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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가 고른 <8뉴스> ▶ "외부 누구와도 논의 안 해"…여권 의혹 정면 반박 여권의 퇴진 공세에 침묵을 이어가던 조희대 대법원장이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덕수 전 총리와 만나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논의했다는 여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누구와도 논의한 적 없고, 만난 사실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정면 반박했습니다. ▶ [단독] '술 반입' 진술 확보…"외부 음식 반입 덮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를 검찰청사로 불러서 술과 음식을 제공하며 회유했다는 의혹에 대해 법무부가 정식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 결과, '외부 음식 반입이 있었다'는 관계자의 진술을 수원지검이 확보하고도 이걸 덮었다는 '물증'이 법무부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KT 소액결제' 2명 영장…"승합차에 소형 기지국" 경기 광명과 서울 금천을 중심으로 발생한 KT 소액결제 피해 사건의 피의자들이 붙잡혔습니다. 40대 중국 국적 남성 2명입니다. 이들은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를 차에 싣고 다니면서 특정 지역에서 휴대전화를 해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통일교 1억 수수' 권성동, 현역 의원 첫 구속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됐습니다. 3대 특검 가운데 현역 의원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권 의원 구속을 놓고 여야는 또 대립했습니다.
"강남 주민들 9월 말까지 조심하세요"...무서운 건 '싱크홀'이 다가 아니다? 한국이 고도 성장기 때 깔아놨던 인프라들이 노후화되고 있는 거죠. 요즘 지방 갈 때마다 느끼는 게 터널 함부로 뚫으면 안 된다. 고속도로 새로 놓는데 유지 비용이 어마어마할 거다. 그런 것들이 이미 보이고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싱크홀은 앞으로도 계속 날 거고요. 맨홀 문제도 있는데 침수 문제들, 얼마 전에도 서울 서북부, 경기 서북부가 심각했죠. 고양 일산 사는데 교통망이 물에 잠겨버려서 고립된 적이 있습니다. GTX만 살아 있어서 탈출한 적이 있는데, 태풍이 많이 올 거예요. 예년에 겪었던 태풍보다 더 심할 겁니다. 기상 이변은 상수고 더 심해질 거기 때문에 걸으실 때 조금이라도 저지대를 걷는다. 길을 가는데 양쪽에 언덕배기가 있고 언덕에 집이 있는 구조는 예전 개념으로 따지면 계곡인 겁니다. 비가 조금 내리면 물이 모여요. 평소에도 중요한 습관인데 맨홀을 밟지 말고 돌아 가십시오. 사람들이 맨홀을 너무 쉽게 생각해요. 잘 돼 있겠거니. 한국이 한동안 철제로 하다가 멋 낸다고 빨간색, 흰색 노란색 맨홀을 많이 만들었거든요. 가벼워서 쉽게 뒤집어집니다. 빨려 들어가면 못 찾아요. 이번 여름에도 사고가 있었습니다. 선진국에서도 찾을 수 없는 거기 때문에. 그리고 물이 발목 이상 오면 탈출한다. 억지로 차로 밀고 얼른 갈 수 있겠지 생각하지 마시고 차 돌려야 됩니다. 9월 말까지는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계곡 위에 '그냥 조성한' 강남...좀 더 위험한 지점들은? Q. 그런 피해들이 강남에도 많이 있다고. 강남이 특히 언덕과 계곡 지형으로 이루어진 지역이고, 강남 개발을 했던 분들이 가장 후회하는 게 시간이 조금만 있었으면 언덕을 평평하게 깎아내는 건데 못했기 때문에 구불구불한 지형 형태로 그냥 건물만 얹어놓은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결국 지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건설비 아낀다고 계곡에 지하철 깔고 도로 깔았으니 자연스럽게 물에 잠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싱크홀과 다른 문제로 연약지반 문제가 있는 거고 물이 모이는 지형이 있는 거죠. 여름이면 조심하셔야 된다. Q. 강남 지역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되는 지역이 있는 건가요? 송파구의 북부 지역, 잠실 지구는 워낙 모래밭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조심할 필요가 있고요. 서초구와 강남구는 한 동이라고 해도 꾸불꾸불합니다. 청담동도 매립한 청담동이 있고 언덕 청담동이 있어요. 세부적으로 보시고 주의하실 필요가 있죠. 지도 애플리케이션 보면 색깔 칠해져 있는 거 보실 텐데, 위성사진 모드가 있고 지형도 모드가 있어요. Q. 높이에 따라 색깔이 다른? 달라요. 그걸 보면 안 가도 대충 짐작이 됩니다. 강남 사거리는 낮은 지대고 역삼역은 높은 지대예요. 전 국기원쯤에 일이 있다면 강남에 안 내리고 역삼에 내립니다. 그럼 내리막길이거든요. 강남부터는 오르막길이에요. 지형을 알고 있으면 걸을 때도 힘을 덜 쓸 수 있고, 여름에는 조심할 수 있다. 웬만하면 저는 신논현-강남 사거리는 안 갑니다. 여름에는 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Q. 어렸을 때도 강남 3구에 거주하셨었잖아요. 거의 30년 살았죠. Q. 거주하실 때 어떠셨나요? 당시에는 거주하기 적합했다고 느꼈는지? 여름마다 물난리를 겪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도 고층 아파트를 싫어하는 게, 서초구 잠원동 살 때 물이 넘쳤는데 전기와 물이 끊기더라고요. 그래서 급수차가 와서 물을 주는데 12층에 살고 있었거든요. 물통 가지고 12층부터 걸어 내려와서 물 받고 올라왔던 기억이 있어서. 요즘도 한 번씩 엘리베이터 끊긴다는 얘기 듣잖아요. 40층 사는 분들. 요즘에는 그래도 비상 자가발전이 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기 때문에 가급적 저는 위층은 피하는 경향이 생겼죠. 안 위험한 지역이 몇 군데 있는데, 언덕배기들. 그런 데들은 지금도 부촌으로 남아 있죠. 예를 들어 경기고등학교·봉은사 쪽 언덕배기들은 사람들이 아파트로 안 가요. 70년대 지은 넓은 단독주택에 그대로 살고 있는 데들도 있는 거죠. "강남 중심은 '압구정'? 과거의 감각이죠. 지금 부가 흘러가고 있는 곳은..." 부촌도 늘 움직이는 거다. 원래 구반포가 부촌이었다가 압구정 갔다가 반포자이로 오는 것처럼 흐름이 쉽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관측하면 과거의 선입견에 묶이지 않고 다음 부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강남 중심은 압구정이나 청담 아니냐? 그건 오래된 감각인 거고 제 관측으로는 부가 지금 스스로 움직이고 있거든요. 전국구 교통망을 가진 서초구 북부의 강남 터미널 주변, 이른바 반포 재건축, 그런 거죠. 강남 사람들이 강남으로 안 치던 수서-코엑스-영동대로 복합개발라인은 전국이 몰릴 거기 때문에, 그리고 송파구 북부 잠실지구 광역환승센터가 지금 전국 터미널 기능을 하고 있어요. 이런 쪽으로 전국의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아마 이쪽으로 부가 이동하지 않을까. 예전 생각만 하면서 '부촌은 거기지' 하면 다음 기회를 못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강남 위상에 쐐기 박은 건 '1가구 1주택 정책'" Q. 6.27 대책 이후 거래 자체가 잠잠해졌다고는 하지만 강남 가격은 어디도 뛰어넘을 수 없는 시점이 된 이후로 지나버린 것 같아요. 강남을 누르려고 할수록 입소문이 퍼져서 '저기 뭔가 있나 보다'라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시작을 찍었다고 보는데, 이른바 불법 분양 문제였잖아요. (1978년 '압구정현대 특혜분양 사건') 그때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장사가 안 돼서 아는 사람들 준 게 너무 히트쳐버렸다는 거지만 아무튼, 정치적으로 나쁜 게 터졌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저기 뭔가 있나 보다'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소문에 의한 땅값의 공고화가 시작된 게 압구정 현대에서 강남으로 이어지고 있고, 강남을 때리면 때릴수록 '저기 뭔가 있으니까 저렇구나' 알게 되는 거죠. 특히 지지난 정권 1가구 1주택 정책이 강남 공고화에 쐐기를 박았다고 봅니다. 한 채밖에 못 가지니까. 그리고 세종 만들 때와 혁신도시 1차 공공기관 이전 때 돈이 전국에 풀렸었는데 이 돈이 전부 다 강남으로 몰린 거죠. 이 두 가지가 결합돼서 저는 강남이 한국의 1급으로 공고화 됐고 이미 물살이 가버렸기 때문에 틀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강남 집값뿐 아니라 서울의 전체적인 집값이 달아오르니까 아파트 한강 벨트 쪽의 집값을 잡아보자는 취지로 6.27 대책이 시작된 걸로 알고 있는데. 오히려 비난을 받았죠. 어차피 강남 '찐부자'들은 대출 안 받고 사거든요. 오히려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지난 정권 때 어느 청와대 분이 그랬어요. '내가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별로 안 좋다', 근데 안 나오시더라고요. 지금 이 대책을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하냐면, '자기들이 이른바 '계층 갈아타기'를 완성했고, 대출을 통해서만 올 수 있는 사람들을 막겠다는 게 아니냐'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개념이 한국인의 신화가 됐기 때문에. 경제는 심리잖아요. 여기 가야 살아남는다는 심리가 생겨버려서, 이미 1차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 세종 건설 때 드러난 얘기들입니다. 이것을 특정한 국가 정책에 의해서 바꾼다는 자체가, 한국이 개발도상국 시절에 공무원들이 가지고 있던 마인드가 아닌가. 한국은 이미 고도 성숙한 자본주의 국가거든요. 시민들의 자본주의적 열망을 정책으로, 정부의 똑똑한 한두 사람이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평당 2억 원' 나온 반포...어디로 향할까? "정책을 내놓는 자들이 강남에 살고 있죠" Q. 반포동이 평당 2억까지 기록하면서 뉴스까지 나왔었는데 반포, 압구정 이런 지역이 특히 더 과열되는 이유? 압구정은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 이후로 부자들이 산다는 게 드러나버리면서 네임 밸류가 생긴 거고 사람들이 질문 많이 하는 게 '반포가 언제부터 이렇게 치고 나왔냐'라는 질문인데, 사실 그건 강남의 개발사를 보면 질문이 잘못된 겁니다. 반포가 원래 최초의 부촌이었어요. 구반포 주공이. 그리고 삼성동 차관 아파트 유명하죠. 근데 최초의 차관 아파트도 구반포 주공 아파트예요. 저는 어떻게 얘기하냐면, 최초의 부촌이었던 구반포 주공과 신반포 주공 쪽이 명성을 되찾고 있는 과정이다. 초기에 영등포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개발한 건데,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구반포도 거기서 멈춰버린 거죠. 또 서초구는 주공이 만들었고 압구정 현대는 민간이 만들었던 차이도 있고, 은마도 보철 한보 비리 문제와 연결되다 보니까, 그렇게 1극의 위상을 차지했던 압구정이나 강남구가 재건축 트러블이 많아서 기회를 놓쳤죠. 그 틈에 송파구와 반포가 다시 되찾고 있다. 그러니까 잠실은 오르는 중이고 반포는 되찾는 중이고. 최근 도쿄 부동산을 보면 중국인 투자가 많다고 좀 시끄럽거든요. 그것 때문에 정권이 흔들릴 정도인데 중국인 입장은 '도쿄 싸다. 지금 사둔다'. 한국은 지금 도쿄보다 싸잖아요. 서울이 국제적인 도시인 걸 감안했을 때 저는 아직 시작이라고 봅니다. Q. 사회초년생이나 시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파트 가격 자체가 너무 많이 올라서. 모든 사람이 강남에서 시작해야 되느냐. 저도 지금 경기도 일산 살고 있습니다. 여기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게 아닌가. 오히려 대책을 때리는 당사자들이 강남에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법을 만드는 사람이 법을 어기는 느낌을 받거든요. 이런 것부터 좀 해소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강남조차 과거의 '재건축 시장'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강남 지역의 테마는 그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파트 지구에 만든 단지 하나씩을 그냥 재건축하는 식으로 1군 브랜드로 올리면 수익이 나오는 방식이었는데, 그게 막혀가는 느낌입니다. 건설비도 오르다 보니까 두세 개 묶어서 통합 재건축을 하지 않으면 강남도 재건축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아닌가. 예전에 강남 지역만 재건축이 가능하고 앞으로 나머지 지역은 재건축을 통한 이익이 안 날 것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요 몇 년 사이 분위기는 강남조차도 대규모로 묶지 않으면 개별 단지로는 이익이 안 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만큼 건설 토목 쪽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강남조차도 재건축 시장이 상당히 성격이 바뀔 것 같아요. Q. 아파트가 적어서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고 하니까 공급이 많아져야 된다면, 원래 있던 땅을 뒤집어엎는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 재건축을 통해서 큰 이익을 얻겠다는 생각을 버리면 어느 정도 가능할 텐데, 여전히 재건축을 추진하는 분들, 조합원이라고 하는데 주민이 아니라 사실 외지 투자자들이죠. 이들은 여전히 재건축을 들어가서 큰 수익을 내겠다는 꿈을 못 버리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교훈을 좀 더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자꾸 신도시를 외곽에 만드는 것보다는 도심 재개발·재건축이 더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래야 도시가 살아남는 건데, 그 전제는 일확천금에 대한 꿈을 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 '강남 8학군'은 저물고 있다 Q. 강남을 선호하는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학군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이 좋은 교육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좋은 대학을 좋아하는 거거든요. 신분 상승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열심히 보냈던 건데, 전제는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는 희망이거든요. 근데 모든 자본주의 국가가 그렇지만 점점 그게 닫히고 있다고 봐요. 그중 하나가 이번 대출 규제도 있는 거고, '찐부자'들은 아예 한국의 대학에 안 보낸다는 거죠. 얼마 전에도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다 영어로 대화하잖아요, 유학한 회장님들. 이미 게임이 끝난 상태고 사법고시 말기 때처럼 '찐 경쟁률'이 줄어들고 있다. 학군에 대한 관심이 아마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이거는 한국뿐 아니라 많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겪는 과정입니다. 계층 이동이 불가능해진다는 어떤 체념, 어떤 안도감. 그렇게 되면서 학군 중심의 강남 시장은 약화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Q. 요약해 보자면 강남이라는 위상은 떨어지지 않겠지만 학군지로서의 메리트는 상쇄될 수 있다. 아마 축소될 것으로 봅니다. 인구도 줄고 있잖아요. 한국의 인구가 늘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이민밖에 없는데 이민자들이 과연 강남 학군에 집어넣을 것인가? 저는 아닐 거라 보거든요. 그런 경우에 가장 타격을 입는 게 아마 대치랑 개포동이 될 것 같아요. 그쪽은 원래 강남의 외곽이었다 보니까 임대료가 싸서 학원가가 형성되는 거거든요. 원래 좋은 데 들어가는 게 아니라 학원이 외곽에 들어간 다음에 좋아지는 거예요. 고도 성장기, 인구 증가 시기에는. 근데 학군의 매력이 떨어지다 보니까 이 지역들은 부동산적 가치, 경제적 가치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강남도 대체될 수 있을까? "전쟁급 충격 없인 쉽지 않을 것...대신 '확장' 중" Q. 강남은 한 지역구의 의미를 넘어서는 존재 같은 느낌도 있어요. 강남이 이제 어떤 걸 상징한다고 보시나요? 한국의 중심이 되었죠. 전에는 서울에서도 사대문권, 영등포권, 강남권이라는 축이 있었고 부산이면 부산, 대전이면 대전별로 각각 중심들이 있었는데 이 중심들이 급속히 무너져 가면서 '강남 1극'으로 수렴되는 흐름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한국에 급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것은 깨지지 않을 것 같다. Q. 반포, 압구정 등의 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강남의 탄생 과정을 봤을 때 급변 사태가 있지 않으면 부자들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고려에서 조선 바뀔 때 개성 부자들 끌고 온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왕조가 바뀌거나 북한이 금방 쳐들어온다 수준의 공포가 없는 한은, 그러니까 한강 다리 끊겨서 도망 못 간 정도의 충격이 있지 않는 한은. 분단 전 한국의 중심은 서울 강북이었죠.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중심이었죠. 지금의 경복궁 주변이 고려시대 남경이 됐고 살짝 내린 게 한양 도성이 되는 중심이 천 년을 이어오다가 넘어오게 된 거죠. 넘어오는 계기가 '신도시가 있으니까 가봅시다'가 아니라 분단이 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하는 강력한 적대 세력, 서쪽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양 적국이 있다 보니까 동남쪽으로 내려가는 방향을 택하게 됐는데, 서울이라는 브랜드 밸류를 버리고 싶지 않은 느낌도 있었던 거예요. 그때 남은 땅이 서울의 동남쪽이었던 거죠. 서울의 북쪽, 서울의 서남쪽이 원래 중요했습니다. 중국 가는 방향이고 대륙 가는 방향이라. 이 두 개가 막혀버리니까 남은 숨통이 동남쪽밖에 없었고 여기 강남이 만들어지고 더 나아가서 경부고속도로, 일본, 미국을 잇는 '우방 아군의 축'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과천 등으로 더 내려가기에는 서울 강북 부자들이 서울 이름을 버리기가 쉽지 않았던 거죠. 그 수렴이 서울인 것이다. 강남이다. Q. 강남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대체할 만한 지역이 생길까요? 대체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요. 급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일어나면 안 되겠죠. 강남에 대한 대항으로서 사대문과 영등포가 결합되고 있다고 보는데, 여의도·용산·마포 정도가 축이 되는 정도로 보이지만 강남을 대체하지 못할 것 같다. 제2의 강남은 없지만 확장 강남이라는 이름으로 강남이 넓어지고 있다. 제일 안전한 동남 방향으로, 그게 동탄·판교고 제 관측으로는 이미 경기도를 넘어가서 충청남도 천안·아산, KTX 아산역 주변이나 청주·오송까지 가 있는 상태다. SK하이닉스 청주 공장이라든지 오송의 생명과학단지라든지. 남이 모르고 나만 알 수 있는 제2의 강남은 없냐? 제1의 강남이 탄생할 때 다들 말하거든요. '몰라서 안 샀다. 알았으면 샀다. 두 번째는 놓치지 않겠다',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대출을 안 해줬어요. 60년대, 70년대에는 은행에서 대출받는 자체가 특권이었거든요. 기업들만 받았고 그 기업들이 익명으로 강남에 땅을 사면서 지금의 땅 부자들이 된 거라, 지금과 비슷하죠. 6.27 대책 하고 돈 빌려주지 않겠다. 돈 있는 사람만 계속 (자산 가치가) 올라가는 거죠. '강남 4구'는 강동? 동작?..."진짜 강남 4구는 '이곳'" Q. 확장 강남은 어디까지를 말하는 건가요? 강남의 2세대, 3세대들이 집을 사는 라인들이 있고요. 그리고 SK와 삼성의 반도체 라인이 있는 걸 확장 강남이라 부르는데, 흔히 '강남 4구는 어디냐', 강동구 말하기도 하고 동작구 말하기도 하는데, 저는 분당이라고 말합니다. 분당·판교가 4구인 거고. 거기는 재건축 순서도 다른 경기도랑 같이 가는 게 아니라 강남 3구랑 같이 가요. 그다음은 광교·동탄인 거고, 이게 쭉 삼성전자를 따라가고 있다. 이건 지정학적인 관측인 거죠. 중화인민공화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바뀔 것 같지 않거든요. 남은 활로는 동남권밖에 없다. 그래서 저는 대서울권이라고 부르는데, 수도권을 넘어가서 충청도도 포함하기 때문에. 그 활로는 동남권인 거고 그 상대편에 있는 게 포항부터 여수·순천·광양까지의 동남권 메가시티, 이 축 밖에는 한국의 활로가 없을 것 같다. "여기저기 다 퍼 주려다 혁신도시 실패했어요"...'지방 소멸' 현실적 해결 방안은? Q. 수도권 쏠림이나 지방 소멸이 한두 번 얘기 나온 것들은 아니잖아요. 앞으로도 한 30년 얘기할 것 같아요. Q.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보시는지? 제 기본 입장은, 대전·세종·청주가 한국의 모든 것의 중심이거든요. 여기를 키우는 게 답이라고 보죠. 노무현 대통령 때 두 가지 전략, 중심에 수도를 옮기는 것과 거점 도시들의 혁신도시를 만든다는 것. 혁신도시 만드는 정책은 사실 실패했습니다. 집중해서 세 군데쯤 만들었으면 이 도시들이 인구 방파제 기능을 해서 더 안 올라가게 막아줬을 건데 '우리 시는 안 해주고 왜 저 시만 해줘' 하다 보니까 흩뿌려 버렸어요. 그러니까 집적 효과가 안 일어나서 돈이 풀리는 효과만 났고 이 돈은 다 강남으로 몰렸다. 남은 대안은 국토의 중심에 행정수도를 만들어서 강원도 고성에서 전남 무안까지 기본 인프라를 누리는 데 두 시간 반 정도면 충분한 상황을 만드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봅니다만, 이게 요즘 흔들리고 있는 사례가 해수부 부산 이전 논쟁이 있죠. 기본 사상은 국토의 한쪽 끝에 중심이 있으니까 반대쪽 끝에 중심을 만들어서 균형을 잡자는 사고방식이에요. 이 사고방식과 국토 한복판에 중심을 만들어서 평등하게 만들자는 것이 충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더해 서울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기존 서울 시민들의 입김이 은연중에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해수부 부산 이전 건으로 세종시 단체들이 헌법 소원을 넣었습니다. 행정수도에 대한 헌법소원이 위헌이 났었죠. 이것에 이어서 한국 지방 소멸 문제를 결정짓게 될 중요한 판결이 될 것 같아요.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아직 남아 있거든요. 이것을 잘해서 대도시에 두세 군데, 예를 들어 광주, 대전, 대구쯤에 보내서 남부에서 안 올라와도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확신을 주면 좋지 않을까.
스프가 고른 <8뉴스> ▶ "권력 가진 특별한 존재로 착각"…이 대통령의 일침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직자가 권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착각에 빠지지 않게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공직 사회 전체를 향한 말이었지만, 민주당에서 사퇴 요구에 탄핵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 불리해진 한국 자동차…"악마는 디테일에" 줄다리기 미국이 우리시간으로 16일 오후 1시 1분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를 15%로 내렸습니다. 한국차는 아직 25%를 적용받고 있어서 관세가 역전됐고, 이제는 미국시장에서 10%P만큼 불리해졌습니다. 다시 미국을 찾은 우리 통상본부장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세부 내용에 대한 치열한 협상을 예고했습니다. ▶ 한학자 17일 출석…'서희건설 소개' 함성득 소환 특검팀 소환 통보에 세 차례나 응하지 않았던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출석합니다. ▶ '은폐 의혹' 해경서장 대기발령…일지 조작 의혹도 갯벌에 고립된 사람을 구하다 순직한 고 이재석 경사 사건과 관련해, 진실을 은폐하려 했단 의혹을 받고 있는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영흥파출소장이 직무에서 배제됐습니다. 또, 사고가 발생한 날의 근무 일지가 조작된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주장하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자진사퇴하지 않는다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는데요. 그러자 국민의힘은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폭거"라고 비판하고 "이재명 대통령 탄핵까지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는 박주민 의원과 함께 합니다. 변호사 출신인 박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 그리고 사법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국민의힘은 왜 '대통령 탄핵'을 지른 걸까요? 또 서울시장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주민 #조희대사퇴 #이재명 #대통령탄핵 #사법개혁 #서울시장 #삼권분립 #정치스토브리그 ※ 아래 배너를 눌러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컨설팅 리포트에 대한 의견, 각 후보에 대한 나만의 평가, 컨설팅 후보 추천 모두 환영합니다.
오디오에 지식을 담다. 오디오로 보다 편하게 스프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예쁘다는 칭찬도 안 되나요? "네, 불편합니다" 이진아 공인노무사의 글입니다. "팀장님이 저를 부를 때마다 '우리 팀 비주얼 담당'이라고 붙여 부르셨고, '정전이 되어도 우리 팀만 환할 거야, OO 덕분에'라는 식으로 외모칭찬을 계속하셨어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어색하고 불편하긴 했지만 좋은 마음으로 하시는 얘기니 좋게 들으려고 했어요. 근데 이게 매일 반복되다 보니 제가 한 업무 성과나 내용보다도 외모로만 절 평가하신다는 느낌이 들고 주변에서도 팀장님이 절 편애한다는 식의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큰 스트레스가 됐어요. '얼굴 예뻐서 승진할 거다'라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하니 내가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하더라도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나를 보고 평가하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사 생활이 힘들어졌어요." 위 사례는 어느 회사의 고충접수로 들어왔던 내용입니다. 피해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의 공식접수는 부담스럽다고 하면서 회사에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시 외모에 대한 칭찬을 하지 말 것을 넣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하였습니다. 설령 팀장의 발언이 피해자를 대상화하려거나 곤란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팀장의 발언은 업무와 무관한 기준으로 평가받게끔 하고, 구성원들로부터 모종의 소외감을 만들어냈던 것이었던 거죠. 즉, 한국의 직장 문화에서 외모 칭찬은 종종 '호의'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농담'으로 포장되지만, 피해자에게는 업무와 무관한 기준으로 규정되는 경험이 됩니다. 실제로 직장갑질119가 2022년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23.1%가 직장에서 외모 지적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여성 응답자는 36.3%로 남성(13.2%)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여성의 22.8%는 '외모 비하'를, 24.4%는 '외모 간섭'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남성은 각각 17.0%, 11.4%에 그쳤습니다. 이는 "예쁘다", "오늘은 화장 안 했냐", "살이 좀 찐 거 같다" 식의 외모 간섭이 실제로 직장 내에서 얼마나 빈번히 오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것이 프로젝트의 이미지를 구현한다거나 하는 특정한 상황에 대한 구체적 피드백이 아니라면 직장에서 외모를 평가받는다는 건 어쩐지 좀 이상합니다. 외모 칭찬이 직업인으로서의 자존감과 전문적 정체성을 위협한다는 것은 이미 연구결과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2022년 외국 연구에서는 두 차례의 실험(1차 135명, 2차 301명)을 통해, 면접 상황에서 외모 칭찬을 받은 여성 지원자의 불안과 우울 수준이 유의하게 증가했음을 보고했습니다. 이는 외모 칭찬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러한 외모 칭찬이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대상화시키는 방식으로 적정범위를 넘어섰다고 평가된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도 평가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앞선 사례처럼 외모 칭찬 발언이 동료들 사이의 가십과 결합할 경우, 피해자는 또 다른 고립을 경험하게 됩니다. "예쁘니까 승진할 거다" 같은 말은 농담처럼 흘러가지만, 실제로는 당사자의 성과와 노력을 외모 덕으로 환원해 버립니다. 당사자에겐 말로 다할 수 없는 무력감이 되겠지요. 2021년 외국의 한 연구에서도 외모 언급은 직장 내에서 특히 여성에게 따뜻함과 유능함 모두 덜 인정받는 결과로 이어짐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종합하면, 외모 칭찬은 단순한 사적인 농담이 아니라 직장에서 장기적으로 개인의 전문성을 흐리고,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외모가 업무와 무관하게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괴롭힘으로 인식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것이지요. 칭찬도 못하겠다고 푸념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서로 호의의 마음을 전하는 칭찬 한마디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칭찬에 대해 듣는 이가 불편해하지 않는지, 칭찬의 중심이 상대 직원의 역량과 성취에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직장에서라면 특히 "보고서 끝까지 꼼꼼하게 잘 마무리했다", "설득력 있는 발표였다" 같은 평가들이 훨씬 더 상대방에게 호의를 전하는 칭찬이 되겠지요. 결국 직장은 외모가 아닌 성과와 전문성으로 구성원을 평가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 직장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고요. 실제로 신고된 괴롭힘 사건처럼, 외모 칭찬이 업무와 무관하게 이뤄지고, 그 칭찬이 당사자를 고립시키고 소외시킨다면 그것은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기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프가 고른 <8뉴스> ▶ [단독] "33분 생존했는데…" 물속 사라지고 헬기 떴다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다 순직한 고 이재석 경사의 사고 전후 영상과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해 드렸습니다. 저희가 이 자료들을 더 자세히 분석해 보니, 이 경사가 고립된 노인을 발견하고 실종되기 전까지 최소 33분 이상 바다 위에서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구조에 나섰다면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 "재입국 불이익 없을 것" 미 고위 당국자 첫 유감 표명 우리 국민들의 미 조지아주 구금 사태와 관련해 미 국무부 부장관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의 첫 유감 표명입니다. 미국 측은 "귀국 근로자들의 재입국에 불이익이 없게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 "사법부 움직임 없으면 입법"…"이 대통령 재판 재개하라" 사법부를 향한 정치권 압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사법부의 움직임이 없으면 입법을 하겠다"고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 "도와달라" 배 움켜쥐고 절뚝…인형탈 쓰고 '휙휙' 12일 경남 김해의 한 식당에서 60대 남성이 종업원과 다른 손님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있었습니다. 쳐다보는 게 기분 나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렇게 일상 속 공간에서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시민들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요나 김이 연출한 국립창극단의 <심청>은 ‘고전과의 대화’를 통해 탄생했습니다. 오페라 연출가인 그는 옛 판소리 가사를 한 글자도 바꾸지 않으면서, 캐릭터와 장면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 전혀 다른 서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심봉사 역을 맡은 김준수와 유태평양은, 딸을 팔아넘기는 밉상 아버지 연기를 보여주다가도, 인당수에 빠져 죽은 심청을 그리워하는 장면에서는 절절한 연기로 리허설 현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낯선 언어와 음악에도 불구하고 독일 스태프들까지 울게 한 이 무대는, 우리 고전의 힘을 보여줍니다. 새롭게 만나는 심청, 요나 김의 생생한 이야기로 즐겨보세요. 김수현 기자 : 사실 요즘 오페라를 새롭게 연출하면 가사를 바꾸지는 않아요. 배경과 설정이 바뀌는 거죠.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얘기가 탄생하는데, 원래 오페라 연출하시지만 현대 오페라 연출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느꼈고요. 판소리의 중요한 대목에 전혀 손을 안 대셨거든요. 가사는 완전 옛날 거예요. 근데 상황은 달라진 거죠. 그게 오페라를 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느껴졌어요. 연출가 요나 김 : 그렇게 느끼셨을 거예요. 그리고 현대 오페라 연출 방식이라고 우리나라에서 많이 들었는데, 소위 레지테아터라는 개념. 그런데 이 방식이 굉장히 오래된 방식이에요. 김수현 기자 : 오래됐죠. 요즘 들어서 갑자기 나타난 건 아니죠. 연출가 요나 김 : 외국에서는 그걸 시작한 게 70년쯤은 됐을 거예요. 우리나라도 점점 그걸 의식하기 시작하고 고전을 대하는 방식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럴 타이밍이기도 하고. 저는 그게 굳이 현대의 오페라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 안 하고 고전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지금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이고 19세기가 됐든 18세기가 됐든 과거의 작품을 한다는 게, 우리가 그 당시 사람이 아니고 자료만 있을 뿐인데 당시의 감성이 이럴 것이라고 상정할 뿐인 거잖아요. 한복을 입고 나와서 옛날에 그랬을 것이라고 하지만, 요즘 우리가 만든 한복이거든요. 그러리라는 추측이 맞는지도 알 수 없고. 그래서 저에게 설득력 있는 방법은 지금 나의 시선으로 고전을 바라보고 그것이 어떻게 나에게 읽히는가가 유일한 작업 방식인 거예요. 다른 거는 가능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한테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저는 고전의 힘을 믿어요. 이번에도 토씨 하나 안 바꿨지만 숨어 있는 많은 맥락들과 많은 층위(dimension)들이 있고 그걸 끄집어냈을 뿐이에요. 제가 새로운 것을 창조한 게 아니라 재해석, 재창조,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인데 고전이 없으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고전을 사랑하는 방법이 고전과의 대화였으면 좋겠어요. 저는 고전과 대화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고전을 받아서 그랬을 것이라고 상정하고 비스무리한 그림을 그려나가는 거는 박물관에 있는 이미지들이잖아요. 저는 고전을 만날 때 살아있는 존재처럼 만나서 나랑 한번 대화를 해보자, 질문하고 제 나름의 답을 내면서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다르게 해본 적이 없어요. 심청 또한 제가 했던 작업 방법을 버리고 새로 할 수가 없었던 거죠. 이게 제 작업 방식이자 제 존재 방식이니까. 그 대신 한 가지 오페라와 달랐던 거는 제가 이 극본을 쓸 때 눈대목을 스스로 혼자 골랐거든요. 자신은 없지만. 김수현 기자 : 잘 고르셨다고 김성녀 전 감독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연출가 요나 김 : 감사합니다. 그 단어들을 모르겠더라고요. 너무 어렵잖아요. 자막을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고어들, 그리고 배경 지식이 있어야만 이해되는 단어들, 현재 전혀 사용되지 않는. 주석을 읽느라 리서치 할 때 엄청난 시간을 들여서 이해해야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으니까, 이번에는 그 사전 작업이 제일 컸어요. 김수현 기자 : 가사를 바꿀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연출가 요나 김 : 전혀 바꾸고 싶지 않았어요. 옛날 말들을 찾아내는 맛이 있더라고요. 또 아름다운 거예요. 말랑말랑하게 예쁘다는 게 아니라 그 힘과 비밀이 너무 멋있는 거예요. 문이 닫힌 성처럼 파헤쳐 보고 싶게 하는 힘이 있더라고요. 고전의 포스죠. 고어의 멋이 있잖아요. 그걸 그대로 두고 싶었어요. 제가 한국어가 안 들리는 외국에서 살잖아요. 그거를 쓸 때 거의 1년 전 여름이었는데, 토씨 하나 건드리고 싶지 않다, 너무 소중한 거예요. 그 대신 나머지 미장센은 내 식으로 해야지, 거기서 어떤 포텐이 터지는지 볼까? 그러면서 혼자 많이 재밌었어요. 김수현 기자 : 제가 봤을 때 김준수 씨가 심봉사를 했는데 원래 판소리에서와 똑같은 얘기를 해요. '내가 300석을 시주하겠다고 약속하고 왔는데' 그 얘기를 딸한테 하는 거예요. 똑같이 판소리에서 나오는 대사예요. '내가 300석 하면 눈이 떠진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딸한테 전하는데 몇 번을 반복하거든요. 근데 처음에는 그냥 '내가 어쩌다가 그렇게 돼버렸어' 이러는데, 나중에는 굉장히 강압적인 어조로 그 얘기를 하는 거예요. 대사 자체는 토씨 하나도 안 바뀌었어요. 근데 김준수 씨가 그걸 하는데, 나중에 제가 짜증이 나는 거예요. '저놈 새끼는' 딱 그런 느낌이에요. '자기 딸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길래 저렇게 자기 생각만 하고 이기적일 수 있지?' 사실 전래동화를 봤으면 '내가 이렇게 바보같이 하고 왔는데' 그러면 그 말 듣고 고민하는 정도로 쓱 넘어갔을 건데, 거기서 '사람이 왜 저러냐, 딸 생각은 전혀 안 하는구나' 그랬어요. 연출가 요나 김 : 고전을 읽을 때 '공양미 3백 석을 약속했는데 어떡하지? 이거 안 되면 벌을 받아서 어떡하나' 이런 장면이 나왔는데, 서로 붙잡고 울고 끝나거든요. 그다음에 팔려가요. 저는 너무나 많은 감정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이 문장을 반복시켜 봐야겠다. 김수현 기자 : 반복하니 느낌이 확. 그리고 김준수 씨가 연기를 그렇게 하니까 확 왔어요. 연출가 요나 김 : 소화를 해 주죠. 훅 지나가는 부분이 다른 액션의 동기를 주잖아요. 그 이음선들이 분명했으면 좋겠더라고요. 다음 장면이 갈 수 있는 방향을 정하는 대사들이잖아요. 그 대사를 여러 가지 방향으로 해본 다음에 다음 장면이 나와도 설득력이 있게 하는 거였어요. 근데 심봉사가, 수동적 공격성이라고 하죠. '나 어떡해, 빚을 졌는데' 이러면서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는 거잖아요. 딸이 '아버지 내가 도와드릴게요' 할 것을 기다리는. 답을 안 하니까 화가 나는 거야. 나중에는 강압적으로 화를 내면서, 이런 느낌이 딸을 테스트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니가 내 딸인데 감히 안 도와줘?' 화를 내고, 그럴수록 딸은 더 침묵하게 되고. 그래서 저는 심청에게 침묵해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혼자 막 감정이 올라가는 거죠. 그런 부분들이 많이 있었어요. 두 번 반복하는 게 있는데 2막에서는 딸의 '추월만정' 아시죠? 원래는 심청이 황후가 돼서 비단옷을 입고 산호주렴을 차려 입고 아버지를 기다리는데 슬퍼서 우는 거잖아요. 편지를 썼는데 눈물이 나서 눈물이 번져서 수묵화가 됐다는 거야. 밖에는 기러기가 날고. (웃음) 그걸 읽는데 음악이 너무 슬픈 거예요. 이럴 리가 없지, 제가 의심이 많아요. 딸을 팔아먹고 나서 점점 곤궁에 처하게 되잖아요. 뺑덕도 가버리고 '결국 너밖에 없었구나' 깨닫는 순간이 있어요. 그래서 심봉사가 '어쩌면 내 딸이 부자가 돼서 어디선가 살아 있을 거야. 나를 그리워할 거야'라고 하는 아빠의 로망이라고 생각했어요. 내 딸이 나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면 너무 힘드니까 '구원됐을 거야, 어떻게 살아 남아서 나도 잘 살 수 있을거야' 그러면서 '얘가 나를 그리워하겠지' 하니까 자기도 눈물이 나는 거예요. 가증스러운 눈물인데 그 순간에는 또 슬플 거 아닙니까? 그 감정 자체는 진실이에요. 근데 상황 자체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걸 해 봤는데 우리 소리꾼들이 기가 막힌 게 준수 씨, 유태평양 씨 각자 결은 너무 다른데 둘 다 강렬해요. 처음에 제가 디렉션을 주니까 너무 당황해하는 거예요,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아빠가 딸이 없는 딸 방에 가서, 옷만 걸려 입고 신발만 남아 있잖아요. 딸이 자주 사용하던 라디오 버튼을 누르면 그 노래가 나오거든요. 그걸 들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는 장면인 거예요. 근데 리허설할 때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서. 준수 씨가 정말 기가 막힌 메소드 액터인 거예요. 리허설 무대는 가까우니까 보이잖아요. 눈물이 뚝뚝 떨어져서 라디오로 눈물이 흐르는 거예요. 우리가 전부 그걸 보고 있는데 흡입력이 너무 대단한 거예요. 카메라맨이 그걸 찍다가 울기 시작하니까 눈물이 번져가고 제 옆의 독일 스태프들 다 울고, 완전 통곡의 장으로 변했다는 거 아니에요. 김수현 기자 : 그 소리와 연기가 확 와닿았다는 거잖아요. 연출가 요나 김 : 그래서 '역시 내 말이 맞았구나' 생각한 게, 저는 한국말이잖아요. 그리고 이 노래 방식이라든가 이런 음악을 처음 접해본 사람들이잖아요. 제 스태프들이 저와 긴 시간 동안 오페라를 많이 했기 때문에 제 스타일을 알지만, 이거는 또 다른 거잖아요. 그런데 다른 오페라 할 때보다 이번 '심청'을 하면서, 저는 제 스태프들의 눈물을 이렇게 많이 본 적이 없어요. 뭔가를 건드리나 봐요. 판소리의 직관적인, 살을 파고드는 노래 방식도 그렇고, 스토리의 깊이와 잔혹함도 모두에게 다가갔어요. 그들에게도 진짜 여러모로, 아주 뜨끈뜨끈한 여름이었어요. 처음 한국에 온 친구들도 있거든요. 얼마나 새로운 경험이었겠어요.
심청은 누구인가? 심봉사는 어떻게 됐을까? 국립창극단의 화제작 <심청>을 연출한 요나 김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판소리 가사를 한 글자도 바꾸지 않았지만, 시간과 맥락을 새롭게 엮어낸 그의 무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의 죽음을 다시 보여주고, 그 장면을 심봉사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 것이지요. 무책임하게 딸을 희생시킨 아버지가 뒤늦게 죄책감 속에서 눈뜨는 순간, 그것이 바로 요나 김이 만든 ‘개안(開眼)’의 장면입니다. 전래 동화의 권선징악 결말을 걷어낸 파격, 그 뒤에 숨은 치열한 고민은 무엇일까요? 커튼콜 279회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이병희 아나운서 :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의 스토리는 그대로 있는 건가요? 연출가 요나 김 : 스토리라는 게 각자 읽어내는 방식인데요. 판소리 오바탕 중 하나인 심청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창하면 거의 4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거를 바탕으로 유명한 눈대목이라고 부르는 대목들이 있는데, 제가 다 읽어보면서 픽을 했어요. 내가 원하는, 내 얘기에 맞는. 대신 그 사이사이에 문맥들을 바꾼 거죠. 토씨 하나 바꾼 건 없습니다. 그 대신 위치나 시간대 같은 것을 바꾸고, 눈대목을 연기하는 방식이라든가 부르는 방식, 극적인 문맥 같은 것을 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을 한 거예요.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전의 기본적인 스토리가 남아 있죠. 딸이 눈먼 아버지를 위해서 자기를 팔아서 희생을 하고 아버지는 그다음에 어떻게 되는가 정도의 스토리는 남아 있는 거예요. 원래 심청전에서는 눈을 한동안 못 뜨다가 뺑덕어미한테 버림받고 황성에서 용궁에 빠졌다가 살아 돌아온 딸의 초대로 황성의 메인 잔치, 3천 명이 모인 자리에 가서 눈을 뜨고, 거기 왔던 3천 명의 맹인도 눈을 뜨고 모두 행복해졌다는 게 기본 스토리잖아요. 인당수에 빠지는 데까지는 고전 스토리 거의 그대로 갔어요. 물론 많은 것을 빼고 재배치하고 문맥을 바꾸고, 영화를 찍듯이 새로 편집한 거예요. 그렇지만 관객들이 기본 스토리는 따라갈 수가 있죠. 그런데 인터미션이 끝나고 나서부터는 모든 이야기를 심봉사의 시선으로 다시 보고 싶었어요. 우리도 심봉사를 무해하고 나약하지만 착한 아버지로 알고 있잖아요. 사실 심봉사는 누구인가를 또 여쭤보고 싶더라고요. 근데 인터미션 때까지 그걸 하는 건 너무 부담될 것 같아서 포기하고, 그다음부터는 무조건 심봉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딸을 팔아먹은 다음에 뺑덕어미와 다시 살면서 그가 겪게 되는 감정의 과정들, 어린 딸을 찬물에 외롭게 죽게 한 다음에 과연 이 남자는 행복했을까. 여기서 본질이 딱 드러나게 되는데 '스토리가 무엇인가요'가 굉장히 무서운 질문이에요. 2막에서 어쨌든 우리가 기대하는 부분이, 심청이 빠지고 하늘이 감동해서 용궁에 갔더니 심청을 위해 연회를 베풀어 주고 죽은 어머니도 만나게 해 주고 소원을 다 들어주고 거대한 연꽃에 넣고 바다로 띄워서 올라가게 하고, 그걸 때마침 발견해서 황제에게 진상하고, 황제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랑에 빠져서 황후가 돼요. 그래서 모든 게 행복해지고. 권선징악의 대표적인 결말이잖아요. 죽으면 부활하는 패턴이 그대로 있는 거잖아요. 모든 세계 동화의 패턴이기도 한데. 우리가 동화에 대한 니즈가 있죠. 삶이 너무 팍팍하기 때문에. 그리고 심청 같은 희생자를 보낸 우리의 양심의 가책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용궁이라는 가상의 현실을 만들어서 스스로의 죄책감도 잠재우고, 그 아이에게 보상을 줌으로써 착하게 살면 나중에는 복이 온다고 스스로 세뇌하고 위로받고 싶은 니즈가 있는데, 과연 현실이 그랬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됐어요. 저는 용궁은 가본 적도 없고 무대 위에서 용궁을 구현한다는 게 부조리하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용궁 신은 다 커트를 해버렸어요. 그리고 심청이 죽은 다음 현실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삶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가 자기 딸을 보내고 난 다음부터 방탕하게 살다가 돈을 벌었으니까, 공양미 300석이 요즘 돈으로 1억이 넘더라고요. 그야말로 팔자가 핀 거죠. 그러다가 점점 자기의 과오와 실수와 잘못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저는 사람들이 동화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요. 현실이 너무 팍팍하니까. 그렇지만 무대에서 다른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제일 공감하고 제일 현실적으로 느꼈던 인물이 심봉사거든요. 저도 딸이고 여자지만 심청이라는 존재와는 전혀 동일시가 안 됐어요. 그런데 심봉사는 너무나 실수를 많이 하고 뒤늦게 후회를 하거든요. 개안, 눈을 뜬다는 것은 진짜 의학적으로 눈만 뜬다는 게 아니라 나의 잘못을 깨닫는 은유로서 사용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우리 모두 많은 실수를 하고 큰 잘못을 짓잖아요. 그래서 깨달았을 때 또 아픔과 비극이 있잖아요. 그래서 2막은 평소 심청전을 아시는 분에게 또 다른 스토리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심청이 빠지는 장면을 2막에서 다시 한번 보여준단 말이에요. 그런 식으로 하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하셨어요? 연출가 요나 김 : 네, 저는 그것이 제일 먼저였어요. 심청이 인당수에 빠진 것은 이 작품의 중심이잖아요. 그 아이의 죽음. 근데 이 죽음이 어떻게 방치된 죽음이었는지, 어떻게 우리에게 다시 읽히는지 한 번 더 봐야 된다. 심봉사의 시선으로 봐야 된다. 원작에서는 심청이 빠질 때 선원들과 같이 있잖아요. 아무도 그걸 못 보거든요. 망망대해에서 빠지니까 어떻게 죽었는지 아무도 몰라요. 배를 탄 순간부터 우리는 모릅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눈이 보이게 되면서부터 딸의 죽음을 직접 보게 되는, 자기 눈앞에서 딸이 그런 죽음을 당할 때 어떤 것일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심봉사의 시선이 우리의 시선이기도 하고, 그걸 보면서 자기 잘못을 깨달으면서 그 깨달음이 너무 힘들어서 세상을 보고 싶지 않아서 다시 눈을 감고 싶을 정도로, 오이디푸스처럼 눈을 파버리고 싶을 정도로 자기의 과오에 대한 죄책감을 극대화시켜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개안이 아니겠어요? 자기 잘못에 대한 깨달음이고. 물론 깨닫고 나서 당장 좋은 사람이 돼서 심봉사가 천사가 되는 환상은 없어요. 한 3일 동안 힘들어하다가 또 뺑덕을 찾을 수도 있겠지. (웃음) 인생은 지속되니까. 공연은 좋은 게 커튼이 내려가면 거기서 끝인 거예요. 근데 인생은 커튼이 안 내려가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일상이 계속되고 잘못을 망각해요. 그리고 다시 봉사가 됩니다. 또 잘못을 하고, 또 개안을 하고. 연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오디오에 지식을 담다. 오디오로 보다 편하게 스프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통역에 밀리고 꽃다발에 밀리고…김주애 챙긴 현송월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의 글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한 중국 방문에 김주애가 동행했습니다. 2013년 생으로 아직 12살에 불과한 김주애를 다자 정상모임에 데려감으로써 김주애 후계를 국제무대에 공식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지만, 김주애는 김정은의 베이징역 도착 장면과 평양 귀환 장면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국제무대로의 공식 데뷔라기보다는 국제무대에서의 경험을 쌓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김주애가 동행했다는 사실은 중국 신화통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사진을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이 베이징역에 도착하는 사진에서 김주애가 김정은 바로 뒤에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김주애가 김정은 바로 뒤에 서 있었다는 것은 김주애의 동행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김주애가 방중 기간 내내 김정은 옆자리를 지키면서 후계자로서의 위치를 각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북한으로 돌아온 뒤 조선중앙TV가 방송한 '김정은 방중 영상물'을 보면, 김주애는 베이징역에서 상당히 어색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김주애는 김정은이 열차에서 내린 직후에는 김정은 바로 뒤에 서 있었습니다. 아마도 아버지인 김정은으로부터 '내 바로 뒤에 서서 따라오면 된다'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중국 측 인사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뒤에서 그냥 지켜보는 것은 어색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김정은의 통역사가 통역을 위해 김정은과 김주애 사이로 끼어듭니다. 곧이어 중국 어린이가 김정은에게 준 꽃다발을 대신 받기 위해 현송월도 끼어들고, 김정은이 마중 나온 중국 인사들에게 둘러싸이면서 김주애는 점점 외곽으로 밀려납니다. 김정은이 레드카펫을 따라 중국 의장대가 도열한 길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 현송월이 어색해하고 있는 김주애를 따로 안내하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현송월이 김정은의 의전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김주애의 의전까지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차를 타고 베이징역을 출발하기 직전 조선중앙TV 화면을 보면, 김주애는 현송월의 안내를 받아 외곽 쪽에 서 있다가 김정은과 함께 차에 탑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국제무대에 첫 등장한 12살 김주애가 아무리 자연스러워 보이려 해도 어색함을 떨쳐버리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주애는 지난 5월 러시아 전승절을 맞아 김정은이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할 때에도 동행했습니다. 조선중앙TV가 당시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주애는 김정은과 함께 러시아 대사관에 입장한 뒤 김정은에 이어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와 악수하며 인사했습니다. 김주애는 또 김정은이 러시아 어린이로부터 꽃다발을 받을 때에도 함께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어린이가 어린이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셈인데, 김정은과 함께 공식적인 외교 행보를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국내에서는 나름 원숙한 외교활동을 시작했지만, 국제무대에서까지 김주애가 성인 같은 외교행보를 보이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김정은도 그래서 열차에서 내릴 때에는 김주애와 함께 했지만, 중국 전승절 열병식과 북중, 북러 정상회담 어디에도 김주애를 동반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은 김주애가 방중 기간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 머물렀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의 방중 정치 일정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던 김주애는 김정은이 평양에 돌아가는 장면에서 다시 등장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의 평양 귀환 소식을 알리는 사진에서 김주애의 모습이 포착된 것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정은과 고위간부들이 열차 안에 앉아있는 가운데 김주애가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보는 모습과 김정은 부녀가 열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도 한 가지 주목해 볼 점이 있습니다. 김정은과 고위간부들이 앉아 있는 곳에 김주애도 함께 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김정은과 간부들이 단순한 잡담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최고지도자와 고위간부들이 다 함께 모였다면 방중 결산 등 국정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였을 가능성이 높은데, 김주애가 이런 자리에 함께 하고 있었다는 것은 김주애도 현안 논의에 참가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12살 어린 소녀가 아직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는 않겠지만, 최고지도자와 고위간부 협의에 참가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조그마한 의견이라도 내게 될 것이고 점차적으로 활동 범위가 넓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단계적으로 후계 수업을 받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김주애가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따라가고도 공개적인 활동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김정은도 김주애의 이번 방중을 '국제무대 경험 쌓기' 정도로 생각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4대 세습을 추진하더라도 12살에 불과한 김주애를 천안문 망루에까지 데리고 올라가는 것은 김정은에게도 부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김주애가 김정은의 해외 일정에 따라갔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김주애가 북한 국내에서 후계수업을 받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김주애의 활동 범위를 이제 국제무대에까지 확장시켜 김주애가 장차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대외적으로도 충분히 선전하는 효과를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기가 문제일 뿐 김주애가 김정은의 해외 방문에 동행해 후계자로서의 외교 행보를 보이는 것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일이 됐습니다. 이번 방중을 통해 김주애 후계 수업을 한 단계 더 진전시킨 셈입니다.
스프가 고른 <8뉴스> ▶ '비자 문제 논의' 한미 워킹그룹 합의…실무 협의에 착수 우리 정부는 '한미 워킹그룹', 실무 협상단을 통해 비자 문제를 협의하자고 미국 측에 제안했습니다. 미국도 원칙적으론 동의한단 입장인데, 당장은 기존 업무 목적 단기 비자인 B-1 비자의 탄력적 운영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내란재판부 왜 위헌이냐"…보완수사권 두곤 존치 무게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민주당에서 거론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서 위헌이 아니란 뜻을 밝혔고,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 논란엔, "구더기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습니다. ▶ 대주주 기준 50억 원 시사…"주가 조작, 원금까지 몰수" 이재명 대통령은 논란이 돼온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의 기준을 현행대로 50억 원으로 유지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주가 조작에 대해선 이익금뿐만 아니라 원금까지 몰수하겠다며 강한 처벌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 하루 만에 입장 바꾼 KT…"5,516명 식별번호 유출됐다" KT가 무단 소액결제 수단으로 쓰인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통해 5천500여 명의 가입자 식별번호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하고 당국에 신고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은 없다고 한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겁니다. KT 대표이사가 직접 공식 사과하며 피해를 100% 보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