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이현영입니다. 당신의 이야기에 늘 귀 기울이는 따뜻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 2014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당 5억 원 ‘황제노역’ 판결의 배경에 대해, 장본인인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직접 털어놓은 육성 녹취가 SBS 끝까지판다 팀 보도로 공개됐습니다. ‘황제노역’ 판결을 두고 “일당 5억 원을 만들어준 건 현직 판사 사위”라고 하는 게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또, 사위 김 모 판사가 대주그룹 계열사를 법정관리하던 선배 판사를 음해하는 내용의 진정 탄원을 넣고, 휴직을 하고 회사에 나와 회사일에 깊숙이 관여하기도 했다는 허 씨의 목소리가 공개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허재호 씨 본인에게도 치부가 될 수 있는 이 같은 내용을 폭로한 배경에는 허 씨와 지난 2014년까지 30년 가까이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 황 모 씨와의 재산다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황 씨와의 재산분쟁 과정에서 사위 김 판사가 장모인 황 씨를 도와 본인이 재산을 되찾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허 씨는 SBS와의 통화에서도 자신의 개인 자산은 모두 황 씨가 가지고 갔으며, 자신은 뉴질랜드 현지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허 씨가 최근 국내 사업가가 허 씨를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해 뉴질랜드 현지 법정에 출석해 대주그룹 부도 경위를 놓고 “나는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당시 대통령과 다른 누군가의 정치적 싸움에 휘말려 대주그룹이 희생됐고, 자신도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로 온 거란 주장입니다. 그런데, SBS 끝까지판다 팀이 확인한 뉴질랜드에서의 허 씨 삶은 조금 달라 보입니다. 지난 2010년 ‘황제노역’ 항소심 판결 다음날 뉴질랜드로 떠난 허 씨는 2014년에 잠시 귀국해 실제로 일당 5억 원짜리 노역을 닷새 동안 했던 무렵을 빼고는 줄곧 뉴질랜드에서 아파트 건설 사업을 해왔습니다. 실제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에서 허 씨는 한국 재벌 출신 아파트 사업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허 씨의 뉴질랜드 아파트 시공사는 과거 대주건설 브랜드와 같은 이름으로, 허 씨 아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습니다. SBS 끝까지판다 팀은 오클랜드의 한 부동산 홈페이지에서 매물로 나와 있는 허 씨 일가의 저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총면적 1천200제곱미터, 363평에 달하는 저택이 우리 돈 30억 원이 넘는 가격에 매물로 나와 있는데, 허 씨 일가가 사는 집이었습니다. 이런데도 허 씨는 S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자산은 전부 황 씨에게 빼앗겼다는 주장만 반복했습니다. ‘돈이 없다’면서도 뉴질랜드에서 아파트 사업을 하며 풍족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허 씨를 보면서 울분을 터뜨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대주그룹 부도 직전 공사를 했던 하청업체 대표들과 아파트 분양 피해자들입니다. 이들은 대주건설을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내 이미 오래전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여전히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10여 년간 외로운 싸움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후 허재호 씨와 그 일가가 자신들이 받아야 할 회삿돈을 빼돌려 은닉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주그룹 부도 이후에도 허 씨 일가가 어떻게 뉴질랜드에서 부족함 없는 삶을 영위할 수 있었는지, 허 씨 일가의 재산 빼돌리기 의혹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잠시 후 <SBS 8 뉴스>에서 자세히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디자인 : 방명환
지난 2014년 3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이른바 ‘황제노역’ 논란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한때 그룹 계열사를 41개까지 확장하며 재계 52위까지 올랐던 허 전 회장은 2007년 500억 원대 탈세와 100억 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에 벌금 508억 원과 일당 2억 5천만 원의 노역장 유치를 선고받았습니다. 노역 일당 2억 5천만 원도 일반 시민들에게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액수인데, 2010년 항소심에서는 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집니다. 벌금은 절반인 254억 원으로 확 줄고, 벌금을 납부하지 않는 대신 노역을 하면 1심 일당의 두 배인 5억 원까지 하루에 차감해 준다는 겁니다. 항소심 판결 다음날 곧장 뉴질랜드로 떠난 허 전 회장은 1년 뒤 판결 확정 후에도 벌금을 내지 않고 도피해 있다 2014년에야 귀국해 광주교도소에 수감됩니다. 허 전 회장은 ‘벌금을 낼 돈이 없다’며 약 50일간 일당 5억 원짜리 노역을 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한 언론사 기사로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국민적 공분을 산 허 전 회장은 닷새 만에 노역을 중단하고 판결대로 벌금을 납부하겠다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전형적인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이라는 비판 속에서 허 전 회장의 벌금 납부와 함께 기억에서 잊혔던 ‘일당 5억 원’ 황제노역. 그 판결의 내막을 알 수 있는 녹취를 9년이 지난 지금, SBS 끝까지판다 팀이 확보했습니다. 허 전 회장 본인이 지인과의 통화에서 털어놓은 내용을 통해서입니다. SBS가 입수한 지난 1월 지인과의 통화 녹음 파일에서 허 전 회장은 자신의 일당 5억 원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현직 판사인 자신의 사위를 지목했습니다. 허 전 회장은 지난 2010년 자신의 사위인 김 모 판사에게 광주의 같은 아파트에 살던 당시 광주고법 항소심 재판장인 A 전 부장판사를 따로 만나라고 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검찰에 제출했던 자수서가 1심 판결에 반영되지 않았으니, 이를 항소심 판결에 반영해 달라는 부탁을 김 판사가 직접 했다는 게 허 전 회장의 주장입니다. 허 전 회장은 이 과정을 설명하면서 여러 차례 ‘로비’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허 전 회장이 제출한 자수서는 실제 논란이 된 항소심 판결에 감경 요인으로 반영됐습니다. 2014년 황제노역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A 전 부장판사와 허 전 회장 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 간 주택 거래도 논란이 됐습니다. 대주건설이 시공한 새 아파트로 A 전 부장판사가 이사하면서 기존에 A 전 부장판사가 살던 아파트를 허 씨 가족 회사가 사들인 겁니다. 당시 대법원은 허 전 회장 일가와 A 전 부장판사의 관계에 대한 각종 의혹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조사 없이 A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취재진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A 전 부장판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서면 질의서에 대해서도 입장이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허 전 회장의 사위인 김 모 판사는 대리인을 통해 "당시 신입 판사였던 자신이 친분관계도 없는 고위 법관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것 자체가 전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지역사회 유력 인사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허 씨가 자신에게 그런 요청을 할 이유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이 지난 3월 허 전 회장의 횡령 의혹 전반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는데, 항소심 재판부에 대한 허 전 회장 일가의 로비 의혹 관련해서도 규명에 나설지 관심이 쏠립니다. 오늘 <SBS 8뉴스>는 허재호 전 회장의 육성을 통해 9년 만에 드러난 황제노역 판결의 내막에 대해 보도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과 <SBS 8뉴스>는 사흘에 걸쳐 허 전 회장과 법관 사위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그룹 부도 후에도 이어진 허 전 회장 일가의 호화 생활 논란, 십수 년 간 고통을 겪고 있는 대주그룹 수분양자와 하청업자 등 피해자들의 이야기도 차례로 전해드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