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에서만 10년째 취재하고 있는 '서초동 NPC' 임찬종 기자입니다. 특정 진영에 노골적으로 봉사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가치와 원칙에 충실한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초동 NPC 임찬종입니다. 요즘 학폭이 한창 이슈가 되고 있죠. 드라마 〈더 글로리〉가 워낙 인기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도 〈더 글로리〉 PD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고요,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 때문에 임명 하루 만에 물러나기도 했죠. 유명 운동 유튜버도 음주 운전에 학교폭력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을 하루아침에 폐쇄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런 학폭 사건을 폭로한 피해자가 오히려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다들 들어보셨죠? 사실 이건 학교 폭력뿐만이 아니라 자기가 당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피해자나, 군대 가혹행위 피해자, 심지어 양육비 안 주는 부모들을 고발한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문제인데요. 바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느 범위까지는 처벌이 되고 어느 범위부터는 처벌이 안 되고, 이런 기준이 분명히 있을 텐데, 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분이 드물죠. 그래서 최대한 분명하고 자세하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무엇이고, 그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문제는 또 무엇인지 설명을 해 드리려고 합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형법 제307조 제1항에 규정돼 있습니다. 형법 제 307조, 명예훼손에 대한 조항인데요, 1항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는 조항입니다. 여기서 "공연(公然)히"라는 말이 좀 어색하실 텐데요, '남들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이라는 뜻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사실을 드러내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는 처벌한다는 이야기죠.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명예훼손인가 아닌가 그러면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죠. 아니, 뉴스에서는 맨날 무슨 '재벌 회장이 정치인에게 뇌물을 줬다.', '정치인이 직권을 남용했다.', '유명인이 마약을 했다.' 이런 기사가 매일 같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건 전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거죠. 뇌물을 줬고, 권한을 남용했고, 마약을 했고, 이게 다 사실인데, 이렇게 사실을 얘기해서 당사자의 명예를 떨어뜨린 거니까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 말이 맞습니다. 언론 기사의 절반 이상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기사를 쓰는 기자들 대부분은 아무런 처벌을 안 받잖아요. 그 이유가 뭘까요? 바로 '위법성 조각 사유'라는 조항이 별도로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인가를 '부정한다', 무엇인가를 '없앤다', 이런 걸 "조각(阻却)"이라고 합니다. 위법성을 없애주는 조건, 즉 어떤 법 조항을 위반했더라도 위법하지 않다고 보고 처벌하지 않는 조건을 규정한 것이 위법성 조각 사유입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했더라도 이런 위법성 조각 사유, 이런 조건에 해당하면 처벌을 안 하는 거예요. 그러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 사유는 무엇이냐? 형법 310조에 규정이 돼있습니다.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아까 307조 1항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라고 설명을 드렸죠. 그러니까 이 307조 1항에 해당이 돼서, 공개적으로 사실을 적시해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진실일 것', 그리고 '공공의 이익에 대한 것' 이렇게 두 가지 조건이 있으면 사실을 적시해서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처벌을 안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뉴스에서 매일매일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저질러져도 처벌이 안 되는 이유가 설명이 되죠. 최소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경우, (그리고) 이것이 공공의 이익에 대한 것일 경우에는 처벌을 안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이 조건 두 가지 중에 '진실' 조건은 비교적 괜찮아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는 비교적 분명하게 구분이 되니까요. 그런데 두 번째 조건, '공공의 이익'이라는 것이 참 애매합니다. 학교폭력 사건을 예로 들어보죠. 얼마 전까지 큰 이슈였던 사건,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아들의 학폭 논란을 누군가 폭로한 행위는 당연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이 안 될 겁니다.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을 검증한다는 명확한 공공의 이익에 대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처벌을 안 하는 거죠. '배드 파더스'의 폭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건가 아닌가 그런데 세상에는 이렇게 명확한 경우만 있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상대가 유명 유튜버라고 해 보죠. 유명 유튜버도 유명한 사람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 사람의 과거 잘못을 폭로하는 것이 과연 분명하게 공공의 이익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상당히 애매한 영역입니다. 더 나아가서 전혀 유명하지도 않고, 어떤 기준으로 봐도 공인은 아닌, 어떤 회사의 간부가 부하 직원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를 상정해 보면,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행위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물론 성폭력을 저지른 일은 당연히 나쁜 짓이지만 공인으로 볼 수 없는 사람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행위는 그 폭로가 진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아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되고,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 사유 조항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자체가 악법이고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거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공공의 이익이라는 위법성 조각 사유의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진실을 폭로하려는 사람들을 굉장히 위축시킨다는 거예요. 무엇인가 사실을 폭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사람도 내가 폭로하려는 게 공공의 이익에 해당되는지 안 되는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담이 돼서 폭로를 못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걸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는데요. 바로 〈배드 파더스〉라는 사이트입니다. 이 〈배드 파더스〉란 사이트가 뭘 하는 곳이었냐면 법적으로 양육비를 줄 의무가 있는데도 양육비를 안 주고 있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했던 사이트예요. 누가 봐도 비판을 받아 마땅한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사이트죠. 그런데 공개적으로 사실을 적시해서 양육비를 안 주고 있는 부모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배드 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라는 분이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가 됐어요. 1심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느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양육비 지급 안 하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한 건 형법 307조 1항 위반은 맞지만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을 받는 부모가 다수 있다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무죄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2심에서 (유죄를 선고하는) 반전이 있었어요. "(신상) 공개 범위가 과도하고 공공의 이익에 필요한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리는 것이 (2심) '유죄' 판결 사유였어요. 아직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서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지만 이 경우만 봐도 공공의 이익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애매한 것인지 잘 알 수가 있죠. 심지어 1심 재판부랑 2심 재판부도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인데 어떻게 〈배드 파더스〉 운영자가 폭로를 하기 전에 '내가 이제 폭로를 하려는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해당되니 절대 처벌받을 리가 없겠다.'라고 확신을 가질 수가 있겠어요. 이런 점 때문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자체가 아예 없는 나라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없고, (따라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으면 민사 손해배상으로 처리를 하죠. 영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원래부터 없었고요, 2010년부터는 아예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쪽으로 법을 개정했습니다. UN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도 지난 2011년 우리나라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고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왜 존재할까 자, 그러면 이렇게 문제가 많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 걸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춰보면 아직까지는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죠. A라는 사람이 동성애자인데 그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있었다고 해 보죠. 그런데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어떤 사람이 A라는 사람은 동성애자라고 커뮤니티 게시판에 폭로를 해 버린 겁니다. 이른바 '아웃팅'을 해 버린 겁니다. 자, A라는 사람이 동성애자라는 건 진실된 사실이죠. 그런데 A가 설사 공적인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A의 성 정체성은 사생활이지 공적인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만약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없으면 A의 성 정체성을 폭로해 버리는 이런 행위를 처벌할 수가 없는 거죠. 꼭 성 정체성 문제뿐만이 아니고요, 본인이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적 사안을 누군가 폭로해 버리는 경우에 대해서라면 전부 해당이 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없는, 예를 들어서 미국 같은 나라는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할까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런 일을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아요. 하지만 민사적으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제도가 있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손해배상을 딱 그 사람이 실제로 손해를 입은 정도만 계산해서 딱 그 정도만 배상을 해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같이 징벌적 손해배상이 있는 나라에서는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에는 피해자가 실제로 받은 손해보다 훨씬 더 큰 액수를 배상하도록 합니다. 이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입니다. 아까 말했던 동성애자 아웃팅 케이스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짓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 민사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받을 수 있는 돈이 정말 많이 받아도 몇 천만 원 정도일 거예요.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는 나라에서는 실제로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피해가 수천만 원 정도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이면 그 몇 배, 경우에 따라서는 몇십 배를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없어도 나쁜 의도를 가진 폭로자에게 충분히 큰 불이익을 줄 수가 있는 겁니다. 바로 이런 점을 감안해서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지난 2021년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합헌'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겁니다. 물론 재판관 9명 중 '합헌' 의견이 5명이었고 '위헌' 의견이 4명이었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판단이긴 했습니다. 자, 그럼 정리를 해 보죠. 학교폭력 사건, 성폭력 사건, 가혹행위 사건. 이런 사회적 부조리를 고발하는 데 있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걸림돌이 되는 건 분명합니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라면 처벌을 안 한다는 조항이 별도로 있긴 하지만 공공의 이익이 뭔지는 판사마다 생각이 다를 정도로 애매한 사안이라 이 조항만 가지고 표현의 자유 위축을 충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이 없는 우리나라의 민사재판 현실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없을 경우 나쁜 의도를 가지고 다른 사람이 숨기고 싶어 하는 사실을 폭로하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도 지난 2021년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필요하다고, '합헌'이라고 판단했고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이대로는 안 된다 그러면 대안은 뭘까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는 하되, 사생활에 대한 폭로의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하도록 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요. 사생활만 처벌한다고 하면 또 어디까지가 사생활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아예 형사처벌 조항은 전부 없애버리고, 다만 사생활에 대한 폭로 등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민사에서 선고할 수 있도록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개정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법률전문가들도 아직까지는 헌재에서 합헌 판단이 나오고 있지만 시간이 더 흐르면 예전에 간통죄가 그랬듯이 결국에는 위헌 판단이 나오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폐지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 법이 없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잘 설계하는 것이겠죠. 바로 이런 일을 하라고 국회의원을 뽑는 것인데, 무려 4년 전에 위헌 판단이 나온 낙태죄에 대한 후속 입법 작업도 안 하고 있는 우리 국회의원들이 잘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지난달 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2022년 12월 1일 기자들을 만나서 “상호주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에 대해서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는 상식적인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외국인 투표권이 뜨거운 이유… ‘중국 문제’이기 때문 이에 관한 여론이 뜨거운 것은 ‘중국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영주권을 획득한 지 3년이 지난 외국 국적자들은 지방선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 12만 6,668명 중 78.9%인 약 10만 명(9만 9,969명)이 중국인이다. [2022년 3월 기준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 지난 2020년에 이 문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투표권 박탈’이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형태로 공론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중국인 문제’가 뜨거운 이유가 또 있다. 지난 정부 지지자와 현 정부 지지자 사이에 극명하게 입장이 갈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국적자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박탈해 달라는 2020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강정수 / 당시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2020년 4월, 청와대 국민청원 유튜브 채널) “지역주민으로서 지역사회의 기초적인 정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보편성을 구현하려는 취지입니다. 뉴질랜드나 헝가리 등도 영주권자에 대한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은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선거권뿐 아니라 피선거권까지 부여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중국인 투표권’ 문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고, 한동훈 장관으로 대표되는 윤석열 정부는 ‘중국인 투표권’ 문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 문제가 지난 정부 지지층과 현 정부 지지층 사이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동훈이 내놓은 해결책에 문재인 정부도 공감?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의 지방선거 투표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동훈 장관이 언급한 것과 똑같은 해결책을 공식적으로 추진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줄 때 불거지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에 실제로 거주하지도 않는 외국인이 투표를 하는 경우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장관도 지난달 1일 “(우리나라) 영주권을 일단 따면 한국에서 생활하지 않고 자국으로 돌아가서 생활하더라도 우리 지방선거에 투표권을 가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 영주권의 유지 요건에 한국 의무 거주 기간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한동훈 장관이 했던 말의 요지는 이러하다. 1)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상호주의에 맞지 않다. 2) 일부 국가에서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외국인이 영주권을 획득한 이후 실제로 자기 나라에서 일정 기간 거주했는지를 따지는 절차가 있다. 따라서, 실제로 그 나라에 상당 기간 거주했거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외국인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3) 그런데 우리나라는 영주권을 일단 획득하면 의무 거주 기간을 채워야 하는 요건이 없기 때문에, 영주군 획득 후 3년만 지나면 우리나라에 실제로 거주하는지와 관계없이 지방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4) 따라서 법무부는 (외국인 투표권 문제 해결 등을 위해서) 우리나라 영주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주권 획득 후 일정 기간을 의무적으로 국내에 거주해야 하는 요건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에도 법무부는 한동훈 장관이 해결책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동일한 정책을 추진한 적이 있다. 2019년 4월 17일에 발표한 “법무부, 영주권 제도 개선 추진- 제도 시행 17주년, 국내 거주기간 요건 도입 검토 -”라는 보도자료에서 외국인 영주권자들에 대해 국내 의무 거주기간 요건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2019년 4월 법무부 보도자료 당시 법무부는 “현행 제도상 영주권 취득 후 사실상 해외에 거주하면서 지방선거 직전 귀국하여 제한 없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라며 “선진 외국처럼 영주권자가 자격 유지를 위해 국내에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거주하도록 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명시한 것이다. 결국, 외국인 영주권자가 실제로 국내에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지방선거 투표권을 행사하는 문제점에 대해 2019년의 문재인 정부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고, 지금 윤석열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과 같은 해결책을 추진했던 셈이다. 그렇다면 2019년에 실제로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 행사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가 왜 2020년에는 중국인 투표권 발탁 청원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혔던 것일까? '비거주 외국인 투표' 개선에 의견 일치했던 두 정부 정확히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2020년 4월에 반대하는 것은 우리나라 영주권을 가진 중국 국적자들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상호주의에 입각해 아예 박탈하자는 청원이었다. 외국 국적을 가진 영주권자 중 실제로 우리나라에 거주하지 않은 사람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주장에 대한 반대는 아니었던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중국인 투표권 박탈' 청원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과 우리나라에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외국 국적 영주권자들의 투표권을 없애려는 정책을 추진한 것이 직접적으로 모순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한동훈 장관이 우선적으로 언급한 해결책 역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외국인 영주권자들에 대한 의무 거주 기간 요건 부여'라는 점이다. 물론 한동훈 장관이 언급한 '상호주의 문제'는 우리나라에 실제로 거주하는 외국 국적 영주권자들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정된다고 해도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외국인 투표권 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인들인데, 실제로 중국에서는 외국 국적 영주권자들에게도 투표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상호주의 위배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하지만 한동훈 장관이 외국인 투표권 행사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문제로 제시하고, 제도 개선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문제인 '실제로 우리나라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 국적 영주권자들이 투표를 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셈이다. 비정파적 이슈의 정파화…이익 얻는 사람들은 누구?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모든 공적인 이슈를 진영 사이 대립 구도에 집어넣은 후 정치적 공방을 펼치는 게임의 일부로 소비하는 경향이 대단히 강해졌다. 진영 갈등이 선명해질수록 노출 빈도가 올라가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미디어 환경의 탓도 크다. 차분히 따져보면 충분히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정책적 이슈까지도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서, 그리고 서로 상대방을 때릴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지에 따라서, 불필요하게 정치화해서 공방을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국인 투표권 문제 역시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고,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 가깝게 지내려고 한다는 구도 속에서, 한동훈 장관의 주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반대했었다는 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인 투표권을 허용할지 말지의 문제 자체를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이슈로 선거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추진되고 있는 정책을 살펴보면 외국인 영주권자의 투표권 이슈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합의하고 있는 지점이 오히려 도드라진다. 정치적 갈등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 계급, 세대 별로 의견이 다른 문제를 정확하게 드러내고 논쟁을 펼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정파적이지 않은 문제까지도 모조리 정파적 이슈로 둔갑시켜 갈등 증폭시킬 때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사회에 어떤 피해가 오는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인 투표권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뇌물죄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돈 있는 사람이 권력을 가진 이에게 돈이 들어있는 쇼핑백이나 상자를 건네는 장면을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뇌물죄는 이런 모습이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돈이 오가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 돈을 개인적으로 챙기지 않고, 심지어 건너간 돈이 가치 있는 일에 사용되더라도 처벌을 받는 뇌물죄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벌을 받았던 혐의, 그리고 지금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적용하고 있는 혐의, '제3자 뇌물죄'다. 개인적으로 챙긴 돈이 없으니 '뇌물죄' 아니다? 제3자 뇌물죄는 형법 제130조에 규정되어 있다. 형법 제130조(제삼자뇌물제공)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무슨 뜻일까? 일반적인 뇌물죄는 공무원 측에 직접 뇌물이 건네진다. 그래서 직접뇌물죄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제3자가 돈을 받는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인이 B라는 공무원에게 인허가를 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할 때, 돈을 공무원 대신 공무원이 지정하는 '제3자'인 C에게 주는 것이다. 이런 구도에 대해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대목이 있다. '제3자'를 공무원과 이해관계나 친분관계를 가진 '측근'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공무원이 직접 돈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친구나 가족, 또는 부하 직원 등 '측근'을 통해 뇌물을 받는 행위를 제3자 뇌물이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대변인인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했던 말이 이런 오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 / 2022년 9월 13일 발언 "(기업들이 성남FC 측에 제공한) 돈의 성격을 문제 삼고 있지만, 광고 영업에 따른 비용 지불일뿐입니다. 지극히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처리가 됐습니다. 모두 성남 시민들을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혐의를 입증하려면 (기업들이 성남FC 측에 제공한) 광고비가 이 대표에게 흘러들어 갔다는 증거를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온 게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10원 한 장이라도 나온 게 있습니까?" 김의겸 의원의 발언은 성남FC 사건에서 제3자 뇌물죄가 입증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제3자인 성남FC 측에 제공한 광고비가 공무원인 이재명 대표 측으로 흘러들어 갔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제3자가 다시 공무원에게 돈을 보내주는 행위가 있어야만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제3자와 공무원 사이에 이해관계나 개인적 관계조차 있을 필요가 없다. 이상민 변호사(헬프미 법률사무소 공동대표)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공무원과 동일시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 예를 들어 배우자라든지 가족관계 이런 분들이 받을 경우 공무원이 직접 돈을 수령한 것과 같은 것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제3자 뇌물죄가 아니라 직접뇌물죄가 성립한다. 오히려 제3자가 공무원과 이해관계를 갖지 않은 경우가 더 정확하게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즉, 돈을 받은 제3자가 공무원에게 돈을 다시 보내줄 필요도 없으며, 심지어 제3자와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가깝거나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좋은 일에 돈을 써도 뇌물죄로 처벌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이런 행위를 '(제3자)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일까? 이는 사실 몇 년 전 제3자 뇌물죄로 처벌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자주 외쳤던 이야기였다. "한 푼도 (개인적으로) 받지 않은 대통령"을 처벌한 행위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요즘은 비슷한 주장을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하는 모양새다. 제3자 뇌물죄를 규정해 엄중히 처벌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무원의 직무를 사고파는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이를 '직무의 불가매수성'이라고 부른다. 자기가 가진 땅에 큰 집을 새로 짓고 싶어 하는 돈 많은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이 사람이 가진 땅은 주택 건축 허가가 나오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인맥을 동원해 건축 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만났다. 그런데 이 공무원이 "우리 시청 앞에 고아원이 있는데 여기에 1천만 원만 기부하면 건축 허가를 내주겠다."라고 하는 것이다. 공무원은 고아원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었지만, 고아원을 돕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제안을 했다. 집을 지으려는 사람은 흔쾌히 고아원에 1천만 원을 기부했고, 공무원은 직권을 행사해 건축 허가를 내줬다. 이 경우는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할까? 명확하게 성립한다. 공무원이 건축 허가라는 자신의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인 "고아원"에 금품을 공여(제공)하게 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행위를 처벌해야 하는가? 건축 허가를 받으려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이 사람으로서는 공무원에게 직접 1천만 원을 건네든, 고아원에 1천만 원을 기부하든, 어쨌든 1천만 원만 쓰면 건축 허가를 얻게 되는 셈이다. 1천만 원에 건축 허가를 사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처벌하지 않고 그냥 놔두면 어떻게 될까? 돈 있는 사람은 누구든 공무원이 지정하는 제3자에게 돈을 보내고 특혜나 이권을 사들이려고 할 것이다. 공무원의 직무나 행정 행위가 매수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제3자 뇌물죄는 바로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규정돼 있는 것이다. 공무원의 호주머니에 직접 돈이 들어오지 않고 공무원의 인허가 행위 그 자체에 하자가 없어도, 심지어 결과적으로 건너간 돈이 가치 있는 일에 사용되더라도 제3자 뇌물죄로 처벌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형사 전문 변호사인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 대표 변호사)는 "공무원의 불가매수성이라고 하는 것은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돼서 어떤 공무 행위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어떤 행위가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일이거나 관련된 공무 행위가 결과적으로 매우 적절했고 굉장히 타당한 행위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금전과 결부되는 순간 이것은 범죄가 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판례도 명확하다. 대법원은 지난 2006년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해 제3자 뇌물죄 유죄 확정 판결을 선고했다. 이 전 위원장은 SK텔레콤으로부터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해 선처해 줄 것을 부탁받고, 자신이 다니던 절에 10억 원을 시주하도록 했다. 시주를 받은 절이 이남기 전 위원장에게 직접적인 이득을 준 것은 없었다. 심지어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된 이 전 위원장의 행정 행위 자체도 재량권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록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그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라면 이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라며 제3자 뇌물죄를 인정했다. 이밖에도 이동희 전 안성시장의 경우에는 지난 2007년 골프장 인허가를 내주는 대신 기업들에게 대북지원사업 예산을 위해 시체육회에 돈을 기부하라고 했다가 제3자 뇌물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나무를 심어달라고 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 2008년에 산지 전용 허가를 내주는 대가로 시청 앞에 나무를 심어달라고 요구했던 강릉시청 공무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이재명 대표의 제3자 뇌물죄는 성립되는가 - 핵심 쟁점은 대가 관계 이런 제3자 뇌물죄의 법리를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일단 검찰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구도부터 살펴보자. 검찰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성남FC가 6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약 160억 원을 받았는데, 이 중 적어도 두산건설이 낸 55억 원, 네이버가 낸 39억 원, 차병원이 낸 33억 원은 각 기업의 인허가 문제 등과 관련된 '제3자 뇌물'이라고 보고 있다.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측이 "부정한 청탁"을 공무원이자 인허가권자였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했고, 그, 대가로 "제3자"인 성남FC 측에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제3자인 성남FC 측에서 이재명 대표 측으로 다시 건너간 돈이 있는지, 성남FC를 위해 돈을 마련한 것이 부당한 행위인지, 심지어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에 대한 인허가가 정상적 범위에서 이뤄졌는지는 제3자 뇌물죄 성립에 있어서 핵심 변수가 아니라는 사실은 위에서 이미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에게 검찰이 적용하고 있는 제3자 뇌물죄 혐의는 곧바로 성립하는 것일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성남FC 사건의 제3자 뇌물죄 성립 여부와 관련해 따져봐야 할 쟁점이 더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대가 관계'다. '부정한 청탁' 여부라고 바꿔 말해도 좋다. 기업들이 이재명 시장 측에 한 요청(청탁)과 기업들이 성남FC 측에 제공한 돈 사이에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면 '대가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고, '대가 관계'가 성립한다면 기업들의 청탁은 '부정한 청탁'이 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설사 기업들의 청탁을 들어준 당시 성남시장(이재명 대표)의 행정행위 자체가 재량권 범위 안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행위가 되어 처벌된다. 따라서 이 사건의 핵심은 기업들의 청탁(인허가 문제)과 기업들이 성남FC에 낸 돈 사이에 직접적 관련성 여부다. 검찰은 증거가 많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4년 10월 두산건설이 성남시 측에 보낸 공문을 제시하고 있다. 두산건설 사옥을 지을 수 있게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부지를 용도 변경해주면 사옥 일부를 공공시설로 제공하거나 성남FC 측에 후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공문이 전달된 후 성남시는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을 허가했고, 이후 두산건설은 성남FC에 실제로 광고비를 집행한다. 검찰은 이 공문을 두산건설이 성남FC에 보내 돈과 두산건설의 인허가 청탁 사이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이밖에 네이버와 차병원 측으로부터도 '대가 관계'를 입증하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 측은 이와 같은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된 두산건설 공문에 대해서도 앞으로 조사 과정과 (아마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박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차병원 측으로부터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도 검찰의 일방적인 (왜곡된) 주장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는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기업들이 성남FC 측에 대한 광고비 제공을 인허가 문제와 관련 없는 통상적인 광고비 지출로 인식했는지다. 이 역시 넓게 보면 기업들이 성남FC 측에 제공한 돈과 기업들의 인허가 청탁의 관련성, 즉 '대가 관계' 입증과 관련된 문제다. 대가 관계 여부를 다툴 때 청탁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가 '통상적' 행위였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경남FC나 대구FC, 강원FC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축구단도 기업들로부터 광고비를 받는다며, 성남FC 측에 대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의 광고비 집행도 통상적이고 합법적 행위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철 변호사는 "그전에도 기업들이 성남FC 측에 계속 그런 후원 행위를 해왔고, 인허가와 상관없이 후원 액수도 동일했다면 직무 행위와 관련된 대가로서 이뤄진 게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후원이 없다가 갑자기 그런 후원이 있고 나서 어떤 인허가 등 행정 행위가 이뤄졌다면 그것은 대가 관계를 증명할 만한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결국 핵심은 금전을 제공한 측에서 어떤 의사로 제공했는지이고, 금전을 공여한 자의 의도와 의사에 따라서 (대가 관계와 뇌물 여부가) 판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vs 검찰, 앞으로 몇 년은 지켜봐야 하는 국민 결론을 요약해 보자.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지지자들의 주장 중 '개인적으로 한 푼도 받지 않았으니 (제3자) 뇌물죄가 되지 않는다.'라는 주장은 틀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외쳤던 잘못된 구호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를 돈 주고 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 조항이기 때문에 공무원이 개인적 목적으로 돈을 챙겼는지, 또는 돈을 받은 제3자와 공무원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공무원의 행정 행위 자체가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와 무관하게 성립된다.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관련 제3자 뇌물 혐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돈을 챙겼느냐'가 아니라, 기업들이 성남FC 측에 보낸 돈과 기업들이 성남시 측에 청탁한 인허가 문제 사이의 '관련성', 즉 대가 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기업들이 지자체 운영 축구단에 광고비를 지출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기업들이 성남FC에 돈을 보낸 행위를 통상적 행위로 해석해 대가 관계를 부정하려는 논리고 볼 수 있다. 결국,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핵심을 단 하나로 요약하면 '대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과연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대가 관계를 입증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재명 대표 측이 경찰이 한 차례 불송치 결정했던 성남FC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강행한 것뿐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재명 대표는 조만간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아마도 이후 몇 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법정 공방을 통해 진실이 가려질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 국민은 검찰과 이재명 대표 측의 싸움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해외 도피를 끝내고 최근 귀국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계자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증거들이 잇달아 공개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정말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개입했던 것일까? 현재 시점에서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김 여사의 개입 여부에 대한 실체적 진실과 별도로 주목해야 할 문제가 또 있다. 공소시효다. 설사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참여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이미 끝났다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 1개인가 5개인가? 법조계의 중론은 김건희 여사의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 만약 공모한 것이 사실이라면 -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수사나 기소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김 여사 개입 의혹에 대한 공소시효는 끝났을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에 주가조작 주범 혐의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기소하면서, 이 사건이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 벌어진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규정대로라면 범행이 종료된 시점으로부터 이미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주가조작 혐의의 공소시효는 끝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시효 10년이 지나가 버리기 전인 2021년 12월, 권오수 전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에 따라 권 전 회장 등과 공범 관계가 성립되는 사람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정지됐다. 김건희 여사는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서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니, 김 여사의 공소시효 역시 지난해 12월 권 전 회장 기소 시점에 정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과 참여연대가 김 여사에 대한 공소시효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논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검찰이 규정한 방식이 정당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찰이 규정한 것처럼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년 동안 벌어진 일을 하나의 범죄(일죄)로 보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3년 동안 일어난 5개의 분리된 범죄로 보아야 하는 것인지에 따라서 김 여사 공소시효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1개의 범죄인지, 아니면 5개의 각각 독립된 범죄인지에 따라서 김 여사의 처벌 가능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기본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검찰이 바라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얼개는 간단하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도이치모터스의 대주주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 부양에 필요한 '전주(錢主)'를 모집하고, 주가 조작을 실행할 '선수(選手)'를 기용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린 사건이다. 검찰은 이 사건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5단계에 걸쳐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3년 동안 진행된 다섯 단계가 각각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고, 공범들이 순차적으로 공모해 저지른 1개의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1개 범죄로 기소한 이유는? 검찰은 왜 이렇게 기소했을까? 공소시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그런데 1~5단계의 주가조작 범죄를 각각 별도의 범죄로 규정해 기소한다면, 검찰의 기소 시점인 2021년 12월에 이미 1~3단계의 행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셈이 된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단계는 2009년 12월~2010년 9월, 2단계는 2010년 9월~2011년 4월, 3단계는 2011년 4월~2011년 10월, 4단계는 2011년 10월~2011년 12월, 5단계는 2011년 12월~2012년 12월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1~5단계를 권오수 전 회장을 중심으로 단계에 따라 주가조작 선수들이 순차적으로 역할을 승계해가며 범행을 이어나간 과정으로 볼 경우 3년 동안 진행된 5단계를 한 개의 범죄로 규정할 수도 있다. 공소시효는 범행의 종료일로부터 10년이기 때문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과정 전체를 포괄하는 한 개의 범죄가 2012년 12월 7일에 종료된 것으로 해석한다면 검찰이 기소를 결정한 2021년 12월에도 공소시효는 1년 정도 남게 된다. 결국 1~5단계에 관여한 인물들을 모두 처벌하기 위해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다섯 단계를 순차적으로 진행된 한 개의 범죄로 묶어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은 주로 1단계와 2단계에 집중돼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주로 논란이 됐던 의혹은 주가조작 1단계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었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권오수 전 회장이 투자 전문가라고 소개한 이XX에게 주식계좌를 맡기고 자금 운용을 일임한 적이 있지만, 당시 권 전 회장이나 이XX가 주가조작을 하는 것은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한 적이 있다. (이XX는 검찰이 주가조작 1단계에만 주로 관여한 '선수'로 보고 있는 인물이다.) 김 여사가 주식계좌를 이XX에게 맡긴 시기는 2010년 1월~5월,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단계로 규정한 시기다. 최근 권오수 전 회장 등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은 2단계와 관련이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법정에서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을 공개했다. 2010년 9월 이후 진행된 주가조작 2단계를 주도한 인물로 검찰이 보고 있는 이ㅁㅁ가 운영하는 투자자문사 컴퓨터에서 발견된 파일이었다. '김건희 파일'에는 당시 김건희 여사 계좌의 인출내역 등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와 관련된 내용들이 정리돼 있었다. 여러 사람의 계좌를 동원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이ㅁㅁ의 회사 컴퓨터에서 '김건희 파일'이 나온 점은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됐다는 의혹의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 이 파일의 작성시점은 2011년 1월 13일, 검찰이 2단계로 규정한 시기다. 주가조작을 주도한 인물들 사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도 김건희 여사 관여 의혹을 증폭시킨 소재가 됐다.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2단계 이후의 주가조작을 주도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인 김 모 씨는 또 다른 주요 인물인 민 모 씨에게 "12시에 3,300(원)에 8만 개 때려달라고 하셈."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민 씨가 김 씨에게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하자 잠시 후 김 씨는 다시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민 씨에게 보냈다. 그런데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민 씨에게 보내진 지 정확히 7초 후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김 씨가 문자 메시지로 지시한 내용과 동일하게 3,300원에 8만 주를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다. 이 역시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 2단계에 이용되었다는 의혹의 근거로 해석된다. 이 메시지가 오간 시점 그리고 김 여사 계좌에서 매도 주문이 나온 시점은 2010년 11월 1일, 역시 검찰이 2단계로 규정한 시기다. 5개의 범죄로 규정된다면… 사라지는 '김건희 공소시효' 만약 검찰의 논리와 달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다섯 단계가 하나의 범죄가 아니라 각각의 독립된 범죄, 즉 5개의 범죄를 구성한다고 판단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서 말했듯이 이렇게 볼 경우 1~3단계의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지난해 12월 검찰의 첫 기소 시점에 이미 지나가 버린 게 된다. 결과적으로 주로 1단계와 2단계의 주가조작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의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도 이미 지난해 4월에 끝난 셈이 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몇 개의 범죄로 볼 것인지에 따라 김 여사의 처벌 가능성이 남아있을 수도, 아니면 사실상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몇 개의 범죄로 볼 것인지를 판단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부 판사들이다. 현재 권오수 전 회장 등에 대한 재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가 맡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공판을 통해 증거조사를 완료한 재판부는 내년 2월경에 1심 판결을 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몇 개의 범죄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재판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무죄를 선고할 경우, 그리고 이 판결이 고등법원과 대법원을 거쳐 확정될 경우, 공소시효를 따질 필요도 없이 주가조작 의혹의 실체 자체가 부정될 것이다. 그러나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도이치모터스 사건 전체는 한 개의 범죄가 아니라 5개의 개별적 범죄의 총합이라면서, 1~3단계까지의 행위에 대한 기소가 무효라고 판단한다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앞으로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 여사에 대한 공소시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진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 주가조작 4단계 이후에도 김건희 여사가 개입되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살아나게 된다. 그러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가조작 1~2단계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사라지는 것이다.) 판결을 기다리는 검찰… 모두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 검찰은 김건희 여사 수사를 미루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대선 이전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었지만, 대선이 끝난 지 9달이 되어가도록 김 여사를 한 번도 불러서 조사하지 않고 있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의혹이 제기되는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해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내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과연 검찰은 언제까지 김 여사 수사를 미룰 수 있을까? 검찰은 내부적으로 내년 2월에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을 지켜본 이후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방향을 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설명했던 공소시효 쟁점을 의식한 방침으로 해석된다. 만약 1심 재판부가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1개가 아니라 5개의 분리된 범죄로 판단하고, 1~3단계의 행위에 대한 기소를 무효화한다면, 검찰로서는 김 여사를 수사할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담당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의 다섯 단계를 한 개의 범죄로 묶은 것은 지난 정부의 검찰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소시효를 살려놓기 위해 구성한 무리한 논리라고 판단할까? 아니면 도이치모터스 대주주인 권오수 전 회장을 중심으로 3년 동안 이어진 사실상 동일한 성격의 주가조작 행위는 한 개의 범죄로 묶는 것이 합리적이며, 김 여사 관련 의혹의 공소시효 역시 아직 살아있다고 규정할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서는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부뿐이다. 앞으로 약 2달 뒤 선고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에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