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습니다.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2016년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2018년 라돈 침대 파동을 단독 취재/보도했습니다.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낙마는 가히 '인사 참사'라 부를 만합니다. 임명 하루 만에, 그것도 아들의 학교폭력 가해 논란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나게 됐으니 말입니다. 그나마 잘못을 인정하고 빨리 물러났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요. 당사자인 경찰도 해명을 했지만 변명에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본인 일이 아니고, 자녀와 관련된 사생활이어서, 검증 과정에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는 했지만, 충분히 알아보지 못하고 추천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내용인데, 자녀 관련 사생활로 물러난 공직자가 한둘이던가요. 굳이 사례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자녀 관련 사생활'은 최근 공직자 검증의 가장 중요한 항목 가운데 하나가 된 지 오래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그런데 경찰이 처음부터 "안타깝다"고 사과했던 건 아닙니다. 정순신 변호사가 사의 표명을 한 게 25일 오후 3시쯤. 경찰은 약 40여 분이 지난 뒤 인사 검증에 대한 기자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그런데 약 1시간 10분 정도 후 다시 장문의 입장문을 내고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한 겁니다. 그날 오전만 해도 경찰 내부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본인들은 심사위원회를 열어 후보를 압축, 추천만 했을 뿐 검증은 다른 데서 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 특히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은 통상적으로 법무부 인사검증단에서 수행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법무부가 검증했다는 말을 극도로 아꼈습니다. 저녁쯤 다시 이뤄진 기자단 질의응답에서도 경찰은 "인사 검증의 절차, 범위, 과정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해 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라는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정작 법무부는 검증 여부와 책임을 묻는 질문에 "검증이 있었는지 자체를 확인해 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국가수사본부장 후보가 인사 검증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조차 일체 확인할 수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 인사검증단 구조가 일정 직급 이상이면 무조건 검증한다, 이렇게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개별 건마다 대통령실의 의뢰가 있으면 1차적인, 형식적, 기계적 검증을 진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별 사안에 대한 검증 여부를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