문제가 아닌데? 지금이라도 세탁소에 맡겨?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고 몇 날 며칠을 말려봐? 저는 다시 한번 건조기에 돌려 보기로 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마르는 게 중요하니 이번엔 그냥 고온으로 30분 돌렸습니다. 초조한 마음에 집에 가지 않고 건조기 앞을 서성거리며 기다렸어요. 시간이 다 되어 문을 여니, 인제야 그나마 옷으로 돌아왔더라고요. 이제 시작입니다. 집에 와서 뭉친 부분을 풀어주고, 몽둥이질을 하니 겨우 빵빵해졌습니다. 몇 년 된 옷이라 아무래도 털이 많이 빠지더라고요. 그래도 무사히 멀쩡한 옷으로 돌아왔습니다. 인터넷 선생님들의 후기를 더 많이 읽어봤으면 좋았을 뻔했어요. 건조! 건조가 중요하더라고요. 자연 건조로 일주일을 말린다는 분도 있고, 성질이 급하거나 공간이 여의찮아 자연 건조 30분에, 건조기 30분을 병행해서 성공한 분도 있었어요. 이러나저러나 하루 정도는 꼬박 신경을 써야겠더라고요. 빨래방을 이용한다고 해도 1만 원 정도 비용이 생기니 한 벌이라면 맡기는 게 여러모로 합리적이기도 할 테고요. 그래도 저처럼 직접 해보길 원하시는 분을 위해, 늦었지만 제가 찾아낸 방법을 공유합니다. 저도 내년엔 꼭 이렇게 다시 시도해 보려고요. 집에서 패딩 빠는 법 1. 손목이나 목둘레의 오염은 애벌빨래로 미리 제거한다. 화장품 묻은 건 클렌징 용품을 이용하고, 중성세제로 잘 지워지지 않는 때는 주방세제를 사용해 본다. 2. 옷을 뒤집은 채로 지퍼를 잠그고 미지근한 물에 푹 담가 충분히 적신다. 그렇지 않으면 세탁기 안에서 붕붕 떠서 제대로 세탁이 되지 않는다. 중성세제와 함께 욕조에 넣고 발로 밟거나, 김장용 큰 비닐봉지에 넣고 물을 붓고 조물조물. 물에 오래 담가놓는 것은 비추천. 속전속결 바로 세탁기로 직행. 어지간하면 세탁 망에 넣고! 2-1. 이왕 물을 묻힌 김에, 10분 정도 투자하면 손빨래도 가능하다. 이불 빨듯이 발로 자근자근 밟고, 세탁기로 2~3회 헹궈도 좋다. 3. 울 코스, 아웃도어 코스, 속옷 코스, 섬세 코스 등 저속으로 회전하는 기능을 이용한다. 적게 돌리고 여러 번 헹구는 게 핵심. 3-1. 탈수가 좀 덜 됐다 싶으면 1분씩 추가해 보면서 적당한 상태가 될 때까지 돌려본다. 적당한 상태는… 이 정도만 말릴 만하다 싶은 정도. 평소에 스웨터나 두꺼운 옷을 탈수기에서 꺼냈을 때 정도를 기억해 보자. 4. 뭉친 털을 풀어주며 자연 건조 30분 + 건조기 중온 30분 + 바짝 마를 때까지 페트병으로 탕탕 쳐서 털을 되살린다. 4-1. 성질 급한 사람은 건조기 중온 40분 + 뭉친 부분 풀어주고 페트병으로 탕탕 쳐서 털 살리고 + 건조 상태 보면서 시간 추가 4-2. 세탁기에 이불 털기 코스가 있는 경우 이용하면 뽀송해진다고 한다. 5. 신문지를 깔고 너무 압축하지 않은 채로 접어서 고이 보관. 디자인 : 채지우
목련, 홍매화, 백매화, 산수유, 영춘화 등 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에 특별한 일이 없어도 기분이 들뜨고 설렙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볕 좋은 곳에 앉아서 가만히 있고 싶은데 그럴 수야 있나요. 1인 가구의 가장으로서, 가구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 할 일은 또 해야겠지요. 다만 과로하지 않기를, 또 방치하지 않기를, 우리집에 평온한 하루가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늘 하던 대로 먹고 자고 놀고 공부하고 일하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추운 겨울 지나 봄이 와서 좋은 만큼 계절 변화가 뚜렷한 곳에 살고 있으니 때에 맞춰서 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 계절에 맞는 침구와 옷장 정리가 제일 큰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계절에 맞게 옷 정리를 할 자신도 없고, 옷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어서 사계절 옷을 옷장에 걸어 둡니다. 패딩과 코트는 물론 여름 원피스와 반소매 티셔츠, 청바지까지 모두요. 옷장 안에 속옷과 양말을 넣어두는 작은 서랍장과 다시 입을 옷을 위한 옷장 밖 옷걸이가 따로 있고, 옷장 한 칸은 겨울 외투만 넣어두고 몇 년에 한 번씩 세탁합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정리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더라고요. 옷을 모두 걸 수 있어야 하니, 몇 년에 한 번은 옷장을 비우려고 합니다. 가끔이지만 옷을 사고 자꾸 누가 주기도 하니 옷이 불어나더라고요. 몇 년 전 이사하면서 옷을 잔뜩 버릴 때, 친구가 헌옷 수거업체를 알려주어 몇만 원을 벌었습니다. 상태가 좋은 옷은 중고로 팔거나 기부해도 좋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헌옷 수거함에 넣기엔 너무 많은 양이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잘 싸서 집 앞에 내놓기만 하면 비대면으로 수거해 가는 곳이 있더라고요. 고물처럼 킬로그램당 몇백 원을 쳐줘서 돈을 받고 판다는 개념보다는 돈을 들이지 않고 버릴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더 찾아보니 '리클'이라는 업체는 소량의 의류도 직접 수거해 가고, 옷의 상태에 따라 매입가를 달리해준다고 합니다. (아직은 수도권에서만 방문 수거 가능, 그 외 지역 택배 이용) 봄을 맞이해 뭔가 하고 싶다면 옷장 정리를 추천합니다. 다음은 침구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불을 덮고 지내나요? 요즘엔 겨울용 무거운 목화솜이불, 봄가을용 덜 두꺼운 이불, 얇은 여름 이불로 계절 따라 달리 덮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특히 그리 넓지 않은 집에 살 확률이 높은 1인 생활자들은 무난한 차렵이불과 여름 홑이불 정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겨울에는 두꺼운 극세사 이불에 이불커버를 씌워서 덮고, 봄가을에는 차렵이불을 쓰는데요. 통째로 빨아야 하는 차렵이불보다는 이불커버가 있는 이불이 세탁하기가 쉽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봄부터는 차렵이불에 이불커버를 씌워서 이용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이불이 딱 한 채뿐이라면 이불 커버를 추가해 보면 어떨까요. 봄을 맞이해서 취향에 맞는 색깔과 디자인으로 집안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겠네요. 여름엔 커버를 홑이불로 사용할 수도 있고요. 깔고 자는 침구 위에도 스프레드나 시트를 깔고 그것만 자주 세탁합니다. 이번 주엔 어떤 생활정보를 전해드릴까 고민하다가 봄맞이 침구 추천을 하려고 했는데요, 사실 저는 집에서 가져온 이불을 쓰다가 커버나 시트만 추가로 사서 사용하고 있었고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차렵이불을 선물 받아서 아직 혼자 이불을 사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주변 친구 여럿에게 어떤 이불을 사용하느냐, 이불 살 때 고려한 점이 무엇이냐 물었는데 다들 너무 다르더라고요. 이불의 세계가 참으로 넓고 깊은 반면, 모두에게 같은 무게로 중요하진 않겠구나 느꼈어요. 그냥 있는 이불로 적당히 살고 있는 저처럼요. 지금 이불이 없다면 인터넷이든 근처 이불 가게에서든 많이 팔리는 제품으로 일단 사세요. 직접 겪어봐야 그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촉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침구에 크게 상관없는 사람이구나, 무게가 중요하구나, 소리에 민감하구나 같은 거요. 이러거나 저러거나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 모든 살림의 기본은 관리라는 측면에서 어떤 이불이든 가끔 햇볕에 말려서 소독하고, 자주 빨아서 청결을 유지하고, 침실에 환기를 시켜서 통풍이 잘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봄과 함께 개운한 마음으로 집 정리와 대청소도 한번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저는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아요. 웅크렸던 몸과 마음이 겨우 풀리기 시작했는데 할 일이 많다면 그냥 다시 추운 계절에 살고 싶을 정도입니다. 혹시 저 같은 분이 있다면 너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꼭 해야 할 일을 꼽고 자신만의 봄맞이를 하시길요. 하루에 많은 일을 몰아서 하려고 하면 지레 지치기 마련이니까요. 대청소 말고 소청소를 자주 하고, 미룰 수 있는 일은 좀 미루기도 하면서요. 저는 이불 빨래도 옷장 정리도 일단 미루고 봄꽃을 보고 기운을 먼저 차리기로 했습니다. 디자인 : 권민재
3월입니다. 학교를 졸업한 지가 언젠데 3월에야 비로소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느낌이 드는 건 저뿐인가요? 학기와 상관없이 앙상한 나뭇가지에 싹이 돋고 꽃이 피는 봄에, 시작하는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일 듯합니다. 어 어 어 하는 사이 1월도 지나고, 음력설도 지나고, 벌써 일사분기의 마지막 달이네요. 남들도 이렇게 2024년에 적응 못하고 있나, 나만 그런가. 이렇게 벌써 벌써 하다가 여름 오고 가을 겨울 지나고 한 해가 또 지나가는 거겠죠? 업계별로 성수기와 비수기가 다를 텐데, 저 같은 프리랜서 작가나 무대에 오르는 공연 예술가에게 겨울은 혹독한 계절입니다. 일을 의뢰하는 곳에서 연간 업무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사업이 집행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4월이나 5월쯤부터 생태계가 돌아갑니다. 추위가 누그러들어야 사람들이 나들이도 가고 각종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시작되거든요. ‘지원사업’이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소득층 지원, 소상공인 지원, 청년창업 지원, 예술인 창작 지원 같은 말은 들어보셨을 것도 같은데요. 과거에 제가 다녔던 직장 중에는 시민들에게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직접 모임을 꾸린다거나 연구하는 활동, 기획한 프로그램을 실행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공적 자금이나 기업의 기금 등이 그 재원이었죠. 보통 지역명이 들어간 ****센터에서 주제별, 정책별 지원사업을 벌입니다. ‘전문가나 특별한 단체들이나 그런 지원을 받는 거 아냐? 나 같은 개인에게도 해당 사항이 있을까’ 싶으시겠지만, 있습니다! 예산과 행정력을 우선 집중해야 할 순위야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어려움을 겪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공공의 영역에서 정책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되어야 합니다. 이런 지원사업들이 보통 1~2월에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3월 정도에 모집 공고를 올려 선정 절차를 진행합니다. 연중 상시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고요. 1인 가구를 위한 지원사업도 있을까요? 있습니다! 서울시는 씽글벙글서울이라는 1인 가구 포털 사이트를 운영합니다. 경기도에도 1인 가구 포털이 있고요. 사이트에는 지자체별로 1인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와 지원사업, 운영 중인 프로그램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안심 병원 동행 서비스, 전월세 안심 계약 도움 서비스, 안심 귀가 스카우트가 대표적입니다. 서울시민이 아니라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 후기를 보니 이용자들이 만족하는 것 같네요. 출처 : 씽글벙글서울 홈페이지 전월세 안심 계약 도움은 집을 구할 때 기본적으로 꼭 확인해야 할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등을 전문가가 함께 점검해 주고 계약할 때 유의사항을 안내해준다고 합니다. 처음 독립할 때 막막하고 두려워서 주변의 어른, 경험이 많은 지인들과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을 잘 헤아려준 것이지요. 병원 동행도 꼭 필요한 서비스입니다. 저는 혼자 병원에 가야 해서 수면내시경 대신 일반 위내시경을 하곤 했습니다. 마취에서 깨지 않은 저를 집에 데려다줄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1인 가구뿐 아니라 다인 가구이지만 혼자서 병원에 가기 힘든 경우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대전시에는 1인 가구 포털은 없는데, 대전시 유성구에서 ‘슬유살롱’이라는 1인 가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같이 밥을 해 먹는 소셜다이닝, 요리 교실,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동아리 모임, 재무 경제 교육, 건강한 여가 생활을 위한 취미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대전시 서구에서는 1인 가구 동아리에 활동비를 지원하고요. 거주지 지자체명과 1인 가구를 결합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시면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나 서비스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마포 1인 가구 지원사업’ ‘광주 1인 가구 지원 사업’ 이런 식으로요. 해당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1인 가구 정책을 한 번쯤 검색해 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지자체별로 다르지만 3인 이상의 소모임에 활동비를 지원하는 곳도 많더라고요. 청년 사업과 연계해 청년 1인 가구의 월세를 지원해 주거나 심리 상담을 해주기도 해요. 중노년층 1인 가구를 대상으로 고립 방지를 위한 모임이나 요리 및 취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여성 1인 가구를 위해 CCTV 설치, 송장 지우개 제공, 추가 도어룩 설치를 지원해 주는 사업도 많이들 합니다. 서울처럼 1인 가구 지원센터가 별도로 없는 지역에서는 ‘가족센터’에서 1인 가구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어디 제출할 서류 뗄 때나 관공서에 가지 평소엔 관공서나 공공기관에 갈 일이 별로 없는 분도 계실 테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도 계실 텐데요. 터무니없는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되겠지만, 굳이 멀리할 필요는 없잖아요. 이용할 수 있는 혜택과 서비스를 한 번 둘러보세요. 디자인 : 채지우
그렇지 않아도 짧은 2월이 설날 때문에 더욱 짧게 느껴집니다. 연휴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각자의 상황에 맞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을 텐데요. 저 역시 혼자 지낸 세월 동안 다양하게 명절을 보냈습니다. 긴 시간 버스를 타고 고향에 가서, 각종 전을 부쳐서 음식을 장만하고, 새벽에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는 전통적인 모습부터 누구도 만나지 않고 내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혼자서 멀리 떠나는 것까지요. 준비하는 사람 덜 고생스럽게 외식을 하자, 차례는 지내지 말고 여행을 가자, 굳이 복잡한 명절 말고 다른 날 모임을 하자고 의견을 내보았지만 가족들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명절에 꼬박꼬박 고향집에 찾아가는 막내딸은 아니었기에 저 말에 힘이 많이 실리지는 않았을 거예요. 집에 다녀오는 게 피곤해서, 연휴에 쉬고 싶어서, 일해야 해서, 가족보다는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명절에 집에 가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이제는 가족들도 그러려니 합니다. 대신 다른 날 고향집에 가고 가족을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명절처럼 온 세상에 알려주지 않으니 잊지 않도록 스스로 잘 챙겨야겠지요. 우리 가족끼리 기념일을 만들어 챙기는 것도 재미있고요. 설연휴에 어디 가지 않고 집에서 혼자 보내기로 했다면 ‘혼자 놀기, 혼자 챙겨 먹기, 혼자 시간을 보내기, 이런 날 혼자 있다고 쓸쓸해하지 않기’에 이미 능숙한 분이실 겁니다. 연휴에 상점이나 마트가 닫을 때를 대비해 먹을 것도 잘 챙겨두셨죠?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영화를 보고,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나 도서관에서 빌려놓은 책을 읽고 가끔 산책도 하면서 시간을 잘 보내고 계실 듯합니다. 다른 집에서 넘어오는 전 부치는 냄새에 약간 명절 음식 생각이 나신다고요? 조금 부지런히 움직여서 호박전이나 버섯전을 부쳐도 좋고, 간단하게 냉동 동그랑땡이나 통조림참치로 전을 만들어도 기분은 충분히 납니다. 더 간편하게 편의점에서 명절 특수를 노리고 출시한 도시락을 사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반찬가게나 시장에서 나물과 모둠전을 살 수 있긴 한데 1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은 아직 보편적이지 않잖아요. 편의점 도시락에는 명절 기분을 낼 수 있는 나물 조금, 전 조금, 고기반찬이 두루두루 들어있더라고요. 설에 판매하는 편의점 도시락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마트24 값진명절도시락 7,900원 (돼지고기구이, 잡채, 해물완자, 모둠전,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 GS25 새해복많이받으세용 도시락 7,400원 (소불고기, 잡채, 모둠전, 봄동나물, 모둠전, 계란말이) - CU 설날궁중식 소불고기 도시락 7,200원(소불고기, 모둠전, 더덕무침, 고사리) - 세븐일레븐 청룡해만찬도시락 6,900원 (소불고기, 너비아니, 콩나물, 시금치, 모둠전) 그나저나 고급형 도시락이긴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 가격도 만만치 않군요. 응급의료정보 E-gen앱 / 출처 : 보건복지부 공식 블로그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면 ‘응급의료정보 E-gen’ 앱에서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문 연 병원과 약국 위치와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29(보건복지부콜센터), 119(구급상황관리센터), 120(시도콜센터)에서 전화로도 알려줍니다. 그런 일이 안 생기면 좋겠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혼자 지내는 게 쓸쓸하다면 가족이든 친구든 만날 사람을 찾아보세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이 부럽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딱히 할 일도 없고 뭘 봐도 재미있지도 않고 다른 집은 다 떠들썩한데 나만 혼자인 게 서럽다면요. 그럴 수 있죠. 연휴 후반부쯤 가면 명절 음식도 지겹고 사람 많은 집이 피곤한 친구, 혼자 충분히 잘 쉬었고 이제 심심해져서 슬금슬금 나와서 놀고 싶은 친구가 있을 겁니다. 혼자서든 누구와 함께든 든든하게 먹을거리, 놀 거리 챙겨서 남은 연휴도 편안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디자인 : 채지우
벌써 2024년의 첫 달이 2/3나 지나갔어요! 그래도 아직 신년 첫 달이니까 새해 다짐을 할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지난 원고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정하게 자신에게 상을 주자고 했으니 이번엔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까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덧붙이자면 우리에겐 음력 설도 있고, 시작하기 좋은 봄도 있고, 여름 학기도 있으니… 언제든 무엇이든 포기하지 말기로 해요. 매월 초도 좋고,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도 좋고, 매일 아침 오늘만 잘 지내보자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잖아요. - 매 순간 결심이 취미인 사람 올림) 저는 친한 친구와 함께 올해의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꾸준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내겠다, 운동을 하겠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 처럼 매년 하는 뻔하고 시시한 다짐이 대부분이었지만요. (운동과 영어 공부는 역시 시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괜찮아요, 다음 달부터 하겠다고 방금 다시 결심했거든요.) 올해는 돈 공부를 해서 나도 투자라는 걸 해야 하나 싶기는 합니다. 미국 주식으로 돈 좀 벌겠다는 막연한 목표를 세웠는데, 정말 하나도 몰라서 이번 주 복권 당첨되면 좋겠다’처럼 현실성 없는 말이긴 합니다. (물론 복권도 사지 않습니다.) 적게 벌고 적게 쓰면서 떳떳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귀촌 생활을 몇 년 했었는데요. <0원으로 사는 삶>의 박정미 작가님처럼 제 삶에 혁명을 일으키진 못했습니다. 필요한 만큼 벌기, 지출을 줄이고 생활을 예산에 맞추는 훈련은 잘 된 것 같아요. 계속 프리랜서나 전업 작가였던 게 아니라 월급 받는 직장인일 때는 저축도 많이 했고요. (놀랍게도 이런 경제관념으로 작년에 자가를 마련했습니다.) 1인 가구의 재테크나 경제생활에 대해 조언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돈 모으기에 대한 동기부여나 구체적인 방법은 <오늘부터 돈독하게> <돈독한 트레이닝>을 쓴 김얀 작가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유튜브로 경제 이야기도 꾸준히 해주십니다. 저는 돈이 있으면 좋겠지만, 억지로 싫은 일을 하고 싶지는 않고 투자 공부는 귀찮고 어렵고 재미없어서 돈 덜 들이고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궁리하면서 사는 쪽이거든요. 경제 공부는 안 했지만, 돈 관리는 가계부를 쓰면서 꼼꼼하게 했어요. 월말마다 정리하는 엑셀 시트를 보니 2015년부터 자료가 있네요. 그전에도 가계부를 쓰긴 했는데 종이 노트에 써서 어디로 가버리기도 했고, 무료 앱을 쓰다가 데이터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그달의 수입과 지출, 저축 금액 정도만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했고 예산 계획을 세워서 지출을 줄인다거나 장기 목표로 자금을 모으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두둥! 길게 돌아왔지만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웹 기반 가계부 ‘후잉’ 추천입니다. 이미 자신에게 맞는 가계부를 쓰고 있거나 알아서 자산 관리를 잘하시는 분께는 너무 기초적인 내용이긴 할 테지만, 제가 투자를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본인의 재정 상태를 잘 모를 수도 있으니까요. 고정 수입이 없으면 쉽게 불안해지고 생활비 계획도 길게 세워야 하는데, 꾸준히 가계부를 적다 보면 프리랜서인데도 일 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게 가능해지더라고요. 훨씬 덜 불안하고요. 후잉은 복식부기 개념을 이용한 가계부입니다. 단순히 엑셀이나 수기로 가계부를 쓸 때 아쉬웠던 건 적금 통장으로 나가는 예금은 지출이 아닌데, 일단 지출로 적어야 하고 그러면 순수 지출이나 자산을 확인하기가 번거롭다는 점이었습니다. 생활비, 고정비용 등으로 통장을 쪼개면 매번 잔액을 확인하기도 어렵고요. 보증금처럼 통장 잔액에 보이지 않는 자산까지 합해서 전 재산이 얼마군, 늘고 있군, 하면서 돈 모으는 재미도 느낄 수 있어요. 출처 : 후잉 가계부 가계부를 처음 쓰는 사람에게는 차변과 대변처럼 양쪽으로 나누어진 입력 방식이 어렵기는 해요. 식비, 교통비, 공과금 등 지출 항목을 직접 설정해야 하는 것도 초보자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자기에게 딱 맞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되지만요. 후잉 가계부의 사용법은 사이트에 잘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체험 기간 동안 무료로 사용해 볼 수도 있고요. 사용자 이용료라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지고 있으니 소중한 자료가 하루아침에 날아가 버릴 위험은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가계부 쓰기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1~2개월 동안 엑셀이나 노트에 구체적으로 소비 내용과 금액을 기록해 보세요. 수익 항목도요. 그렇게 하면 자기에게 맞는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소비 내역을 보면서 불필요한 소비가 있는지 검토하고, 다음 달의 예산을 세워보는 겁니다. 일단 아는 데서 절약이든 투자든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만약 이번에 못할 것 같으면 좌절하지 말고 봄을 기다립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디자인 : 채지우
크리스마스 연휴 잘 보내셨나요? 종교가 없거나 다른 사람도 휴일에는 마음이 여유로워지잖아요. (축제의 시간을 위해 고생하는 분들께는 감사드립니다.) 세상엔 여전히 사랑과 자비, 정의가 필요한 곳이 많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도 계시겠지만, 우리들 개개인은 할 수 있는 만큼 다정한 마음을 보내고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빨간 날 하루 생기는 건 고마운 일이고 이번엔 주말까지 이어져 꽤 긴 연휴였죠. 회사나 학교, 사적 공적 모임이나 이런저런 공동체에서 가는 해를 정리하고 오는 해를 맞이하다 보면 12월 마지막 주와 1월 첫 주는 뭐 했는지 모르게 슬그머니 지나가 버리더라고요. 요즘에는 가요대상, 연예대상, 연기대상 같은 방송사별 시상식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음악계, 영화계, 출판계, 방송계 등 각종 시상식이 열리는 12월엔 누가 큰 상을 받으려나 올해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 들썩들썩 기분 좋은 호기심이 생기곤 합니다. 올해의 책, 올해의 영화, 올해의 장소, 올해의 잘 산 물건, 올해의 성취 같은 목록을 꼽으시는 분도 많더라고요. 100개의 질문으로 한 해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연말 정산>이라는 독립출판물(데이오프)도 인기입니다. 저도 연말을 맞이해, 한 해를 정리하면서 지금껏 쓴 일기와 일정표를 죽 훑어보았어요. 과거와 확연히 달리 삐걱거리는 몸을 느끼며 한 해를 시작했더라고요. 정형외과 물리치료와 한의원의 침과 추나, 통증 치료를 위한 마사지를 두루두루 경험하고, 요가와 스트레칭으로 살살 몸을 달래고, 그 시간을 글로 촘촘히 기록했어요. 아직도 무리한 운동을 할 때는 아닌 것 같아서 느릿느릿 조심스럽게 몸을 돌보려고 합니다.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하는 게 운동이든 치료든 중요할 텐데, 마음이 편해지는 치료사분을 운 좋게 만나서 꽤 오래 다니고 있습니다. 2023년을 시작하면서 몸을 잘 살피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새해맞이 다짐이라 좀 강력하고 오래갔던 것 같기도 합니다. 또 통증에 집중하고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리고 글로 쓰면서 다른 재미를 느끼니 계속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재미를 느끼지 않으면 지속하기가 힘들잖아요. 저는 일기든 낙서든 편지든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기록을 재미 요소로 삼았어요. 여러분도 나만의 재미 포인트를 찾으시길 바라요! 봄에는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해 본 적 없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혼자 일하고 주로 혼자 지내는 저로서는 협업이 엄청난 부담이었는데 해보니까 또 아주 못할 일은 아니더라고요. 물론 서로가 다른 걸 이해하기 힘들고,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 때문에 일이 잘 안 풀리는 상황도 생겼지만, 그 과정을 겪으면서 오히려 일이라는 게 다 그런 것이겠거니 이해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여름엔 지난겨울부터 준비한 책 <이왕이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가 출간되어 바쁘게 전국으로 돌아다녔습니다. 독자를 만나고 책을 알릴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고맙고 기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을엔 가슴 뛰는 인연을 만나 찬란한 시간을 보냈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훌쩍 몇 달이 지나버렸고, 많은 일이 마무리된 겨울엔 오랜 친구인 우울과 무기력이 또 찾아왔어요. 심리상담을 하고 다정한 친구들이 시간을 함께 보내줘도 결국은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고마운 사람들의 존재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먼저 내밀어준 손을 뿌리치지 않는 힘, 가끔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하는 힘, 마음에 썩 들지 않는 자신을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힘을 가질 수 있기를요. 저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요. 그래서! 연말에는 과대평가와 과대포장으로 한껏 부풀려 한 해를 잘 살아낸 자기 자신에게 상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의 OOO’으로 자기에게 영향을 준 OOO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광의 주인공을 OOO이 아니라 저 자신으로 삼고 싶어서요. 고민 끝에 저는 다음 10개의 상을 준비해서 저에게 주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어떤 나’에게 상을 줄지 궁금합니다. 후회와 반성과 각오는 내일부터, 오늘만큼은 무조건 칭찬과 응원을 해주세요. 1. 용기와 시도가 빛나는 신인상 - 갈등을 각오하고 협업 프로젝트 도전한 4월의 나 2. 잘 안 돼도 포기 안 한 끈기상 -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와 팟캐스트를 계속 한 1월부터 8월까지의 나 3. 단호하게 결정한 굳은 심지상 - 다른 일들과 겹쳐서 바쁘고 스트레스가 심해지자 당분간 뉴스레터와 팟캐스트를 쉬기로 한 8월 20일의 나 4. 순간의 행복상 - 간절히 바라던 것을 손에 넣은 7월 21일의 나 5. 내가 생각해도 흐뭇한 다정다감상 - 재미없어도 친구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나 6. 기운 없는 날도 잘 살아낸 대견상 - 기운 없어도 빨래하고 청소하고, 안 읽어도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고, 끼니를 거르지 않았던 초겨울의 나 7. 수고한 나에게 주는 공로상 - 천장형 선풍기(실링팬)를 낑낑대며 직접 설치한 6월 1일의 나 8. 고마운 사람에게 주는 특별상 - 쓸쓸할 때 같이 놀아주는 갈치, 기운 없을 때 용기와 숙제를 주는 나의 그림 선생님 오리. 9. 2023 내 삶 대상 - 매일의 일기를 거르지 않았던 모든 날의 나 10. 2024 내 삶 기대상 - 다시 시작한 뉴스레터와 팟캐스트를 꾸준히 하고 가끔은 그림일기를 그리는 어느 날의 나 디자인 : 채지우
추운 날, 추운 밤 잘 보내고 계신가요? 문틈으로 바람이 술술 들어오길래 유리창에 뽁뽁이를 붙일까, 방풍 테이프를 붙일까 고민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꾹 참았더니 하루하루 겨울이 깊어져 갈수록 추위가 더 심해지고 손은 곱고 이불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 두려워지더라고요. 몇 년 전 유행할 때 사둔 방한용 실내 텐트를 치고 이틀 밤을 잤는데요, 따뜻하긴 한데 정말 하루종일 텐트 밖으로 나오기가 싫더라고요. 크기도 생각보다 커서 방을 가득 채우고는 문이 열리지도 않게 끼어 있었어요. 이렇게는 안 된다, 큰맘 먹고 텐트를 치우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봤답니다. 저는 사까마까에서 ‘마까’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1인 가구를 위한 생활정보 및 살림 아이템을 소개하는 코너지만 직접 만들거나, 고치거나, 기존의 쓰임과 다르게 바꿔 쓰는 걸 즐기는 사람으로서 제가 경험한 범위 안에서 품이 조금 들더라도 해볼 만한 일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효과적인 난방용품을 추천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지고 있는 것들로 요리조리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있어야 좋잖아요. 늘 예산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물건을 새로 사고 버리는 반복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작년 겨울에 이어 올해에도 창에 ‘이불 커튼’을 달았답니다. 새로 살 필요 없는 ‘이불 커튼’ 여름에 하늘하늘하고 비치는 시원한 소재의 커튼을 달았다면 겨울엔 두꺼운 커튼으로 바꿀 거예요. 계절 상관없이 적당한 두께의 커튼을 달고 있는 집도 있겠지요. 우리 집이 그런 집입니다. 계절 따라 커튼을 바꿔 달만큼 부지런하거나 집 꾸미기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냥 두는데, 겨울에는 확실히 창문 쪽에 찬 기운이 돌더라고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겨울용 두꺼운 커튼이 제품으로 나와 있고, 생긴 게 이불처럼 생겼으니 굳이 새로 사지 않고 여분의 이불을 달았다는 후기도 제법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오래되어 잘 덮지 않는 겨울 이불과 조금 두꺼운 여름용 깔개를 각 방 창문에 커튼처럼 달았습니다. 1인 가구라 여분의 이불이 없다면 뽁뽁이를 부착하거나 이번 기회에 겨울용 두꺼운 커튼 구입을 고려해 보셔도 좋겠고요. 저처럼 지금 달린 커튼보다 두꺼운 어떤 것, 이불이나 담요 같은 게 있으면 달아보세요. 핀을 꼽아 링에 끼워 커튼 봉에 끼우는 과정이 번거로울 때는 바지걸이를 여러 개 사용해서 커튼 봉에만 걸어도 된답니다. 무게를 지탱해야 하니 힘을 잘 분산해서 여러 군데를 집어주면 됩니다. 이렇게 해놓으니 한결 포근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따듯하게 즐기는 ‘배추전골’ 힘을 썼으니 속을 든든히 채워볼까요. 겨울에 뜨끈한 국물이 좋죠. 겨울엔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채소류가 많지 않은데요. 계절 상관없이 과일과 잎채소들이 나오지만, 물가가 많이 올라가서인지 손이 쉽게 가지 않더라고요. 겨울이 제철인 뿌리채소들은 그나마 가격이 싼 편입니다. 김장철이라 배추 구하기도 쉽고요. 배추, 무, 당근 등을 물에 넣고 폭폭 끓이면 그게 바로 배추 전골입니다. 두부, 버섯, 콩나물, 양배추 등 먹고 싶은 거, 집에 있는 거, 마트에서 할인하는 거 마구마구 넣으면 됩니다. 치킨 스톡 같은 조미료로 국물 맛을 내도 좋고요, 담백하게 간장으로만 간을 맞춰도 됩니다. 소고기나 베이컨, 햄을 넣으면 진한 감칠맛이 나고요. 보글보글 요리하면 방의 온도도 올라가니 겨울밤에 조금은 더 따뜻해지겠네요. 아! 한겨울이 제철인 녹색 채소 시금치도 종종 드세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마늘, 소금간만 해도 달고 맛있습니다. 시금치 카레, 시금치 파스타, 시금치 된장국 등 다양하게 해 드시면서 겨울철 비타민 섭취에 신경 쓰세요. 겨울이라 몸이 움츠러드니 뭔가 하기 더 힘들어지기 쉬운데요, 조금 기운을 내서 집과 방과 몸을 다정하게 데워주세요. 추운 겨울 무사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디자인 : 채지우
저는 지금 팔팔 끓인 물을 가득 부어 따끈해진 '유단포'(보온물주머니)를 꼭 껴안고, 털이 보송보송한 실내화를 신고, 갓 내린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체온이 쓱 오르면서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려고 하네요. 그러고는 간편하게 사용하기 좋은 방한용품을 소개하려고 유리창에 붙이는 뽁뽁이, 실내용 텐트, 발을 올려놓거나 집어넣을 수 있는 발 난로, 종아리 부분을 병풍처럼 두르는 접이식 히팅 패드(파티션 난로), 데스크 히터, 미니 온풍기 등을 검색해 봤습니다. 이 제품들은 각기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가려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필요한 것부터 마련하면 좋겠죠. 외풍이 심한 집에 산다면 잠잘 때 칠 텐트가 가장 급하고, 사무실 책상 밑이 유독 춥게 느껴진다면 접이식 히팅 패드나 데스크 히터, 일할 때 손이 시린 사람은 책상 위에 올려놓을 미니 온풍기를 알아볼 텐데요. 저는 먼저 유단포를 써보시라 권하고 싶어요. (일본어 ゆたんぽ에서 온 말로 ‘유담포’라고도 합니다. 참고로 국어사전에는 같은 의미를 가진 ‘탕파湯婆’라는 말이 올라 있네요. 아무도 그렇게 부르진 않지만…) 저는 고무로 만들어진 유단포를 쓰는데, 도기나 스테인리스, 황동, 아연, 플라스틱,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제품도 있나 봐요. 뜨거운 물을 담아서 물이 식을 때까지 그 온기를 이용하는 건데요, 무릎 위에 올려놓고 담요를 덮으면 노곤한 기분이 들어요. 안고 자면 아침까지 따뜻하고요. 자러 가기 전에 이불속에 넣어두면 알맞은 온도로 잠자리가 데워지기도 하죠. 차가운 이불에 깜짝 놀란 적 다들 있잖아요. 또 배에 대고 꼭 껴안고 있으면 생리통 있거나 배탈 났을 때 속이 편해집니다.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니 주렁주렁 선을 달고 있지 않아서 저는 그게 좋더라고요. 물을 끓이고 붓고 하는 게 조금 번거로울 수 있지만 누전으로 인한 화재 위험도 없고 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에너지를 아끼고 환경을 조금이라도 덜 망치는 기분도 들어요. 물론 유단포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온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한 부위에 너무 오래 닿지 않게 하고, 천으로 된 커버를 꼭 씌워서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잘 때는 이불 속을 한 번 데운 후 발치에 놓고 자는 걸 권장하기도 하더군요. 팔팔 끓는 물을 부을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하고요. 물이 가득 들어 있어서 무겁게 느껴질 순 있지만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아요. 말랑말랑한 걸 만지는 느낌도 좋답니다. 뜨거운 물만 있으면 계속 쓸 수 있고요. 올겨울에는 야무진 유단포와 함께 따뜻하게 보내시는 게 어때요? 빵빵하게 보일러를 돌리기에는 이른 것 같고 안 틀자니 조금 추운 늦가을과 초겨울에 특히 유용하답니다. 디자인 : 채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