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프리미엄
이번 주 금요일, 공식 개막하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무정쟁 주간'을 제안했습니다. 자신부터 솔선수범하겠다며 불가피한 정책 발언만 하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경제와 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며 싸늘한 반응을 내놨습니다. 게다가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축의금을 둘러싸고 최 위원장 본인과 국민의힘 간의 공방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는 대한민국 대표 정치 원로이자 민주당의 큰 어른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과 함께 합니다. 정청래의 '무정쟁 주간' 제안, 유 전 총장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축의금 논란을 부른 최민희 위원장은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인태 #경주APEC #무정쟁주간 #정청래 #장동혁 #최민희 #축의금 #정치스토브리그 ※ 아래 배너를 눌러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컨설팅 리포트에 대한 의견, 각 후보에 대한 나만의 평가, 컨설팅 후보 추천 모두 환영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일단 휴식 타임을 가질 조짐입니다. 양국은 지난 주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무역회담에서 확전 자제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빼들었던 큰 칼(중국은 희토류, 미국은 100% 추가관세)을 일단 칼집에 다시 넣은 셈입니다. 방식은 '시행 유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은 온도차가 감지됩니다. 미국은 거액 현금의 선불투자 요구를 다소 완화했지만 여전히 한국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의 시한에 매달리지 않을 것임을 과감히 시사했습니다. 또 다른 관심은 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 여부입니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만남을 요청했고 북한은 뭔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중 대결의 부담을 다소 덜어낸 트럼프는 북한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먼저 미국과 중국 간 상황입니다.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대표인 양국 협상단은 25~26일 말레이시아에서 만났습니다. 베센트 장관은 회담 후 미국 지상파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허리펑 부총리와 무역합의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며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가 일정기간(1년 간) 연기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이 미국 농부들을 위한 대규모 농산물(대두) 구매에 합의했고, 미국으로의 '펜타닐'유입 문제 해결을 돕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관영 신화통신은 "각자의 우려를 해결하는 계획에 기본적 합의를 이뤘다"며 "미국의 중국 해운, 물류, 조선업에 대한 무역법 301호 조치, 상호 관세 유예기간 연장, 농산물 무역, 수출 통제 등 중요 무역 문제에 대해 심도 있고 건설적인 협상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종합하면,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에 미국의 100% 추가 관세를 때리는 극단적 대결은 일단 피하게 됐습니다.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는 1년 정도 유예되고, 중국은 중단했던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중국이 우려하던 100% 추가관세를 유예하고 중국 선박 입항료와 첨단기술 이용 통제도 확대하지 않을 전망입니다. 다음은 한미 관세협정입니다. 우리 시간 오늘(27일) 아침 공개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 간 논의가 아직 교착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투자방식, 금액, 시간표,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말한 겁니다. 지난 24일 트럼프가 아시아 순방 일정을 시작하면서 "타결에 매우 가깝다"며 "한국이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말한 것과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이 대통령의 말은 한국이 29일 한미정상회담을 마감시한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무리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하나는 북미 회담 가능성입니다. 트럼프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나는 100% 열려 있다. 그가 연락한다면 만날 것"이라면서 "나는 그들이 일종의 핵보유 세력(nuclear power)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핵보유국 인정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공언한 전제조건에 상당히 접근하는 발언이란 점에서 판문점 회동 가능성이 여전히 지속되는 분위기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한미 관세협상 상황은 변화가 있습니다. 지난 주말까지 산발적인 보도와 국정감사 답변을 종합하면, 미국은 당초 '3천5백억 달러(504조 원)의 직접선불 투자'조건에서 매년 250억 달러(34조 원)씩 총 2천억 달러를 8년에 걸쳐 투자하고, 1000억 달러는 대출, 보증 방식으로 하자며 조건을 약간 완화했습니다. 한국은 3천5백억 달러의 5%인 175억 달러 이내에서만 현금 투자를 하자는 조건에서 약간 후퇴해 현금 출자를 700억 달러(20%)로 올리되 10년 동안 분할 투자(70억 달러 씩)하는 양보안을 제시했고, 연간 투자액을 올린다고 해도 150억 달러가 한계라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런 중심 쟁점을 틀로 해서 수익 배분 조건, 또 한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등의 부가 조건이 작용하는 모양새입니다. 더 큰 틀에서 보면 '마스가'로 불리는 한국의 미국 조선업 투자지원, 여기에 국방비 증액 등 안보협정 내용이 종합적으로 결합해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의 담판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29일 정상회담까지 타결하기 위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확고해 보입니다. 단순화하면 오늘(27일)까지 이런 상황입니다. 한 걸음 더 트럼프의 입장에선 이번 방한에서 시진핑 주석과의 담판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국 모두 지금도 고율 관세를 부담하며 소모전을 이어가는데, 다시 100% 넘는 관세로 큰 타격을 감수하기엔 부담이 큽니다. 미국은 중국산 희토류 수입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대체 공급망을 구축할 시간이 필요하고, 대두 수출 중단으로 불만이 커진 미 중부지역 농민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합니다. 중국은 AI기술 경쟁에서 여전히 미국산 소프트웨어와 특허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미국이 대중국 기술 통제를 강화할 명분을 주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또 중국산 선박 입항료 문제는 자국 조선업의 글로벌 수주 감소 등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급합니다. 그래서 미중 회담은 말레이시아 사전협상 내용대로 흘러가면서 두 정상의 기분에 따라 더 화해적인 제스처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또 하나, 김정은 북한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되면 노벨평화상 적임자임을 자처하는 트럼프에겐 큰 호재가 됩니다. 오늘 AFP보도에 따르면 방한을 이틀 앞둔 트럼프는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다시 "김 위원장과 만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북미 깜짝 회동에 상당한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 방문에 올랐다는 소식으로 북한이 만남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반면, 최 외무상이 김 의원장 전용기편으로 이동한다는 소식은 신속한 방문이고, 최근 밀착한 북러 관계를 감안해, 대미 접촉 전 러시아와 사전 협의를 위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일단 중국과 대화가 잘 풀리면 트럼프는 일단 큰 건을 해결하게 됩니다. 한국에 연간 150억 달러 이상을 직접 투자하는 쪽을 계속 압박할 경우, 오히려 한국 내 여론 악화를 불러오고, 차라리 고율 관세를 부담하면서 관련 산업 지원을 통해 버티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참모들의 보고도 받았을 겁니다. 현금 투자 조건에서 한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되 미국 조선업 지원과 대두 수입, 방위협상에서 자신의 실적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 대한 양보가 타국보다 많을 경우, 일본의 반발과 재협상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일 것입니다. 한국이나 백악관 참모들이나 양보의 명분을 만드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미중, 북미 회담까지 실적이 나올 경우, 트럼프 입장에선 한국과의 협상도 완결하고 싶은 욕구가 커질 수 있습니다. APEC 시한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스탠스는 협상력과 실리를 위한 정공법으로는 합리적이지만, 일종의 정치적 '골든타임'을 지나쳐 타결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급감한 대미수출과 자동차 업계의 고율관세 타격, 그리고 원화 가치 약세의 지속은 부담 요소입니다. by 스프 편집부
스프가 고른 <8뉴스> ▶ [현장] APEC '슈퍼위크' 27일 시작…전 세계 이목 경주로 APEC 정상회의 주간이 27일부터 시작됩니다. 오는 31일, 21개국이 참여하는 정상회의에 앞서서 한미, 미중 정상회담 같은 굵직한 일정들이 예정돼 있어 그야말로 '외교 슈퍼위크'가 될 전망입니다. ▶ 북 최선희 방러…북미 '깜짝회동' 멀어지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 "북한은 일종의 핵보유국이다" 같은 '러브콜'을 쏟아내면서 북미 깜짝 회동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죠. 하지만, 북미 회담의 북측 실무 책임자였던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할 거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국과의 회동은 한걸음 멀어진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이종호 술자리' 부장검사, 특검 파견 해제 김건희 특검팀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해 온 한문혁 부장검사의 특검 파견이 해제됐습니다. 김 여사의 측근이자 '계좌 관리인'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 대표와 과거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서입니다. 한 부장검사는 "당시 이 전 대표가 사건 관련자라는 걸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 끊이지 않는 질식 사고…"강제수사 엄정 대처" 경북 경주의 아연 가공 업체에서 노동자 4명이 질식해 숨지거나 다쳤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올해만 벌써 9번째 질식 사망사고입니다. 정부는 대형 중대재해 사고가 아니더라도 강제 수사에 적극 나서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런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극장. 화제의 배우가 공연 1부까지만 출연하고 2부에는 대타 배우가 등장했습니다. 관객들은 커튼콜에서 대타로 출연한 배우에게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환불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까요? 이는 '배우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특징을 상기하게 하는 일화이기도 합니다. 스타 시스템, 팬덤 문화, 장기 공연이 어려운 구조적 현실…. 한국 뮤지컬 산업의 특징과 과제들을 고희경 한국뮤지컬협회 초대 회장과 함께 이야기해 봤습니다. 김수현 기자 : 요즘 한국 뮤지컬 극장에 가면 외국인 관객들이 종종 보여요. 신기하더라고요.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전에는 팬처럼 왔는데 지금은 그냥 관객으로서 오는. 이병희 아나운서 : 관광 와서 '한국 뮤지컬 보고 가야지'.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런던, 뉴욕처럼 서울 가면 '가서 뮤지컬 봐야지'. 이병희 아나운서 : 우리도 런던 갈 때 미리 (뮤지컬 표) 끊고 가듯이.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와서 <외쳐, 조선!> 보고 <레드북> 보고 <어쩌면 해피엔딩> 보는 날이 이미 와 있는지 모르겠고, 그렇다면 이분들은 또 어떻게 할 건가. 지난번 포럼 때 박은태 배우가 '외국 관객들이 와서 표 사기가 어려운데 이거 좀 편리하게 해 주면 안 되나' 얘기하더라고요.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니까 배우들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확실히 있는 것 같았어요. 숙제가 많겠지만 숙제를 만드는 것도 학회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뒤에서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관객 몇 명이냐, 매출은 얼마냐도 사실 정확하게 안 나오거든요. 이런 문제도 시끄럽게 하게 되지 않을까. '저 사람 해결은 안 하고 문제만 제기하네' 이럴 수도 있는데. 김수현 기자 : 원래 학회가 해결을 하는 곳은 아니죠.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그럼요. 서로 얘기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드는. 요즘 '비평가의 역할이 뭐냐' 이런 얘기들도 많이 하는데, 전에는 오피니언 리더가 좋다고 하면 좋은 작품이었는데 요즘은 그런 세상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밀한 의미에서 비평의 역할도 가지면서 시장에서의 팬덤도 고민하는 건전한 시장을 만들고, 이런 발언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 한국 뮤지컬 시장이 해외와 다른 것을 느끼긴 하거든요. 우리는 배우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인 것 같고, 해외에서는 주연 배우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빠지더라도 그렇게 큰 일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정말 아니더라고요. 제가 이번에 런던 가서 진짜 배우 때문에 하는 <에비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주인공을 했던 레이첼 지글러 배우가 <에비타> 주인공을 해서 엄청 화제고 티켓도 정말 비쌌거든요. 배우가 2부에 바뀌었어요. 1부까지 레이첼 지글러가 하고 2부 시작할 때 제일 유명한 노래를 발코니에 나가서 해요. 런던 시민들이 공연을 보고, 극장에 있는 사람은 영상으로 봐요. 제가 본 날 이 배우가 1부까지는 공연을 했는데 2부에서 갑자기 교체됐어요. 장황하게 설명도 안 하고 '교체된다'만 딱 안내하고 하는데, 티켓 값이 320파운드였거든요. 그런데 교체가 됐어요. 제일 중요한 그 노래는 다른 커버를 하는 배우가 했습니다. 근데 그 배우가 10번이나 커튼콜을 받았어요. 다음날 약간 스캔들처럼 기사가 났지만 오히려 '이것이 뮤지컬 시어터 인더스트리의 일이다' 이렇게 정의하더라고요. 우리 같으면 런던에 온 티켓 값과 정신적 배상 운운할지도 모르겠는데 되게 좋게 봤고, 스타 캐스팅한 아주 유명한 프로덕션이었는데도 그럴 수 있다. 사실 라이브 공연이라는 건 언제나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한국 뮤지컬 배우들이 너무 잘하기 때문에 시장을 키운 데는 배우들의 역량이 컸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잘 담아낼 거냐 하는 문제도 있죠. 대학로는 대학로대로 대극장은 대극장대로 다른 문화들이 있는데,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많이 연구하는데 뮤지컬 팬덤에 대해 조심스러워서 연구를 못 하고 있는 부분도 공론화시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수현 기자 : '시체 관극' 같은 얘기도 나오고. 가치 판단을 하기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 어떤 사람들한테는 그 문화가 장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거고.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새롭게 뮤지컬에 관심 있어서 오신 관객들한테는 진입 장벽처럼 배타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도 있거든요. 김수현 기자 : '내가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내서 좋아하는 배우를 보려고 왔는데 왜 잘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시끄럽게 해?' 그것도 일리가 있거든요. 쉬운 문제는 아니죠.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옳다 그르다라기보다는 서술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하고, 논의 자체를 뒤에서만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런 논의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또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거고요. 김수현 기자 : '전용 극장이 있어야 된다' 한동안 뮤지컬 업계 숙제였거든요. 지금은 좀 어떤가요?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아직도 극장이 부족하다는 얘기들을 하기는 하는데. 김수현 기자 : 극장을 장기 대관하려면 경쟁이 치열하고, 극장이 없어서 공연을 못하고.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극장이 여전히 갑이고. 학회보다 극장장의 입장에서 보면, 저희는 700석 극장인데 약간 애매한 위치예요. 그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장기 공연을 할 수 있는 극장이 있으면 산업화가 될 거라고. 우리나라는 '3개월 공연하고 닫았다가 또 다른 공연 3개월 하고' 이렇게 되고 있는데, 요즘 잘 되는 공연이 6개월, 9개월씩 가고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안착이 되면. 관광객들이 '한국에 가면 항상 <레드북>을 하고 있어요, <외쳐, 조선!>을 하고 있어요' 알고 있었는데 끝난 경우가 많았는데, 콘텐츠가 확실하게 생기면. 조금씩 생기고 있는 것 같기는 해요.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작품들이 길게 하는 것을 봐서는. <어쩌면 해피엔딩>도 그런 사례가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또 변화가 올 것 같고. 2천 년대 초반 <오페라의 유령>을 하면서 뮤지컬 전용 극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지금의 샤롯데나 블루스퀘어가 생겼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갈지는 지켜봐야 될 것 같고. 전용 극장은 1년, 2년 한다고 하면 샤롯데나 블루스퀘어는 작품이 좋으면 3개월 단위로 묶이지 않고 좀 길게 가는 것 같고,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극장이 더 많이 지어져야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대학로는 연극하는 극장이 없고 다 뮤지컬 극장으로 바뀌면서 연극하는 분들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하는데, 건강한 접점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수현 기자 : 스타 배우와 앙상블 배우의 너무 큰 격차, 이런 것도.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이게 협회가 할 일일까, 학회가 할 일일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협회도 배우와 프로듀서가 입장이 다른데, 말하자면 노사처럼 사용자와 고용인의 입장이기도 한데, 미국은 이미 노조와 사용자 협회가 분명히 있어서. 시장이 커지면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거죠. 스타 배우들은 왜 그렇게 하고 빈익빈 부익부가 너무 커지고, 해결할 수 있는 게 뭘까. 학생들이 앙상블을 시작 안 하려고 하기도 해요. 그렇게 되면 평생 앙상블 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럼 앙상블을 안 하면 어떻게 되냐'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다 보면 빨리 해결책도 찾잖아요. 시장이 커져야 논의할 수 있는 것 같고, 그런 논의를 뒤에서만 하지 않고 나서서 할 때가 되긴 됐다. 협회도 그래서 '주관이 누구냐, 배우냐 제작자냐'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김수현 기자 : 갑자기 생각난 게 또 있어요. 멀티 캐스팅.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배우 중심 시장이라서 아무래도 그렇죠. 외국에서 생각하지 않는 경우고. 김수현 기자 : 예전에 외국 작품 라이선스 공연할 경우 외국 제작사에서 '우리는 원 캐스트가 원칙이야' 해서 원 캐스트를 한 적도 있죠. 몇 년 뒤에는 한국 사정을 알고 '여러 명이 맡아서 하자' 그러더라고요.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2010년 전후로는 그렇게 주장하는 데들이 있었고 그때만 해도 더블 캐스팅까지는 봐주지만 트리플은 약간 그런 분위기.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3명, 4명. 배우들도 최소 한 작품을 공연하면서 다른 걸 연습하는 것을 기본값처럼 생각하는 상황이 되긴 했는데, 이것도 작품 길게 갈 수 있으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고요. 공연장에서 잘 나가면 매체로 나갔다가 돌아오면 개런티가 완전히 달라지고, 이런 상황도 논의될 때가 된 것 같아요. 말하자면 뮤지컬이 그만큼 영향력이 커진 거죠. 옛날에는 뮤지컬 전문 배우들이 거기서 하나 보다라고 했는데 관심이 확실히 많아진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김수현 기자 : 진짜 하실 일이 많네요. 이걸 다 해결책을 내놔라, 이게 아니라. (웃음) 이병희 아나운서 : 이런 것도 우리가 생각할 때다.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해야 될 것 같아요. 또 이번 정부에서 관심을 많이 갖고 있으니까 더 미룰 수 없고 빨리빨리 열심히 해야겠다. (웃음)
음악극' 벽 속의 요정'은 연극인가 뮤지컬인가? 뮤지컬 넘버가 없는, 이른바 '댄스 뮤지컬'도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나? 뮤지컬의 정의를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죠. 한국인 프로듀서가 제작하고 브로드웨이 현지 배우와 스태프들이 참여한 '위대한 뮤지컬'은 한국 창작 뮤지컬일까요?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K-뮤지컬이란 또 무엇일까요? 장르의 경계부터, K-뮤지컬, 창작과 라이선스의 구분, 그리고 '서울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까지, 뮤지컬의 개념과 정체성을 한국 뮤지컬학회 고희경 초대 회장과 함께 알아봅니다. 김수현 기자 : 뮤지컬이 뭘까요?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진짜 어려워요. 제가 <뮤지컬의 탄생> 책 쓰면서 뮤지컬을 뭐라고 정의해야 되는가, 뮤지컬은 정의가 어디까지일까라는 고민도 길게 담았었는데, 영어로 스펠링을 쓰게 되면 사실 이 말은 완성된 말이 아니라 '음악적인(musical)'이라는 형용사잖아요. 이제는 뮤지컬이라고 쓰기도 하는데 초기에는 뮤지컬 코미디, 뮤지컬 시어터라고 썼거든요. 한글로 '뮤지컬'이라고 쓰면 사람들이 분명히 알거든요. 이게 뭐다라는 개념이 확실한 것 같아요. 그래서 m으로 시작하는 'musical'과 한글의 미음으로 시작하는 '뮤지컬'은 개념이 좀 다른 것 같다, 뭐라고 뮤지컬을 볼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정의 내리는 게 학문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데 그걸 해야 학생들도 저희도, 석사·박사 과정까지 있어서 공부들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 걸리거든요. 기본적인 문제지만 깊은 문제이고, 현장에 있는 여러 가지 논의까지, 해야 될 일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수현 기자 : 뮤지컬이라는 말도 있지만 '음악극' 이런 얘기도 하잖아요. 음악극은 뭐가 다른가.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뮤지컬 시어터를 그대로 번역하면 음악극이거든요. 현실적으로 뮤지컬을 뭐라고 할 건가. 예를 들어 시상식이라든지 지원금을 정할 때 '이걸 음악극이라고 봐야 돼, 뮤지컬이라고 봐야 돼' 벽에 부딪히게 돼요. 계속 뮤지컬에 대한 정의가 변화되고 있어요. 제가 책 제목을 <뮤지컬의 탄생>이라고 쓴 게, 계속해서 다른 장르를 폭넓게 수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금 큰 의미에서 음악 창극이라든지 오페라까지도 뮤지컬 시어터의 큰 범주 안에 들어올 건데, 오페라는 그래도 분명한 장르적인 성격이 있으니까 그 외 큰 범주 안에서 음악극도 사실 뮤지컬 학회에서 다루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수현 기자 : 옛날 얘기긴 한데 <벽 속의 요정>이라는 작품이 있잖아요. 그게 어떨 때는 연극상을 받고 어떨 때는 뮤지컬 상에 올라왔는데, 제가 심사를 했던가 얘기를 들었던가.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심사 때 저랑 같이 하셨어요. 그게 혼란의 시작이었어요. 어떤 데 가서는 연극이라고 하기도 하고 흥행이 잘될 것 같으니까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쓰기도 하고, 지원금을 받기는 연극이 용이하거나. 무용도 마찬가지인데 댄스 뮤지컬 같은 경우도 그래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공연 같은 것도 댄스 뮤지컬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인 뮤지컬로 봐야 되는지 혼란이 있고. 이런 혼란을 어떻게 어떻게 볼 거냐 하는 문제를 토론의 장에 올리는 기회가 저희 학회를 통해서 됐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죠. 김수현 기자 : 정의를 지금 당장 '이건 뮤지컬이다' 한마디로 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맞습니다. 음악, 공연, 연극, 적어도 서너 가지의 장르 또는 학문이 합쳐지다 보니까 뮤지컬학은 간학(interdisciplinary)이 될 수밖에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고요. 학제 간 논의를 좀 더 확대하고 싶다, 그런 플랫폼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 'K뮤지컬' 이런 말을 많이 쓰잖아요. 얼마 전에 뮤지컬 협회에서 주최했던 포럼에서 박천유 작가가 관련된 얘기를 했잖아요. '자신은 한국 사람이고 한국 정서를 담아서 만들었는데 K뮤지컬이네 아니네 논란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어서 섭섭했다'. K뮤지컬에 대한 얘기를 예전에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연구자도 아니면서 고민하는 주제인데 어떻게 보세요? K뮤지컬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그날 저는 '이제 그걸 뗄 때가 됐다'라고 이야기했고요. 또 한 가지 떼고 싶은 것은, 라이선스 뮤지컬에 대응하는 창작 뮤지컬을 K뮤지컬이라고 하는데, 뮤지컬을 원래 시작했던 미국 사람의 입장에서 그냥 뮤지컬을 하는 하나의 나라이니 그냥 뮤지컬이라고 말하는 게 맞고. 그렇지만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는 있습니다. '그럼 왜 한국 영화는 한국 영화라고 하는데 한국 뮤지컬이라고 하면 안 돼요?' 예를 들어 <위키드>를 우리나라 배우들이 우리말로 한 거는 한국 뮤지컬인가요? 창작 뮤지컬인가요? 미국 뮤지컬인가요? 이런 문제가 되는 거예요. 이런 것들을 정리해야 되는데 언어의 문제가 제일 큰 것 같아요. 우리가 라이선스로 우리말로 번역을 하고 우리 배우들이 무대에 섰을 때 이걸 외국 뮤지컬이라고 말할 수는 없단 말이죠. 그로 인해 배우들의 역량과 창작 역량, 관객의 수준과 뮤지컬 시장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오리지널 팀이 와서 <위키드>를 하고 자막을 보는 공연과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까지 다 한국 뮤지컬 범주 안에 넣어야 되는데. 정부가 지원하고 뭐 이럴 때는 창작이냐 아니냐 이런 말을 써야 되는 아쉬움이 있는데, <사운드 오브 뮤직>도 사실은 창작 뮤지컬이었던 거잖아요. 그렇듯이 그냥 하나의 뮤지컬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떼고 한국 뮤지컬로서의 정체성. 그렇다면 한국 뮤지컬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뮤지컬하고 뭐가 다를까라고 이야기할 때 '브로드웨이 뮤지컬', '웨스트엔드 뮤지컬', '서울 뮤지컬'. 사실 거의 그 수준에 와 있거든요. 비영어권에서 만들어진, 대학로에서 성장한 작품이 토니상을 받는다는 게, <위대한 개츠비>라는 미국 작품을 한국 프로듀서가 완전히 한다는 상황은, 정말 그렇게 될까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되었으니까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작품까지 나오니까 뭔가 정리를 해야 된다. 폭넓게, 크게 봐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로컬의 경계를 어디로 둘 것인가. 한국이라는, K라는 것의 의미를 뭐라고 할 것인가. 대중음악 신 안에서 K팝이라는 장르적인 정의는 확실히 된 것 같아요. 시작할 때는 어떤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거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게 됐잖아요. 그런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도 큰 숙제 중에 하나예요. 한국 뮤지컬, 창작 뮤지컬을 뭐라고 할 거냐, 라이선스는 뭐라고 할 거냐. 산업이 발전하면 또 바뀌게 되더라도 지금의 기준은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김수현 기자 : <위대한 개츠비>는 지금 한국에 왔으니 이제 라이선스 뮤지컬이야? 이상하잖아요. 한국 프로듀서가 만든 건데.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그래서 지금 협회의 고민이 있습니다. 한국뮤지컬어워즈에 출품하겠다고 해서 심사를 해야 되냐 말아야 되냐 고민하고 있어요. 신춘수 대표는 내겠다고 하셨대요. 근데 이거를 우리가 해야 되나. 김수현 기자 : 한국인 배우들이 출연해서 한국어로 했으면 간단했을 건데.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브로드웨이에서 만들었지만 프로듀서가 한국 사람이고, 한국 배우들이 했으면 아무 고민이 없었을 텐데 반대의 경우가 생긴 거예요. 늘 외국 프로듀서가 있고 로열티를 줬는데, 이 로열티는 한국 회사로 들어올 텐데 이건 어떻게 되는 거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인사이트를 준다고 생각하는 게, 넷플릭스와 소니가 돈 벌고 다 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이제는 다 섞일 수밖에 없는, 경계도 없고. 문화는 그런 게 맞는 건데 더 크게 보면서 더 큰 그림을 가져가는 게 좋지 않을까. 김수현 기자 : K팝도 그랬어요. 처음에는 '한국어로 해야지, 무슨 외국어로 노래를 불러' 그런 시절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영어로 해도 K팝이다' 이렇게 됐어요. 외국 멤버들도. 그러면 K팝 기획사가 제작하면 K팝이라고 했는데 요즘 외국에서도 정말 K팝 같은 그룹들이 나온단 말이에요.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K팝 같은'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K팝이 뭔가' 정의가 있는 거예요. 이미 장르로서 확실한 자기 위치를 갖게 된 거죠. 엄청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해요. 김수현 기자 : 뮤지컬도 K팝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아요. 국적과 언어와 제작자의 국적을 따지고 있을 때인가.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서양어권도 아닌 너무나 먼 지역에서 하고 있지만, 지금 전 세계 안에서 한국의 문화적인 위치와 전 세계 소비자들의 선호는 확실히 좋은 것 같거든요.
스프가 고른 <8뉴스> ▶ 고개 숙인 '갭투자 논란' 이상경…유튜브로 2분 남짓 '일방적 사과' 돈을 모아서 집값이 떨어지면 사라는 발언과 함께 갭투자 논란을 빚고 있는 이상경 국토부 차관이 공개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명이 없는 2분짜리 일방적 사과였고, 일각에서 나온 사퇴 요구는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 [단독] 한국인 총책 '성형수술' 그 병원…"캄보디아 경찰이 배후" 발칵 아직 송환되지 않은 핵심 피의자 가운데, 120억 원대 연애 빙자 사기를 벌인 한국인 부부가 있습니다. 이들은 추적을 피하려고 현지에서 성형수술까지 받았는데요. 그런데 이 부부가 수술을 받은 병원이, 캄보디아 고위 경찰의 가족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정보당국이 파악했습니다. 이들의 도피와 범죄 행각의 뒷배에 현지 경찰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 "관세협상, 합리적 결론 이를 것…상당한 시간·노력 필요" 이재명 대통령 CNN 인터뷰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협상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결국은 합리적 결과에 이르게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을 찾은 김용범 정책실장은 막판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 [단독] 얼굴 다른데? "화장해서 그래"…주짓수 대회 '대리 계체' 파문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인 주짓수 국제 대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믿기 힘든 부정행위를 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체중 감량에 실패한 선수 대신, 다른 선수가 몸무게를 재는 이른바 '대리 계체'를 한 건데요. 주최 측에서 계최선수의 얼굴이 신분증과 다르다고 문제 삼자, 화장해서 그렇다며 얼버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중간 무역전쟁이 끝을 모르고 격화하면서 급기야 중국은 핵심광물인 희토류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통제에 나섰습니다. 필수 자원의 무기화에 발끈한 미국은 100% 추가관세를 공언한 데 이어, 보란 듯 중국에 대응할 '희토류 동맹'을 선언했습니다. 호주와 손잡고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채굴, 가공 프로젝트를 시행한다는 겁니다. 일본도 여기에 가세하면서 '삼각 대응 체제'가 됐습니다. 호주의 광산 개발에 곧바로 약 4조2천억 원을 투자하고, 그동안 주저하던 핵잠수함 판매 등 방위산업 협력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는 협정문 서명 자리에서 "1년 뒤면 핵심 광물과 희토류가 차고 넘쳐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될 것"이라며 "그때는 가치가 2달러밖에 안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이 무너질 것이라고 공언한 겁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장기적으론 효과가 없는 전략일까요? 무슨 상황인데? 물론 이번 미·호주 협정은 중국과 무역 담판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기술 통제와 중국선박 입항료 부과에 맞서, 4월에는 자국 내 광물 기업들에 대한 희토류 수출 물량 통제를 시작했고, 이달 초에는 수입하는 타국 기업들에게도 희토류의 용처를 신고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방산 등 민감 분야에 대한 사용처를 파악하겠다며 불성실한 정보제공에는 수출을 막겠다는 식의 극단적 통제에 나선 겁니다. 국제사회는 오는 30일, 혹은 31일 한국 경주에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극한 충돌의 해소를 포함한 관세율 타협을 기대하고 있지만, 트럼프가 의외로 희토류의 대체 공급망을 추진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중국의 카드가 다소 약해졌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당장 전문가와 기업들 사이에선 '미국이 이런다고 당장 시급한 희토류 물량에 대응할 수 있을까?', '대체 공급망이 과연 1년 안에 만들어질 수 있는가?', '중국이 아닌 공급망 구축이 사실상 가능한 것인가?'의 의문들이 제기됩니다. 좀 더 설명하면 현실을 짚어보죠. 미 지질조사국(USGS)자료를 보면 세계 매장량에서 중국이 49%, 브라질이 23%, 인도가 7.7%, 그리고 이번에 미국과 손잡은 호주가 6.3%입니다. 미국은 2.1%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걸 정제해서 가공하는 인프라와 업체의 90% 이상이 중국에 있어서, 채굴을 하더라도 중국에 보내서 가공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다보니 희토류를 파내서 정제해서 실제 제품에 사용할 상태로 만드는 생산량 비중은 중국이 무려 91%이고 2위 말레이시아가 4.9%, 3위 베트남이 1.2%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한국은 베트남과 호주에서도 꽤 수입하고 있습니다. 희토류가 중요해진 건 4차 산업 발달로 수요가 갑자기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고, 반도체와 오디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의 성능 업그레이드 배경엔 희토류가 있습니다. 이들 부품에는 자성이 필수인데, 희토류인 '네오디뮴'은 자력이 일반 자석보다 10배 이상 강합니다. 그러니 매우 부품을 극도로 작게 만들 수 있죠. 또 전기차 모터나 항공기에는 고온에 강한 자석이 필요합니다. 온도가 높으면 자성이 약해지는 자석 특성 때문인데, '디스프로슘'같은 중희토류는 고온에도 자력이 변하지 않습니다. 같은 광물이지만 원자의 정렬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 덕분입니다. 오랜 세월 지층 안에서 형성되는 것입니다. 특히 지구상에 작은 양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중희토류'는 중국 남부 장시성에 다수 매장돼있습니다. 같은 희토류라고 해도 중희토류를 포함해 필수 17개 원소를 모두 생산하는 나라는 현재 중국뿐입니다. 여기에 핵심적인 또 하나 이슈는 광석에서 극소량의 희토류를 뽑아내는 정제와 가공 과정입니다. 광물 자체가 강한 방사성 물질인데다 유독성 화학물질을 대량 투입해야 해서 막대한 오염성 폐수가 나옵니다. 실제로 중국 해당 지역의 환경파괴와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업화 시기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늦게 형성되고 노동력과 영토가 유리한 중국이 공급자 역할을 오랜 기간 도맡아 온 것입니다. 한 걸음 더 중국은 1980년대부터 이런 희토류 생산의 특성을 파악하고 자국의 매장량과 더불어 관련 연구 인력과 기술을 국가적으로 육성했습니다. 희토류를 전략자원으로 지정하고 외국 자본의 희토류 광산 인수를 금지시켰습니다. 1992년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은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 희토류 독점국가의 위치를 확보했던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1980년대 희토류 공급을 주도했던 나라는 미국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마운틴패스 광산을 기반으로 관련 정제기술도 독점했지만, 역시 환경오염이 문제였습니다. 결국 희토류 수요가 본격 확장하기 전, 이 성가신 과정을 중국에 넘긴 셈이 됐고 오늘날 아쉬운 처지가 된 것입니다. 요즘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난 20~25년 동안 우리는 경계하지 않았다. 모두 운전대에서 졸고 있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현재 미국이 수입하는 희토류 금속 중에 중국산은 70%에 이릅니다. 특히 중국이 집중적으로 물량을 통제하는 중희토류는 90% 가까이 중국에 의존합니다. 미 국방부 분석에 따르면 F-35 전투기와 토마호크 미사일, 잠수함 추진 미사일 등이 중국산 원료가 없으면 생산이 중단됩니다. 약 20여 년 전부터 희토류 공급망의 중요성을 재인식한 미 정부는 다시 광산을 가동하고 관련 기술 정비에 나섰습니다. 또 2021년에는 이번에 협정을 맺은 호주의 관련 기술업체에 거액을 지원하며 텍사스 주에 희토류 정제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희토류 재건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중국은 희토류 생산량을 갑자기 늘려서 관련 업체들을 어렵게 만드는 전략을 폈습니다. 여기에 미국 영토의 폐수처리 문제 등 환경문제로 인한 생산비용이 중국보다 크게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희토류 공급망 재건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또 관련 산업을 사실상 국가가 주도하는 중국 체제의 특성이 기업 채산성이 중요한 미국에는 불리한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2010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에 충격을 먹은 일본은 수입 다변화와 자체 기술개발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50% 정도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도 중국 의존도가 50~60% 정도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17개 물질 가운데 중국만이 생산할 수 있는 원소에는 여전히 취약합니다. 각국에서 대체 소재 개발도 일부 진전이 있지만 아직 효율 면에선 효과가 제한적이란 분석입니다. 전 세계 희토류 시장규모는 약 60억 달러로 다른 광물 자원에 비하면 규모가 매우 작습니다. 소량이 필요하지만 필수적이라는데 강점이 있습니다. 작은 희토류 한줌이 수백 배, 수천 배의 생산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진정으로 희토류 벨류체인 구축을 의도하는 거라면 소요기간이 최소 5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지만 그 기간에 물량이 끊긴다면 당장 군 전력부터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희토류 삼각동맹을 만든다고 해도 중국과의 타협은 필수적입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당장은 주도권을 쥐는 절대카드지만 계속되는 수출통제가 각국의 필사적인 대체공급망 구축 노력을 부추길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by 스프 편집부
스프가 고른 <8뉴스> ▶ "한국인 대학생 살해 주범, 강남 마약사건 총책의 공범"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을 살해한 주범이 특정됐습니다. 국정원은 이 주범이 2년 전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나눠준 사건에도 가담했던 공범이라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우리 정보 당국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주범을 쫓고 있습니다. ▶ "한국 일본 선불" 외친 트럼프에 "비현실적!"…미국 안에서 터져 나온 비판 대미투자금을 둘러싼 한미 간 관세 협상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 요구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경제지는,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청문회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갭투자 내로남불" 총공세…대신 고개 숙인 민주당 국민의힘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겨냥해 연일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대책을 주도한 여권의 고위직 인사들이 이른바 갭투자로 고가의 아파트를 샀다며 맹공을 퍼부었는데, 민주당은 일부 인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신 사과했습니다. ▶ "통일교 제공 그라프 목걸이·샤넬 가방 확보" 김건희 특검팀이 통일교 측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선물한 고가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확보했습니다. 전 씨는 해당 금품들을 김 여사 측에 전달했다가 다시 돌려받아 보관해왔다고 진술해왔습니다. 하지만 김 여사 측은 여전히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특검팀은 실제로 김 여사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입니다.
스프가 고른 <8뉴스> ▶ [단독] 캄보디아서 한국인 시신 4구 추가 발견…한 명은 '범죄 모집책'이었다 캄보디아의 한 사원에서 한국인 시신 4구가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범죄 조직의 고문으로 숨진 대학생이 20일 화장된 곳과 같은 장소입니다. 우리 외교부는 4명이 숨진 과정에 범죄 연루된 정황은 파악된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 결과 이 가운데 1명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범죄조직에 넘겨온 모집책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부동산 투기 차단 총력" 강조…"국민 훈계하고 본인들은" 국힘 공세 지난주 정부가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은 공급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도, 보유세 강화를 비롯한 세제 개편엔 선을 그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여권 고위층의 부동산 보유 실태를 거론하며 공세를 폈습니다. ▶ "전액 현금 투자?" 묻자 "아니다"…미국 "우리 대두 좀 더 사줘"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온 관세 협상단의 대면 보고를 받았습니다. 다음 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 합의문이 발표될 걸로 기대되는데, 미국 측이 미국산 대두 수입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해 우리 정부가 검토 중인 걸로도 전해졌습니다. ▶ '사법개혁' 여야 격돌…"사법 파괴" vs "국민 보호"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같은 여당발 사법부 개편 카드에, 21일도 국정감사장은 달궈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큰 사법 파괴라고 따졌고, 민주당은 위헌이 아니며, 국민을 보호하는 거라고 맞받았습니다.
사진 : (주)쇼노트 제공 드라마와 영화에서 '신 스틸러'로 유명하지만, 배우 김신록의 탁월함은 연극 무대에서 더욱 빛납니다. 1인극 '프리마 파시'에서 열연 중인 김신록 씨와 함께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 연극 무대의 매혹에 관해 이야기 나눠봅니다. 김신록 씨는 몸으로 격파해야만 열리는 세계까지 가는 게 연극이라고 말합니다. 무대에선 매번 배우의 눈물, 콧물, 땀, 숨결과 체취, 그리고 관객이 어우러지는 실시간의 예술이 펼쳐지죠. 넷플릭스에는 없는 것, 그가 '요괴의 몸뚱이'라고 설명한 연극 무대만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김수현 기자 : 제가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도 봤지만 1인극이 너무 힘든데 뭐가 좋으세요? 나 이거 해야 되겠다, 이렇게 도전하게 하는 1인극만의 특징이 있나요? 김신록 배우 : 실시간으로 다 겪어내는 게 갖는 힘이 있는 것 같거든요.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인물이냐 배우냐를 구분할 수 없어지는 때에 이르잖아요. 저 힘든 게 배우가 힘든지, 지금 인물로서 우는 건지 배우가 우는 건지, 막 이렇게 되잖아요. 그래서 필연적으로 메타적인 힘을 갖는 것 같아요. 이 말이 허구의 말이 아니다, 지금 무대에 올라가 있는 것이 완전한 허구가 아니라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내주는 것 같거든요. 그게 되게 힘이 있는 방식인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배우들이 역을 나눠서 하면 '각자가 맡은 역을 하는구나' 이렇게 되는데. 김신록 배우 : 그러면 이야기로 안전하게 빠져들어가기 쉬운 것 같거든요. 잘 만들어진 이야기를 보거나 느끼고. 근데 그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나 교훈을 받았는데 이거는 이야기로 포섭되지 않는 거예요. 이야기라는 주머니를 뚫고 계속 나오는 것 같거든요. 그게 재미있어요. 그리고 연극적으로 유효하다. '통제한다'는 표현도 파트 1에 많이 나와요. '통제력' 이것도 변주해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그냥 '통제한다', '컨트롤'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다 '통제'라고 하고 있는데, 2막의 세계는 통제하려고 하는데 손톱으로 손바닥을 파고들듯이 계속 이야기를 움켜쥐려고 하는데 계속 구멍이 나는 거예요. 거기로 다 빠져나가는 거죠. 어쩌면 1인극이 이렇게 빠져나갈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았다. 이야기라는 주머니에서 실제가 빠져나가고 만들어 놓은 리듬, 템포, 어떤 형 안에서 배우가 혼자 하는데 어떻게 실패 없이 하겠어요? 목표를 반드시 비껴날 수밖에 없게 만들고 그게 매력이에요. '프리마 파시'에서도 파트 1의 세계는 실패 없는 세계라면 파트 2의 세계는 실패하는 세계거든요. 근데 실패를 연기하는 건 되게 힘들잖아요. 실패를 연기할 수도 없고 그냥 실패해야 되는 건데 1인극은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굉장히 적확하게 맞아 들어간다. 김수현 기자 : 실패할 수밖에 없다. 김신록 배우 : 깨끗하게, 말끔하게 해낼 수 없잖아요. 콧물 계속 나, 이거 너무 무거워, '어떤 지점에서 어디를 찍어야지' 이런 정밀한 설계를 계속 비껴날 수밖에 없어요. 예전 같으면 억지로라도 '여기서는 이 정도 볼륨의 감정을 만들고' 이렇게 했을 텐데 그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걸 실시간으로 체험하고 계속 노출했 때 유예된 어떤 것이 뒤늦게 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와야 되는데 안 밀려와요. 대사가 있으니까 지금 느끼는 감정으로 슬픔을 하고, 그러면 뒤에 배심원들이 들어올 때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이 경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뿐이지 있다, 올 것이라는 믿음? 그래서 1인극이 조금 더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2인극이라도 되면 '여기서 이만큼 또 줘야' 이렇게 되니까. 김수현 기자 : 김신록 배우를 아는 사람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분들이 더 많을 것 같거든요. 그때 연기와는 완전히 다른 거네요. 김신록 배우 : 무대 연기가 갖는 특성이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구상과 추상의 사이의 어떤 것을 찾는 것 같고요. 구조나 뼈대나 언어를 넘어선 어떤 것이 계속 드러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인 것 같고, 지금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이 회반죽이 되도록 하는 일을 하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저도 같이 막 버무려지는 것 같아요. (웃음) 이게 어떨 때는 이야기 들려주기인 것 같은데 어떨 때는 여러 사람이 연기하는 것 같을 때도 있단 말이에요. 넘나드는 게 어디에 중점을 둬야 될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신록 배우 : 요새 워낙 매체에 가서도 연기를 하기 때문에, 특히 넷플릭스가 얼마나 재밌습니까? 드라마, 영화 같은 매체들이 서사를 들려주는 데는 연극이 따라갈 수 없는 것 같아요. 시리즈물이 나오고 숏폼부터 시작해서 장편까지. 제가 연극을 그래도 꾸준히 해오면서 느끼는 건, 몸으로 격파해내야지만 열어젖힐 수 있는 세계까지 가는 것이 연극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게 연극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라디오로 했을 때도 똑같이 전달된다면 그건 연극이 아니다. 눈앞에서 현현하는 저 몸과의 교류, 객석에서. 감각이든 감정이든 뭐라고 부르든,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과 객석이 믹스가 되는 거예요. 1인극이기 때문에 '내가 테사를 연기해, 그래서 나를 테사라고 봐줘' 이렇게 되지 않는 거죠. 무대에 있는 사람이 '테사 제인 신록 킴' 정도 되지 않는가. 근데 객석하고 잘 만나지면 '테사 신록 수현 킴 은정' 뭐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막 버무려져서 마치 내 경험처럼 시간을 함께 관통해 가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개별자들이 무너지는 시간? 알 수 없이, 괴물처럼 덕지덕지, 우리가 함께, 이 공간도 덕지덕지, 요괴의 몸뚱이처럼. 제가 <씨네21>에 요괴의 몸뚱이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는데, 요괴가 열린 문으로 흘러넘치고 극장 밖으로 흘러넘치는 상상을 하거든요. 비주얼적으로. 연극 무대가 깨끗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뒤섞였으면 좋겠다. 열기와 콧물, 눈물과 체취와 땀, 이런 게 범벅이잖아요. 객석에서도. 그게 연극이 할 수 있는 일이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 김수현 기자 : 갑자기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런 게 생각났어요. 김신록 배우 : 그런 거는 저도 생각하면서 발상을 하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가오나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 1인극이면 배우도 여러 명이고, 어디까지 배우의 재량에 맡기는 건지? 김신록 배우 : 큰 콘셉트와 해석에만 동의를 하고 1인극이다 보니까 배우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것을 100% 열어줘서, 근데 기술적인 부분들 예를 들면 조명이랄지 음향이랄지 이런 게 들어와야 하니까, 큐 같은 것을 맞춰야 되니까 최소한의 위치 같은 것들은 합의를 하고 그것으로 가는 길은 각자가 다 만드는 거죠. 우리가 서로를 봤기 때문에 유사해지는 부분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는데, 파트 1의 세계는 그래도 유사해요. 왜냐하면 이 세계는 논리와 구조로 이루어진 세계거든요. 주인공이 '여기는 법정, 이번에는 우리 집, 여기는 캠브리지 대학교', 전환하는 데서 전환되는 세계인 거예요.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세계요. 일종의 '두잉'의 세계인 거죠. '내가 해'. 근데 파트 2의 세계는 하려고 하는데 자꾸 멱살 잡혀서 다른 데로 끌려가는 세계예요. 나는 진술하고 싶은데 줄리안을 두 번 본 기억이 덮쳐서 뜬금없이 줄리안을 봤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예요. 파트 2의 세계야말로 이성과 논리가 아니라 감각의 세계이고 몸의 세계고 살의 세계인 거예요. 세 사람이 기술이나 논리로 격파하는 파트 1은 비슷하지만, 자기의 삶, 자기가 사는 방식, 삶을 뭐라고 이해하고 있나, 이런 것들이 온전히 드러나는 게 파트 2라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이 달리 설계하도록 프로덕션에서 열어준 거죠. 배우한테는 굉장한 도움이자 도전이었죠. 김수현 기자 : 대본이 있지만 내 말맛에 맞게 달라지는 경우도 있나요? 김신록 배우 : 영어이기 때문에 번역본을 받았잖아요. 그 번역본을 가지고 치밀하게 번역해 내는 작업을 다시 했어요. 그래서 3명이 번역의 언어가 약간씩 다른 부분도 존재하고, 저 같은 경우는 1의 세계와 2의 세계를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구축하고 싶다는 게 큰 목표였고, 언어적으로 대비되는 단어들을 잘 살린다거나 반복되는 단어들은 계속 똑같은 단어를 써준다거나, 번역적으로 이런 거에 공을 들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야기에서 '허점을 짚어내는 거야' 이런 말이 있는데 '허점'이 아니라 '홀'이라고 돼 있어요. 저는 '구멍'이란 말을 그대로 살렸는데, 철학적으로도 구멍을 통해서 어떤 것이 틈입해 들어오는 세계관하고 맞아서 해석될 여지를 주고 싶다. 또 '일관성'이라는 단어를 집요하게 '일관성, 비일관성'이라는 말로 살려준달지. '기다려'라는 말도 계속 살려주고. 번역은 매끄럽게 하기 위해서 '기다려, 기다리고 있어,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이런 걸 '웨이트, 웨이트, 웨이트' 있으면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이렇게 살려준달지. 그리고 대본이 현재적으로 지금, 지금, 지금으로 쓰여 있는데 텍스트만 놓고 보면 이 장면에 대한 해석을 가지고 번역할 수가 있잖아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예를 들면 '왕실 변호사가 나한테 그 사무소의 자산이나 함께 일하게 될 변호사에 대해서 이야기해 줘. 나는 감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해. 근데 자랑을 늘어놔' 이렇게 번역이 되어 있다면 이건 여기에 대한 해석을 가진 입장이잖아요. 그런 해석을 지금 이 순간 인식되는 것들로 말을 바꿔내려는 노력을 하고, 오히려 원문 그대로의 감각을 살리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 대사를 빨리 해야 돼서 말이 꼬이거나 놓치면 어떡하지, 아슬아슬한 경험도 있으신가요? 실제 무대에 올라갔을 때. 김신록 배우 : 이런 질문할 때마다 '퉤퉤퉤' 해요. 혹시나 그렇게 될까 봐. (웃음) 김수현 기자 : 보면서 전혀 그런 걱정은 들지 않았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 너무 자연스러운데, 저걸 어떻게 다 외웠을까. '연기 차력쇼'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하는데. 김신록 배우 : 대사를 빼먹고 넘어가면 뒤에 하기도 하고, 괜찮은 대사면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 중간에 그런 것도 생각하면서 하는 거죠. 이병희 아나운서 : 실제 공연하면서 더 느끼는 바가 있다고 하시는 거 보면, 실제 무대에 올라갔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이 돼서 느낌이 오시나 봐요. 김신록 배우 : 1인극이니까 이런저런 수임을 계속해야 되잖아요. 그 사람이 될 시간도 여력도 없는데 그 인물이 된다는 감각보다는, 연습실에서보다 더 혼신을 다해서 그 일을 진짜로 하려고 하잖아요. 정말로 그 일을 해나가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집에서 다들 어떤 수행을 하시는 분들이니까 연습하다가 딱 카메라 켜지면 하는 게 다른 것처럼, 관객 앞에서 진짜로 어떤 일을 하다 보면 비로소 알게 되는 감각 같은 게 있는 거죠. 공연 중에 발견된 것들이 진짜 값지고 재밌어요. 그거를 그다음에 또 써먹어야지 하면 또 잘 안 되니까 그냥 바로 버리고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