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2014년 보건의료팀에 합류했습니다. 메르스·코로나를 취재해 감염병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료와 복지가 만나는 지점을 두루 살펴보겠습니다.
자가든 전세든 월세든, 우리가 집을 구할 때 고민하는 요소 중 하나가 ‘직주근접’입니다.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것을 말합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대중교통이나 도로가 잘 돼 있어서 통근시간이 짧을 때 ‘직주근접’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직주근접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긴 한데 대체 어느 정도 돼야 ‘직주근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통계청이 12세 이상 인구 중 매일 또는 정기적으로 집과 직장을 오가는 통근인구의 통근시간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20년 평균 30.8분입니다. 통근시간이 30~45분 소요되는 경우가 전체 통근인구의 30.5%로 가장 많았고, 15~30분이 26.4%로 뒤를 이었습니다. 통근시간이 1시간 이내인 사람은 84.7%, 1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15.3%로 나타났습니다. 이 통계만 놓고 보면, 평균 통근시간이 생각보다 짧고, ‘직주근접’ 실현한 분들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서 삼남매의 출퇴근길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공감하셨던 분들, 이쯤 되면 좀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저 역시 통근시간이 평균은 훌쩍 넘고, 길이 막히는 날에는 1시간을 넘어서 답답한 마음이 드는 처지입니다. 실제로 통근시간이 어느 정도 돼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지, 왜 그런지 살펴봅시다. 대한의학회지(JKMS) 최근호에는 ‘한국의 지역 차에 따른 통근시간과 주관적 웰빙의 연관성’이라는 아주대 의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결론만 짧게 말하자면, 출퇴근 시간이 긴 것은 특히 도시에 사는 임금 노동자의 웰빙과 음의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대도시에 사는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 단축 정책이 논의돼야 한다는 겁니다. 통근시간이 우리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건 통근으로 인한 수면 부족은 물론, 출퇴근하면서 겪는 소음이나 진동, 교통 체증 등이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독일 마인츠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자동차나 지하철, 철도, 비행기 소음 같은 환경 소음으로 인해 사람들은 피로를 느끼고, 일부는 수면 장애를 겪습니다. 교통 소음에 노출되면 뇌졸중이나 고혈압 등 뇌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커지고, 짜증과 스트레스를 초래해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습니다. 통근 시간이 길어지면 수면이 부족해지기도 하고, 운동할 시간이나 가족 또는 친구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위험이 커지는데, 이 또한 정신건강에 해롭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래서일까. 미국 4개 대학 공동연구팀의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하루를 구성하는 여러 행위 가운데 ‘통근’에 대해, ‘직장 업무’와 ‘자녀 돌봄’ 다음으로 부정적으로 느낀다고 평가했습니다. 역으로 얼마나 긍정적으로 느끼는지 점수화한 영역에서는 가장 후순위를 차지했습니다. TV 시청, 쇼핑, 직장 업무, 전화통화, 통근, 사교 활동, 음식 준비, 운동 등 매일 하는 일상 속 주요 활동 가운데, 통근보다 ‘달갑지 않은(extremely undesirable)’ 일이 없다는 겁니다. 이렇게 피할 수 있다면 안 하고 싶은 게 출퇴근이니, 통근 시간이 길어질수록 웰빙은 멀어지는 게 당연하고, 이는 국내외 여러 선행 연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국내 20세 이상 임금 노동자 2만 9천여 명의 자료를 분석한 아주대 의대 연구팀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는 건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구 밀도에 따라 출퇴근길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남녀에 따라 통근 시간에 따른 영향을 다르게 받는다는 점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도시에 사는 노동자의 37%는 통근에 하루 1시간 이상 걸리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본 통계청 자료는 전국 평균이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걸로 보입니다. 통근 시간 1시간은 상당히 의미 있는 숫자로 확인됐는데, 특히 도시 노동자에게 의미가 있었습니다. 인구 밀도가 낮은 지방에서는 통근시간이 하루 79분까지 길어져도, 하루 20분 미만인 경우 대비 웰빙이 저하될 위험이 13% 커지는 데 그쳤습니다. 하루 80분을 넘어가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60분을 넘어서면 웰빙 저하 위험이 20분 미만인 경우에 비해 40% 커지고, 80분 이상인 경우 52%까지 올라갑니다. 도시에서는 통근시간을 하루 60분 이내로 관리해야 그나마 웰빙을 사수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도시 남녀 노동자 간의 차이가 제법 커서, 나눠서 따져봐야 합니다. 도시 남성 노동자는 통근시간이 60분 이상이면 웰빙이 저하될 위험이 28%, 80분을 넘으면 41% 커지는데, 여성 노동자의 경우 60분이 넘어가면 63%, 80분 이상인 경우 73%까지 치솟습니다. 여성의 경우 통근시간이 40분~59분만 돼도 웰빙 저하 위험이 25% 커져서, 40분 넘기지 않는 게 가장 좋습니다. 통근 시간이 길어질수록 웰빙이 저하될 위험이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큰 것입니다. 연구팀은 여성 노동자가 남성보다 출퇴근 관련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퇴근 후에도 가사와 육아 부담을 많이 지고 있는 것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퇴근 후, 해야 하는 집안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로한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통근시간이 80분 이상인 여성의 42.3%가 ‘그렇다’고 답한 것도 연구팀의 추정을 뒷받침합니다. 통근시간이 유사한 남성에선 31.2%만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숫자가 너무 많이 나와 혼란스럽다면, 이렇게 기억하시면 됩니다. 도시 여성 노동자의 경우 하루 통근시간이 40분 이내인 곳에 사는 것이 권장되고, 도시에 살든 지방에 살든 80분은 넘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남성은 통근 시간이 60분 안쪽이면 좋습니다. 통근시간을 줄여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대다수 직장인이 단기간 안에 통근시간을 줄일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직장을 옮기거나 집을 옮기거나 이 둘 중 하나가 성사돼야 하는데, 대체로 둘 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통근시간 단축을 위한 정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곧바로 정책이 만들어지고 당장 실현돼 나의 삶에 영향을 줄 거라고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정말 피할 수 없다면, 통근시간에 대해 조금 다르게 접근해 볼까요? 코로나19 유행으로 봉쇄됐던 일부 국가에서는 재택근무로 인해 직업 만족도와 정신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기저에는 코로나19 자체로 인한 스트레스와 영상회의로 인한 피로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출근과 퇴근이 사라진 것도 요인 중 하나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출근과 퇴근이 매일매일 이뤄지는 ‘의식’의 하나이며, 그 자체로는 우리 삶에 안정성, 확실성을 부여한다는 겁니다. 통근시간이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단지 스트레스만 주는 시간이 아니라는 거죠. 집과 직장의 경계를 설정해 주고, 동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하며, 하루를 준비하거나 마무리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긴 통근시간은 고달프지만, 직장도 집도 당장 옮길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면, 이 시간을 조금 더 즐겁고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습니다. ▶ 참고 자료 1. 국민 삶의 질 지표(통근시간), 통계청. 2. Association Between Commuting Time and Subjective Well-Being in Relation to Regional Differences in Korea, JKMS. 3. A Survey Method for Characterizing Daily Life Experience: The Day Reconstruction Method, Science. 4. Environmental Noise-Induced Effects on Stress Hormones, Oxidative Stress, and Vascular Dysfunction: Key Factors in the Relationship between Cerebrocardiovascular and Psychological Disorders, Oxid Med Cell Longev. 5. That “Dreaded” Commute Is Actually Good for Your Health, Harvard Business Review.
지난 주말 화두는 예상보다 너무 빨리 핀 벚꽃이었습니다. 서울의 벚꽃 개화일은 서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안에 있는 왕벚나무를 기준으로 삼는데,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활짝 피면 공식 개화한 걸로 봅니다. 황사가 물러간 자리에, 서울에서 1922년 이래 두 번째로 일찍 벚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반가울 법도 하지만 마냥 좋지는 않았습니다. 온화한 날씨에 벚꽃만 빨리 피는 게 아니라 모기 같은 달갑지 않은 손님도 빨리 찾아올 테니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지난주 질병관리청에서 모기와 관련된 보도자료가 두 건 나왔습니다. 일본뇌염주의보 발령, 그리고 올해 첫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발생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23일,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21일 제주, 22일 부산 지역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가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날씨가 따뜻했지만 아직 서울에서 모기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계절입니다. 조금 이르다 싶은 생각에 확인해 보니 지난해보다는 19일 빠르고, 2021년보다는 하루 늦었습니다. 질병관리청이 배포한 보도참고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10년 간의 주의보 발령일이 나와있는데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012~2014년까진 4월 하순에 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이후 5년 동안엔 4월 상순, 2020년에는 3월까지 앞당겨졌습니다. 출처 : 질병관리청 보도참고자료 기간을 더 넓혀서 볼까요? 2000년대 초반 일본뇌염주의보 발령일은 무려 5월이었습니다. 2005년부터는 4월로 당겨졌고, 2020년대 들어서는 3월 하순으로 더 빨라진 걸 확연하게 알 수 있습니다. 절지동물인 모기는 기온에 매우 민감한 곤충이라 기후 변화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온난화로 빨간집모기의 출현 시기가 빨라지고 있고, 모기 서식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국내에서는 모기가 옮기는 위험한 질병은 일본뇌염과 삼일열 말라리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일본뇌염은 과거 매년 수 천 명씩 환자가 나왔던 모기 매개 감염병이지만, 효과적인 백신이 나온 뒤 환자가 급감했습니다. 1999년 이후 한 해 환자는 0~40명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다만 2010년 이후 성인 환자가 조금 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하는데, 1970년대 백신이 도입되기 전에 태어난 세대 중 감염되는 사례가 나오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온난화로 모기 출현 시기가 빨라지고, 모기 서식 기간이 늘어나고 있고, 야외활동 인구도 많아져서 예방접종률이 낮아지면 언제든 재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해외 유입을 제외한, 국내에서 발생한 말라리아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닙니다. 말라리아는 일본뇌염과 다르게, ‘얼룩날개모기’가 옮기는 감염병입니다. 국내에 토착화된 말라리아는 ‘열대열 말라리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삼일열 말라리아’입니다. 삼일열 말라리아를 옮길 수 있는 중국얼룩날개모기는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지만, 환자는 주로 인천, 경기 북부, 강원도 휴전선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모기를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지 위험한 존재로는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바라보는 모기는 조금 다른 존재입니다. 지난 2014년 빌 게이츠는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the deadliest animal in the world)’로 모기를 꼽았습니다. 각각의 동물 집단이 한 해 몇 명을 숨지게 하느냐로 판단했을 때 상어가 10명, 뱀이 5만 명이라면, 모기는 72만 5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이 숫자로 보면, 모기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군 가운데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이 맞습니다. 2016년 WHO 통계에 따르면 상어가 100년 동안 숨지게 한 사람의 숫자가 1,035명으로, 모기가 하루 만에 숨지게 한 사람 1,470명보다 적었습니다. 모기가 위험한 건 치명적인 열대열 말라리아, 뎅기열 등 각종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기준, 말라리아는 2억 4,100만 건 발생했고, 62만 7천 명이 말라리아로 숨졌습니다. 지난주에 나온 지카바이러스 관련 자료를 다시 열어 볼까요? 우리나라 해외유입 모기 매개 감염병 ‘3대장’은 뎅기열과 치쿤구니야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입니다. WHO에 따르면, 이 세 가지 감염병은 아열대와 열대지역 약 100개 국가에서 매년 발생합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관광지인 동남아시아의 경우 10개국 모두 이들 감염병 발생 국가입니다. 세 감염병 모두 ‘이집트숲모기’, ‘흰줄숲모기’에 의해 전파됩니다. 올 들어 벌써 41명이 모기 매개 감염병에 걸렸는데, 뎅기열 확진자가 35명으로 가장 많았고, 치쿤구니야열 5명,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1명이었습니다. 확진자가 방문했던 국가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라오스, 필리핀 등 다양합니다. 문제는 이들 감염병을 매개하는 대표적인 모기 두 종류 중 흰줄숲모기가 국내에 서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해외유입 사례가 계속 늘고, 모기 서식 기간이 길어진다면 국내에서도 감염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2014년 일본 도쿄에서는 요요기 공원에서 흰줄숲모기를 통해 160명이 감염되는 사례가 나왔습니다. 뎅기열 유행지역에 다녀온 여행자들을 통해 유입된 바이러스가 모기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스페인 보건당국도 지난해 해외에서 유입된 뎅기열 바이러스가 자국 내에서 전파된 사례가 두 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세계적인 의학 저널 ‘Lancet’에 게재된 논문에는 기후 변화가 모기 매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포함됐습니다. 연구팀은 글로벌 이동성과 도시화, 그리고 기후 변화가 뎅기 바이러스 감염을 증가시키는 주요 동인이라고 지적합니다. 뎅기의 기초 재생산지수, 즉 확진자 한 명이 주변의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수치도 커지고 있습니다. 2020년의 기초 재생산지수는 1950~1954년 평균 대비 13%, 7% 늘었습니다. 13% 증가한 건 이집트숲모기에 의한 감염이고, 7% 늘어난 건 흰줄숲모기에 의한 감염입니다. 연구팀은 숲모기의 지속적인 지리적 확장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호주에서는 지난 2021년 1월 이후 일본뇌염이 유행하기 시작해 호주 보건당국은 2022년 3월 ‘국가적으로 중요한 감염병 사고(Communicable Disease Incident of National Significance)’라고 선언했습니다. 1990년대 최북단에서 드물게 발생했던 일본뇌염이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가 싸이클론에 의해 날아왔는지, 비행기나 선박에 숨어들었는지, 혹은 철새가 바이러스를 옮겼는지 알 수 없지만 바이러스가 유입된 건 분명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모기 매개 감염병은 예상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모기를 그저 귀찮기만 한 존재로 생각할 게 아니라, 모기와 모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합니다. 특히 해외로 나가는 경우 어떤 풍토병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모기를 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 참고 문헌 1. 보도자료 : 동남아 방문 시 모기매개 감염병 주의하세요! 2. 보도자료 : 질병관리청,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3. 2023년도 바이러스성 모기매개감염병 관리지침 4. 2023년도 말라리아 관리지침, 질병관리청 5. 가장 치명적인 동물(The deadliest animal in the world) 6. 국내 모기매개 질환의 현황과 전망 7. Explainer: How climate change is amplifying mosquito-borne diseases 8. The 2021 report of the Lancet Countdown on health and climate change: code red for a healthy future 9. Japanese encephalitis virus (호주 보건당국)
어제저녁 뭘 드셨나요? 누군가는 회사 앞 식당에서 회식을 하고, 누군가는 또 집에서 밥을 지어먹었을 겁니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햄버거로 간단하게 한 끼 때우고 공부한 학생도 있을 거고, 인터넷으로 구매해 배송받은 밀키트로 간편하게 조리해서 먹은 가족도 있겠죠. 이 중 가장 건강한 한 끼는 누구의 식사였을까요? 대부분의 사람이 집밥을 꼽겠지만, 반드시 그러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건강한 한 끼를 좌우하는 건 ‘뭘 먹었느냐’지, ‘어디에서 먹었느냐’는 아닌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아주 극단적이지만 비교하기 쉬운 예를 들어볼까요? 집에서 흰쌀밥과 함께 햄을 굽고 냉동식품을 튀겨 반찬으로 먹으며, 콜라를 곁들였다면? 식사 후엔 디저트로 달디 단 애플파이를 먹었다면? 회식 자리에서 술은 마시지 않고 돼지고기 수육에 쌈을 넉넉히 싸 먹은 뒤 후식으로 과일을 먹었다면 오히려 회식 메뉴가 더 건강한 식사일 수도 있습니다. 두 메뉴의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느낌이 오나요? 자연 상태의 식품을 어느 정도로 ‘가공’했는지, 얼마나 복잡한 단계를 거쳐 조리했는지의 차이입니다. 문제는 일상적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위의 두 사례처럼 선명하게 비교되지 않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겁니다. 집 안팎에서 식탁의 상당 부분을 가공 식품이 차지한 세상. 가공 식품을 마냥 피할 수는 없으니, 그중에서도 뭘 덜 먹어야 할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공 식품과 초가공 식품의 차이점 가공 식품은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21 가공식품 소비자태도조사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가공 식품을 매일 구매한다는 사람은 1.5%, 주 2~3회 구입한다는 사람은 23.7%, 주 1회 구매하는 사람은 전체의 43.2%를 차지했습니다. 10명 중 7명 정도는 매주 한 번 이상 가공 식품을 산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2,30년 전쯤 꽤 많이 썼던 ‘가공 식품’이라는 말 요즘 잘 안 씁니다. 가공 식품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용어, 예컨대 인스턴트, 레토르트 식품, 정크 푸드, 간편식 같은 단어가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식탁에서 가공 식품이 아닌 식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우리의 식생활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가공 식품이란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뉘앙스도 한몫했을 겁니다. 그러나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는 가공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가공됐다는 이유만으로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다만 설탕이나 지방, 소금이 많이 든 고열량 가공 식품에 대한 과한 의존이 집 밥이나 신선한 채소 및 과일 소비를 대체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FAO는 지적합니다. 가공 식품도 가공 식품 나름이라는 건데, 그럼 어떤 가공 식품을 더 먹고, 덜 먹어야 할까요. 이런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ultra-processed foods(UPFs), 즉 ‘초가공 식품’이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가공 식품’이라는 용어는 2009년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Monteiro 교수의 논문에 등장했습니다. 이후 이 교수가 소속된 연구팀이 개발한 ‘NOVA’라는 브라질의 식품 분류 체계의 핵심 키워드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FAO에 따르면 NOVA는 과학 문헌에서 가장 많이 적용된 식품 분류 시스템입니다. FAO/WHO 같은 국제기구가 인정하고 사용을 권고한 NOVA에 따르면 식품은 아래와 같이 네 가지 그룹으로 나뉩니다. 그룹 3과 그룹 4를 어떻게 구분하는지가 관건인데, 그룹 3 ‘가공 식품’은 소금에 절여져 통조림이나 병에 담긴 채소 및 콩류, 과일 절임, 생선 통조림, 햄, 베이컨, 훈제 생선, 갓 구운 빵, 치즈 등입니다. 대부분의 가공 식품에는 맛을 더하거나, 저장 기간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탕, 소금, 기름이나 다른 물질이 들어가는데 첨가 성분이 2~3개 정도 됩니다. 가공 식품은 지나치게 많은 설탕이나 소금, 기름이 첨가되지만 않는다면 미가공 또는 최소 가공된 식품 본연의 정체성과 성분을 대부분 유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초가공 식품의 경우,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치고, 훨씬 더 많은 첨가제가 들어가 성분 표시가 상당히 길고 복잡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요리에 사용되지 않는 과일 주스 농축액이나 고과당 옥수수 시럽, 유청 단백질 같은 성분은 물론, 방부제나 전분, 색소, 향료 등의 물질이 첨가될 수 있습니다. FAO 보고서에 따르면 좋은 냄새나 맛을 위해 첨가되는 성분도 있고, 포장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불쾌한 풍미나 색상을 감추기 위해 들어가는 성분도 있습니다. 탄산음료, 달거나 짠 스낵, 사탕, 대량 생산돼 포장된 빵, 쿠키, 케이크, 마가린, 과일 요구르트, 핫도그나 햄버거, 냉동 너겟 등등등! 초가공 식품의 긴 목록에는 익숙한 식품이 많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드립니다. 아침에 건강을 위해 먹는 시리얼은 과연 어디에 속할까요? 그룹 1과 3, 4 중 어느 군에 포함될까요? 정답은 1, 3, 4 모두 다입니다. 통 귀리에 가까운 ‘스틸컷 오트밀’은 그룹 1, 여기에 설탕이 들어가면 그룹 3 가공 식품, 향료나 색소가 더 들어가면 그룹 4 초가공 식품으로 분류됩니다. 품목만으로는 알 수 없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뭐가 들어갔는지 봐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초가공 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여전히 헷갈리시는 분들을 위해 하버드대학교의 건강 블로그에 나온 분류 표를 가져와봤습니다. 표를 보시면, 가공 식품과 초가공 식품의 차이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전체 식사 중 초가공 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에 대한 연구도 나라별로 진행 중입니다. 한식을 토대로 개발한 한국형 NOVA 분류체계에 따라 한국인의 식사를 분석한 연구도 있습니다. 식품안전정보원이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19세~64세 성인 4,152명을 초가공 식품 섭취량에 따라 네 개 그룹을 나누어 비교해 봤습니다. 초가공 식품을 가장 적게 섭취하는 그룹에선 초가공 식품을 통해 섭취한 열량 비율이 7.1%에 불과했지만, 가장 섭취량이 많은 그룹의 경우 전체 열량의 58.3%를 초가공 식품을 통해 섭취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4명 중 1명은 전체 열량의 절반 이상을 초가공 식품을 통해 얻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초가공 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열량과 포화지방 섭취량이 증가했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식이섬유 섭취량은 감소했습니다. 미국 연구에서는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초가공 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이들은 미국 NIH 임상 센터에 4주 동안 머물며, 무작위로 나뉘어 첫 2주 동안 초가공 식품으로 이뤄진 식단 또는 미가공 식품으로 구성된 식단을 제공받고, 마지막 2주 간은 반대되는 식단을 제공받았습니다. 두 그룹으로 나뉜 피험자들은 칼로리나 영양소 등이 똑같게 준비된 음식을 먹되, 양은 원하는 만큼 먹었습니다. 초가공 식단을 먹는 동안 에너지 섭취가 더 많았고, 몸무게 변화는 에너지 섭취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초가공 식단을 먹는 동안 참가자들의 몸무게는 0.6~1.2kg 늘어난 반면, 가공되지 않은 식품을 먹은 기간 참가자들의 몸무게는 0.6~1.2kg 줄었습니다. 연구팀은 초가공 식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과체중이나 비만을 해소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합니다. (아래 표를 보면, 2주 동안 몸무게가 어떻게 변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초가공 식품이 과식과 비만을 촉진할 위험이 있고, 식습관이나 식욕을 해치고, 각종 질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 인과관계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또 NOVA 분류 체계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너무 부정확하고 불완전하다는 지적도 있고, 집에서 직접 조리한 식사에 대한 환상 같은 걸 심어준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실제로 초가공 식품의 정의는 애매모호한 면이 있어서 연구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연구가 일관되게 지적하는 건 여러 다이어트 방식에서 공통적으로 조언하는 게 바로 ‘초가공 식품을 피하라’는 메시지라는 겁니다. NOVA 분류 체계를 만든 Monteiro 교수는 심지어 ‘초가공 식품은 진짜 음식이 아니다(Ultra-processed foods are not ‘real food’)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초가공 식품을 안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식비 부담이 나날이 커지고,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초가공 식품을 절대 먹지 말라고 하면 스트레스만 늘 겁니다. 초가공 식품의 장점도 분명합니다.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대체로 맛이 좋고, 조리하기도 수월합니다. 사서 나르기도 편안하고요. 이런 걸 잘 알면서도 이 칼럼을 쓴 건 최소 가공 식품과 가공 식품, 초가공 식품의 차이에 대해 정확히 알고 가끔씩은 우리가 먹은 식품 간 균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막연히 통조림은 몸에 안 좋다고 거부하거나 과당도 많이 섭취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과일은 적게 먹으면서, 달콤한 케이크나 쿠키,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초가공 식품을 더 많이 먹고 있지는 않은지. 유기농 식품 판매점에서 샀다는 이유로 냉동 너겟도 건강에 이로울 거라 생각하진 않았는지. 하루 종일 햄버거, 핫도그, 냉동식품만으로 끼니를 때우지 않았는지. 한두 끼는 건강하게 먹고 있는지. 어제 당신의 식단은, 선택은 어땠나요. ▶ 참고 자료 1. Ultra-processed foods, diet quality, and health using the NOVA classification system 2. HARVARD HEALTH BLOG What are ultra-processed foods and are they bad for our health? 3. Ultra-Processed Diets Cause Excess Calorie Intake and Weight Gain: An Inpatient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Ad Libitum Food Intake 4. The NOVA classification system: A critical perspective in food science 5. Ultra-processed foods: what they are and how to identify them 6. 한국형 NOVA 식품분류체계의 개발 및 한국 성인의 초가공식품 섭취량 추정: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7. <2021 가공식품 소비자태도조사 기초분석 보고서>
1월 30일부터 대부분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바뀌었습니다. 2020년 10월 13일 이후 2년 3개월여 만의 일입니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폐지,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에 이어 일상 회복으로 가는 또 하나의 분기점인데, 분위기는 예상보다 담담합니다. 어제, 오늘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곳에서도 마스크 벗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고, 이들마저도 "마스크 벗어도 된다고 해서 벗었더니, 나만 빼고 다 썼더라", "왠지 민망하다"는 반응입니다. 왜 안 벗을까? 마스크 계속 쓰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함께 사는 가족이 고위험군이라 가족을 위해 쓰기도 하고, 아직 코로나에 확진되지 않았던 사람들은 불안해서 씁니다. 마스크 쓰면 따뜻하다는 사람, 남들이 다 쓰니까 쓴다는 사람도 있고요. 아직 완전히 벗은 게 아니라, 마스크는 가지고 다녀야 하고, 그래서 그냥 들고 다니느니 계속 쓴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의료기관이나 약국, 감염 취약 시설뿐 아니라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됐고, 또 착용이 의무가 아닌 곳이라도 좁은 공간에 사람이 밀집돼 충분한 거리를 두기 어려운, 이른바 '3밀 환경'에서는 자율적으로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에, 당분간 마스크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건 맞습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엔데믹으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보건당국의 마스크 지침에 예외가 너무 많고 복잡해서 그냥 쭉 쓰는 게 속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스크 지침이 어떻기에 그렇게 헷갈린다고 하는 걸까요?
요즘 장염을 앓아 고생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생굴 같은 해산물을 먹었다는 사람도 있고, 날 음식을 먹은 적이 없는데 장염에 걸렸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장염 환자가 느니, 지난해 12월 23일 질병청이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이 한 달 새 2배 늘었다며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구토와 설사 증세로 감염되면 정말 괴롭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은 아니다 보니, 보도자료의 핵심은 예방법입니다. 제목도 예방 수칙 준수하라는 것이고요. 예방 수칙을 살펴보면, 대부분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들입니다. 손 씻기, 음식물 충분히 익혀 먹기, 위생적으로 조리하기, 환자와 공간 구분해 생활하도록 권고 등인데 마지막 수칙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배변 후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기’입니다. 이 보도자료가 나올 무렵, 변기 물을 내릴 때 얼마나 많은 작은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는지 보여주는 해외 실험 결과가 보도됐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 마지막 수칙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출처 : 질병관리청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라는 건 꼭 노로바이러스 예방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공중위생 측면에서 봤을 때도 권장할 만한 내용인 데다, 감염병 예방 수칙은 대부분 교과서적인 내용이라 보도자료 내용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보도자료를 볼 때처럼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지 않았던 사실을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합니다. 이 내용은 SBS 낮 뉴스에 몇 차례 나갔고, 8시 뉴스에는 단신으로 보도됐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국내 주요 대학에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한 교수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예방법에 왜 그런 황당한 내용을 넣었냐며, 노로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하면 화장실을 분리해서 쓰는 게 원칙이며 변기 뚜껑 덮는 걸로는 사실상 예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로바이러스가 워낙 전파력이 강해서 바이러스가 단 10개만 있어도 감염 가능한데 감염된 환자는 엄청나게 많은 바이러스를 흘리기 때문에 변기를 같이 쓰면 감염될 위험이 매우 크다는 겁니다. 의대생들에게 노로바이러스에 대해 확실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좋은 학습 자료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허허 웃는 교수에게 질병청 핑계를 대면서도 참 부끄러웠습니다. 질병청이 제시한 예방 수칙을 다시 살펴보면, 환자 접촉 환경, 사용한 물건 등에 대해 염소 소독을 하라는 내용과 함께 구체적으로 가정용 락스 희석액(1,000~5,000ppm)을 이용하라고 수치까지 제시됩니다. 변기 역시 환자가 사용한 물건에 해당하니 소독해서 써야 하는데 매번 소독하기는 어려우니 공간을 분리하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이 맞겠죠. 변기 뚜껑 내리는 것만으로는 예방할 수 없으니 부적절한 권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로바이러스, 확실한 예방법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는 노로바이러스 예방법을 어떻게 안내하는지 혹시 변기 뚜껑 관련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살펴봤으나 역시 이 같은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질병청 보도자료엔 없고, CDC 홈페이지에는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Hand sanitizer does not work well against norovirus.’ 손 소독제는 노로바이러스 제거에 충분히 효과적이지 않으니, 비누를 이용해 물로 씻으라는 권고입니다.(CDC 지침을 비롯해, 이 글에서 말하는 손소독제는 알코올 성분이 60~70%대인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세정제를 뜻합니다.) CDC는 노로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비누와 따뜻한 물로 2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하며 손 소독제를 추가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손 소독제가 비누로 손 씻는 걸 대체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노로바이러스와 항생제 내성균 이슈로 자주 등장하는 박테리아인 C.디피실, 기생충의 일종인 크립토스포리디움, 이 세 가지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씻어야 제거할 수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8년 NIH 연구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는 환자의 변을 통해 배출될 때 여러 개의 바이러스가 클러스터를 이룬 채 지질막으로 싸여서 일반적인 손 소독제로는 제거되기 어렵고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아래 이미지 속 작은 클러스터 참조) 출처 : NIH 질병청은 자료에서 손 씻기를 충분히 강조했으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손 세정제에 너무나 익숙해졌다는 게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손 세정제를 제대로만 사용하면 모든 바이러스나 세균을 제거할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됐고요. 식사하러 가서도 손 씻지 않고 세정제만 사용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식당에서 조리하는 분들도 그렇게 믿고 있을 위험이 큰 만큼 우리 질병청도 왜 노로바이러스를 예방하려면 손을 씻어야 하는지, 손 소독제 사용은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써야 하는지 설명해줘야 합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는 만큼 보건당국의 친절한 설명과 전문성에 대한 기대치도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더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어요! ▶ 함께 보면 좋은 참고문헌 1. 겨울철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한달 새 2배 이상 증가, 예방수칙 준수 당부 2. Preventing Norovirus 3. NIH researchers discover highly infectious vehicle for transmission of viruses among humans. 4. Norovirus, Clin Microbiol Rev. 2015 Jan; 28(1): 134–164.
동물과 사람 사이를 오가는 인수공통감염병들 2019년 12월 ‘코로나19’가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상에 존재를 드러내고, 그로부터 석 달 만에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자 이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습니다.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바이러스가 왕관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소소한 내용에서부터, 인수공통 감염병이라는 조금 생소한 단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동물과 사람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병원체, 예컨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을 말합니다. 흔하게는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말라리아, 진드기를 통해 감염되는 SFTS 같은 감염병도 인수공통감염병에 해당합니다. 2015년 유행했던 메르스 기억하시죠? 당시 우리 현실에 맞지 않게 ‘낙타와 밀접 접촉하지 말라’고 강조했다가 보건당국이 뭇매를 맞았는데, 메르스도 전형적인 인수공통감염병에 속합니다. 주된 숙주 중 하나가 낙타인 겁니다. AIDS, 에볼라, 엠폭스(원숭이 두창)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이고요. 인수공통감염병이 가장 위협적인 순간은 동물의 몸에 살던 병원체가 어떤 계기를 통해 사람에게 넘어왔을 때일 겁니다. 전문가들은 ‘종간 장벽을 뛰어넘었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봤듯이, (바이러스 입장에서) 변이가 성공적인 경우 이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면역이 전혀 없는 사람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질 위험이 매우 큽니다. 종간 장벽을 뛰어넘는 바이러스들이 왜 이렇게 많아졌냐는 질문에 과학자들은 이렇게 설명해왔습니다. 우리는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지난달 세계 인구가 80억을 돌파하는 등 사람 수는 계속 늘고 있고, 그 결과 야생동물의 영역은 침범당하고 파괴되고 있습니다. 사람과 동물의 접촉이 늘 수밖에 없는 환경에, 일부 지역에서는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식문화가 발달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생태계가 파괴돼 야생동물이 극한 환경에 처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바이러스에 노출된다는 겁니다. 헨드라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오기까지 헨드라 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출처 :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 CSIRO) ‘헨드라’라는 조금 낯선 바이러스를 살펴볼까요. 이 바이러스는 1994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첫 희생양은 은퇴한 경주마였습니다. 이어 다른 말들이 추가적으로 감염돼 7마리가 몰살했고, 조련사에게도 심한 독감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조련사는 병원에서 치료받았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조련사를 도왔던 마부는 감염됐지만 이겨냈고, 수의사는 증상이 없었습니다. 과학자들이 새로운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그 정체를 파악하고 ‘날여우박쥐’가 숙주라는 걸 알아내기까지는 2년 정도 걸렸습니다. 함께 노출돼 잇따라 감염된 2명 중 1명이 숨질 만큼 치명적인 바이러스지만, 헨드라로 인한 감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사람에게 위협적이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왜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대체 어떤 경우에 바이러스가 말이나 사람에게 전파되고, 어떤 조건일 때는 전파되지 않는가는 한동안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었습니다. 지난달 <Nature Briefing>에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최근 연구가 실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쥐가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극한 환경에 놓였을 때, 사람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릴 위험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호주 공동연구팀은 1996년부터 2020년까지 날여우박쥐의 보금자리 위치와 먹을거리, 기후, 서식지 손실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과거에 날여우박쥐는 꿀을 찾아 무리 지어 숲에서 숲으로 이동했는데, 점차 도시와 농촌 근처에 작은 무리로 나뉘어 정착하면서 말이나 사람과의 접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컨대 호주 동부에서 날여우박쥐가 겨울을 나던 서식지가 줄어들자, 음식을 구하기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은 박쥐가 기존의 월동지를 벗어나 도시 가까운 쪽으로 이동하는 식입니다. 엘니뇨 현상으로 식량이 부족할 때도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더 작은 무리로 나뉘어 무리의 수는 많아지고, 말과 사람 가까이에 왔다는 겁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세 배로 늘어, 2020년 무렵엔 320개 무리가 확인됐습니다. 헨드라바이러스 그래프 (출처 : Ecological conditions predict the intensity of Hendra virus excretion over space and time from bat reservoir hosts) - X축 : 주(week) - Y축 : 헨드라 바이러스 양성인 박쥐 배설물 웅덩이 비율 - 베이지색 : 기존 서식지 - 회색 : 새로운 월동지 - (a) : 전년도 식량 부족 없음 - (b) : 전년도 식량 부족 공동연구팀은 기간을 좁혀,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2011년 7월부터 2014년 7월 사이 날여우박쥐 서식지 아홉 곳에서 수집한 박쥐 배설물에서 검출된 헨드라 바이러스 데이터 등을 분석했습니다. 날여우박쥐는 새로운 서식지에서 겨울 동안 바이러스를 배출합니다. 그리고 전년도에 식량이 부족했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프 참조) 그럼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몇 년 뒤 헨드라 바이러스 노출이 많아지는 걸까? 반드시 그런 것은 또 아닙니다. 연구팀은 2018년 엘니뇨가 발생해 다음 해인 2019년 가뭄이 심했는데도, 2020년 헨드라 바이러스 감염이 단 한 건에 그친 것에 주목했습니다. 분석해보니, 2020년에 짐피라는 지역의 붉은 고무나무 숲이 꽃을 피워 날여우박쥐 24만 마리를 끌어들인 덕분이었습니다. 박쥐들이 꿀을 찾아 이 숲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말과 사람으로부터 멀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연구팀은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겨울에 꽃을 피우던 박쥐의 서식지를 복원해 헨드라 바이러스로부터 말과 사람을 지키자고 제안했습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 따르면,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의 60%는 가축이나 야생동물에서 유래하고, 신종 감염병의 75%는 동물에서 기원합니다. 신종 감염병을 제대로 알고 대응하는 게 중요한 겁니다. 헨드라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덕분에, 특정 바이러스의 숙주와 그 숙주의 행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변화하는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 병원체의 분포를 예측하고 감염병을 어느 정도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계속 연구하다 보면 우리가 어떻게 노출되고, 어떤 경우에 위험이 커지는지 알게 되겠죠? ► 함께 보면 좋은 참고자료들 1. 책 :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저자: 데이비드 콰먼, 출판사: 꿈꿀자유) 2. https://www.woah.org/en/what-we-do/global-initiatives/one-health/ 3. Ecological conditions predict the intensity of Hendra virus excretion over space and time from bat reservoir hosts. 4. Nature Briefing ‘Why do bat viruses keep infecting people?’
층을 넘나든 오미크론 감염, 어떻게? 오미크론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난해 12월 말, 타이완 북부의 코로나19 격리 호텔에서 타이완의 첫 번째 오미크론 집단 감염이 발생했습니다. 중국 심천에서 온 이 환자를 A라고 부르겠습니다. 28일 611호에 머물던 A가 확진되자, 타이완 보건당국은 5, 6층에 격리 중이었던 투숙객 전체를 대상으로 PCR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다음날인 29일 B와 C만 양성 판정을 받았고, 그 외에는 모두 음성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이면, 프랑스에서는 하루 확진자가 20만 명을 넘어가던 시점이고,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몇몇 나라는 다시 봉쇄 조치하던 때입니다. 미국 역시 확진자가 50만 명을 넘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무렵 코로나19 격리 호텔에서 오미크론 환자가 세 명 나왔다는 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만, 여기에 몇 가지 ‘팩트’를 더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당시는 타이완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오미크론이 유행하기 전이었습니다. 그리고 A와 B, C 세 확진자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해보니 거의 유사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와 비슷했고, 바이러스 부하 검사에서도 B가 제일 먼저 감염됐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연구팀은 미국 뉴욕에서 온 B가 첫 번째 환자였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종합하면 B에서 시작돼 A와 C가 감염된, 타이완 내 첫 오미크론 클러스터라는 겁니다. 격리 호텔 미스터리 추적해보니... 이들이 머물렀던 방에 주목해봅시다. 방이 어떻게 배치됐는지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복도를 공유하지 않아 격리 호텔로 사용하기 좋아 보이는 독특한 구조로, 세 확진자가 머물던 각각의 방은 붙어있지도 않고, 심지어 5층과 6층 두 개 층으로 나뉘어있습니다. B가 머물렀던 510호와 C가 투숙한 503호 사이에는 511호가 있고, 510호와 첫 확진자의 방 611호 사이에는 천장과 610호가 있습니다. 출처 : Probable Aerosol Transmission of SARS-CoV-2 through Floors and Walls of Quarantine Hotel, Taiwan, 2021 연구팀 현장 조사에서 확인된 건,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각 방이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건물의 구조적인 결함 때문이었습니다. 예컨대 610호 아래층인 510호 화장실 천장에서 끊어진 파이프가 발견됐고, 610호와 611호를 연결할 수 있는 천장 위 터널도 발견됐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천장 위 파이프나 전선 주변에 틈이 있거나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호텔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는 510호에서 방출된 에탄올이 610호와 611호에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논문: Probable Aerosol Transmission of SARS-CoV-2 through Floors and Walls of Quarantine Hotel, Taiwan, 2021) 출처 : Probable Aerosol Transmission of SARS-CoV-2 through Floors and Walls of Quarantine Hotel, Taiwan, 2021 위의 사례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내는 저널 <Emerging Infectious Disease>에 실렸습니다. 건물의 구조적 문제에 더해 건물 외부의 신선한 공기로 교체되지 않는 내부 순환 시스템 때문에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다니는 매우 작은 침방울) 전파’가 이뤄진 걸로 추정되니, 격리 시설을 정할 때 구조물과 환기 시설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입니다. 서울 아파트에서 발생했던 '통풍구 전파' 이게 비단 격리시설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그렇지 않습니다. 2020년 국회미래연구원에서 낸 논문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 사례가 담겨 있습니다. 한 아파트 같은 라인에서 다섯 세대, 붙어있는 바로 옆 라인에서 두 세대, 총 10명이 확진된 사례입니다. 1988년에 지어진 이 아파트에서 같은 라인의 가구들은 각각의 화장실에서 연결되는 수직 구조의 통풍구를 공유합니다. 연구팀은 이 통풍구를 통한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한 확진자가 집 안에서 배출한 침방울 속 바이러스가 통풍구를 타고 윗집, 아랫집으로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에어로졸 전파가 주된 감염 경로로 인정받기 전이어서, 이 사례는 그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하나의 사례로 주목받았습니다. (논문: Possible aerosol transmission of COVID-19 associated with an outbreak in an apartment in Seoul, South Korea, 2020) 출처 : Possible aerosol transmission of COVID-19 associated with an outbreak in an apartment in Seoul, South Korea, 2020 병원 창문 열었더니.. 사망률 급감 에어로졸 전파 위험을 낮출 수 있는 환기의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도 많습니다. 스코틀랜드의 병원 세 곳에서 영국 정부의 ‘open window(창문 열기)’ 정책에 따라 자연 환기를 했더니, 그 전 넉 달 간 40차례 발생한 집단 감염이 창문 열기 후 두 달간 3차례로 줄었습니다. 또 창문 열기 후 병원 내 코로나19 사망률이 급감했습니다. 물론 ‘창문 열기’ 이전에 전국적인 봉쇄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에 단순히 환기만으로 이런 변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 없지만, 연구팀은 효율적인 자연 환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결론지었습니다.(논문: Why the WHO took two years to say COVID is airborne(Nature news feature)) 코로나 발생 초기,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밀접한 접촉에 의해 전파된다고 믿고, 소독과 2m 거리 두기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을 씻고 소독하고, 표면을 닦고, 얼굴을 만지지 않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식당이나 은행 등에서 여전히 볼 수 있는 아크릴 가림막 같은 것입니다. 코로나19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졌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가 처음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2021년 12월에야 처음으로 ‘airborne transmiss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코로나19의 공기 전파를 공식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공기 전파에 대항할 ‘환기’ 같은 효과적인 수단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습니다. 2년 사이 코로나, 그리고 퍽퍽한 방역 조치에 모두 지쳐있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하루 최소 3회, 10분 이상 창을 열자 7차 유행이 이미 진행 중인 가운데, 코로나와 안전하게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건강한 습관이 바로 환기입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곳이 바로 집이고요. 기계 환기가 가능한 일부 신축 아파트가 아닌 이상, 집에 머물 때 창을 열어 자연 환기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르면, 어디서든 하루 최소 3회, 10분 이상, 문과 창문을 열어 맞통풍이 되도록 자연 환기하고, 냉난방 중에도 주기적으로 환기해야 합니다. 기계 환기 설비가 없는 경우, 선풍기나 환기팬 같은 걸 이용해 내부 공기를 외부로 배출해야 합니다. 이건 기본이고, 시설 유형에 따라 추가적인 지침이 있습니다. 아파트 같은 공간에서는 다음 수칙도 참고해야 합니다. 공동주택 및 아파트의 코로나19 환기 지침, 질병관리청 겨울철 날씨 추워지고 찬바람 들어오면 환기를 더 안 하게 될 겁니다.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출입문과 창문을 항상 열어둬야 하는데, 지금보다도 더 잘 지켜지지 않을 겁니다. 기계 환기도 제대로 충분히 하면 매우 효과적이지만, 외국의 예를 보면 에너지 위기가 있을 때마다 건물의 환기율이 낮아진다고 합니다. 기계 환기에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죠. 올겨울 건강하게 나기 위해 집에서는 창문 자주 열고, 영업장에서도 애쓰고 가림막만 닦기보다는 출입문과 창문을 자주 열고 기계 환기 잘 되고 있나 살펴보면 어떨까요. ► 참고 문헌 1. Probable Aerosol Transmission of SARS-CoV-2 through Floors and Walls of Quarantine Hotel, Taiwan, 2021 2. Possible aerosol transmission of COVID-19 associated with an outbreak in an apartment in Seoul, South Korea, 2020 3. Why the WHO took two years to say COVID is airborne(Nature news feature) 4. Healthcare-acquired clusters of COVID-19 across multiple wards in a Scottish health board 5. 코로나19 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