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는 저희에게 곧 힘입니다. 보내주시면, 놓치지 않고 확인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프] 4월 26일자 8뉴스에선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 관련 속보도 전해드렸습니다. 특별법 초안에서는 그간 피해자들이 요구해 왔던 내용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기도 구리에서 일어난 전세사기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 속보도 단독으로 전해드렸습니다. (23. 4. 26.) <앵커> 정부와 여당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을 이르면 내일(27일) 발의할 예정입니다. 그 특별법의 초안을 저희가 입수했는데,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고, 또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그동안 피해자들이 요구해 왔던 내용도 빠진 걸로 확인됐습니다. 손기준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SBS가 확인한 정부 여당의 전세 사기 특별법 초안입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피해자 인정 조건입니다. 수사 개시 혹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되거나 피해 주택의 경매가 시작됐을 때, 그리고 여러 명의 피해자와 보증금 손실이 발생했을 때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피해 주택의 전용면적이 85㎡ 이하면서 공시가격이 2억 원 아래인 경우에만 최종적으로 피해자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의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에 살면서 전세 피해를 본 사람 중 상당수는 피해자 자격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김남근/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 명확히 형사 처벌이 되는 임대인에 의해서 피해를 본 임차인이 경매가 진행되는 다급한 상황이 있는 경우에만 특별법으로 구제하겠다는 거니까 범위가 지나치게 좁게 돼버린 겁니다.] 보증금을 떼이기만 해도 특별법 적용 대상으로 정한 야당 발의 법안에 비해 한층 엄격합니다. 전세사기 대책위가 요구했던 보증금반환채권 매입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원희룡/국토부 장관 (그제) : 그럼 앞으로는 이게 결국 사기가 되면 결국 국가가 떠안을 거다라는 그러한 선례를 우리 대한민국에 남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대책위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 발의를 촉구했습니다. [안상미/피해자대책위 공동위원장 : 사기는 구제하면 안 된다고요? 우리가 일반 사기입니까. 그 사기 지금 누가 주도했습니까? 제도가 주도했습니다. 정부 제도가 주도했습니다.] 조건과 범위를 놓고 간극이 큰 만큼 정부 여당안이 최종 발의되면 입법 과정에서 야당과의 격론이 예상됩니다. (23. 4. 26.) <앵커> 특별법 내용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 가운데는 경매를 통해, 집을 팔아서 보증금을 되찾고 싶은데 집주인이 워낙 세금이 밀린 게 많아서 아예 집을 경매에 부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도 이번 특별법에 담겼습니다. 계속해서 조윤하 기자입니다. <기자> 3년 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에 보증금 2억 7천만 원을 내고 전세로 들어간 A 씨. 집주인이 주택 1천100여 채를 갖고 있다 숨진 전세 사기범 김 모 씨란 걸 알고 경매로 집을 떠안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경매는 시작조차 못 했습니다. 김 씨의 체납세금 때문입니다. [A 씨/전세 사기 피해자 : 부동산에서 계약을 할 때 국세 완납 증명서를 떼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주인한테 구두로 확인을 했대요. 세금이란 부분 때문에 진행조차 안 되고 있으니까, 지금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인 거죠.] 2020년 12월 11일 집주인 김 씨에게는 2억 5천만 원의 종부세가 고지됐습니다. 김 씨는 세금을 내지 않았고, 이 사실을 몰랐던 A 씨가 세금 고지일 18일 뒤에 전세로 들어가면서 '우선 변제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문제는 집이 낙찰될 경우 그 집에 해당하는 세금만이 아니라 김 씨 체납 세금 전체를 한꺼번에 우선 징수하게 돼 있다는 겁니다. 피해 주택 대부분의 낙찰가가 체납 세금에 못 미쳐 남는 게 없는 상황이다 보니 법원이 경매를 자체적으로 취소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A 씨 같은 피해자들을 위해 집주인의 체납 세금을 소유한 모든 집에 각각 배분하는 방안을 특별법에 담았습니다. 만약 주택을 20채 가진 집주인이 국세 1억 원을 체납했다면, 주택 가격에 따라 300만 원, 500만 원 등으로 쪼개서 세입자들에게 나누는 방안입니다. 세금을 나눠 떠안으면 체납된 국세는 거두면서 경매도 진행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국세 배분 기준인 주택가격을 무엇으로 볼지는 논의를 통해 정해야 합니다. (23. 4. 26.) <앵커> 경기도 구리 전세 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범행을 주도한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역할 분담과 수익 분배까지 치밀하게 설계한 걸로 보고 범죄 집단죄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공성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늘(26일) 오전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이른바 '구리 전세 사기' 사건의 핵심 피의자 3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구리 전세 사기 일당 : (전세 사기 왜 벌이셨어요? 피해자들에게 한 말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 경찰은 지금까지 고 씨 등 일당 20명과 공인중개사 40여 명을 입건했는데, 범행을 주도한 고 씨 등 3명에 대해 먼저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들은 전세 보증금으로 오피스텔 매매 대금을 지급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반복해 왔습니다. 경찰은 고 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전세 계약서 940여 건을 확보했는데, 구리 소재 물건은 10건뿐이고 나머지는 서울 강서구와 구로구, 금천구, 인천 남동구 등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미 대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한 서울 강서구에만 100건 넘는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년 전 이들 일당의 강서구 오피스텔을 신혼집으로 전세 계약한 박 모 씨. 신축 건물이 싸게 나왔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을 믿었다가, 보증금 2억 8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 모 씨/강서구 화곡동 피해자 : (고 씨 일당)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아요. 잠수 상태여서 억울하고 화는 나는데, 뭐 어떻게 처벌할 방법도 없고….] 경찰은 고 씨 일당이, 피해자 모집과 영업 등 역할을 명확하게 분담했고, 수익금도 기준을 두고 분배하는 등 철저히 계획된 범행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범죄집단죄' 적용과 범죄 수익금 추징 보전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23. 4. 26.) <앵커> 이렇게 전세 사기가 계속되면서 혹시 나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계약했을 때보다 전세보증금이 더 낮아지는 이른바 역전세 현상이 심해진 것도 이런 걱정을 키우고 있습니다. 저희가 분석한 결과 역전세로 추정되는 거래가 최근 수도권에서만 4만 5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상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김포의 66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 지난주 전용면적 59㎡짜리 급매물이 3억 4천만 원에 팔렸습니다. 그런데 전세 보증금이 3억 5천만 원이나 딸려 있는 탓에 오히려 집주인이 1천만 원을 내줬습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 3억 5천만 원에 전세가 들어가 있는데 안 팔리니까 본인 돈을 내주면서 3억 4천만 원에 더 싸게 급매로 내놓은 거예요. 저희도 처음이에요.] 지난 2020년부터 치솟기 시작한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말부터 2년 전 가격을 밑돌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새로 계약할 때는 집주인이 차액만큼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가 발생하는데, 전셋값 하락폭이 큰 수도권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과 함께 국토교통부의 실거래 자료를 토대로 2년 전 최고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이뤄진 신규 전세 계약들을 분석해 봤습니다. 그 결과 수도권에서만,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4만 5천 건에 달하는 '역전세 추정 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준 역전세액도 분석해 봤더니, 서울은 평균 1억 7천만 원, 경기와 인천은 각각 1억 원을 돌려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일 집주인이 이 돈을 돌려줄 능력이 없다면, 이제는 아파트에서도 보증금 미반환 사고로 이어지는 겁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아파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2천253억 원으로 집계돼, 이미 지난해 전체 사고 금액의 85%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올해 말까지 집값과 전셋값의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집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적었던 '갭투자' 매물들에서 보증금 미반환 사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김진유/한국주택학회장 : '갭투자'를 통해서 매입을 했던 사람 입장에선 일단은 시세 차익도 안 생기고 그다음 전세 세입자를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거죠.] 빌라발 불안이 아파트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고위험 다주택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른바 ‘테라 프로젝트’의 핵심 피의자 8명에 대해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기소 전 추징보전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이를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신현성 씨에 대해선 1천541억 원을, 나머지 7인에 대해선 1천690억 원의 재산을 묶어뒀습니다. 기소 전 추징보전은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기 전인 수사단계서 피의자가 범죄로 얻은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동결하는 조치입니다. 이는 검찰이 법원에 청구해 결정되는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피의자들도 이를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검찰이 추징보전을 청구해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청구는 법원이 모두 받아들인 상탠데, 이를 뒷받침하는 ‘피의사실 요지’가 결정문에 함께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즉, 이 피의사실에 대해 법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저희 취재진은 피의사실 요지를 하나하나 뜯어봤습니다. 이를 토대로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창’의 역할을 맡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과 ‘방패’인 변호인단이 어느 지점에서 부딪히는지 유추해 낼 수 있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금융당국 경고 있었나?…“있었다 vs 없었다” ‘테라 프로젝트’는 가격 변동이 없는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와 이에 연동된 루나 코인을 기반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테라가 결제 수단으로 쓰이는 와중에 생겨난 수수료로 루나의 가치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테라를 이용한 결제가 많아질수록 루나의 가치는 올라간다고 하는데, 여기서 전제는 ‘가상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입니다. 검찰은 ‘테라 프로젝트’를 주도한 신현성‧권도형 등 초창기 멤버 7인이 ‘가상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쓰일 수 없다’는 걸 알고도 사업을 이끌어나갔다고 판단했습니다. 피의자 중 대관 업무를 담당하던 A씨가 금융당국의 경고를 다른 피의자들에게 알렸다는 겁니다. - 추징보전 결정문 속 내용 - “피의자○○○은 2018. 9~10.경 금감원을 방문하여 ‘테라페이’ 사업이 허용될 수 없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한 후 피의자 등 나머지 초기멤버 6인에게 보고하였고, 그 무렵 또는 이후 그 내용이 테라 프로젝트 참여자들에게 전파되어 피의자 등 초기 멤버 7인을 비롯한 테라 프로젝트 참여자 모두는 ‘테라 코인이 지급수단으로 활용되는 어떠한 사업’도 허용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하였다.” 그러면서 “금감원 등 금융당국도 금전 외의 가상화폐 등 다른 자산이 이전되는 전자금융업은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했다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는 겁니다. 결국, 앞서 말한 전제 자체가 시작부터 깨졌지만 사업은 계속됐다는 취집니다. 신현성 측 변호인단의 입장은 정반대입니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존재했다거나 OOO을 포함한 차이 관련자들이 ‘그런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금융당국의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변호인단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 부분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건의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테라폼랩스 측에 ‘유권해석’을 내린 게 없다는 답을 내놨습니다. 일단 변호인단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답변인데요. 하지만, 검찰은 수사 과정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임직원들의 사내 메신저에서 ‘금융당국의 경고성 메시지’가 공유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비공식적으로 의견이 오고 갔을 수 있다는 겁니다. 가상화폐 결제 된다?…“결제 내역만 복사”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 대표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가짜라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 신현성 씨는 폭락 사태 3주 전까지도 한 유튜브에 출연해 ‘가상화폐인 테라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추징보전 결정문 속에서 검찰이 파악한 바는 다릅니다. - 추징보전 결정문 속 내용- “그러나 차이페이 결제 사업은 OOO페이, OOO페이 등 일반 간편 결제 방식과 똑같은 사업으로 테라 블록체인과 상관없고, ‘미러링’은 차이코퍼레이션 고객과 가맹점에 아무런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별 및 가맹점 별 각 가상화폐 지갑을 생성하여 차이페이 결제 내역을 테라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블록체인 거래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에 불과할 뿐, 실제로 테라 코인이 이동하는 블록체인 거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사업은 테라 코인 수요 증대에 따른 주조차익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사업이었다.” 현금을 충전해 사용하는 일반 간편 결제 시스템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마치 테라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취집니다. 이를 위해 차이페이 서버에서 고객들의 결제 내역 정보를 빼내 테라 블록체인에 전송해 기록하는 시스템도 개발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또, 검찰은 실제 상품 대금을 정산하는 건 테라폼랩스 코리아와 차이코퍼레이션 간에 ‘원화’로 이뤄졌으며 테라 코인이 지급 수단으로 사용된 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기록된 거래 내역은 입‧출금을 합쳐 7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현성 씨 측 변호인단은 “권도형 씨와 사업을 분리하기 전까지, 차이는 테라 블록체인을 활용해 결제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힌 상탭니다. 또, “기소가 되면 법정에서 소명하겠다”며 기나긴 법정 싸움을 예고했습니다. 거래소에서 루나‧테라 자전거래…처벌 안 된다? 테라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지난 2019년 5월부터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했습니다. 상장 신청 자료엔 ‘테라가 결제 수단으로 쓰인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검찰은 이미 가상화폐가 결제수단으로 쓰일 수 없다는 걸 사전에 알았던 만큼 이 역시 거짓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국, 업비트를 포함해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모두 상장이 되긴 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상장 이후 수년간 거래소 3곳에서 테라‧루나의 ‘자전거래’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자신들끼리 매수‧매도 가격을 계속 올려붙여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겁니다. 이들은 자전거래에 자신들이 개발한 ‘봇’ 프로그램을 사용했습니다. - 추징보전 결정문 속 내용 - “이에 피의자 등은 2019.5.17. 경부터 2021. 3. 15.경까지 가상화폐 거래소인 OOO에서 위 봇 프로그램을 사용해 위와 같은 방법으로 합계 4,129억 원 상당에 달하는 테라‧루나 코인 자전거래를 일으키고, 2019.7.4.경부터 2021.7.22.경까지 OOO에서 같은 방법으로 합계 1,068억 원 상당에 달하는 테라‧루나 코인 자전거래를 일으키고, 2019. 12.31.경부터 2022. 2. 22.경까지 OO에서 같은 방법으로 합계 2,987억 원 상당에 달하는 루나 코인 자전거래를 일으켰다. 이로써 위 피의자 등은 합계 818,494,286,581원 상당에 달하는 테라‧루나 코인 거래량을 부풀려 마치 실제 테라‧루나 코인 거래가 이루어져 루나‧테라 코인 가격이 유지‧상승되는 것처럼 가장하였다.” 이들은 왜 자전거래를 벌였을까요? 검찰은 테라 프로젝트 관계자들이 ‘테라가 결제 수단으로 쓰이는 것처럼 보이게 이 일을 벌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요가 많아야 자신들이 말한 테라 생태계가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가격 상승을 이용한 현금 확보도 이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자전거래는 대개 불법입니다. 상장 초기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래는 시세조종의 하나로 여겨지는 만큼 수사기관에선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엄히 처벌합니다. 그런데 신현성 측 변호인단은 취재진에 이 부분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맞다고 인정하는 걸까요? 아마 그건 아닐 겁니다. 이들의 자전거래가 인정된다고 해도 정작 처벌은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일단 검찰은 루나 코인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간주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증권성 여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자본시장법 적용이 어렵게 됩니다. 현행법상 자본시장법 외에 자전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또 다른 법령은 없습니다. 법조계에선 증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들의 자전거래가 다른 범행의 ‘간접증거’로 사용될 순 있지만, 직접 처벌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합니다. ‘테라 프로젝트’ 관계자들, ‘돈방석’ 앉았다? ‘테라 프로젝트’, 폭락 직전까진 김치 코인의 최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며 말 그대로 날아올랐습니다. 당연히 테라‧루나의 가치도 폭등했는데요,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끈 권도형‧신현성 등 초창기 멤버 7인 등 수십 명의 직원들은 루나를 배정받았던 상태입니다. 지난 2018년 말부터 이듬해 4월까지, 테라 프로젝트 초기 멤버 7명은 루나 코인의 국내 상장 전 1인당 120만 개에서 최대 7천만 개를 배정받았는데, 이 가운데 권도형‧신현성은 각각 약 3천859만 개와 7천만 개를 개당 0.49 원에 확보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직원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기술‧재무직군 주요 직원들은 적게는 15만 개부터 많게는 338만 개까지 루나 코인을 받아 챙겼습니다. 총 18명의 직원이 투자 명목으로 약 512만 개의 루나를 개당 0.2달러에서 0.23달러의 가격으로 구매했습니다. 각자 미래의 ‘돈 주머니’를 차게 된 거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들은 ‘봇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자전거래를 벌였고 루나‧테라의 가치는 하늘 모르는 줄 모르고 상승했습니다. 한 때 루나는 세계 가상화폐 자산 시가총액 10위까지 자리했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이틈을 타 각자 가지고 있던 루나를 처분해 막대한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습니다. - 추진보전 결정문 속 내용 - “피의자 신현성은 실현이익 최소 1,479억 원 이상, 피의자 OOO은 실현이익 최소 409억 원 이상, 피의자 OOO은 실현이익 최소 283억 원 이상, 피의자 OOO은 실현이익 최소 33억 원 이상, 피의자 OOO은 실현이익 최소 791억 원 이상, 피의자 OOO은 실현이익 최소 116억 원 이상, 피의자 OOO는 실현이익 최소 10억 원 이상, 피의자 OOO은 최소 48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각 취득하고….” 신현성 씨의 경우엔 검찰은 각주까지 달아가며 만약 최고점에서 이를 모두 팔아치웠다면 취득한 이익이 최대 5조 5천796억 원에 이른다고 덧붙였습니다. 단순 계산이긴 한데, 권도형 씨가 보유했던 루나 코인 7천만 개를 이때 매도했다면 취득 이익은 10조 원을 넘어섭니다. 개미들의 반짝이는 눈물을 연금(鍊金)해 자기들 주머니로 넣은 꼴입니다. 이와 관련해 신현성 씨 측 변호인단은 2020년 권 씨와 결별하며 대부분의 보유 코인을 처분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신 대표가 테라를 떠날 땐 UST가 출시되기도 전으로서 테라 프로젝트 초기 단계였고, 루나 가격은 폭락 직전에 비해 1/500도 되지 않는 약 300원 수준”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폭등 전에 대부분의 루나를 매도했다며 이 사태 자체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천문학적인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한 건데요. 변호인단의 해명이 모두 맞다 해도 개당 0.49원에 매입해서 300원 대에 매도했다면 이미 가치가 600배 넘게 부풀려진 거 아닌가요? ‘테라 프로젝트’ 도운 조력자 2인…물심양면 지원 결정문에 일부 언급됐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프로젝트 초반, 조력자 2명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은행권에 줄을 대기도 했고, 심지어 회사 인력들을 파견해 프로젝트를 돕기도 했었습니다. 우선 하 모 씨부터 소개해볼까요? 지난 2018년 말 신현성 씨가 고용한 금융권 종사자 하 씨는 차이코퍼레이션이 간편 결제 서비스를 구축하는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잠깐 설명을 더 보태면 초기 멤버 7인은 2018년 9월 13일 차이코퍼레이션을 설립했는데, 이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차이페이’를 내놓고자 했습니다. 세간에 알려진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과 같은 간편 결제 서비스가 이뤄지기 위해선 은행 계좌와의 연동이 필수적입니다. 당연히 차이페이도 필요했겠죠? 이를 성사시키고자 하 씨가 영입된 건데, 검찰은 이 서비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하 씨가 은행권에 ‘가상화폐가 결제 수단이 되지 않는다’고 읍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차이페이, 분명 블록체인 기반이고 가상화폐인 테라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표방합니다. 신현성 씨도 여러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그런데 하 씨의 입에선 정반대의 얘기가 나온 겁니다. 밖에선 가상화폐를 이용한다고 하고 뒤로는 ‘아니다’고 하며 이중 플레이 한 모양새입니다. 또 다른 조력자인 티몬 전 대표 유 모 씨도 비슷했습니다. 지난 2019년 1월, 유 씨는 테라폼랩스에 티몬 소속 8명의 개발 인력을 테라폼랩스에 보냈습니다. 이는 결정문에도 일부 나와 있습니다. 검찰은 당시 이들이 티몬서 여러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지만, 테라폼랩스를 돕고자 사실상 ‘차출’됐다고 판단했습니다. - 추징보전 결정문 속 내용 - “2019. 1.경 당시 티몬 대표이던 유OO의 소개로 티몬의 여행플랫폼 팀장 피의자 OOO와 그 팀원인 OOO, OOO, OOO, OOO, OOO, OOO, OOO(일명 티몬 ‘X팀’ → 테라 ‘OO팀’)를 개발인력으로 영입하고….”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 씨가 대표로 있던 티몬은 테라폼랩스와 업무협약(MOU)까지 맺었습니다.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홍보한 겁니다. 즉, 테라 생태계에 티몬이 참여했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이 둘은 어떤 대가를 받았을까요?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하 씨는 루나 21만 개, 유 씨는 루나 50만 개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각자 받은 코인은 현금화했는데 하 씨의 경우 수억 원의 수익을, 유 씨는 38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됩니다. 변호인단은 이들이 고문계약을 체결했고 신현성 대표가 불법이나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합니다. 또, 자문 대가로 현금 보상 대신 코인을 부여하는 건 스타트업계에선 통상적인 일이고 그 가치도 1~2억 원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법원도 ‘혐의에 다툼이 있다’는 이유로 이 둘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구속영장 청구 횟수에 제한은 없지만, 통상 검찰서 특정 인물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횟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2회’ 정돕니다. 이미 신현성 씨는 두 차례나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황이고요. 즉, 조만간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조계 안팎에선 ‘적어도 이달 말엔 기소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검찰은 최근 권도형의 국내 자산 71억 원에 대해서도 법원에 기소 전 추징보전을 청구한 상탭니다. 파악된 자산 중 대표적인 건 아내와 공동 명의로 된 성수동의 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입니다. 과거 한 인터넷 BJ가 문 앞까지 찾아갔다가 문제가 됐던 그곳입니다. 하지만, 국내 자산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보니 가상화폐로 이득금을 바꿔 ‘콜드월렛’ 등에 저장해 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지난 2월 제소장에 권도형이 스위스의 한 은행 계좌로 비트코인 1만 개를 빼돌렸고 여기서 다시금 1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00억 원을 인출했다고 적시했습니다. 검찰은 이 돈의 행방을 추적 중인데 이 중 일부가 국내 대형 로펌인 김앤장으로 흘러간 정황도 파악했습니다. 권도형의 국내 송환에 대해서도 법무부가 계속 노력 중입니다. 다만, 얼마나 절차가 길어질지 알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전 세모그룹 회장인 유병언의 딸이었던 유섬나씨는 지난 2014년 5월 프랑스에서 체포됐는데 3년간의 재판 끝에 겨우 국내 송환이 결정됐습니다. 참고로 아직 여권법 위반 혐의 재판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수십만 명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에는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에 넘어간다 해도 3심인 대법원까지 갈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검찰이 승소한다고 해도 모든 피해자들을 100% 구제하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