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프리미엄
오디오에 지식을 담다. 오디오로 보다 편하게 스프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떠들썩했던 '북한 리조트' 준공식, 그런데 비어 있는 해변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의 글입니다. 지난달 24일 강원도 원산 명사십리 바닷가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2016년 무렵 공사를 시작한 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자재수급 어려움 등으로 수차례 완공이 연기된 뒤 근 10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 지은 것입니다. 준공식에는 김정은과 딸 김주애뿐 아니라 부인 리설주가 18개월 만에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은 준공식에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 일어번질 행복의 파도가 조국의 금수강산 곡곡으로 뻗어갈 낙원의 내일을 부르며 세계적인 관광문화 휴양지로서의 매력적인 명함을 선양하리라는 확신을 표명"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어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밝힌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규모를 보면 호텔과 여관 등 숙박능력만 2만 명, 해수욕장과 각종 봉사시설들의 하루 수용능력은 4만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해외 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어마어마한 관광단지를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북한에게 관광은 대북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어떤 대북제재도 관광객들이 북한에 가서 돈 쓰는 것을 막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준공식 행사에는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도 초대됐습니다. 교통이 좋지 않은 북한에서 강원도 원산에서 열리는 행사에 해외사절까지 초청한 것은 이례적인데, 북한군 파병으로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관광객 유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관광객만으로 대규모 해양관광단지를 다 채울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북한은 일단 북한 주민들을 먼저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관광지구가 7월 1일 개장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손님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하게 된다"고 밝힌 것입니다. 북한이 예고한 대로 이달 1일부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개장했습니다. 김정은의 주요 관심사인 관광지구가 개장한 만큼, 북한 노동신문은 관련 소식을 자세하게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7월 2일자 2면에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서 봉사 시작'이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3일에는 1면에 '위대한 어머니당의 숙원에 떠받들려 인민은 새 문명, 새 복리를 향유해간다'라는 기사와 '인민의 웃음소리 끝없이 울려퍼지는 동해의 명사십리 –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또, 4일에도 역시 1면에 '조선중앙통신사 보도 – 사회주의 조선의 무진한 창조력과 과감한 실천력을 뚜렷이 확증한 동해명승의 천지개벽, 갈마반도의 명사십리에 세계굴지의 해안관광도시 인민의 문화휴양지가 훌륭히 일떠선데 대하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개장하기까지 김정은의 영도력과 건설 과정을 찬양했습니다. 노동신문은 10일에도 '황홀경의 명사십리, 행복의 인파십리 – 세상에 둘도 없는 동해명승에 인민의 웃음 파도친다'는 기사와 '황홀경의 명사십리, 행복의 인파십리 – 향유자들은 말한다'는 기사를 연이어 실었습니다. 노동신문은 2일 기사에서 "전국 각지의 수많은 근로자들이 세상에 없는 황홀한 관광명소에로의 여행을 열망하고 있는 가운데 운영 첫 날부터 수 많은 손님들이 이 곳에 여장을 풀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강원도와 함경남도의 근로자들은 물론 수도 평양과 조국의 북단에 위치한 함경북도, 양강도, 자강도에서, 나라의 서부지역 도, 시, 군들에서 온 수 많은 남녀노소가 새 문명 향유의 희열을 안고 관광지구에 들어섰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이 기사와 함께 첨부한 사진들을 보면 관광객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북한 매체들이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여러 모습을 사진에 담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넓은 해변의 상당 부분은 비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수용인원 4만여 명을 자랑하는 관광단지의 규모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자유여행이 가능한 나라가 아닌 만큼 관광단지 개장에 맞춰 북한 전역에서 손님들을 보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많이 보이는 것은 국내 손님만으로는 넓은 해양관광단지를 다 채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기야 하루 수용능력 4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북한이 정책적으로 마련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지난달 26일, 러시아 관광객들이 지난 7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첫 해외 관광객들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러시아 관광객들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채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전망입니다. 현재 러시아와 북한 간에는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연결하는 항공편이 운항중인데, 이 항공편의 규모로 볼 때 하루 최대 170명의 러시아 관광객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통일부는 추정했습니다. 모스크바와 평양 간 항공편도 곧 운항될 것으로 보이는데, 주 2회 정도로 예상되는 이 항공편이 운항된다 해도 러시아 관광객이 크게 늘기는 힘듭니다. 러시아 이외의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대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찾을 것이라고 보기는 더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북한이 야심 차게 개장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김정은의 의도대로 국내외 관광객들로 흥성이는 세계적인 관광단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원산의 명사십리 바닷가가 훌륭한 관광명소인 것은 사실이나, 북한이 처한 객관적 현실을 감안해 볼 때 4만 명 규모의 해양관광단지는 너무 과도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스프가 고른 <8뉴스> ▶ "증거 인멸 염려" 4개월 만에 재수감…특검 "11일 조사" 넉 달 만에 다시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 소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법원이 10일 새벽,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다는 게 영장 발부의 이유였습니다. ▶ [단독] "특검 출범하면 한국 못 산다"…파면 2주 뒤 출국 김건희 여사의 집사로 지목돼서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른 김 모 씨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던 지난 4월에 출국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김 씨는 출국하기 전, 자신의 주변 사람에게 '정권이 바뀌고 특검이 출범하면 자신은 한국에서 살 수 없을 거'라며 '외국으로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한반도 겹겹이 덮은 '폭염 이불'…'꽉' 막힌 공기에 장마도 글쎄 숨 막히는 무더위의 기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다음 주에도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부지방에는 장맛비가 예보됐습니다. ▶ [단독] 해명도 거짓이었다…강선우, 보좌진과 대화 보니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보좌진들을 상대로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저희가 단독 보도해드린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강 후보자는 보좌진에게 집안일을 시킨 적이 없다며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 결과, 강 후보자의 이런 해명은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스프가 고른 <8뉴스> ▶ 내란 특검 수사 분수령…다른 특검에도 영향? 구속영장 여부, 내란 특검 수사에 어떤 영향? 김건희 특검·채 상병 특검 수사에도 영향?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 '대기업 투자 의혹' 김건희 측근 해외 도피…수사 착수 김건희 특검팀 수사 상황도 살펴보겠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오랜 측근으로 꼽히는 한 사업가가 설립에 참여했던 벤처기업에 대기업이 180억 원 넘게 투자한 경위에 대해서 특검팀이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사업가는 특검이 출범하기 전에 이미 외국으로 도피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 소금 먹고 더위 예방? '반전'…재앙급 폭염서 살아남는 법 올여름 더위는 이제 사람들 건강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8일 하루에만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가 2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5월 20일부터 어제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1천200명 정도 되는데, 이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를 해보면 2배 반 정도 많은 숫자입니다. 또, 온열질환 때문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벌써 8명이나 됩니다. 그럼 올여름 폭염으로부터 우리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부터 전문가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단독] 강선우 후보자 갑질 의혹…"보좌진을 집사처럼 부렸다" 이재명 정부는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에 민주당 강선우 국회의원을 내정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전문가'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 결과, 강 후보자가 자신의 보좌진에게 자기 집 쓰레기를 버리게 하거나 고장 난 변기를 해결하게 했다는 증언들이 나왔습니다.
스프가 고른 <8뉴스> ▶ 117년 만에 가장 더운 날…'40.2도' 전국이 찜통 지옥 가만히 있어도 덥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힘들고 지치는 하루였습니다. 8일 서울의 기온이 사람 체온보다 높은 37.8도까지 치솟으며 7월 상순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습니다. 또 경기도에서도 올 들어 처음으로, 곳곳에서 한낮 기온이 40도를 넘어섰습니다. ▶ 트럼프, 이 대통령에 서한 "8월 1일 25% 관세 부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상호관세율이 적힌 서한을 보냈습니다. 다음 달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3주 정도 협상 시간이 남아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에 드는 제안을 해오면 또 시한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윤상현·김상민 압수수색…'윤 부부 공천개입' 본격 수사 김건희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공천 개입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서 첫 강제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특검팀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상민 전 부장검사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 [단독] "다시 끼우려다" 갑자기 '탕'…실수로 권총 방아쇠 당겼다 지난 주말,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에 가서 흉기를 휘두른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그 남성을 검거한 뒤에 경찰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공포탄이 잘못 발사됐던 걸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가 출범하기도 전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후폭풍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안 의원이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동시에 안 의원을 공개 비판하면서 당내 갈등이 전면전으로 격화하는 모습인데요.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합니다. '尹사단'으로 불려온 주 의원에게 여전히 친윤인지, 국힘에는 정말로 '언더 찐윤'이 존재하는 건지, 안철수 vs 쌍권 갈등으로 또 한번 여실히 드러난 당내 갈등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물어보겠습니다. #주진우 #안철수 #권영세 #권성동 #쌍권 #한동훈 #윤석열 #정치스토브리그 ※ 아래 배너를 눌러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컨설팅 리포트에 대한 의견, 각 후보에 대한 나만의 평가, 컨설팅 후보 추천 모두 환영합니다.
오디오에 지식을 담다. 오디오로 보다 편하게 스프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61살 전설의 지옥 훈련...절대 강자 꿈꾸는 23살 여제 권종오 SBS 기자의 글입니다. 전설이 최강을 담금질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주봉 감독은 선수 시절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복식 금메달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은메달을 비롯해 숱한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며 한국 배드민턴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었습니다. 지도자의 길에 나선 뒤에도 배드민턴 변방 일본을 세계 정상급으로 이끌며 능력을 증명했습니다. 환갑이 넘은 61살의 사령탑은 이제 여자 단식 세계 최강 안세영의 조련사로 새로운 신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레전드' 박주봉 감독이 부임한 이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의 분위기까지 확 달라졌습니다. 최근 합숙 훈련에서 선수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변화는 지옥 훈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엄청난 훈련량. 서승재(남자 복식 국가대표)는 "하루가 너무 긴 것 같이 느껴지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고 김혜정(여자 복식 국가대표)은 "너무 힘들어요, 사실은... 근데 버티고 있습니다"라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체력왕'인 안세영(여자 단식 국가대표)조차도 "굉장히 힘들고요. 이번 주를 버틸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 정도로"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박주봉 감독은 코트를 돌면서 선수마다 일일이 자세를 확인하고, 직접 라켓을 휘두르며 훈련 파트너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60대 지도자가 열정을 불태우자 선수들도 쉴 새 없이 몸을 날리며 셔틀콕을 받아내고 있습니다. 박 감독은 "좀 소리를 질러가면서 훈련을 해야지 선수도 따라오고 분위기도 살아난다. 그동안에 했던 좀 틀에 박힌 것보다는 조금 변화를 주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습니다. 박주봉 감독이 부임하자 관심은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세계 1위 안세영에게 쏠렸습니다. '전설' 박주봉 감독이 '진행형 전설' 안세영을 지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안세영이 현재 최강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옹성은 아닙니다. 안세영은 지난 6월 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끝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오픈 결승에서 랭킹 2위 왕즈이를 2-1(13-21 21-19 21-15)로 꺾고 대회 정상에 올랐습니다. 올해 5번째 국제대회 개인전 우승이었습니다. 1세트를 내주고 2세트도 9-17까지 끌려갔지만 놀라운 뒷심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거의 졌던 경기를 뒤집은 것입니다. 직전에 열린 싱가포르 오픈 8강전에서는 숙적 중국의 천위페이에게 패배하기도 했습니다. 올 시즌 유일한 패배입니다. 안세영도 무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박주봉 감독은 "안세영 선수가 현재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사실 세계적인 선수들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대회 때마다 중국 선수 4명(왕즈이·한위에·천위페이·가오팡제)에 일본의 야마구치까지 1대 5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들 모두 안세영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도 상대에 대한 세밀한 파악이 필요하고 훈련 방식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안세영을 만나는 상대들은 '어차피 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덤비니 경기가 더 타이트해진다. 세영이는 오히려 부담을 갖고 임한다"면서 "세영이가 뒤늦게 발동 걸리는 슬로 스타터인데 페이스를 좀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 공격력도 보강해야 한다. 세영이가 어차피 힘으로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악력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탁 끊어 때리는 짧고 빠른 공격이 요구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박 감독의 주문에 따라 안세영도 변신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안세영은 상대가 질릴 정도의 악착같은 수비력으로 정상에 올랐습니다. 코트 위로 몸을 던지는 수비와 뛰어난 반사 신경에 놀라운 투혼으로 탄성을 자아내는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다른 구기종목도 그렇듯이 수비만으로 계속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안세영은 "이전까지는 수비형 선수를 추구했는데, 수비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힘은 많이 밀리기에, 정확성을 더 높이려 한다. 찬스가 왔을 때 확실하게 끝내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공격에서는 천위페이 수준까지 올리고 싶다. 공격과 수비 전부 다 세계 최고여야 계속 1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껏 잘해왔지만 앞으로도 지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에게 조금은 두려운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습니다. 이를 위해 안세영은 훈련 방식에 변화를 줬습니다. 우선 영상 분석 빈도를 늘렸습니다. 안세영은 "그간 영상 분석은 잘 몰랐는데, 싱가포르오픈에서 천위페이에게 지고 나서 생각이 굉장히 많아졌다. 상대가 저의 약점을 찾으려 분석하는 만큼 저도 저를 잘 알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박주봉 감독의 조언에 따라 악력을 키울 계획입니다. 박 감독은 "팔꿈치까지 쓰는 순간적인 스윙으로 빠른 공격을 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악력을 좀 더 키워야 한다. 악력기를 옆에 두고 수시로 운동을 하라"고 주문했는데 제자 안세영은 스승의 명을 그대로 따를 생각입니다. 안세영은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직후 "대표팀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앞으로 함께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이른바 작심 발언을 쏟아내 한국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놓았습니다. 그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대표팀 운영 방식과 규정도 비판했습니다. 이 여파로 전 대표팀 감독과의 불화도 불거지면서 배드민턴협회도 대표팀도 큰 홍역을 치렀습니다. 이후 배드민턴 협회장도, 그리고 대표팀 감독도 새로 바뀌었습니다. 올림픽 이후 한동안 진천선수촌에 발을 들이지 않던 안세영은 지난 4월 강화 훈련부터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안세영은 "(발언 이후 갈등은) 그해에 다 털어버렸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마음가짐, 새로운 목표로 다시 들어왔고 생각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내게는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안세영이 신임 박주봉 감독을 신뢰한다는 점입니다. 안세영은 "감독님께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다. 그래서 먼저 다가와 조언해 주고 소통하려 노력해 주시니 감사하고 편하다"며 지도자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습니다. 61살 전설의 감독과 23살 배드민턴 여제의 만남. 새로운 스승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안세영은 앞으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절대 강자'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이 시대 가장 뛰어난 작곡가 중 한 명'이라고 극찬한 19살 작곡가 이하느리를 만나봅니다. 이하느리는 '소리'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작곡가인데요, '프리페어드(Prepared: 준비된)' 피아노가 연주되는 곡을 많이 씁니다. '프리페어드 피아노'란 과연 어떤 피아노를 말하는 걸까요? 이하느리는 왜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좋아할까요? 작곡은 머릿속 음악을 꺼내는 과정이라는 천재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엿보는 일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작곡가 이하느리가 출연한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 271회 풀영상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 악기를 어떻게 하신 거예요? 이하느리 작곡가 : 프리페어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이렇게 있습니다. 콰르텟 편성이고. 이병희 아나운서 : 프리페어드 피아노란? 이하느리 작곡가 : 직역하면 '준비된 피아노', 피아노 현 등에 어떤 장치를 해서 그것을 눌렀을 때 음향을 조금 바꿀 수 있는 장치. 피아노에 뭔가를 하면 프리페어드 피아노가 되는 거예요. 이병희 아나운서 : 줄에 뭔가를 해놓는 거예요? 뭘 꽂아놓거나? 이하느리 작곡가 : 네. 저는 저음에 클레이를 껴놨었어요. 그래서 조금 뮤트된 소리가 나요. 좀 건조한 소리가 필요했어서. 김수현 기자 : 그래서 조율하시는 분들이 프리페어드 피아노 하는 걸 싫어한다고. (웃음) 이병희 아나운서 : 그런 얘기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이하느리 작곡가 : 저는 프리페어드를 거의 써서, 7월 3일에 연주하는 것은 대부분 고무를 붙여야 되는 거라서. 근데 고무는 그래도 괜찮아하는 것 같아요. 다른 거는 조금 무서워하는데. 박재현 기자 : 프리페어드를 계속 쓰는 이유가 있으세요? 이하느리 작곡가 : 제가 좀 건조한 소리를 좋아해요. 그리고 요즘 가진 아이디어가 프리페어드 소리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쓰고 있는데, 가끔 프리페어드 쓰지 말라는 위촉도 있어서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프리페어드를 안 하고. 뭔가 불편하더라고요, 소리가... 김수현 기자 : 근데 프리페어드를 피아노만 하나요? 다른 것도 할 수 있는 거죠? 이하느리 작곡가 : 다른 것도 할 수 있어요. 첼로나 바이올린에, 은박지 같은 것을 현 사이에 끼워 놓고... 김수현 기자 : 소리에 관심이 많으시잖아요. 새로운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까? 이하느리 작곡가 : 그런 생각도 많이 해봤는데 아직까지는 막연하게, 언젠가 이렇게 해보고 싶다 정도. 김수현 기자 : 멜로디 등보다 소리 자체에 더 관심을 쏟는다는 취지로 다른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던 것 같아요. 이하느리 작곡가 : 네. 근데 'Menuet' 같은 경우에는 라이트모티프가 있으니까 멜로디가 있다고 할 수 있고. 이병희 아나운서 : 작곡을 시작할 때부터 소리에 더 집중하셨어요? 이하느리 작곡가 : 그건 아니었어요. '내가 무슨 음악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계속 있다가 '이런 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 들어 정착한 생각이에요. 그 전에는 해보고 싶은 거 다 하고, 그게 멜로디가 될 수도 있고 음향에 관련된 걸 수도 있고, 그것도 다 소리이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제게 흥미로운 소리가 있으면 그걸 쓰고. 김수현 기자 : 사람의 목소리를 가지고 뭔가 하고 싶은 생각은? 성악. 이하느리 작곡가 : 인성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에서 인성 관련 작품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요. 성악과 제가 원하는 발성과는 조금 다른... 김수현 기자 : 소리에 관심이 많으니까 원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성악 발성과는 좀 다르다는 거죠? 이하느리 작곡가 : 맞아요. 그래서 인성은 기회가 있으면 너무 써보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며칠 전에 가곡을 하나 발표하긴 했어요. 위촉은 아니었고 학교 연주회에서. 연주가 괜찮게 됐어요. 사진 : 더하우스콘서트 김수현 기자 : 가곡 제목이 뭐였는데요? 이하느리 작곡가 : 제가 2년 전에 이상 시를 조금 공부하는 과정에서, 사실 2년 전에 쓴 건데 발표를 김수현 기자 : 안 하고 있다가. 이상의 어떤 시인데요? 이하느리 작곡가 : 이상의 '건축무한육면각체'. 저는 시의 스토리보다 발음적인 요소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시를 텍스트로 잘 선택하지 않다가 우연히 이 시를 봤는데, 간단히 말하면 이상이 눈으로 본 것들에 대해서 병치식으로 해놓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제가 가진 목소리적인 아이디어와도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썼어요. 김수현 기자 : 언젠가 들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학교 내에서 발표하신 거죠? 이하느리 작곡가 : 네, 학교 안에서. 김수현 기자 : 그렇군요. 이거 듣고 누가 가곡을 위촉할 수도 있겠네요. (웃음) 이병희 아나운서 : 학교에서 그 노래는 누가 불렀어요? 이하느리 작곡가 : 그냥 학생분들이 불렀습니다. 이병희 아나운서 : '발성을 이렇게 해 달라' 주문을 하는 거죠? 이하느리 작곡가 : 네. 근데 아무래도 2년 전에 쓴 곡이라 막 그렇게 다른 걸 가지고 있지는... 김수현 기자 : 기존의 가곡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이하느리 작곡가 : 잘 모르겠네요. (웃음) 김수현 기자 : 언젠가 기회가 있기를.
사진 : 이하느리 유튜브 채널 요즘 주목받는 19살 작곡가 이하느리를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에서 만나봤습니다. 이하느리는 지난해 바르토크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한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음악 친구로도 알려져 있죠. 이하느리는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공연과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에서 1주일 사이로 잇따라 신곡을 발표했는데요, 마음에 드는 단어나 문장을 메모장에 모아두고, 그때그때 작품 제목으로 골라 쓴다고 합니다. 작곡가 이하느리의 범상치 않은 창작 방식에 대해 들어보고, 임윤찬이 연주한 'Round and velvety-smooth blend...'를 함께 감상해 봅니다. 작곡가 이하느리가 출연한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 271회 풀영상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 이번에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말고도 예술의전당에서 최수열 지휘자가 하는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에서도 신곡을 발표하잖아요. 그 곡은 국악과는 관련이 없고. 이하느리 작곡가 : 관련이 없어요. 김수현 기자 :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에서 원래 현대음악을 많이 연주하시더라고요. 공연 기획 자체가 그런 거라서. 거기서는 어떤 곡을 하세요? 이하느리 작곡가 : 타악기와 앙상블을 위한 작품을 발표하고 타악기 솔로 주자로는 김은혜 선생님과 같이 하게 되는데, 이번 주부터 리허설 시작이라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 악기가 몇 가지 나오나요? 이하느리 작곡가 : 타악기 솔로와 10명인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길이가 얼마나 돼요? 이하느리 작곡가 : 10분 정도, 딱 적당한 길이. 원래 최수열 선생님이 요청하신 건 조금 길었는데 선생님이 저에게 자유를 주셨어요. 그래서 10분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려서 (웃음) 좋았습니다. 김수현 기자 : 제목이 뭐예요? 이하느리 작곡가 : ‘As if……I’. 저는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단어가 있으면 메모장에 모아두고, 곡을 쓰기 전에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 제목이 이거랑 어울릴 것 같아' 그러면 그 제목을 붙이는 식으로 제목을 짓거든요. 알파벳 모양도 신경을 쓰는데, 이번에 쓴 곡이 원래 적어놨던 'As if'라는 단어와 잘 맞을 것 같아서. 김수현 기자 : 어떤 면에서요? 이하느리 작곡가 : 알파벳 모양이요. 김수현 기자 : A와 f가 양쪽에 딱 서 있고 (웃음) 어떤 면에서 맞는 건가요? 이하느리 작곡가 : 그냥 직관적으로. 그리고 이 작품이 제가 계속 쓰던 아이디어와 조금 다른 작품이에요. 김수현 기자 : 어떤 식으로? 이하느리 작곡가 : 아이디어가 발현하는 방식 자체가, 새로운 걸 써보자는 생각으로 썼기 때문에. 제목도 종류가 있거든요. 제가 자주 쓰는 것을 할 때 쓸 수 있는 제목들이 있고, 다른 것을 할 때 쓸 수 있는 제목들이 있어요. 김수현 기자 : 단어들을 분류해놨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 그 메모장을 보고 싶습니다. (웃음) 이하느리 작곡가 : 지금 다 떨어져서 제목이 몇 개 안 남았어요 (웃음) 빨리 모아야... 김수현 기자 : 주로 어디서 모으세요? 이하느리 작곡가 : 책에서 볼 때도 있고, 시집을 읽는 걸 좋아하던 때가 있었는데 시에서 가져오기도 하고. 박재현 기자 : 라틴어 많이 쓰지 않아요? 글씨가 멋있고. 이하느리 작곡가 : 다 폐기한 작품들인데 (웃음) 저는 한동안 불어 제목을... 김수현 기자 : 왜요? 불어가 멋있어서? 이하느리 작곡가 : 그랬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때였으니까. 그러다가 너무 겉멋 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웃음) 그런 것 상관없이, 지금은 일본어로 짓기도 하고. 김수현 기자 : 작년에 바르토크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셨잖아요. '현기증' 이하느리 작곡가 : 'Vertigineux'. 'Vertigo'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쓰니까 형용사로 바꾼 거였어요. 불어인데, 전에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갈아엎어서 만든 거였거든요. 이전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Vertigo'에 대한 거였어요. 그래서 'Vertigo'가 두 번째 작품 부제였는데 이미 폐기했고요. 그 아이디어도 거의 완성된 아이디어니까 제목을 다시 짓지 않고 그냥 이거 써야겠다 해서 썼습니다. 김수현 기자 : 지금 아이디어라고 하신 건 어떤 아이디어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하느리 작곡가 : 재료. 조직이나 주가 되는 콘셉트. 그걸 제가 아이디어라고 해요. 김수현 기자 : 작업하는 과정은 머릿속에 있는 것을 꺼내는 과정인가요? 이하느리 작곡가 : 네. 머릿속의 생각은 지금 할 수도 있고 걸어 다닐 때 할 수도 있고 잘 때도 자주 하고, 그걸 꺼내는 작업이죠. 김수현 기자 : 꺼내는 작업도 일필휘지로 되지는 않잖아요. 모차르트는 굉장히 빨리 썼다는 얘기가 있는데 머릿속에 있던 게 후루룩 나온 거고, 베토벤은 계속 고쳐 썼다고 하잖아요. 이하느리 작곡가 :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 쓰는 것은 어렵지 않거든요. 근데 물리적으로 악보가 다르니까 조금 오래 걸리긴 하죠. 김수현 기자 : 편성이 커질수록 더 오래 걸리나요? 이하느리 작곡가 : 네, 맞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 현대음악 악보는 기호도 특별하고 못 보던 것이 많던데,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가 알고 있는 기호로는 표현할 수 없을 때도 있잖아요. 이하느리 작곡가 : 그렇기 때문에 다른 특수 주법을 쓰거나. 이병희 아나운서 : 나만의 기호를 새롭게 만들어요? '이렇게 표시한 건 이렇게 해달라.' 이하느리 작곡가 : 보편화된 기호도 있고, 악보 표기에 대해서 '이건 이거다' 정해지지는 않았어요. 일단 리허설 하기에 효율적인 표기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고, 직관적일수록 연주자들은 보기 편한 것 같아요. 리허설 시간도 단축할 수 있고. 저도 사보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지금은 제가 쓰는 노테이션(표기법)들이 좀 정리가 된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작곡가들마다 노테이션들이 조금씩 다르겠네요. 이하느리 작곡가 : 네, 많이 달라요.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현존해 있는 음악가의 곡을 할 때는 그 사람이 있을 때 하는 게 제일 좋겠네요. 이하느리 작곡가 : 아무래도 그렇죠. 김수현 기자 : 그래야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 아무리 적어서 전달한다 해도. 이병희 아나운서 : 보니까 악보에 설명도 많더라고요. 김수현 기자 : 진은숙 선생님이 서울시향에서 연주할 때, 리허설을 취재하러 카메라 기자와 같이 갔거든요. 새우깡 상자 같은 데 종이가 있는데 그걸 다 구겨서 쓰는 거였어요. 그게 이를테면 악기잖아요. 근데 카메라 기자가 쓰레기인 줄 알고 '새우깡 상자 치워라' 한 거예요. 진은숙 선생님이 깜짝 놀라서 '안 돼요!' (웃음) 이병희 아나운서 : 새로운 소리를 찾아야 되니까 기존의 악기를 여기도 뜯어보고 여기도 긁어보고 하시겠네요. 집에 악기가 많으세요? 이하느리 작곡가 : 아니요, 많진 않아요. 현악기가 있고 피아노가 있고 플루트가 있고 한데, 그런 주법들은 이미 너무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걸 악기에서 찾는 작업은 요즘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공연할 때 신곡을 같이 연주했잖아요. 제가 통영에서 뵀거든요. 끝나고 나서 작곡가가 현장에 있으니까 올라오라고 해서 무대에서 같이 인사해서 '임윤찬 씨가 형님 같았다' 이런 얘기들이. 그렇게 현장에서 작곡가로서 관객들한테 직접 인사하는 일이 많이 있나요? 이하느리 작곡가 : 그때는 초연이 아니었지만, 초연 때는 보통 인사해요. 김수현 기자 : 얼마 전에 유튜브에 올리셨더라고요. '라운드 앤드 벨브티-스무드 블렌드...(Round and velvety-smooth blend...)' 이거는 어디서 나온 제목이에요? 이하느리 작곡가 : 윤찬이 형과 같이 정한 제목이에요. 밥을 먹다가 그런 문구가 써 있어서 '이거 제목 할래?' '좋은 것 같다' 해서 그냥 그렇게 정했어요. 김수현 기자 : 위스키 선전에 나올 것 느낌도 있어요. (웃음) 박재현 기자 : 저 곡도 그렇고, 몇 곡 들어봤는데 '네오 로맨틱'이라고 분류하는, 조성이 있지는 않은데 낭만주의 음악에서 쓰일 법한 울림들이 자주 등장해서, 현대음악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걸 타깃으로 쓰신 건 아니죠? 이하느리 작곡가 : 그건 아니었고 지금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들, 그리고 골드베르크 프로그램도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저런 작품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박재현 기자 : 사실 질문지에 쓰여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웃음) 스크랴빈 같은 낭만적인 색채가 있거든요. 넓은 울림의 소리도 언뜻언뜻 들리는 것 같고, 바르토크적인 울림도 있는. 그 안에 너무 많은 언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기성 작곡가도 스펙트럼이 넓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기존 언어들을 습득해서 자기만의 표현 방식으로 내놓는데 이렇게 다양할 수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디오에 지식을 담다. 오디오로 보다 편하게 스프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우린 혈맹이야, 잊으면 안 돼” 러시아에 강조한 북한 속내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의 글입니다. 지난달 29일 평양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장관이 함께 관람한 공연이 있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신동맹조약인 ‘포괄적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1주년을 맞아 방북한 러시아 문화장관이 김정은과 회담을 마치고 공연을 관람한 것입니다. 이날의 공연은 러시아 예술인들의 평양방문 공연과 북한 예술인들의 답례공연으로 이뤄졌는데, 몇 가지 주목해 볼 부분이 있었습니다. 먼저, 이날 공연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의 전투 장면이 공개되었다는 것입니다. 북한 예술인들이 노래를 부르는 도중 무대 뒷배경에 북한군의 전투 장면들이 사진으로 공개됐는데, 북한군 전투 장면이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된 것은 처음입니다. 북한군 전투 장면은 객석에 있는 관객들에게 1차적으로 공개됐지만, 공연 내용이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를 통해 각지의 북한 주민들에게 보도된 만큼 북한 전역의 주민들에게 전투와 관련된 사진을 공개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 중에는 김정은이 평양에 도착한 북한군 전사자 유해를 맞이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인공기로 덮인 유해를 김정은이 침울한 표정으로 살펴보는 모습입니다. 해외에서 목숨을 잃은 전사자들이 고국으로 돌아올 때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가 예우하며 맞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영문도 모른 채 다른 나라 전쟁에 끌려나가 죽음을 당한 전사자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다독이기 위한 선전 작업으로 보입니다. 이런 사진들은 모두 북한 예술단의 답례공연 때 공개됐습니다. 이날 공연에서 특이한 것은 러시아 예술단의 공연 장소와 북한 예술단의 답례공연 장소가 달랐다는 점입니다. 상대 공연에 대해 답례공연이 이뤄지더라도 보통 같은 장소에서 이어서 함으로써 관객들이 이동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러시아 예술단의 공연은 ‘동평양 대극장’에서 북한 예술단의 답례공연은 ‘4‧25 문화회관’에서 진행됐습니다. 김정은과 러시아 문화장관을 비롯해 러시아 예술단의 공연을 본 사람들이 ‘동평양 대극장’에서 퇴장한 뒤 다시 ‘4‧25 문화회관’으로 이동해야 했던 것입니다. 북한은 왜 이렇게 다소 번거롭게도 답례공연 장소를 다른 곳으로 준비했을까요? 북한 측 답례공연에서 주력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전투 장면과 김정은의 유해 맞이 장면 공개 등을 보면 북한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답례공연을 통해 마음먹고 보여줘야 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철저한 리허설이 가능한 별도의 장소에서 공연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 예술단들은 이 날 북한군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노래들도 선보였습니다. 북한이 이번 공연을 위해 추모곡까지 새로 만드는 등 상당한 공력을 들였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은 이번 공연을 통해 민심을 다독이고 김정은의 이미지를 고양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공연에서 또 한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군의 전투 장면과 북한군의 희생이 부각된 내용이 북한 예술단의 답례공연에서만 나왔다는 점입니다. 노동신문 보도와 조선중앙TV 영상을 보면, 러시아 예술단의 공연은 러시아의 전통문화와 풍습, 민속무용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 공연임을 감안해 ‘아리랑’을 부르는 성의를 보였지만,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기리는 내용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반면, 북한 예술단의 답례공연은 상당 부분 북한군 파병의 성과와 희생을 기리는 데 집중됐습니다. 공연 내용이야 준비하는 쪽에서 정하는 것인 만큼 러시아 측이 북한군 파병 내용을 다루지 않은 것을 이상하다고 볼 것까지야 없지만, 북러 신동맹조약 체결 1주년을 기념해 방북한 러시아 사절단이 관객으로 초청된 상황에서 북한 예술단이 북한군의 희생을 강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에게 “우리 젊은이들이 러시아를 위해 이렇게 많이 죽었어, 우리는 혈맹이야, 잊으면 안 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청년들이 흘린 피의 대가를 러시아가 충분히 보상해야 하며, 북한이 앞으로 어려울 때 러시아가 잊지 말고 도와줘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공연에서 눈길을 끈 것은 김정은의 딸 김주애였습니다. 김주애는 최근에도 김정은의 현지 지도에 따라다니며 후계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번에도 김정은을 따라다니며 러시아 문화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공연 관람석의 한가운데에 앉았습니다. 국내 행사뿐 아니라 대외적인 외교, 문화 행사에서도 김정은의 다음 권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입니다. 러시아 사절단의 방북을 맞아 북한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답례공연, 북한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공연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스프가 고른 <8뉴스> ▶ 이 대통령 "대출 규제는 맛보기…부동산 대책 많이 남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첫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여러 현안에 대한 질문과 답이 오고 갔는데, 이 가운데에는 부동산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강력한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수요 억제 대책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 "검찰 수사·기소 분리, 이견 없어…추석 전 얼개 가능"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 조직 개편에 대해서 이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올 추석 전까지는 검찰 개혁의 얼개를 만드는 게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 삼부토건 압수수색…김건희 특검 첫 강제수사 김건희 특검팀이 본격 수사에 들어간 지 하루 만인 3일 삼부토건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첫 강제수사에 착수한 건데,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에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확인한다는 방침입니다. ▶ "1명 더 죽였다, 정선에서"…연쇄살인 강호순 '충격' 자백 모습 희대의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감춰뒀던 범행을 자백하는 영상을 SBS가 최초로 확보했습니다.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여성 한 명을 더 숨지게 했었다며, 추가 범행을 털어놓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