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아나 스카일러 마스트로는 중국 정치와 군사 정책 전문가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과 중국은 대만을 둘러싸고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 전쟁을 막아준 요인 두 가지를 꼽자면, 하나는 전쟁 억지력이고, 다른 하나는 (서로 선을 넘어 도발하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이다. 억지력과 안도감이 번갈아 작동하는 아슬아슬한 균형이 유지된 덕분에 갈등은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았다.

그 균형이 최근 들어 깨졌다. 중국은 군사력을 점점 강화하고 있으며, 상대방을 향한 날선 언사가 베이징과 워싱턴 사이에서 심심찮게 오간다. 양측 사이의 전쟁 가능성이 매일 조금씩 커지는 것 같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난 수십 년간 전쟁 없이 유지된 평화를 되살릴 기회가 아직 있다. 다만 그러려면 중국이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먼저 누그러뜨려야 한다. 중국이 좀처럼 타협하지 않는 완고한 태도를 버리지 않고, 미국은 중국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절대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전쟁을 막을 수만 있다면 이 정도 정치적 위험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군이 개입해 대만을 지켜줄 거라는 전망에 대부분이 동의한다면, 그게 곧 전쟁 억지력이다. 반대로 중국은 대만의 궁극적인 정치적 상태를 결정하는 데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안도감을 느낀다. 뒤집어 말하면, 중국과 대만은 원래 한 나라라는 “하나의 중국”이란 대전제에 미국이 딴지를 거는 순간 중국의 안도감은 사라진다.

미국과 지역 동맹국들은 강력한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정책 결정자와 정치인들은 중국을 안심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이 대만 문제에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과 대만의 정치적 차이는 양측이 스스로 좁히고 극복해 나갈 문제라는 기존 미국의 정책 기조를 주기적으로, 가능한 한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냉전 시기 중국과 미국 정부는 대만에 관한 일련의 공동성명을 냈다. 그중에 미국이 “대만과 관련한 문제는 중국인들 스스로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대한 관심을 재확인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를 포함한 여러 성명의 내용은 일부러 모호하게 쓰인 측면이 있다. 이는 양쪽이 현재 상황을 급작스레 바꾸고자 분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동의의 표시이기도 했다. 중국은 오늘날까지 이 약속들에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건 평지풍파를 일으킨 건 중국이라는 점이다.

2016년 대만 선거에서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국민당이 패하고,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추진하는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 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시진핑 주석은 반복적으로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였다. 마치 대만에 독립은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미국 정치인들은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을 지지하는 뜻을 잇달아 표명했다. 또 미국은 대만에 많은 무기를 수출하고, 일대의 미군 전력을 증강하는 등 여러 차례 대만 편에 섰다. 이런 미국의 행동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

나는 지난 10년 넘게 국방 부문의 여러 직책을 맡으며, 미국 국방 전략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와 업무를 했다. 최근 베이징에서 중국 정부, 군사 고위 관료, 학자들과 공산당 산하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중국 측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중국은 미국이 역내에서 군사력을 증강하는 점—전쟁 억지력 측면—에 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대신 대만 문제는 중국 국내 문제로 선을 긋고 간섭하지 않던 과거와 달리 대만의 실질적인 독립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미국이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매우 진지하게 하고 있다. 중국이 우려하는 데는 그럴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

지난 2016년 12월,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1979년 이후 미국 대통령(또는 대통령 당선인)으로는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직접 통화했다. 차이잉원 총통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전화를 걸었는데, 대만 지도자와 직접 말을 섞지 않는 관례를 깨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수화기를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묵인하던 관행을 깼다. 바이든은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침공받는다면 미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거라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네 차례나 했다.

지난해 8월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전격 방문했다. 펠로시 의장은 1990년대 이후 대만 땅을 밟은 미국 최고위 인사였는데, 펠로시뿐 아니라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미국 의원의 숫자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았다. 중국은 미국 정치인들의 이런 행보를 대만 독립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도발 행위로 간주한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 지난 6월 미국 하원 대표단이 차이잉원 총통을 예방하기도 했다. 하원의원 9명으로 꾸린 대표단은 근래 대만을 찾은 미국 의원들로는 가장 큰 규모였다.

대만과 가까워진 미국 의회가 중국을 겨냥한 도발적인 법안을 잇달아 내는 것도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지난해 미국 상원은 대만정책법을 통과시켰다. 여러 국제기구에서 대만을 지원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올해 7월 하원도 비슷한 법을 통과시켰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1월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런 행동은 시진핑 주석을 강력하게 압박한다. 시 주석에게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는 대만을 잃어버린 중국 지도자로 역사에 남는 일이다. 대만을 잃으면 티베트나 신장 등 중국 내 다른 자치구에서 분리주의 운동이 격화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향한 미국의 지지를 근본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지금은 시진핑 주석이 섣불리 군대를 움직일 수 없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력에 대한 의구심이나 미국과 동맹국이 응전할 경우 중국이 큰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전쟁 억지력이 여전히 작동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만약 시진핑이 미국을 “하나의 중국”에 관한 약속을 영원히 저버렸으며, 대만에 대한 전략적 기조도 바꿔 중국의 통일을 가로막으려는 세력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시진핑에게는 군사적 행동에 나서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무력 도발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군사력을 확충할 역량이 있다. 그러나 중국이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모든 걸 쏟아부을 경우, 중국군의 전력을 압도할 만한 억지력을 구축하는 일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반대로 중국을 안심시키려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이 대만과 평화롭게 통일하는 것을 반대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즉,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의 운명은 대만과 중국이 알아서,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어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정상 국가로 간주하는 다양한 시도를 멈춰야 하고, 또 대만과 교류하는 국가를 외교적으로 응징하거나 배척하는 중국을 역으로 제재하지 않아야 한다. 백악관은 또 의원들이 자꾸 대만에 방문하거나 중국을 자극하는 대만 독립법 등을 통과하려 하면 그때마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의회를 압박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처를 하면, 대만이나 미국 내부에서도 분명 적잖은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또한, 시진핑은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관계없이 이미 대만을 침공해 무력으로 통일할 계획을 세워 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대만에 관해 철저히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왔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 모두 양안의 문제는 항상 대만과 중국의 지도부가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는 쪽을 지지했다.

장기적인 영향력도 고려해야 한다. 즉, 억지력과 안도감의 균형을 통해 전쟁을 막지 못하고 중국이 끝내 대만을 침공한다면, 그때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파괴와 살상을 명령하고 폭력을 일으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된다. 반대로 중국이 대만 사람들에게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것이 중국은 물론 대만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설득해 낼 수 있다면, 그래서 군사적 충돌 없이 통일에 성공한다면, 그렇게 탄생한 중국은 얼마든지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고위급회담을 통해 새로운 공동성명을 내는 거다. 성명에는 미국이 양안 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중립을 지키겠다는 약속과 중국은 대만을 향한 군사적 위협을 거두겠다는 약속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면 전쟁 가능성은 줄어들고,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대만과의 평화 통일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바꿔 말하면 미국의 영향력을 이용해 대만을 고립시키고, 중국과 진지한 협상에 나서도록 대만 사람들을 압박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중국의 통일은 군사력이나 힘을 이용한 강압을 통해 일어나선 안 된다. 그러려면 미국이 양안 관계의 한가운데 끼어들어 통일을 적극적으로 가로막는 주체가 되어서도 안 된다.

만약 대만을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끔찍한 전쟁이 될 것이다. 두 강대국 사이의 정치 체제는 매우 다르지만, 미국 지도자들에게는 갈등을 예방할 의무가 있다. 미국은 확고한 억지력은 유지하되, 선을 넘어가며 중국을 도발하지 않도록 언사를 가려서 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원문 : This Is What America Is Getting Wrong About China and Taiwan

(c) 2023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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