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덕수에서 일하고 있는 변호사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고충들과 안전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직장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자아실현의 장이자 동료들과 교류하며 인간관계를 쌓아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괴롭힘이 발생한다면 어떨까요? 피해자들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와 고통을 마주하게 됩니다. 피해자 A 씨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입사 초기부터 상사로부터 외모와 체형에 대한 악의적인 비난을 들었던 그녀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앓게 되었습니다. 출근할 때마다 온몸이 떨리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죠. 급기야 자살 충동까지 느끼게 되어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B 씨의 경우는 어떨까요?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팀장 때문에 늘 초조하고 불안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개인 심부름은 물론이고 과도한 야근까지 강요당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죠. 점차 대인기피증이 생겨 휴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들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해칩니다. 특히 우울증,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으로 발전하기 쉬운데요. 괴롭힘이 지속될수록 증상은 더욱 악화됩니다. 사실 이런 정신적 고통은 육체적 고통 못지않게 뇌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연당했을 때의 정신적 고통과 물리적 힘에 의한 육체적 고통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전혀 다른 종류의 고통이라도 이를 인지하는 뇌 영역이 동일하다는 것이죠. 이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 역시 육체적 고통만큼이나 뇌에 심각한 자극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피해자들이 느끼는 괴로움과 상처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게다가 정신질환 발병은 업무 능력 저하로 직결됩니다. 의욕을 상실한 피해자들은 점차 무기력해지고 잦은 결근과 조퇴로 이어지기도 하죠. 경력단절의 위험까지 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정신적 고통이 육체적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하면서 만성 위염, 두통, 난청 등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는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은 산재 대상이 됩니다. 산재 신청을 위해서는 ▲괴롭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정신과 진료 기록 및 진단서 ▲상담일지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동료나 목격자의 진술서도 큰 도움이 됩니다. 관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서를 제출하면 근로복지공단의 조사를 거쳐 판정위원회 심의에 따라 승인 여부가 결정됩니다. 승인을 받게 되면 요양급여(치료비)와 휴업급여를 지급받게 됩니다. 다만 정신질환의 경우 육체적 질병보다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려워 승인률이 높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산재 신청과 별개로 가해자와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피해자들도 많습니다. 이미 직장 내 괴롭힘으로 건강을 잃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혼자 괴롭힘에 맞서기보다는 동료나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거 자료를 꼼꼼히 준비해 두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괴롭힘 없는 건강한 일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적극적인 예방 활동이 필수적입니다. 취업규칙에 괴롭힘 금지 조항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괴롭힘 발생 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제재 등 사후 조치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피해자 중심의 대책 마련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해 나가야 합니다. 더 이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신체적 고통을 받는 이들이 없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A는 얼마 전 입사한 신입사원입니다. 인수인계를 해주던 전임자는 떠나기 전, 커피를 마시며 A에게 말했습니다. "세상에는 멍부, 똑부, 멍게, 똑게 상사가 있어. 멍부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사람이고, 똑부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야. 멍게는 멍청하고 게으른 사람이고, 똑게는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이야. 그중 가장 최악은... 난 멍부라고 생각해." A 씨는 전임자가 자신에게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곧 알게 되었습니다. A 씨 상사인 팀장 B는 성공에 대한 욕구가 높고, 일에 대한 욕심도 많은 편입니다. 타 부서와의 회의에서, "우리 팀에서 잘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고 호언장담을 하며 일을 맡아오고는 합니다. 문제는 B의 역량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실제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알지 못하고, 기본적인 업무 툴(tool)도 다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B의 업무는 자연스럽게 팀원들의 몫이었습니다. 특히 신입인 A의 부담이 가장 컸습니다. A가 젊다는 이유로, 업무 툴을 잘 다룬다는 이유로 B가 A에게 업무를 시켰기 때문입니다. 가장 힘든 것은 임원들에게 보고해야 하니 자신이 발표할 자료를 다음날 출근 시간까지 만들어달라고 지시하는 것이었습니다. 발표가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 A에게 '자료가 별로라서 그렇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팀에 보낼 업무 메일을 대신 쓰게 하는 것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실무자가 다른 팀과 소통해야 한다며 B가 떠넘겼기 때문입니다. A는 업무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큰 부담을 느끼며 C 팀장, D 팀장에게 답 메일을 보냈고, 결국 문제가 생기면 잔소리를 듣는 것은 A였습니다. A는 잘 모르는 팀장의 업무를 숙지하기 위해 매일 야근을 해야 했고, 결국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과 탈모 등의 증상을 호소하게 되었습니다. A는 B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신고를 접수한 인사팀 직원은 '팀장의 업무 방식에 불만이 있고, 실제로 팀장이 일을 잘 못 한다고 하여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접수를 망설였습니다. 정말 B의 A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은 성립하지 않는 것일까요? A의 문제는 '멍부 상사가 걸렸네. 안 됐다'라며 가볍게 넘어갈 문제는 아닙니다. 직장 내에서 발생한 폭언이나 폭행, 업무 외 강요처럼 전형적이지 않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이지만, 이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은 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하고, ②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③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다는 것은 업무상 필요성이 없거나, 행위가 폭행·폭언 등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고,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는 그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지장이 발생하는데, 문제 된 행위를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신체적·정신적 고통이나 근무 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본인 업무를 다른 직원에게 반복적으로 전가하는 행위는 대표적인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입니다. 또,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는 행위는 업무상 불가피한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시간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등 그 행위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이기에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B의 지시는 단순한 업무 지시가 아니라, 자신의 업무를 전가한 것이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평가됩니다. 또 B는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A의 업무를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부여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또, B는 자신의 업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회사 취업규칙에 '성실 의무'가 있다면 이를 해태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습니다.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2016년 직장인 2,356명을 대상으로 '최악의 상사 유형'을 조사한 결과, 책임을 떠넘기거나 발뺌하는 '오리발형'(18.8%)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2위는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감정의 변화도 심한 '감정 기복형'(14.1%), 그다음은 야근 등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열정페이 강요형'(11.7%)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직장 내 괴롭힘이 금지된 지금, 최악의 상사들의 '업무적 괴롭힘'이 문제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제는 업무적 괴롭힘의 문제를 단순 업무 갈등이 아닌,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디자인 : 최혜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직장 내 괴롭힘 강의를 하기 위해 회사를 방문하여 임원들에게 인사를 하다 보면, 꼭 얼굴 좋은 임원 한 명이 이렇게 말을 할 때가 있다. "우리 회사는 괴롭힘 이런 거 없어~ 요즘 세상에 무서워서 누가 그러나? 사람들이 다 순하고 착해서 그런 일 없어요. 법이 하라니까 강의받은 거죠." 그러면 나는 재빨리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살핀다. 대부분 별다른 표정이 없다. 그러나 가끔 누군가 미간을 찌푸리면, 나는 생각한다. '오늘은 이 임원을 집중적으로 쳐다보면서 강의해야지.' '직장 내 괴롭힘' 문제제기 적은 회사는 건강한 회사일까? 평온한 A 공공기관은 공공부문 갑질 근절 종합대책이 세워진 2018년 7월 이후 갑질(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가 1건뿐이다. A 공공기관은 직장 생활하기 좋은, 갑질이 적은 공공기관이라고 자화자찬하였다. 놀랍게도, 익명 설문조사를 실시하자 180도 다른 실체가 드러났다. "최근 1년 동안 괴롭힘 경험이 있다"는 설문에 36.6%가 답을 하였고, "괴롭힘이 심각하다"고 답변한 비율이 56.4%(매우 심각 10.6%, 심각한 편 45.7%)에 달하였다. "서류 던지거나 볼펜을 던지는 행위, 소리 지르는 행위가 일상입니다", "대놓고 커피 심부름을 의무인 양 강요하듯이 시키고, 커피도 원두를 일일이 직접 분쇄하여 필터에 걸러서 내려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관식 답변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고통을 다수 호소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없을까? "직장 내 괴롭힘을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변한 비율이 81.9%에 달한다는 데 답이 있다. 대전시 새내기 9급 공무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2021년 9월 26일 숨졌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사건의 원인을 '조직 내 세대 차이'를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진단하였고, 이와 같은 진단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20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대전시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단 1건에 불과했다(서울 59건).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신고가 적은 회사는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이 적게 발생하는 회사가 아니라, 조직 구성원이 신고 절차 및 처리를 신뢰하지 못하거나 자유로운 신고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직장갑질119가 2023년 7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하거나 회사를 그만두거나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를 한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본 결과 10명 중 7명(69.5%)은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5명 중 1명(22.2%)은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신고 절차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이다. 실제 A 기관 역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인하여 불이익을 겪을까 걱정된다", "신고해 봤자 변하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무력감이 있다"고 다수 답변하였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회사에서 개선과 재발 방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중요하게 생각할 지점이다. 현재 우리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 주체를 '사용자'로 보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을 살펴보면,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는데(1항),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2항). 그뿐 아니라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 근로자 등에 대하여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 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안 된다(3항).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 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 장소의 변경, 배치 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4항),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 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5항). 또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안 된다(6항).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 참여한 자들에게 비밀유지 의무도 발생한다(7항). 회사가 스스로 피해자가 2차 가해와 보안을 걱정하고 신고할 수 있는 채널이 있는지,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조사하는지, 조사 기간 동안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는지,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었을 때 징계 등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는데, 이후 조적으로 재발 방지 조치를 하고 전반적인 조직문화·제도의 개선을 수행하는지 여부를 점검해서 개선하지 않으면,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없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저기, 그 사람 있잖아...” “왜 왜 뭐? 그 사람 왜?” “아니, 이게 말하기 좀 그렇긴 한데 사실은....” 회사 탕비실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회식자리에서, 화장실에서 우연히, 우리는 자연스럽게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때로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대부분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뒷담화가 빠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친척, 학교, 동아리, 직장...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꼭 문제가 발생하지요. 그중에서도 직장에서의 뒷담화는 복잡한 측면이 있습니다. 때로는 긍정적일 때도 있지요. 뒷담화는 집단생활을 하는 인간의 특성상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며, 정보 습득, 사회적 결속 강화, 스트레스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기도 하니까요. 저도 가끔, 사람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데 상대방과 도저히 풀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면, 그냥 뒷담화라도 해서 마음을 풀라고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요. 그러나 어떤 뒷담화는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하고, 직장 문화에 큰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뿐 아니라,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하고요. 신입사원 A 씨는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뒷담화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입사한 지 조금 지나고 선배 B가 둘이서 술을 마시자는 제안을 따랐을 때부터였습니다. B는 술자리에서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와 갈등이 심하다. 오래 만나긴 했는데 지루하고 답답하다.’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고민 상담으로 생각한 A는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매만질 뿐이었습니다. 그 이후 B는 자꾸 A에게 단 둘이 술을 마시자, 밥을 먹자, 드라이브를 가자는 등의 제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A는 마지못해 몇 번 따라나섰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가 오늘 만난 것을 말하지 말라.”는 B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무언가 잘못된 것을 감지하였습니다. 이제 A는 B를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A는 자신과 팀장이 불륜 관계라는 소문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문은 소문을 낳고,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습니다. 빽을 써서 입사한 것이다, 팀장이 있기 때문에 이 팀으로 온 것이다, 팀장 믿고 일을 안 하는 것이다, 심지어 팀장과 불륜 관계이면서도 B를 꼬시려고 했다는 등 사실과 다른 말들을 사람들이 하고 있었고, 소문의 출처는 바로 B였습니다. 사실을 알게 된 A는 큰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 숨을 쉬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낀 A는 결국 공황장애 초기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직장에서 뒷담화로 고민하는 것은 A 씨만의 일이 아닙니다. 직장갑질119가 2021년 1월부터 11월까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받은 내용을 분석해 보니, 전체 신고내역 1,091건 중 뒷담화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모욕·명예훼손은 405건(유형 중복포함)으로 폭행·폭언 568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같은 기간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체 1만 7,342건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례 중 험담·따돌림은 2,000건으로, 폭언(6,199건)과 부당 인사조치(2,695건)의 뒤를 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을 퍼뜨리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업무관련성이 없는 다른 사람들끼리 직원의 문제점을 소문내고 다니는 것은 문제가 된다는 것이지요. 업무에 대한 평가의 탈을 썼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B의 행위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摘示)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형법 307조). 명예라 함은 외부적 명예, 즉 사람의 인격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말하며, 명예의 주체에는 자연인·법인뿐만 아니라, 기타 단체도 포함됩니다. ‘공연히’라 함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 훼손이라 함은 반드시 현실로 명예를 침해함을 요하지 아니하고,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위험상태를 발생시킴으로써 족합니다.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가중되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결국 A는 B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였고, 경찰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습니다. B는 징계도 받고 형사처벌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큰 상처를 받은 A는 고민 끝에 회사를 퇴사해야만 했습니다. 나의 소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떠든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어렵겠다는 판단 때문이었겠지요.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합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남들도 다 하니까, 위로받기 위해서... 그 목적과 동기는 다양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고, 때로 상처의 회복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느낄 때 뒤에서 말하지 않고, 직접 대화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때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여러분은 ‘종교’를 가지고 계신가요? 여러분이 종교를 가지기로, 또는 가지지 않기로 선택한 것에는 주변 환경의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종국적으로는 자신이 직접 선택하였을 것입니다. 종교는 누가 지정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닌, 자신의 내심의 결단에 따라서만 결정이 가능한 것이니까요. 오늘은 한 기독교 법인 산하 사회복지센터인 A센터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A센터의 직원들은 매주 일요일마다 같은 법인 산하 시설인 모 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합니다. 말이 봉사활동이지, 실제로는 직원들이 해당 요양원 내 교회에서 하는 주일예배에 참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만약 예배에 참가하기 싫다는 경우, 해당 직원은 시설 청소나 잡일 등을 수행해야 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피곤한데 청소 등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예배를 드리고는 하지요. 이러한 복지관의 행위를 참다 못한 한 직원은 시청에 ‘종교 강요 행위’로 A센터를 신고하였습니다. 그러자 A센터는 운영규정에 ‘매주 일요일마다 법인 산하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넣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봉사활동 대신 예배를 가는 직원들의 선택은 자발적이라고 하면서요. A센터, 괜찮은 것일까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강제 예배 대한민국 헌법 제20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하여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의해 어떤 종교를 가질 것인지와 이에 따른 일체의 표현의 자유, 따라서 자기가 믿지 않는 종교의식에 참가하지 않아도 좋은 자유가 보장된다고 할 수 있지요. 헌법 제11조는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역시 종교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요. 헌법상 종교의 자유는 종교 행사 참석의 자유를 포함하므로, 종교행사의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아동구호단체인 F기관의 직원 L은 기관 측으로부터 월요예배 참석 등을 강요받았으나 거부하면서 권고사직 압박을 받아 퇴사했습니다.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한 인권위는 “업무 연관성을 개별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직원에게 종교의식 또는 행사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직원교육 시간에 성경구절을 읽고 느낀 점을 발표하라고 한 P사 대표에 대해서, 인권위원회는 사측에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기도 하였죠. 위와 같은 법령과 사례들에 비추어볼 때, A센터의 상황, 즉 봉사활동 명목으로 사실상 직원들에게 예배 참석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는 직원들에게 시설 청소 등 잡일이 주어지는 상황은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A센터가 종교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거나(일명 경향사업체), 처음 채용 당시 근로계약서상 또는 별도의 동의서 형태로 종교행사 참석에 관한 동의를 얻었다면 이 같은 행위를 적법하다고 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A센터는 종교 단체가 아니고, 현재 개별 동의서가 아닌 ‘운영규정’을 통해 직원들의 봉사활동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법인 산하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 운영규정은 취업규칙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불이익하지 않는 변경에는 근로자의 집단적인 의견을 들으면 되지만, 불이익한 변경에는 근로자의 집단적인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당해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죠. 이 경우 근로자 개개인의 동의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집단적 방식에 의한 동의에 의해서만 유효한 변경이 이루어집니다. 해당 운영규정의 변경을 통해 봉사활동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해 집단적 동의를 얻지 못하면 효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A센터의 운영규정 변경 이전부터 일하던 직원들은 해당 운영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내가 믿는 종교에 대해 타인에게 강요받지 않으려면 나 또한 타인의 종교를 인정해야 한다는 상식은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로 통해야 합니다. 종교를 믿는 게 자유라면 아무것도 믿지 않을 자유도 있는 것이고 그것까지를 포함해서 '종교의 자유'라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모든 일터에 종교의 자유가 있기를 바라봅니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백 건의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을 하면서, 정말 답답하고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가해자의 행위가 정말 악랄하고,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가 막대한데도 피해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할 때입니다. 하지만 바쁜 직장 생활 중, 팀장의 폭언이, 동료들의 따돌림이, 상사의 괴롭힘이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알 수 없기에 직장 내 괴롭힘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증거수집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입증을 위한 녹음이 필요합니다 가끔 “왜 당시 통화를 녹음하지 않으셨나요?”라고 질문하면 “상대방에게 녹음한다고 알리면 말을 안 할 것이 뻔해서요.”라는 답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녹음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상사가 폭언하는 중 “잠시만요, 녹음을 하려고 하는 데 동의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말하는 상황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죠.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공개된 대화이거나, 내가 대화자 중 한 사람이어서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닌 경우에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녹음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단, 녹음기를 피해자가 없는 장소에 두고 사용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입니다. 일부 하급심 판결은 타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재상, 녹취,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형사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지만 헌법상 보장된 음성권을 침해하는 민사상 불법행위로 보기도 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2. 선고 2021가단5160620 판결). 그러나 음성권이 다소 침해됐더라도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할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녹음이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뤄져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다고 평가받을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판결(대법원 2019. 10. 31.선고 2019다256037 판결)2019다256037)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피해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녹취하는 것은 정당행위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증거 수집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겠죠. 동료들 진술은 빨리 확보하세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직후, 빠르게 동료들의 사실확인서 또는 증언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건 발생 직후에는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가지지만, 시간이 지나고 문제가 커지면 동료들은 승진, 업무 등에서 불이익을 입을까 걱정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당시 상황에 대한 동료들의 진술 녹음이나 사실확인서 작성은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등은 지우지 마세요 최근 업무환경이 급변하면서 모바일상의 괴롭힘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개인 메시지로 폭언을 하거나 비인격적인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가 있고, 단체메시지 창에서 모욕을 주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이럴 때 가해자가 보내는 카카오톡이나 메시지를 잘 보관해야 합니다. 보기 싫다고 지우시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안 됩니다. 나중에 디지털 포렌식을 하더라도 데이터가 다 살아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특히 문자메시지는 가해자의 순간적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맥락을 알 수 있도록 전후 대화 내용까지 포함해서 대화 내용을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또 동료들의 위로 메시지도 도움이 됩니다. 휴대폰 분실이나 파손으로 인해 대화가 유실되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에 해당 메시지들을 별도로 백업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텍스트만으로 저장하지 않고, 해당 메시지 자체를 사진으로 캡처하여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체적인 기록의 힘은 강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큰 맥락 속에서 반복됩니다. 매일매일 괴롭힘의 양태는 다를 수 있고, 각 행위 자체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사를 받지 않거나, 은근히 비교하거나, 말꼬리를 잡고 비꼬는 것과 같은 행위 말이죠.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괴롭힘의 양상은 분명히 드러납니다. 이러한 괴롭힘을 입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입니다. 자신의 진술만 적힌 기록이 법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구체적이고 일관된 기록은 법관의 심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다른 증거들과 결합하여 증거로서의 가치를 지니기도 하기 때문에, 꾸준히 기록하실 것을 권합니다. ① 나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닌 객관적인 정보들을 기록해야 합니다. 일자, 장소, 상황, 함께 있었던 사람, 관련 자료 등은 이때 기록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정보입니다. ② 기록하는 정보들은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시간, 날씨, 장소, 함께 있었던 사람, 대화 내용, 업무 내용, 가해자가 입었던 옷 색깔, 내가 입었던 옷 등 당시의 일을 모두 기록하면 가장 좋습니다. ③ 가해자의 태도나 말을 추상적으로 적으면 안 됩니다. '팀장이 오늘도 나를 모욕하고 무시했다.'가 아니라 '오늘 팀 회의를 마치고 팀장님이 “이렇게 멍청하게 일하면서 밥이 들어가? 진짜 신기하네. 오늘은 혼자 밥 먹어. 참 답답하다 답답해"라고 했다.‘와 같이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합니다. ④ 증거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매번 증거를 확보할 수 없지만 사진이나 기타 증거가 있다면 한꺼번에 정리하려고 미루지 말고 그날그날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파일 번호에 일자를 기록하는 방식 등). 함께 있었던 사람을 기록하는 게 특히 중요한데, 나중에 증언이 필요해졌을 때 누가 그때 있었는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으면 증언을 요청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⑤ 감정을 별도로 기록합니다. 사실 관계를 기록할 때는 제삼자가 된 것처럼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써야 하지만, 피해자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도 따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피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결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이 우울증, 불안장애, 적응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이 많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것은 나중에 혹시 있을지 모를 산재 신청이나 손해배상 액수 산정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 됩니다. 정신과 진료 비용이 비싸다거나, 한 번 진료를 받으면 보험 가입이 어렵다거나, 회사 취직, 대학교 입학에 불이익이 남는다거나, 약 때문에 부작용이 크다는 것은 대부분 오해이거나 과장된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꼭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글을 적고 나니, 안 그래도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입고 지쳐있을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 증거를 수집하라고 하는 것이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피해를 주장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시 한번 직장갑질 119가 발표한 ‘직장 괴롭힘 대처 10계명’을 상기해 보면서 글을 마칩니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 A의 사정 A는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프리랜서 아나운서입니다. 주로 라디오 뉴스 진행을 하지만, 방송국이 지정하는 스케줄에 따라 주어지는 일을 합니다. 프리랜서라고 하지만, B 방송사에서 일한 지 7년이 넘었습니다. A는 다른 방송사의 일을 하지 않습니다. B 방송사의 일을 소화하기도 시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B 방송사에서 불시에 일을 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다른 회사 일을 하면 B 방송사에서 일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A는 이번에 변경된 담당 PD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담당 PD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부쩍 드러나는 담당 PD의 적개심이 영 부담스럽습니다. 자신보다 훨씬 젊은 PD이긴 하지만, A는 그래도 잘 지내보려고 미소도 지어보고 커피도 사보았지만 갈수록 상황은 악화되었습니다. 어느 날 담당 PD는 A가 녹음을 하려고 들어간 녹음실의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와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책을 건드렸다는 것입니다. 녹음실에 들어가던 A가 책상 구석에 있는 책을 들었다가 놓은 것을 본 담당 PD가 화를 내기 시작한 거죠. 참고 지내던 A도 폭발해 버렸습니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냐고 대거리를 하였죠. 결국 담당 PD는 A의 멱살을 잡으며 뺨을 때리고 폭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말려서 사건이 진정되었고, A는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A가 신고한 뒤 2주가 지났습니다. 총괄 PD는 A를 불러 “문제를 크게 만들어서 어쩔 수 없다. 이제 같이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A를 해고하였습니다. B 방송사 조치의 문제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지체 없이 조사를 진행해야 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만 합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위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법조항은 ‘근로자’를 피해자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A의 지위가 위 방송국의 근로자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리랜서 계약이기 때문에 당연히 근로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꼭 프리랜서(도급계약)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실질이 근로계약이라면, 근로자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A가 체결한 계약은 프리랜서 계약이지만, 위 지표 중 대부분에 해당됩니다. 즉, A는 B 방송사의 근로자로, ‘무늬만 프리랜서’였던 것이죠. 결국 B 방송사는 A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고,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분리 조치 등 조사 과정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 담당 PD에 대한 징계도 진행해야 합니다. A에 대한 해고 역시 무효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는 금지되는데, A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라는 것은 정당한 이유로 볼 수 없기 때문이죠. 또 B 방송사의 해고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이기 때문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B 방송사는 A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원은 법의 대상과 유형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의정부지방법원은 골프장에서 캐디로 근무하던 C 씨가 직장 내 반복된 모욕과 외모 비하, 질책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그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 역시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월 21일 체불임금 관련 진정을 제기했다가 입주자대표회장의 요구로 직무가 정지된 아파트 안내데스크 직원 B 씨의 정신적 고통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B 씨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 등 관련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판시하기도 했습니다. A가 담당 PD에게 할 수 있는 조치 A는 담당 PD를 폭행죄로 형사고소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60조 제1항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료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며, 사람을 때리는 행위는 폭행에 해당합니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또 담당 PD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민사) 책임을 집니다. 형사처벌 대상 행위들은 고의에 따른 위법행위로써 타인의 인격권,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750조, 제751조에 따라 그 행위자는 피해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A는 폭행을 이유로 담당 PD에게 민사상 위자료를 청구하실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상 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회사이고, 회사는 프리랜서나 비정규직을 선호합니다. 해고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분쟁이 불거지면 현실적으로 근로자가 법적인 요소들을 고려해 근로자성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들을 수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무늬만 프리랜서’인 근로자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죠. 이제는 사회 전반에 걸쳐 프리랜서 및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싶을 정도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던 뜨거운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다가왔네요. 이번 추석 연휴는 무척 길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이렇게 애타게 연휴를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단절되는 것 자체가 행복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도 중요한 이유 같습니다. 대개 가족은 가깝고 친밀한, 소중한 사람들이죠. (물론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가족은 인간이 가장 높은 수준의 심리적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끼는 집단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힘든 감정도 토로할 수 있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기 때문에 쉽사리 하기 어려운 부탁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죠. 그런데 종종 직장 동료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족 같은 회사를 외치는 사람들, 오늘은 그분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연휴에 함께 텃밭 농사를 지어요 경기도에 있는 한 중소기업 사장님 A의 취미는 ‘텃밭 가꾸기’입니다. 그러나 바쁘신 사장님은 텃밭에 잘 가지 못하십니다. 텃밭은 충청도에 있거든요. 그런데 텃밭에는 다양한 채소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매주 당번을 정해서 텃밭을 가꾸고 있거든요. 연휴의 마지막 날에는 모두 모여 함께 농사를 짓기도 한답니다. 사장님은 내년에 벼농사에 도전하실 생각이라고 하네요. 함께 김장하는 가족 같은 병원 강원도의 한 병원은 겨울이 되기 전에 김장을 합니다. 병원장 B가 일주일 동안 간호사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김장 1만 포기를 담그라고 시키기 때문이죠. 원장도 먹고, 원장 주변 사람들도, 원장이 봉사하는 기관에 기부를 하기 위해서요. 간호사들은 나이트(야간) 근무를 끝내고 아침에 김장을 담그기도 해야 했는데요. 병원 옥상에 절여져 널브러진 1만 포기의 배추, 절경입니다. 장관이고요. ‘밥 짓기’도 인수인계 C는 전북 새마을금고에 창구 수납 직원으로 입사하였습니다. 출근 첫날, C는 창구 수납 업무와 함께 점심시간에 맞춰 쌀을 씻어 밥을 안치는 일을 인수인계받았습니다. 담당 과장은 “남자 화장실 수건을 빨아서 가지고 오라”고도 지시했습니다. C가 거절하였지만, 돌아온 답변은 “로마에는 로마의 법이 있다. 시골이니까 네가 이해해야 한다.”였습니다. 친하니까 해준 것 아닌가요 계약직 공무원인 D는 상사의 요구로 매일 어린이집에서 자신의 아이를 픽업하며 상사의 아이도 같이 픽업을 합니다. 그리고 상사가 개인적인 용무를 보고 집에 올 때까지 상사 아이의 숙제도 같이 해주고는 했습니다. B는 상사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지만, 돌아온 회사의 답변은 “친하니까 해준 것 아닌가요.”였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마케팅 회사 팀장인 E는 팀원들의 건강지킴이입니다. 팀원들이 살이 찌는 것을 절대 두고 보지 않습니다. 결혼하고 체중이 늘어난 팀원에게 매일 다이어트를 권고합니다. 식사하러 갈 때 “ XX는 빼고 가자. 살 빼야 하니까.”라고 한다거나, 외근을 하러 갈 때 “버스 타지 말고 걸어가라. 운동하게.”라고 조언을 건네기도 합니다. 팀원들 모두에게 영양제 구입을 강제하기도 합니다. 먹어보니까 좋더라고 하면서요. 건강을 위해 쉬는 날마다 “자전거를 타자.”며 개인톡을 하는 다정한 팀장님입니다. 위와 같은 행위들을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①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 ③신체적·정신적인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을 요건으로 하고 있으며, 이때 괴롭힘에 해당하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는 ⅰ) 그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ⅱ)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의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행위입니다. 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또는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위 사연들의 사적 지시는 모두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행위이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피해를 당하면 먼저 사내 담당자에게 신고해야 합니다. 신고 후 사내에서 상담 및 조사가 이뤄지고, 사안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재발 방지 약속, 사내 징계위원회 회부 등으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회사 대표가 가해자라면 관할 고용노동청의 직접 조사도 가능합니다. 법적으로는 위와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 중요한 것은 직장 문화의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족 같은 회사의 본래 뜻은 공동의 목적을 공유하고 추구하는 공동체성이 강한 회사,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고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직장 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 일하는 사람들을 든든하게 보호하는 회사가 아닐까요? 따뜻한 회사, 정말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직장 문화 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라봅니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최근 교사, 학교 선생님들이 겪는 인권침해 문제가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일선에서 겪는 어려움의 주범으로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가 지목되고 있지요. 학생 인권을 강조하는 것이 교권 추락의 원인이라고 지목하시는 분들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노동자’로서 겪는 어려움의 상당수는 상사나 선배 교사들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사립중학교 기간제 교사인 A 선생님의 사연을 보겠습니다. 교장의 특별한 취미 생활에 참여하라 A 선생님은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장에게 불려 갔습니다. 교장은 녹음기 하나를 꺼내놓으며 재생을 시작했습니다. 교장실에서 다른 교직원들과 나눈 대화들이었습니다. 녹음을 함께 들으며 다른 교직원들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것, 그것이 교장의 취미생활이었습니다. 어느 날 교장은 A 선생님에게 “교무실 분위기가 알고 싶은데, A 선생님이 교무실 회의를 녹음해서 줄 수 없을까?”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교장의 건강지킴이가 되어라 지금은 머나먼 과거 같지만, 한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매일 건강 상태 자가 진단과 발열 체크를 해야 할 때가 있었죠. 교장의 건강상태 자가 진단과 발열 체크 대장 작성은 A 선생님 담당이었습니다. 교장의 건강 상태도 모르면서 꾸역꾸역 대장을 작성해야 했던 A 선생님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에 항상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장이 열이 나거나 추운 날에는 근무 시간에도 교장의 사택에 미리 가서 보일러 온도를 올려놓아야 했습니다. 교장은 A를 ‘나의 건강지킴이’라고 불렀답니다. 교무부장의 특이한 사과 방식 A 선생님이 일하는 학교의 교무부장은 교장과 아주 친합니다. 교장의 뒷담화 친구이죠. 문제는 교무부장이 A 선생님과 B 선생님이 심상치 않다며, 사귀는 사이 같다며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A 선생님에게는 남편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요. A 선생님이 교무부장에게 따지자, 교무부장은 순순히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과와 화해의 표시로 꼭 껴안고 덕담으로 끝내자고 하셨습니다. 교무부장의 품에 꼭 안기며, A 선생님의 눈시울은 붉어졌습니다. 부장이 됐지만 기쁘지 않은 A 선생님 A 선생님은 근무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부장 보직을 맡게 됩니다. 승진한 것이니 기뻐할 일 아니냐고요? 아쉽게도 아닙니다.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은 보직을 맡게 된 것이니까요. A 선생님이 맡게 된 것은 학교 폭력 대응 업무 등 학생생활지도뿐만 아니라 체육대회 등 예체능 관련 업무까지 담당하는 ‘인성체육부장’입니다. 선배 교사들이 미루고 미루던 보직이 결국 A 선생님 담당이 된 것이지요. 교장의 수많은 지시를 따르는 것도 힘들지만, 선배 교사들의 반발을 견디며 일을 추진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습니다. A 선생님의 학교생활은 슬기롭지도, 즐겁지도 않았습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생활은 행복했지만,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의 교사 생활은 참 괴로웠습니다. 이와 같은 A 선생님을 법적으로 구제할 수 있을까요? 우선, A 선생님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명시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흔히 교원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립학교 교직원의 근로관계에 대하여 “본질적으로 사법상의 고용계약 관계라고 할 것이므로, 사립학교 사무직원의 보수·복무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 중 「사립학교교원연금법」에서 정하고 있는 퇴직 시의 급여 등을 제외한 사항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6다38995).”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즉, 사립학교 교원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이고, 특별법 우선의 원칙상 「사립학교법」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지만, 위 법에 없는 내용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것이지요. *일반법이란 어떤 사항에 관하여 널리 일반적으로 규정한 법령으로서 그 효력이 미치는 범위(사람, 지역, 기간 등)에 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특별법이란 그와 같은 사항에 관하여 일반법보다 제한된 일정한 범위를 정하여 그 효력을 미치도록 규정한 법령을 말합니다. 동일한 사항에 대하여 일반법과 특별법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하여 적용되고, 특별법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일반법이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보고 ‘특별법 우선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①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②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③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여고용평등법”) 제12조는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교장과 교무부장의 행위는 지위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교무부장의 행위는 법이 금지하는 성희롱 행위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과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A 선생님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면, 사용자는 문제제기한 상황에 대해서 조사를 실시하고,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으며,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징계나 근무 장소 변경 등 향후 조치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문제를 제기한 근로자에게 문제를 제기하였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도 안 됩니다. 만약 사용자가 위와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경우 A 선생님은 노동청에 이를 진정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 노동청의 시정명령 등을 통해 사용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성희롱의 경우, 사업주가 가해자에 대한 조치 및 피해자 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 시정명령에 더하여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고용평등법 제39조 제3항). 특히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만으로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 사용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위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설치된 학교의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할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 조사 결과 인권침해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 피진정인 또는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한 징계를 소속기관 등 장에 권고할 수 있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이나 인권교육 수강 등을 권고할 수 있습니다. A 선생님이 교장과 교무부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A 선생님은 계약이 종료되면 학교를 나가야 하는 ‘기간제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실 A 선생님은 이렇게 힘든 학교라도, 정교사가 되어 학생들과 계속 함께 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A 선생님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정말 즐겁거든요. 이렇게 A 선생님의 사연과, A 선생님이 하실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더 이상 A 선생님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생님들이 마음 편히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동자’로서의 선생님들을 적극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것이 진정 교권 회복으로 나아가는 길 아닐까요?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웹드라마 ‘좋좋소’를 아시나요? 실감 나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에 웃으면서도 제가 예전에 다녔던 어떤 회사가 떠올라 웃음의 끝이 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었나 봅니다. ‘역시 좋소는 피하는 것이 답’, ‘충범(신입사원)아 탈출해’, ‘예전에 다니던 회사가 생각난다’라는 댓글이 많았던 것을 보면 말이죠. 우리나라에는 중소기업, 그중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이 참 많습니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의하면 2019년 우리나라 사업장 중 1인 자영업자를 제외한 5인 미만 사업장의 수는 170만 개소이고, 이는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중 68.3%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실태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 수는 313만 8,284명이었고, 이는 전체 종사자의 17%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수는 2015년 이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왜 모두가 ‘피하는 것이 답’이라고 할까요? 제가 소개해드릴 사례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직장인 A는 대표이사, 이사, 부장, 과장, 대리(A)가 재직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다니는 중이었습니다. 쉽지 않던 A의 직장 생활을 챙겨주던 것은 이사였습니다. 아버지뻘의 이사에게 A는 심적인 의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사는 A에게 고생한다며 저녁을 사준다고 하였고, A는 별다른 의심 없이 저녁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마치고 이사는 A에게 노래방을 가자고 하였지만, A는 부담스러워 거절하였습니다. 이사는 몇 번을 더 조르더니 이내 포기하는 듯했습니다. A가 집에 가기 위해 택시에 타자, 이사는 갑자기 A가 탄 택시에 탔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이사는 강제로 A의 손을 잡으며, ‘오늘 밤 같이 있자. 모텔 가자’고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황한 A가 손을 빼내도 막무가내였습니다. A가 차에서 내리자 이사는 따라 내렸고, 결국 A의 팔을 잡아당기며 강제로 끌어안고, 볼에 뽀뽀를 했습니다. A는 다음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대표이사에게 이사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대표이사는 ‘안 그래도 무능해서 꼴 보기 싫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고하겠다.’고 호언장담하였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주주들이 속 시끄럽고 회사에 대한 소문이 날 수 있으니 둘 다 자르자고 하더라.’라고 하더니, ‘이사가 구속되면 어떻게 하냐. 고소를 취하하면 좋겠다.’라며 태도를 바꾸기 시작하였습니다. A가 항의하자, 결국 대표이사는 이사에게 위로금을 주며 ‘권고사직’으로 이사를 내보냈지요. 문제는 그 이후 대표이사의 괴롭힘이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A의 행동을 내내 CCTV로 감시하였고, 코로나로 인한 격리, 병원 진료 등 불가피하게 자리를 비워도 ‘근무태만’으로, 단순한 오타도 ‘업무태만’이라며 각종 시말서를 쓰게 하였습니다. 폭언과 막말은 일상이 되었고요. 이전 이사에게 고소 취하와 합의를 했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겠냐는 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대표이사는 정규직이었던 A를 ‘계약직’으로 변경하려고 하였고, A가 거부하자 결국 ‘해고통지서’를 발송하였습니다. A가 반발하자 대표이사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 해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억울하면 법적으로 해 보든가~’라고 비아냥거리며 사무실을 나가버렸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였던 A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되었고, 결국 해고자가 되었습니다. 억울한 A는 구제받을 수 없는 것일까요? 대표이사가 말했듯 5인 미만 사업장에서 해고가 자유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근로기준법 제11조 2항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고, 일부 규정만 예외적으로 적용되도록 합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 [별표 1]에 의해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근로기준법 규정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해고 등의 제한), 제27조(해고 사유 등의 서면 통지), 제28조(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 제46조(휴업수당), 제50조(근로시간),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제60조(연차 유급휴가), 제73조(생리휴가),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및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등입니다. A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근로기준법상의 조치를 요구할 수 없고, 부당한 해고를 당하더라도 법적으로 다툴 수 없습니다. A와 같은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괴롭힘과 해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은 근로계약에 있어 필요한 최저기준인데(근로기준법 제3조), 그 최저기준이 이들에겐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장갑질119가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3년 6개월 동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받은 이메일 제보(신원 확인) 216건을 분석한 결과, 생존권과 관련된 해고·임금 이메일이 147건(68%)으로 가장 많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대표되는 인격권 침해 이메일이 100건(46.2%)이었습니다. 심지어 현행법 위반도 44건(20.3%)이나 되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고충이 상당한 것이지요. 다행히 A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적용이 되기 때문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및 제14조의2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하였으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시정신청이 가능하고,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이유로 한 해고 등 불리한 처우가 있을 경우 시정신청이 가능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성희롱과 관련한 불리한 처우가 해고인 경우 시정신청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A는 자신의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다툴 수 있는 것이지요. 형사고소와 역시 가능합니다.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폭행 행위 자체가 추행 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도 포함됩니다. A는 강제추행으로 이사를 고소하였고,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A의 사연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빠졌다면 어땠을까요? A는 노동청에 대표이사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진정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부당해고를 다툴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억울한 마음을 삭히며 ‘다음엔 절대 작은 사업장에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는 않았을까요. 더 이상 A와 같은 사연이 들리지 않도록, 5인 미만 사업장이 ‘괴롭힘 차별지대’가 되지 않도록 근로기준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그래야 5인 미만 사업장들이 ‘좋소’라는 비꼼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디자인 : 고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