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차기 행정부 구성에 갈수록 깊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과 주요 각료급 인선에 자신의 목소리를 점점 크게 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트럼프 측근이나 다른 후원자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트럼프와 공동대통령이라도 되는 거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하늘아래 태양이 둘 있을 수 없는 게 권력의 생리죠. 언젠가는 트럼프와 갈등을 빚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아직까지 트럼프와 머스크는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이 다른 측근들과 함께 이종격투기 UFC 경기 관람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차기 정부 재무장관직에 누구를 앉힐지 결정하지 않았는데요. 머스크가 자신이 미는 인물을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나섰습니다. 머스크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 하워드 러트닉을 재무장관 적임자로 칭찬했습니다.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인 그가 "실제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러트닉의 경쟁자인 스콧 베센트(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를 깎아내렸습니다. 머스크는 베센트에 대해서는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business-as-usual choice)이 될 것이라며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은 미국을 파산하게 만들고 있기에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썼습니다. 트럼프 주변 인사 일부는 당선인이 재무 장관 인선을 아직 저울질하는 가운데 머스크가 자신의 선호 후보를 공개적으로 밀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습니다.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자신의 선호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선 캠프 당직자들과 접촉하는 한 인사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지 않다"며 머스크의 발언은 그가 "공동 대통령"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며 그가 자신의 새로운 역할에서 선을 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정부효율부' 장관으로서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담당할 머스크는, 자신의 사업과 관련된 분야에 자신과 관련된 인사들을 밀어 넣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도 현재로서는 머스크와 정책적 시각이 일치하는지, 머스크의 그런 행보를 받아주는 모양새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방송-통신정책을 총괄하는 FCC(연방통신위원회) 수장에 브렌단 카를 지명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습니다. 브렌단 카는 현재 FCC에서 공화당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일론 머스크의 측근으로도 알려진 인물입니다. 머스크는 최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에게 카를 FCC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데에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렌단 카는 광대역 인터넷서비스 보조금을 받기 위한 머스크의 노력을 지지하는 등, 머스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지난해 브렌단 카는 자신의 X계정에, FCC 등 바이든 행정부의 기관들이 머스크에게 '규제 괴롭힘(regulatory harassment)'을 가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고, 그걸 계기로 머스크와 친해졌다고 합니다. 테슬라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수혜를 볼 전망입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FSD, Full Self Driving) 기능을 허위 과장 광고했다는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다각적인 규제와 소송을 당하는 처지였습니다. 그 기능을 믿고 주행하다가 사고를 당해 숨진 피해자들로부터 여러 건의 소송이 걸려있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다음 사업으로 밀고 있는 '로보택시'에도 제약이 됩니다. 그런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교통부는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규제 완화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보도했습니다. 연방교통부 장관 후보로는,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투자자로 알려진 에밀 마이클(우버 임원 출신)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연방교통부 산하에는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있는데, NHTSA는 항공기나 자동차의 각종 사고를 조사하며 안전조치를 요구하는 강력한 기관입니다. 테슬라와 머스크는 바이든행정부 하에서 이 기관으로부터 여러 건의 조사를 받았는데,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트럼프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는 아직까지는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정권이 공식 출범하기도 전이고, 앞으로 정권 운영과정에서 어떤 파열음이 둘 사이에 날 지 알 수 없습니다. 트럼프 못지않게, 머스크는 남 밑에서는 일을 못하는 사람인데다 어떤 성과가 나면 그 크레딧을 자신이 모두 차지해야 하는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프와 양립하기 쉽지 않은 성격인 겁니다. 물론, 머스크도 트럼프가 그런 성격인 것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스스로 절제가 되느냐가 문제겠죠. 일단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해 백악관에 들어가고 나면 머스크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처럼 트럼프를 자주 만나기 어려워질 것이고, 트럼프를 둘러싸고 새로운 인의 장막과 문고리 권력이 생겨날 겁니다. 그들은 머스크를 견제하기 위해 온갖 얘기를 대통령의 귀에 입력할 것이고요. 과연 그때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파편화된 뉴스는 이제 그만, 이슈의 맥락을 읽는 재미를 담았습니다.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이 되던 8년 전, 그의 곁을 지켰던 대표적인 자녀는 큰딸이자 둘째 자식인 이방카(Ivanka, 43)였다. 모델 뺨치는 매력과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방카는 거친 언행으로 자주 물의를 빚었던 아버지의 이미지를 보완하고, 아버지에게 등 돌리는 계층을 붙잡는 역할을 했다.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연설을 듣는 무대 위의 이방카 부부. 사진=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역시 그런 딸에 대한 애정과 자랑을 숨기지 않았다. 딸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은 사위의 역할 확대로도 이어졌다. 트럼프의 사위인 재릿 쿠시너는 백악관 최고의 실세 가운데 하나로 통했다. 유대인인 그는 특히 국제관계에 있어서 영향력이 컸고, 중동 국가들과 트럼프 정부의 협상에서 상당한 막후 중재 역할을 수행했다. 그랬던 이방카와 재릿 부부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의 2020 대선 실패 이후 정치에서 손을 뗐다. 대통령 선거에 다시 도전할 뜻을 밝히던 2년 전, 도널드 트럼프는 딸 이방카와 그녀의 남편 재릿이 정치에 나서지 않고 가족의 삶에 집중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장녀 부부가 비운 힘의 공백은 누가 메웠을까. 바로,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46)였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어떤 아들? 1977년 12월 31일생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이하 돈 주니어로 약칭)는 아버지 트럼프와 첫 부인 이바나(Ivana)가 낳은 세 자식 중 맏이다. 딸 중 가장 위인 이방카, 차남 에릭까지가 이바나가 낳은 자식들이다. 돈 주니어가 12살 때 트럼프와 이바나가 이혼했다. 한참 사춘기 나이일 때 벌어진 일이라 돈 주니어는 아버지와 한동안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2022년 이바나의 장례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와 이바나의 세 자녀. 사진 오른쪽부터 차남 에릭, 장녀 이방카, 장남 돈 주니어 (검은 턱수염). 사진=게티이미지. 성인이 되어서는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웠다. 대통령 트럼프의 오늘을 만든 NBC 방송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도 관여했다. 아버지에게 심한 말을 들은 참가자들에게 “당신이 잘못해서가 아니다, 당신 차례였을 뿐”이라고 위로하는 게 그였다는 후문이 있다. 2016년 아버지의 첫 대선 때 현장을 다니며 선거를 도왔다. 아버지의 첫 대통령 임기 동안 누이동생 이방카가 남편과 함께 백악관 고문으로 일한 것과 달리, 돈 주니어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개발·인수 담당 부회장으로서 사업체 운영을 맡았다. 아버지 퇴임 후인 2021년부터 강경보수 이념을 전파하는 출판사와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아버지의 재선 도전을 도왔다. 선거 전날(미국 4일) 남부 경합주인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연설하는 돈 주니어. AP=연합. 돈 주니어(Don Jr.)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아버지의 대리인으로서 많은 지역을 누비며 연설을 하고,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강화했다. 78세인 아버지는 2016년 대선 때보다 체력이 떨어진 데다 각종 재판 때문에 유세에 나설 수 없는 날도 많았고, 7월 암살미수 사건 이후에는 경호 문제로 외부 유세에 제약이 따랐으며, 골프 치는 데에 쓰는 시간도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돈 주니어는 트럼프의 캠페인 구호인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신봉자다. 트럼프의 ‘마가주의’를 불편해하는 백인 지식층이나 여성층과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게 이방카 부부의 역할이었다면, 돈 주니어의 역할은 마가의 돌격대장이자 다음 세대 리더다. 떡잎부터 남달랐던(?) 보수우파 돈 주니어는 어릴 때부터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를 품고 자랐다고 한다. 어릴 적에 엄마 이바나와 함께 체코슬로바키아의 외가로 종종 놀러 갔는데, 소련 치하를 경험한 외할아버지와 사냥 등을 함께 하며 반공주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체코어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한 행사장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사진 왼쪽)와 생모 이바나. 만 29세 때 모습이다. 이바나는 트럼프를 만나기 전 체코 출신 유명 모델이었다.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 나서기 전부터 그와 정치 얘기를 하던 유일한 아들이 돈 주니어였다. 당시 선거캠프 총괄 운영자였던 스티브 배넌이 인정하는 강경 우파였다고 한다. 극우파 온라인 매체인 ‘브레이트바트’에 실린 모든 걸 진실이라 믿는 자였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인터넷 우파 인플루언서들과 아버지 트럼프의 연결고리가 바로 돈 주니어라는 얘기가 많았다. 기독교 신앙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8월에는 한국을 방문했는데, 그때 여의도 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해 아버지의 7월 피격 사건 등을 언급하며 신앙 간증을 했다. 올해 8월 방한 당시 돈 주니어의 간증 영상 대선 전략에 큰 영향 미친 '후보님의 장남' 이번 도널드 트럼프 선거전략의 특징은 상대편에 기운 사람들 데려오는 데에 연연하지 않기, 사회적 불만 많지만 투표 잘 안 하던 사람들 끌어내기로 요약된다. 공화당에서 전통적으로 선거를 치러왔던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전략이라며 우려를 제기했지만, 트럼프는 밀어붙였고, 승리했다. 선거 전날 펜실베이니아 유세 무대에서 아버지와 포옹하는 돈 주니어. AP=연합. 이런 기조가 세워지고 집행되는 데에 장남 돈 주니어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에 내정돼 트럼프 2기에서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보복을 담당할 맷 게이츠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돈 주니어의 기여를 이렇게 설명했다. “돈 주니어는 우리의 시간을,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좀 덜 싫어하도록 설득하는 데 쓰기보다는, 현 상황에 불만이 있는 사람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에 쓰자는 사람이었다.” 성전환자에게 우호적인 민주당⋅진보좌파를 강력 비난하는 선거 캠페인에도 기독교 우파 성향이 강한 돈 주니어가 크게 기여했다. 해리스는 ‘그들(they/them) 편, 트럼프는 당신 편’이라는 선거광고 문구는 이번에 상당히 큰 힘을 발휘했다. (성소수자이거나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he/him 또는 she/her라는 성별 대명사를 거부하고 단수임에도 자신을 they/them으로 불러달라고 한다.) 해리스는 감옥 수감자의 성전환수술을 세금으로 지원해 준다고 비난하는 트럼프의 정치광고 아버지 트럼프는 원래 TV 방송 등 전통 미디어를 좋아하고 팟캐스트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가 올해 78세 노인임을 감안해야 한다) 젊은 남성들이 많이 듣는 팟캐스트를 이번 선거운동의 중심 매체 중 하나로 끌어올려 아버지를 자주 출연시킨 것 또한 돈 주니어의 역할이었다. 실세임을 남들에게 입증할 필요가 없는 실세 도널드 트럼프의 사위 재릿 쿠쉬너는 대통령 고문 직책을 갖고 백악관에서 일했다. 또한, 다양한 이슈에 관여하기를 좋아했다고 알려졌다. 반면 돈 주니어는 본인이 관심 있는 이슈만 찍어서 관여하며, 대선캠프의 공식 조직에 포함되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그걸 이번 트럼프 대선캠프가 효율적으로 돌아간 이유로 꼽기도 한다. 장남인 돈 주니어가 남들 눈에 띄는 직책과 역할을 탐냈다면, 캠프의 공식 조직과 매끄럽게 공존하기가 쉽지 않고 잦은 혼선이 발생했을 것이다. 대선캠프 총괄인 수지 와일스(백악관 비서실장 내정)가 하는 일에 돈 주니어는 웬만하면 간섭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수지 와일스 또한 철저히 음지에서 실무를 챙기는 스타일이고 자아 과시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이라, ‘후보님의 장남’이 목소리를 낼 때는 혹시 의견이 달라도 자신이 양보했다고 한다. 2020년 사기혐의로 체포되는 스티브 배넌. 자신이 당선을 도운 트럼프의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였다. 게티이미지. 2016 대선의 트럼프 캠프 총괄(CEO)이었던 스티브 배넌과 그 점에서 차이가 난다. 스티브 배넌은 자신이 트럼프 정부의 정신적 지주이고 트럼프는 배넌의 아이디어에 따라 움직이는 연예인이라는 세간의 수군거림을 즐겼다. 그러다가 오만한 자로 찍혀 트럼프 눈 밖에 났고,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끝나기 전에 사기 혐의로 사법처리되는 신세가 됐다. 돈 주니어는 여타 측근들과 달리, 자신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라는 걸 구태여 남들에게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것으로 보인다. 왜? 아들이니까. (물론, 아버지에게 능력을 입증해 보이고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건 별개의 문제이고,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조선왕조의 몇몇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와 J.D 밴스를 데려온 사나이 올여름까지만 해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의 표를 5% 이상 잠식하는 골치 아픈 존재였다. 그랬던 케네디 주니어를 트럼프 캠프에 합류시킨 공로자가 바로 돈 주니어다. 트럼프의 조지아주 유세에 함께 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지난 10월, 게티이미지.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던 올해 7월, 트럼프가 암살 위기를 넘기며 보수층의 더욱 열렬한 지지를 끌어내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선거운동을 접고 도널드 트럼프나 카말라 해리스 어느 한쪽에 표를 넘겨주는 대신 자리를 보장받는 거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기류를 감지한 돈 주니어는 백신에 대한 불신과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애정이라는 공통점을 앞세워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와 친밀감을 쌓았다. 그는 아버지가 대선에 승리한다면 보건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차기 정부에서 맡게 될 것이라는 제안을 던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백신 혐오는 가짜뉴스 수준이었던 데다 개인적인 괴짜 이미지도 강해서, 전통적인 보수 엘리트층에서는 그가 정부 정책에 관여하는 자리를 갖는 걸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돈 주니어는 케네디 주니어와의 거래를 관철했다. 이 역시 ‘장남이니까 가능했던 일’이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워프스피드 작전'에 대해 기자회견하는 백악관의 트럼프. 뒤에 마스크 낀 사람은 당시 방역 총책임자인 파우치 박사다. 2020년 5월. 게티이미지. 아버지 도널드는 원래 백신을 불신하는 사람이 아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1기 임기 때 코로나백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민관 파트너십 ‘프로젝트 워프 스피드’를 밀어붙였고, 자신도 코로나19 백신을 부스터샷까지 맞았다. 이 때문에 극우보수층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한동안은 코로나백신 개발을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던 트럼프는 그러나,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는 그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돈 주니어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보수우파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설득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본인은 백신의 의학적 효과를 의심하지는 않지만, 정치인으로서의 트럼프는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도록 정부가 국민에게 강요하는’ 정책은 반대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J.D 밴스를 아버지의 러닝메이트로 밀어 올린 것도 돈 주니어의 힘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J.D 밴스는 유력한 부통령 후보감이 아니었다. 표의 확장성이 떨어졌고, 과거에 트럼프를 비난한 이력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보수우파 운동에서 밴스가 가진 경쟁력을 알아본 돈 주니어가 강력히 천거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밴스가 러닝메이트가 되어 거친 입으로 해리스와 민주당을 공격하면서, 돈 주니어는 아버지를 우파 이념에 더욱 충실히 붙잡아둘 수 있게 됐다. (원래 도널드 본인은 사회적 종교적으로는 아들보다 덜 보수우파인 사람이다.) 아버지 이후에도 마가(MAGA)는 간다 돈 주니어는 이른바 ‘리버럴 엘리트’로 불리는 진보좌파 지식인 집단에 대한 적대감이 매우 강하다. 미국의 기존 시스템에 기생하며 나라의 정신을 좀먹고 있는 그들을 쳐부수어야 미국의 미래가 열린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운동이 아버지 개인에 대한 컬트로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올해 78세인 아버지의 이번 임기와 함께 사그라져서도 안 된다. 그래서 돈 주니어는 진보좌파와 더욱 가열차게 싸울 보수우파 정치인과 활동가를 길러내는 일에 관심이 많다. 선거 막판 미시간주 유세에서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는 돈 주니어. 게티이미지=연합. 보수우익 활동가 크리스토퍼 루퍼는 뉴욕타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돈 주니어가 “미국 우파의 메디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 같은 예술가들을 후원해 르네상스가 꽃피게 됐던 것처럼, 돈 주니어가 길러내는 사람들이 미국이 다시 진보좌파에 장악당하는 걸 막을 거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돈 주니어는 공화당 후보들이 정해지는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의 2기 정부에 충성할 사람들이 후보가 되도록 돕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당내경선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트럼프 지지자들의 표심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돈 주니어 본인이 아버지처럼 직접 정치에 뛰어들 생각은 없을까? 여러 미국 미디어가 물어봤지만, 자신은 막후의 역할에 만족한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의 나이 이제 46세. 앞날은 길다. 인생 모른다. 두 번의 선례도 있다. 18세기 말-19세기 초의 존 애덤스와 존 퀸시 애덤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의 조지 H.W.부시와 조지 W.부시는 부자(父子) 대통령이었다. 디자인 : 최혜지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힘입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들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대장주'로 꼽히는 비트코인은 1개당 가격이 사상 처음 8만 달러를 돌파해 한때 8만 1천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우리 돈으로 1억 1천300만 원가량 되는 금액입니다. 다른 가상화폐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크게 완화될 거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상황인데?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 10일 오후 1시 25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6.22% 오른 8만 1천110.99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미국시간 오전 7시쯤 8만 달러를 사상 처음 돌파한 뒤 계속 강세를 보이는 겁니다. 비트코인은 대통령 선거 당일인 5일(미국시간) 7만 5천 달러 선을 넘어서며 지난 3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를 7개월여 만에 경신한 바 있습니다. 이더리움도 전날 3개월 만에 3천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오늘(미국)은 6% 넘게 오른 3천2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선거일 이후 각각 18%, 32% 상승했습니다.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가는 지난주 48% 급등하며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보였습니다. 이더리움은 미국 대선을 지나면서 비트코인보다 더 큰 상승 폭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선 전날 이후부터 이날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0%가량 상승한 데 비해 이더리움의 상승 폭은 20%를 넘었습니다. 대선 전날 이더리움 가격은 2천300달러대였습니다. 이더리움의 고점 대비 가격이 여전히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더리움은 2021년 11월 4천800달러대까지 치솟았는데, 그에 비하면 아직 50%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 각광받는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이 트럼프 당선의 득을 더 많이 볼 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Defi) 금융에서 활용도가 더 크며 이 때문에 그동안 미 규제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아왔는데, 규제가 완화되면 이더리움의 생태계가 커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띄워온 도지코인도 이날 오후(미국시간) 40% 넘게 급등해 0.30달러를 찍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2기 행정부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트럼프 당선자는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코인 관련 테크업계와 코인 투자를 하는 젊은 남성들을 우군으로 삼아 왔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원래 민주당 지지 성향의 리버럴들이 많은 곳이지만, 코인 관련 인사들은 민주당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데에 반감을 품고 트럼프를 후원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코인 투자는 젊은 남성들이 많이 하는데, 이들은 민주당의 페미니즘 성향에 반감을 품고 있어 트럼프의 지지자들 중 큰 세력을 형성해 왔습니다. 트럼프는 코인 관련 업계에서 선거자금도 많이 받았고, 표 확보 차원에서도 코인 투자자들이 중요했기 때문에,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완화와 투자 진흥을 약속해 왔습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상화폐 업계는 트럼프 당선으로 르네상스를 맞이하는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트럼프는 가상화폐에 비판적인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해서라도 코인 규제를 완화하고,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삼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겠다며 "이것은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량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전 세계 비트코인 공급량의 1%에 해당하는 21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의회에서 가상화폐를 지원할 전망입니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지난 8월 '연준이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보유하고, 5년간 100만 개를 매입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차기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팀 스콧 역시 가상화폐에 긍정적인 인물입니다. 스콧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기업 요건을 완화하는 새 가상화폐 규제 초안을 구상 중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한 걸음 더 한편으로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을 다루지 않으려는 은행들이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코인 시장의 전망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달러가 아닌 가상화폐를 보관할 수 있는 은행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 했던 말들을 실제로 얼마나 실행에 옮길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데이비드 예맥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 몇 가지 엉뚱한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화폐가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규제가 이어질 여지가 남아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가상화폐뿐 아니라 모든 투자 자산에 있어서, '짧은 기간에 급등했다'는 건 언제나 리스크 요인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 상황입니다. 10월 중순 들어 트럼프가 기세를 올리더니, 이제는 다시 해리스 지지세가 결집하며 여론조사 수치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개표를 해보기 전까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미국 5일(한국 6일) 투표가 종료된 이후에도 결과를 알기까지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선 유권자들 역대급으로 치열한 선거의 결과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많은 미국인이 사전투표를 하고 있습니다. 3일 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벌써 7천5백만 명을 넘었습니다.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 중에는 여성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USA투데이는 1일 자 보도에서, 사전투표자 가운데 여성이 53%, 남성이 44%로, 여성이 10%P 가까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꺾던 2020년 대선 당시의 추세와 비슷합니다. 여성 사전투표가 더 많다는 건, 임신중지권 문제 (공화당은 낙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트럼프의 거듭되는 여성 비하적 발언에 화가 난 여성들이 투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해리스 후보에게 유리한 신호입니다. 억만장자 투자가이자 NBA 구단주인 마크 큐반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더 이상 '샤이(shy)'하지 않다면서, 오히려 이번엔 '샤이 해리스'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해리스 캠프에서도 지난 주말부터 조심스럽지만, 선거 결과를 낙관하는 입장을 언론에 내고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해리스의 선거운동을 돕는 ‘퓨처 포워드(Future Forward)’라는 외곽단체가 있는데요. 사실상 해리스 캠프와 한 몸처럼 움직입니다. 이 단체는 10월 24일 자와 30일 자 내부 보고서에서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이 37%밖에 되지 않으며, 이는 10월 초의 54%에서 크게 낮아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런데 11월 2일 자 보고서에서 퓨처포워드는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이 다시 49%로 올라왔다고 분석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습니다.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 사회에 가져올 위험성에 대한 해리스의 경고가 드디어 어느 정도 먹히고 있고, 때마침 트럼프 본인과 지지 인사들이 잇따라 설화를 일으키면서 상황이 나아졌다는 겁니다. 트럼프는 10월 30일 위스콘신 유세에서, “여성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그들의 보호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이라는 말은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을 무시하고 여성을 남성 의존적인 존재로 격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많은 미국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는 10월 31일, 자신의 정적인 리즈 체니 전 의원(체니 전 부통령의 딸)을 총살당하는 자리에 세워보면 어떻겠냐는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습니다. 극우파 논객 터커 칼슨과 애리조나주에서 만나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트럼프는 리즈 체니를 ‘9개의 총열이 그녀를 향해 사격하는 곳에 세워보자’고 말했습니다. 체니 같은 네오콘 구 보수가 미국 젊은이들을 전쟁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하는 맥락이긴 했지만, ‘9개의 총열’ 운운은 총살을 집행하는 장면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트럼프는 이미 ‘내부의 적들’을 제압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할 것’ 등의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선거 막판에 나온 이런 발언들로 인해서, 부동층의 일부가 해리스 지지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뉴욕타임스는 최신 여론조사(10.24-11.2) 결과를 보도하면서 “최근에야 누구에게 투표할지 정했다고 답한 8%의 유권자 중에서, 55%는 해리스에게, 44%는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한 걸음 더 그러나 이런 최근의 현상이 해리스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합주 여론조사만 봐도 여전히 오차범위 이내인 가운데 해리스가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흐름이 엿보입니다. 해리스 후보는 남부 선벨트 경합주들에서 수치가 개선됐지만, 과거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던 중부 러스트벨트의 ‘블루 월(Blue Wall)’ 경합주에서는 트럼프의 수치가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10월 24일-11월 2일 사이 실시된 뉴욕타임스-시에나 대학 조사를 보면, 1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해리스와 트럼프가 48:48 동률로 조사됐습니다. 자동차 공업지대이자 무슬림 인구가 많은 미시간 주도 47:47 동률로 조사됐습니다. 이 지역들은 원래 해리스가 앞서던 주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결국 승부의 향방은 개표를 상당 부분 진행해 봐야만 알 수 있을 전망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주별, 선거구별로 개표 규정이 다르고, 개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규정도 천차만별입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를 악용해 주별로 선거 결과에 불복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출구조사 결과가 압도적으로 한쪽으로 쏠린다면 또 모르겠지만 269:269 동점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올 경우, 개표를 마친 후에도 누가 승자인지를 놓고 공방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총기 사용을 동반한 폭력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파편화된 뉴스는 이제 그만, 이슈의 맥락을 읽는 재미를 담았습니다. 이 기사의 출고일 기준으로 4일 남은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트럼프의 승리 쪽으로 기우는 듯하더니, 다시 해리스가 상승세라는 경합주 여론조사가 나온다. 사전투표를 한 사람 가운데 여성이 더 많다는 통계도 있다. 임신중지권 문제와 트럼프의 거듭된 여성 비하적 발언 때문에 여성들이 조용히 투표장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억만장자 투자가이자 NBA 구단주인 마크 큐반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더 이상 '샤이(shy)'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번엔 '샤이 해리스'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라는 게 투표함 열어보기 전에는 결과를 모르는 거고, 최종 결과는 투표일 날(미국 5일, 한국 6일)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꽤 있지만, 여론조사들의 경향, 현장 분위기,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 등 많은 요소들은 해리스가 지난달의 예상보다 고전하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던 해리스는 10월 들어 지지세가 꺾이면서 다급한 모습을 보였다. 여름에만 해도 '기쁨(Joy)'과 '희망(Hope)'을 키워드로 하는 선거운동을 한다더니, 10월 말에는 트럼프의 복귀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정말 모르겠냐며 유권자들을 다그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그거, 해리스 이전에 바이든이 줄창 얘기했지만 잘 먹히지 않았던 메시지다. 민주당 선대본부의 전략가들도 그걸 아니까 '기쁨과 희망의 선거'로 방향을 틀었던 거다. 이제 와서 다시 '트럼프는 히틀러나 마찬가지'라는 메시지를 꺼낸 것이 얼마나 효과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의 선거 판세를 보면, 적지 않은 유권자들은 결국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냐고? 당신들(민주당)이 얘기 안 해줘도 알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에게 4년 더 나라를 맡길 수는 없겠어." 10월 말 막판 대규모 유세에 나선 트럼프와 해리스. 사진 : AP, 연합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처럼 큰 선거는 결국 누가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제시하느냐의 싸움이다. 나라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당신의 삶에 대해 보다 명쾌한 진단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쪽이 이긴다. 트럼프의 선거 메시지는 일관돼 있고, 간결하다. 예전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던 '헬조선론'을 떠올리면 된다. 미국은 지금 헬(Hell)이며, 미국을 그렇게 만든 건 민주당과 좌파/진보주의자들이라는 거다. 반면 해리스는 자꾸 말이 꼬인다. 자기가 몸담은 정권의 오류와 책임을 직시하지 않으면서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하려니 유권자들 가려운 곳을 속 시원히 긁어주지 못한다. 뉴욕타임스의 정치 팟캐스트 '런업(Run-Up)'은 경합주 민심의 현장을 다니며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데, 그중 트럼프를 찍겠다는 어느 중년 여성 유권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내가 병을 앓고 있어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치자. 착하고 친절한데 도무지 치료를 못하는 의사한테 가야 할까, 아니면 성격은 몹시 나빠도 한 번에 깔끔하게 수술을 끝내줄 의사한테 가야 할까? 나는 후자를 선택하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유권자가 민주당의 당초 예상보다 많다는 게 해리스가 고전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헬미국론'은 어떤 점에서 유권자들에게 먹히고 있는 것일까? 분야별로 살펴볼 텐데, 예시의 다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진보좌파의 성지다. 해리스는 거기서 나온 정치인이다. 트럼프는 해리스를 캘리포니아 좌파라고 딱지를 붙여놓고 맹공을 가해왔다. 해리스는 중도층을 잡기 위해 이른바 '우클릭'을 하면서도 '나의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자기모순을 드러냈다. '해리스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유권자들이 사라지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왜 헬(Hell)이라는 건가... (1) 경제 트럼프는 지난 10월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 유세에서, 이런 질문으로 현 정부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아주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해 보죠. 여러분 살림살이, 4년 전보다 나아졌습니까?" 선거에서 이보다 강력한 질문이 있을까. 미국의 서민층은 이 질문에 "Hell, No!(절대 아니지!)"라고 답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선벨트(Sun belt) 경합주 가운데 하나인 네바다의 라스베이거스 등 주요 도시 월세는 코로나 이전 대비 3배 가까이 올랐으며,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이 표를 달라고 호소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분위기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한다. 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해 인플레이션은 2%대로 낮아졌지만, 이건 물가의 '상승률'이 잡혔다는 것이지, 이미 오른 물가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는 아니다. 서민들은 여전히 적자 가계를 면하기 힘들다. 교육 수준이 높은 계층은 그래도 소득 또한 많이 올라 물가 상승을 견딜 만했다. 직격탄을 맞은 건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 서민층이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던 시절에는 적어도 이렇게 생계가 힘들진 않았는데...'라는 정서는 이번 선거에서 서민층 유권자들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정서다. 해리스 캠프는 이 난제를 어떻게 풀려고 했을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는 건 피한다'는 전략이었다고 한다. 캠프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취재하는 다수 유력 매체들에 따르면, '이번 정권 하에서 물가가 너무 올라 살기 힘들었다'는 건 도저히 논쟁으로 어찌해 볼 수 없는 악재이고 얘기를 하면 할수록 불리한 이슈이기 때문에, 그냥 논점을 바꾸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 이슈를 떠난 선거운동이라는 건 불가능하니까, 해리스 캠프는 중산층과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내놨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몇백 불, 저런 사람들을 위해 몇천 불 효과가 나는 이런저런 공약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표심의 판세를 끌어오기엔 부족해 보인다. 그런 프로그램을 일일이 따져보는 유권자가 그리 많은 것 같지도 않다. (2) "약물 중독자와 절도범이 동네의 안전을 위협한다" 적지 않은 미국인들은 지난 수년간 치안이 크게 악화되었다고 느낀다. 도둑질이 늘어 동네의 상점이 문을 닫거나 약물 중독자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자꾸 눈에 띈다는 것이다. 직접 자기 동네에서 이런 꼴을 본 건 아니라도, 소셜미디어에 관련 영상이 넘쳐나니 '치안이 나빠졌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강화된다. 적지 않은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진보주의자들이 범죄에 너무 무른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950달러 이하의 절도는 중범죄로 기소하지 않고 경범죄로 처리하는 캘리포니아주의 법이다. 감옥 과밀화, 교정당국 예산 부족, 범죄자 교화 효과와 인권 문제 등이 이 법안 통과(2014)의 명분이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LA를 통과하는 기찻길가에 버려진 상품 박스들. 절도범들이 화물열차를 털어 물건만 꺼내고 빈 박스는 버린 것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 2022 웬만해선 감옥을 가지 않으니 잠재적 범죄자들이 대담해졌다. 도둑들이 벌건 대낮에 상점에 들어가 제멋대로 물건을 싹쓸이해 나가는 일이 크게 늘었다. 950달러면 현재 환율로 한화 133만 원이고, 미국 기준으로도 큰돈이다. 소셜미디어에 관련 영상도 많은데, 영상 속 절도범은 흑인인 경우가 많다. 신고해도 경찰은 잘 오지 않는다. 잡는 과정에 물리적 충돌이라도 빚어지면 인권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경찰관들이 흑인 피의자를 제압하는 과정에 지나친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진보주의 단체들은 경찰 예산 삭감(Defund the police) 운동을 벌였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힘들여 잡아봐야 결국 경범죄로 풀어줘야 하니 경찰은 절도범을 수수방관한다. 경찰이 움직이지 않는 걸 아니까 상점들도 신고를 안 한다. 경찰에 사건 접수가 안 돼 있으니 보험을 청구할 수도 없고, 어쩌다 보험을 청구해 봤자 결국 나중에 내야 하는 보험료만 더 많이 올라 오히려 손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견디지 못한 상점들이 문을 닫는다. 주민들은 물건 살 곳이 없어져서 피해를 본다. 올해 6월 뉴욕 맨해튼 포트어소리티 버스터미널 앞 길가에 드러누운 약물 중독자. 어린이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고 있다. 서울로 치면 강남고속터미널 앞길 같은 곳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 약물 문제도 구도가 비슷하다. 약물에 중독된 사람을 사회 구조의 피해자로 보는 진보좌파는 경찰이나 시 당국이 이들을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막는다. 약물 중독자들은 점점 활동 범위가 커지고 행동도 대담해진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용하던 상점가에 이들이 나타나 식당이나 카페의 자리를 차지하고, 함부로 용변을 보고, 약물을 투약하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심지어는 밤사이 시체로 발견되기도 한다. 장사를 계속할 수가 없으니 상인들은 폐업하고, 주민들은 갈 곳이 없어지고, 건물주도 손해를 보고, 지자체는 세수가 줄어들어 예산 부족에 빠진다. 처음에는 약물 중독자들에게 온정적이던 주민들도, 결국 트럼프든 누구든 강단 있는 리더십이 들어서서 동네를 싹 청소해 주기를 바라게 된다. 홈리스(무주택자) 문제도 약물 중독자 문제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점점 늘어나는 약물 중독자 때문에 40년간 운영해 온 샌드위치 가게를 폐업할 상황에 몰린 피닉스 시민 이야기. 뉴욕타임스가 2023년 3월에 실은 기사 원문에는 2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이래서 진보좌파한테 표를 못 주겠다'는 내용이 상당수였다. (3) 홈리스용 아파트 1채에 100만 달러?... 뿔난 납세자들 많은 경우 약물 중독자들은 월세를 내지 못해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며, 거리의 삶을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어 약물 중독이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코로나 이후 월세가 크게 오르면서 주요 도시마다 무주택자들이 모인 텐트촌이 형성됐다. 이런 텐트촌들은 약물이나 범죄, 위생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이런 텐트촌을 해체하고 노숙자들은 별도 시설에 수용하든지 무슨 수를 낼 것을 당국에 요구했지만, 이들을 사회 구조의 피해자로 보는 진보좌파는 거리에서 이들을 몰아내는 데에 반대했다. 지자체에 재정 여력이 있는 경우 홈리스들을 위한 보호시설이나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계획을 세웠는데, 진보좌파는 여기에도 '인간적인 주거 환경'을 요구했다. 그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산타모니카시의 무주택자용 아파트 계획안에서 직접 갖고 온 상상도라며 폭스뉴스LA의 기자가 X에 업로드한 사진. X 캡처 캘리포니아의 해변 타운인 산타모니카시는 올해 4월 홈리스들을 위한 임대주택 계획안을 만들었다. 인간적인 주거 환경과 이들이 편리하게 쇼핑할 상점가, 이들을 위한 주차장 등을 완비하려다 보니 1가구당 건축비가 100만 달러로 책정됐다. 전체 122가구를 짓는 프로젝트의 예산으로 1억 2천300만 달러를 책정한 것이다. 여론이 들끓었다. "나는 열심히 일해서 세금 내고도 10만 달러짜리 아파트도 못 사는데, 노숙자들은 뭘 했다고 100만 달러짜리 집을 준다는 거냐"는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보수 세력은 산타모니카의 사례를 '진보좌파들이 세금 올려 이렇게 쓴다'며 미국 전역에 퍼뜨렸다. (4) "쏟아져 들어오는 불법 입국자들이 삶을 위협"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에서, 불법 입국자들은 이제까지 설명한 범죄와 약물, 주거 환경 등 다양한 문제를 악화시키는 기저의 원인으로 꼽힌다. 합법적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이들은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팔거나 손쉽게 범죄의 유혹에 빠지고, 값싼 월셋집의 수요를 늘려 원래 살고 있는 주민들의 집세가 오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주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불법 입국자들 가운데 애시당초 마약 조직원 등 범죄자나 정신병자 같은 위험한 사람들이 많다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중남미 국가에서 한니발 렉터(영화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식인마) 같은 자들이 넘어와 당신을 저녁 식사로 삼을 거라고 유권자들을 겁준다. 불법 입국자들이 당신의 반려견이나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불법 입국한 남성이 미국 시민- 특히 나이 어린 백인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들을 사례로 들어 이들에 대한 공포와 증오심을 끌어올리는 캠페인도 빠지지 않는다. 올해 6월 베네주엘라 출신의 불법 이민자 남성 2명이 12세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CNN 캡처 게다가 트럼프는, 민주당 정부가 고의적으로 불법 입국자 대량 유입의 길을 열어줬다고 주장한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불법 입국자 문제를 선거제도의 신뢰성과도 연결 짓는다. 민주당이 불법 입국자들을 대거 들여와서 그들에게 선거권을 줌으로써 좌파 정권을 무한 연장하려고 한다는 주장을 퍼뜨린다. 일론 머스크가 이 주장을 미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논란은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등 14개 주에서는 사진이 든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도 투표를 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산하 지자체가 '투표 시 신분증 요구'를 조례로 만들자 그런 조례를 만들지 못하도록 상위법(주 법)에 못 박기도 했다. 신분증이 만료됐거나 신분증을 분실한 유권자들(고령 또는 질병/저소득층/영어가 불편한 유색인종)의 투표권 행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게 명분인데, 트럼프 지지자들은 '불법 체류자가 민주당에 투표할 수 있는 구멍을 열어 두려는 것'이라고 공격한다. 텍사스-멕시코 국경의 철조망을 넘어 쏟아져 들어오는 불법 입국자들. 당시에는 일단 미국 땅에 발을 들여놓으면 난민 자격 신청을 할 수 있었다. 2023년 9월 30일. 사진 : 게티이미지, 연합 해리스는 '트럼프가 불법 입국자 단속 강화를 위한 법안 통과를 막았다'고 공격하지만, 다수 유권자들 머릿속에 이 문제는 민주당이 잘못해서 생긴 문제로 각인돼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 출마하기 전부터 불법 입국 원천봉쇄를 자기 정치의 표어로 삼았던 인물이다. 2016년 선거를 이길 때는 남쪽 국경 전체를 장벽으로 막겠다는 공약으로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이를 실천하려 했지만 민주당은 '실효성 없다', '비인간적이다' 등등 이유를 들어 장벽 건설을 중단시켰다. 짓다가 중단된 캘리포니아-멕시코 국경의 장벽. 게티이미지 항공촬영, 올해 9월 지금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이렇게 묻는다. 트럼프는 벽이라도 세워서 막으려고 했지, 당신들은 뭘 했었느냐고. 이민자들에 대한 인도주의 어쩌고 좋은 말은 자기들이 다 하더니, 텍사스 같은 접경지역에서 뉴욕(민주당 강세 지역)에 버스로 불법 입국자들 실어 보내니까 당신들도 견디지 못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책을 내놓으라'고 항의하지 않았었느냐고. (5) "성전환까지 지원해야 하나" 성(性, 젠더)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낯설게 느낄 수 있는데, 미국의 보통 사람 가운데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성애까지는 또 모르겠지만, 성전환을 감싸거나 심지어 성전환을 위한 의료비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건 지나치지 않느냐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올해 파리 올림픽 복싱 등 일부 종목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선수의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는데, 미국에선 훨씬 전부터 이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었다. 2023년 버드와이저가 버드라이트 맥주 판촉에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를 활용했던 일은 남성 맥주 소비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당시 격분한 남성 소비자들은 버드라이트 맥주를 쌓아놓고 총으로 난사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까지 하며 불매운동에 들어갔고, 버드라이트는 20년간 유지하던 미국 내 판매 1위 자리를 뺏겼다. 버드라이트 모델이 됐다가 논란에 휩싸인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Dylan Mulvaney). 버드와이저가 딜런의 얼굴을 새긴 맥주를 한정판으로 내놓고 성수자들 상대 마케팅을 벌였다가 역풍을 맞았다. SBS 아카이브 성중립 화장실 (gender-neutral restroom) 확산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계속돼 왔다. 캘리포니아는 미성년자가 성전환을 원하는 걸 교사가 인지했을 경우 부모에게 알리도록 하는 일부 지자체의 조례도 주(州)법으로 막았다. 일론 머스크는 2022년, 자신의 아들이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면서 가족관계를 끊는 일을 당했다. 아버지인 머스크가 '남자답게 굴어라'라며 어릴 때부터 자신을 강압적으로 대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는 이유였다. 트럼프의 선거광고 가운데는, 해리스가 재소자의 성전환 수술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데 찬성한 첫 번째 정치인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1980년에 1급 납치강도살인을 저질러 장기 복역 중인 샤일로 헤븐리 콰인(Shiloh Heavenly Quine, 2017년 당시 57세)의 사례에 관한 것이다. 그는 복역 중 자신이 여성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교정당국에 성전환 수술 비용 지원을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2015년 소송을 냈고, 결국 법원 판결에 따라 캘리포니아 교정당국은 2017년, 그가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는 비용을 대주게 됐다. 피해자의 딸이 '내 세금을 그런 일에 쓰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지만 소용없었다. 트럼프는 '캘리포니아에서 검찰총장-법무장관, 상원의원을 지낸 해리스가 이걸 해준 거'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실관계를 따지면 해리스(주 법무장관을 지내다 2017년 1월 주 상원의원이 됨)가 세금을 지원해 준 건 아니지만, 해리스라는 정치인 자체가 캘리포니아 진보좌파의 산물이다 보니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문제를 다룬 트럼프의 정치광고 끝에는 "Harris is for they/them. Not You"라는 문장이 나온다. 1차적으로는 "해리스는 그런 사람들 편이다. 당신 편이 아니고"라는 뜻인데, 다른 층위의 뜻이 있다. 트럼프 정치광고 캡처 요즘 미국에선, 자신이 남성(he/him)인지 여성(she/her)인지 밝히고 싶지 않은 사람(대개의 경우 동성애자 또는 성전환자)은 자신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they/ them을 써줄 것을 요구한다. they는 원래 '그들'을 가리키는 3인칭 복수 대명사인데, '성중립적 단수 대명사'로 바꿔 쓰는 것이다. 진보좌파는 이를 옹호한다. 보수우파는 이를 비판적으로 본다. 트럼프 광고 속 'Harris if for they/ them'은 '해리스는 남성/여성이라는 자연의 성(性)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편'이라고 공격하는 것이다. 해당 광고는 '트럼프는 당신의 편(Trump is for you)'이라는 문장으로 끝맺는다. (6) "민주당이 정권 잡으면 안보가 약해지고 전쟁 위험이 커진다" 트럼프 측은 민주당 정부가 나라의 안보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끼지 않아야 할 데에 끼고 빠져야 할 데서는 제대로 빠지지 못해서 국방비는 국방비대로 허비하고 세계적으로 전쟁의 위험은 높여 놓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분수령으로 꼽는 사건은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였다. 미국은 20년 가까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발을 빼기 위해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고 병력 철수를 시작했는데, 아프가니스탄 공화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예상보다 너무 빨리 무너져버렸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급속히 점령하면서 심지어 미국 시민들도 제때 철수를 못 해 대혼란이 빚어졌다. 허겁지겁 카불을 떠나는 마지막 미군 수송기 바퀴에 매달렸다가 떨어져 죽는 아프간인들의 사진이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위신을 크게 실추시켰고, 트럼프 정부 때는 미군의 위세에 눌려있던 각지의 세력들을 대담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이듬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결국 '미국은 무력으로 우리를 막을 힘이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카불을 떠나는 마지막 미군 수송기에 매달리는 아프간 사람들. 2021년 8월 17일. 사진 : AP, 연합 '군사적으로 무능력했던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존재감이 없었던 해리스가 과연 미군의 수장으로서 외부의 적들을 제압할 수 있겠느냐', 트럼프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중이다. 미국의 일반 유권자들 중에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해 '기본적으로 유럽이 책임져야 할 일인데 왜 우리가 그 많은 돈을 대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외교안보와 군사전략의 전문가들이 러시아의 야욕을 여기서 꺾어둬야 할 전략적 이유를 설명하지만, 그런 고담준론이 풀뿌리 민심에까지 가 닿기는 어렵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해서, 트럼프는 민주당과 진보좌파가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의 손발을 묶고, 오히려 하마스를 두둔했다고 비판한다. '누가 미국의 편인지도 모르는 자들'이라는 것이다. 명문대학 캠퍼스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미국 내 반이스라엘 시위는, 사실 민간인 학살 반대 수준을 넘어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버리자',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재현하자', '하마스 만세' 수준까지 간 경우가 많았다. 성조기를 불태우는 경우도 있었다. 카멀라 해리스조차 이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 공식 성명을 내야 할 정도였다. 미국 국기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모형을 불태우는 친하마스 시위대, 워싱턴 기차역 앞, 지난 7월24일. 사진 : AFP, 연합 중도 또는 보수파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진보 세력 일각(특히 아랍 출신이나 일부 무슬림 단체들)의 이런 극단주의에 대해 반감을 보이는데, 트럼프는 이런 '조용한 다수'의 정서에 호소하는 것이다. 민주당도 중도층의 '조용한 다수'가 진보의 지나친 '친하마스' 행보에 비판적이라는 점을 잘 안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에는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 세력 가운데엔 무슬림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민주당 정부가 '네타냐후의 학살을 방조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해리스를 강력 비난하고 있다. 중부 경합주 가운데 하나인 미시간주에서 특히 그렇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심지어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해리스 캠프의 속을 태우는 중이다. 트럼프, 투표 결과에서도 이길 수 있을까 트럼프 쪽의 주장들을 모두 받아들인다면, 미국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것이 맞다. 해리스는 '그렇지 않다'라고 유권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지 못했다.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면 여론조사가 지금보다 훨씬 잘 나와야 맞는다. 지난 10월 27일 매디슨스퀘어가든 유세에서,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관건은, 트럼프와 해리스 양측의 지지자들이 얼마나 실제로 투표하는지에 달렸다. 트럼프 측은 '지금까지는 투표를 잘 하지 않았던(low-propensity), 그러나 심정적으로 트럼프에 우호적인' 계층을 이번 선거의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유색인종 젊은 남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이번에는 과연 실제로 투표를 많이 할까? 해리스가 마지막으로 믿는 건 교외 지역 중산층 여성들이다. 이들은 임신중지권 이슈에 강하게 반응하며, 역대 선거에서 가장 열심히 투표해 온 계층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선거 팟캐스트인 '캠페인 모먼트'에 따르면, 백인 여성은 지난 대선에서 투표한 유권자의 1/3에 이르는 반면 흑인 남성은 투표한 유권자 수의 5~6%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어떨까. 디자인 : 최혜지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우리 정부 대표단이 28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를 방문해 북한군 파병 동향을 브리핑합니다. 북한군 동향에 대한 정보 공유가 1차 목적이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군 차원의 모니터링단 파견이나 무기 지원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북한군 병사들을 민간 트럭에 실어 최전선으로 수송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공개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보급품 받는 북한군 추정 병력 (사진 :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 캡처,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은 27일(현지시각)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보로네시 고속도로에서 민간 번호판을 단 트럭을 러시아 경찰이 정차시켰다며 감청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쿠르스크는 지난 8월 6일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해 일부 점령했으며 현재도 교전 중인 러-우 접경지역입니다. 오디오 파일에는, 운전기사가 경찰에 적절한 서류를 제시하지 않은 이유를 논의하는 러시아 장교들의 대화가 담겨 있습니다. 러시아 경찰이 북한군 수송 차량임을 알지 못한 채 트럭을 멈춰 세우자, 러시아 장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얘기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지난 25일 통역관 지원 등 북한군 지원 문제를 논의하는 러시아군 감청 자료를 공개하는 등, 연일 북한군 파병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에게 보고받았다며 27∼28일쯤 북한군 병력이 전투 지역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나토(NATO) 본부에 파견된 우리 대표단은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을 단장으로, 박진영 합동참모본부 정보부장 등 정보-군-외교 당국의 고위 관계자들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은 현지시각 오늘(28일) 오전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주재로 열리는 북대서양이사회(NAC)에 참석합니다. 나토 32개국 회원국 대표가 모이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입니다. 나토는 오늘 회의에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 파트너국 대사 모두를 초청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현지에 모니터링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파병된 북한군의 전력을 탐색하는 한편, 이들과 우크라이나군 사이에서 벌어질 교전을 분석해 전술 및 교리를 연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국가정보원과 군 당국의 정보·대북 요원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모니터링단은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거나 탈영하게 되면 이들을 신문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 심리전 요원도 참여해, 북한군의 탈영을 유도하는 작전을 수행하거나 조언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나토 회원국들은 적극적인 무기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군은 이번에 러시아를 도움으로써 현대전 실전 경험을 쌓는 한편 군사기술과 각종 물자 등을 지원받아 업그레이드될 텐데, 이는 대한민국의 안보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22일 "앞으로 단계별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고, 그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마지막에 공격용(무기)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일단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부담이 큰 공격용 무기보다는 공병 장비나 방공 체계, 지뢰 살포 장비 등 방어용 무기 지원이 우선 검토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차원의 군수 물자를 제공했고 미국에 155mm 포탄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간접적으로 도왔습니다. 한 걸음 더 정부는 오는 30일 미국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열리는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북한군 파병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합니다. 여기에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양국 국방 및 외교 분야 고위 당국자들이 참석합니다. 이 회의는, 한미일 3국의 국가안보보좌관들이 25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회동하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서 열리는 것입니다. 한미일 3국 정상 간에 인식을 공유한 뒤 당국자들이 보다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논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외교관 시절 북미국장과 러시아 주재 대사를 지낸 바 있는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28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살상용 무기 지원까지 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위성락 의원은 또, 현재 거론되는 북한군의 파병 규모가 1만 1~2천 명 정도인데 그보다 두세 배 더 많은 숫자로 파병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에 의미 있는 임팩트를 주려면 1만 명은 충분한 병력 규모가 아니라는 겁니다. 월남전 당시 대한민국은 5만 명 정도의 파병 규모를 유지했다고 위 의원은 부연했습니다. 북한은 어차피 재래식 병력보다는 핵미사일이라는 비대칭적 공격력으로 대남 안보를 하고 있으므로 그 정도 규모의 병력을 뺄 수도 있다고 위 의원은 전망했습니다.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북한이 파병한 것을 두고 '한반도 힘의 균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선발대 1,500명을 포함한 북한군의 파병 규모는 총 1만 2,000명으로 알려졌는데, 전쟁 양상에 따라 추가 파병이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이 현대전에 숙련이 되면 불행하게도 불안정과 위협이 많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만약 지금 세계가 침묵하고 우리가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방어해야 하는 것처럼 최전방에서 북한 군인과 교전해야 한다면 세계 누구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전쟁이 장기화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아조우 연대장 보단 크로테비치는 X에 한글로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북한은 가장 전투력이 강한 부대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보냈습니다. 이는 1945년부터 소련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분단을 영원히 끝낼 수 있는 대한민국의 기회입니다. 또한, 핵 버튼을 가진 이웃으로부터 동아시아 전체가 스스로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라는 내용입니다. 이는 대한민국에 대해, 살상무기 지원을 더 이상 주저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북한군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현대전을 치러본 경험이 없는데, 이번 파병을 통해 21세기 전쟁을 경험하고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얻게 되면 대한민국의 안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라는 겁니다. 좀 더 설명하면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북한은 이번 지상군 파병을 통해 엘리트 부대가 전쟁을 경험하게 하고, 자신들의 탄도미사일과 포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한국과 역내 안보에 악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하고 심오한 진전이자 실존적 위협"이라고 지적하고, 이에 대해 매우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대한민국이 1970년대 베트남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고 전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세계적인 군사 강국으로 발돋움한 사례를 상기시키며, 이번 파병이 북한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파괴 무기 조정관은 러시아가 이미 북한의 무기 지원 대가로 식량과 석유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북한은 병력 파견으로 이보다 더 큰 대가를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 장비, 방공, 첨단 전투기, 미사일·핵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는지 여부"라며, 러시아가 관련 지원에 나선다면 한반도 내 힘의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국내의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지상군 파병을 통해, 장기적으로 '유사시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을 확약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을 믿고 더 과감한 도발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러시아가 당장 첨단 무기 지원을 해주지는 않고 식량과 에너지만 대주더라도, 북한이 제재를 견디면서 핵 능력을 고도화할 수 있게 돼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북한이 추가 파병을 이어간다면 한국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습니다. 정부는 북한이 추가로 파병하는 병력이 북한 청진항 등을 출발해 러시아 땅에 도착하는 게 확인되면 그날을 우크라이나 지원 등 가능한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큰 '디데이'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군 파병이 공식화된 18일 대통령실은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에는 북-러 조약 체결을 규탄하며 살상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때는 분쟁 지역 무기 지원에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한 법적 검토만 했을 뿐, 실제 살상무기 지원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정부는 올여름 일명 '코뿔소'로 불리는 국산 지뢰 제거 전차 2대와 함께 트럭이나 방호복 같은 비살상무기 중심으로만 지원을 해왔습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당장 직접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선 신중한 분위기입니다. 대신, 지난해와 같은 155mm 포탄 우회 지원 카드가 방안 중의 하나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봄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는 155mm 포탄 50만 발을 미국에 대여해 주며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한 바 있는데, 일단 이 방식을 다시 꺼내 북-러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겁니다.
파편화된 뉴스는 이제 그만, 이슈의 맥락을 읽는 재미를 담았습니다. 테슬라와 X(구 트위터), 스페이스X 등을 거느린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의 요즘 가장 중요한 일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뛰는 것이다. 그의 집과 주요 사업장은 텍사스에 있지만, 활동의 근거지를 대선 최대 경합주라는 펜실베이니아의 피츠버그로 아예 옮겼다. 위기에 빠진 테슬라를 회생시키기 위해 공장에서 먹고 자던 시절처럼, 트럼프의 선거를 돕기 위해 자기 돈과 변호사, PR 전문가, 경영 전문가 등 인력을 투입해 가며 총력전 모드로 뛰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보수우파 언론인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까지 말했다.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으면, 나는 X 된 거다(I'm fxxxed)", "(해리스가 이길 경우) 내가 감옥에 몇 년이나 가 있어야 할지 누가 알겠냐". 지난 5일, 트럼프의 유세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렸다. 석 달 전 트럼프가 귀에 총을 맞았던 바로 그 장소다. 머스크는 여기서 처음으로 트럼프의 대중 유세 무대에 직접 같이 섰다. 연설하는 트럼프 옆에서 뛰는 머스크, 10월 5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사진 : 로이터, 연합 머스크는 트럼프를 지지하다 못해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뛰는 모습까지 보였다. 단지 '사업에 도움이 될까 봐서' 정도의 이유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없다.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던 시절에는 오바마를 지지했다던 그는 어쩌다 이렇게 트럼프 당선을 위해 열광적으로 뛰게 됐을까? 오바마 편에서 반(反) 민주당 투사로 오바마가 대통령이던 시절(2009.1~2017.1)의 머스크는 오바마 지지 성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적으로 오바마를 지지했다기보다는, 오바마의 이상주의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자신의 사업과 방향성이 같았기 때문에 심정적 지지를 보낸 정도였다고 한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수장으로서 백악관에도 여러 차례 초청되었고 오바마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다른 정치적 인물들과는 거리를 두었다. 정치자금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차원에서 민주-공화 양 진영에 조금씩 내는 정도였다. 오바마에게 스페이스X 발사장을 안내하는 머스크, 2010년 4월 케이프 커내버럴. 사진 : 나사(NASA) 아카이브 2017년에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생긴다. 머스크가 공화당의 유력 의원인 케빈 맥카시에게 5만 달러의 후원금을 낸 사실이 정치자금법에 따라 공개됐는데, 이걸 갖고 민주당에서 '배신'이라며 난리를 친 것이다. 이 일 이후 '진보 세력은 정치적 발언권을 제약하려 드는 사람들'이라는 반감을 강하게 갖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 등 자기 회사의 덩치가 커지면서 세금과 규제 문제 등으로 당국과 갈등을 빚게 된 것도 머스크가 민주당과 멀어진 이유로 꼽힌다. 2010년대까지 머스크의 근거지였던 캘리포니아는 대표적인 민주당 좌파의 텃밭이다. 머스크는 2020년 자신의 집을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사했고, 2021년 말에는 테슬라의 본사를 텍사스로 옮겼다. 올해 7월에는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와 스페이스X의 본사도 텍사스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텍사스는 캘리포니아와 반대로 보수적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곳이다. 텍사스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 머스크는 민주당과 더욱 멀어지게 됐다. 일론 머스크 얼굴과 X 로고. 사진 : AFP, 연합 2022년경이 되면 머스크는 극우파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게 된다. 트위터를 인수해 X로 이름을 바꾸면서 반유대주의자와 극우파, 인종주의자, 음모론자들의 계정을 대거 복원해 줬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의 계정도 되살려 줬다. 가짜 정보 퍼뜨리고 해리스 지지 운동은 막고... X 통한 트럼프 돕기 머스크는 진보좌파가 정치-사회적 담론의 플랫폼을 장악하고 자신과 같은 우파의 발언을 검열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 2022년 440억 달러를 주고 트위터를 인수한 건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와 거액 소송 위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일이었지만, 일단 인수한 이후엔 이 거대 플랫폼을 자신의 메가폰으로 만들기 위해 과감한 행동에 돌입했다. 머스크는 혐오 발언이나 극우파 음모론, 반유대주의 콘텐츠 등을 걸러내던 콘텐츠 심의팀, 선거 때 역정보나 가짜 정보를 걸러내던 팩트체크팀을 비롯해 무려 75%의 인력을 해고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발언이나 리트윗이 가장 잘 전파되도록 알고리즘을 손봤다. 팔로워가 2억 명 이상으로 세계 최대인 그는 X로 이름을 바꾼 이 플랫폼에서 우파 음모론이나 민주당 비난, 해리스 모욕 등 콘텐츠를 시도 때도 없이 올리고 있다. 여기에는 AI가 만든 가짜 콘텐츠도 포함된다. 이를테면 카멀라 해리스에게 공산주의자 옷을 입힌 아래의 가짜 이미지 같은 것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머스크의 팔로워들에게 노출된다. 카멀라 해리스를 공산주의 독재자로 묘사한 그림.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X 계정에 올렸다. 머스크는 반면, X 플랫폼상에서 해리스의 선거운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해리스를 지지하는 백인 녀석들(White Dudes for Harris @dudes4harris)' 계정이 정치헌금을 성공적으로 모금하자 지난 7월 이 계정을 정지시키기도 했고, 해리스 선거본부의 공식 계정 @KamalaHQ를 유저들이 팔로우하지 못하도록 한동안 차단하기도 했다. 이란이 트럼프 캠프의 정보를 해킹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해당 기사의 링크를 접속 불가 처리하고, 그 기사를 쓴 기자의 계정을 정지시킨 적도 있다. 처음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 트럼프 측이 구애 머스크는 올해 2월 지인들에게 미국의 운명이 비관적이라며 '바이든을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할 때만 해도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었다.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머스크는 트럼프의 경쟁자인 플로리다 주지사 디샌티스를 밀었다. (심지어, 지금 트럼프 돕기 운동에 투입하고 있는 선거 인력도 당시 디샌티스 캠프 출신자들이다.) 당시 트럼프의 엘리트 버전으로 거론되던 디샌티스는 기독교 우파적인 이념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다. 당시 머스크는 트럼프에 대해 '석양 속으로 사라져야 할 인물'이라거나 '완벽하게 실패한 사람(stone-cold loser)'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지난 3월 공화당 대선 후보직을 공식화한 뒤에도 지인들에게 '과연 트럼프를 지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회의론을 피력한 바 있다. 당시까지를 보면, 머스크의 트럼프에 대한 태도보다 트럼프의 머스크에 대한 태도가 훨씬 우호적이었다. 트럼프는 -그의 평소 악담 취미를 고려하면- 머스크에 대해 별다른 험한 말을 하지 않았다. 함께 연단에 오르기에 앞서 흡족한 표정으로 머스크의 어깨를 두드리는 트럼프, 지난 10월 5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사진 : AP, 연합 그도 그럴 것이, 머스크는 트럼프가 좋아하고 부러워하는 것들을 다수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명성은 전직 대통령인 트럼프에 맞먹었으며 머스크의 부는 트럼프가 넘볼 수 없는 거대한 수준이었고, 머스크의 플랫폼(X)은 트럼프가 원했지만 갖지 못한 것이었다. 트럼프 캠프의 선거 참모들도 머스크의 지지와 후원을 간절히 바랐다. 올봄까지 트럼프는 공화당을 전통적으로 지지하던 갑부들의 후원을 확보하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었다. (그들은 전통 공화당 엘리트인 니키 헤일리를 지지했고, 트럼프의 '막 나가는' 대중주의를 불편하게 생각했다.) 머스크는 돈이 많을 뿐 아니라 코인 투자를 하는 젊은 남성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었고, 무엇보다 '캘리포니아 리버럴에 환멸을 느껴 보수우파로 전향한 테크업계 거물'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4월부터 후원 시작... 7월 '암살 시도' 때 전면에 나서 진보좌파 정권 연장을 막으려면 트럼프를 돕는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확실해진 지난 4월, 머스크는 물밑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를 오가며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갑부, 투자가, 기업가들 -넬슨 팰츠, 존 폴슨, 스티브 윈 등- 을 모아 만찬 모임을 개최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머스크의 억만장자 친구들. 헤지펀드 갑부 존 폴슨(좌), 카지노 거물 스티브 윈(우), 2024년 1월 뉴햄프셔 예비선거 당시. 사진 : 게티이미지 그런 자리들에서 머스크는 크게 두 가지 주장을 펼쳤다는 것이, 머스크의 트럼프 지원 배경을 취재한 미국 유력 매체들의 보도 내용이다. 머스크는 먼저,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를 당선시키지 못하면 미국에서 자유선거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불법 입국자를 대거 들여와 선거권을 부여함으로써 계속 자기들을 뽑게 만들려는 음모가 진행 중인데, 올해 대선이 그것을 분쇄할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기업 활동 하듯이 선거운동을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TV 광고와 무차별적 유권자 접촉에 돈을 뿌리는 기존의 선거운동 방식이 몹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트럼프에게 표를 줄 만한 사람을 추리고, 그들이 두 명씩 동조자를 데려오게 만드는 방식으로 지지 기반을 확장해 가면 훨씬 효율적으로 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광고 없이 테슬라 판매를 성공시킨 모델을 그 사례로 들었다고 한다. 우편투표 봉투를 붙이는 24세 남성. 트럼프 지지자임을 밝히는 모자를 쓰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도일스타운, 지난 10월 15일. 사진 : 게티이미지 머스크는 아울러, 세를 모아 다 같이 트럼프 지지에 나서면 진보좌파의 공격으로 곤욕을 치르지 않을 것이라고 모임에 참석한 갑부들을 설득했다. 머스크는 트럼프에게 직접 돈을 주는 대신, PAC(정치행동위원회, political action committee)이라는 미국 특유의 제도를 통해 트럼프의 선거를 돕기로 한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후원 내역을 덜 드러나게 할 수 있고, 지원하는 돈의 액수나 용도에 대한 법적 제한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트럼프 지원 창구는 '아메리카 PAC'이다. 이 기구를 통해 머스크는 10월 초까지 8천만 달러를 썼고, 남은 한 달 동안 최대 1억 달러를 더 써서 경합주의 트럼프 득표를 끌어 올릴 방침이다. 트럼프는 머스크의 기여를, 그가 직접 쓴 돈의 액수보다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머스크가 선거에 쓰는 돈이 '5억 달러'는 된다고 지인들에게 말한 바 있다. 피격 직후의 트럼프,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사진 : AP, 연합 머스크가 트럼프를 위해 이렇게 열심으로 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7월 유세 중 트럼프가 총격을 당한 사건이었다. 귀에서 피가 흐르는 가운데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며 "싸우자!(Fight!)"를 외치는 트럼프를 보면서, 미국이 정말 좌파 때문에 망하게 생겼다는 위기감과, 트럼프가 그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강인한 지도자라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는 것이다.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며 그의 당선을 위해 뛰겠다는 머스크의 X 게시물은, 트럼프가 암살 위기를 모면한 지 1시간도 안 돼서 온라인에 올라왔다. 머스크를 트럼프 지지자로 만든 세 가지 이슈 머스크와 트럼프가 가까워진 건, 우선은 성격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독불장군이다. 남이 자기 앞길 가로막거나 대드는 걸 견디지 못한다. 아랫사람에 대한 존중 따위는 없는 리더라는 점도 비슷하다. 여성에 대한 태도에서도 유사성이 보인다. 트럼프의 여성 편력은 이미 유명한 얘기다. 머스크 또한 스페이스X 등 자기 회사 여성 임원들과 성관계를 갖고 자기 아이를 낳으라고 종용한 사실이 보도됐다. 세계관적 측면에서도 두 사람은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다. 민주당과 진보좌파의 정치가 미국을 망치고 있으며, 지금이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라는 것이다. 머스크는 진보좌파적 사고방식을 "정신 바이러스(woke mind virus)"라고 부른 적도 있다. 대표적인 이슈 세 가지를 꼽자면 노조/ (불법) 이민/ 트랜스젠더 문제를 들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1) 반(反) 노조로 의기 투합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내내 신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을 펼쳤고, 이는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에 유리한 정책이다. 그런데 머스크는 왜 '바이든을 반드시 낙선시켜야 한다'고 이를 가는 사이가 됐을까. 2021년 8월 5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경영진을 초청한 백악관 행사 2021년 8월 백악관에서 그 힌트가 될 만한 일이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를 만드는 자동차회사 대표들을 모아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의 경영자가 참석했는데, 누가 봐도 세계 전기차의 대표 격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이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다. 백악관은 그 이유를 얼버무렸지만, 사람들은 그 자리에 전미자동차노조(UAW) 대표가 참석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일론 머스크는 자기 공장에 노조가 설립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이다. '워라밸' 따위 따지려면 다른 회사 가라며 자신도 일 중독자로 산다.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인력이나 부서는 눈 하나 깜짝 않고 공중 분해시키는 냉혈한 경영자다. (올해는 충전기 사업부 전체를 하룻밤 사이에 해고하기도 했다.) 반면 전미자동차노조는 테슬라 공장에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며 사측과 충돌해 왔다. 바이든은 뼛속 깊이 노조의 동지로서 정치 일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바이든으로서는 노동계 대표가 오는 자리에 머스크를 부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또한 해고 하면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애초에 트럼프를 미국민의 스타로 만들어 준 한마디가 "당신 해고야!(You are fired!)"라는 대사 (경영 오디션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 아니던가. 일론 머스크와 X 플랫폼상에서 오디오 인터뷰를 하는 트럼프, 8월 12일 마러라고 리조트. 사진 : X 캡처 트럼프는 지난 8월 12일 X(옛 트위터)상에서 일론 머스크와 대담하는 가운데, 머스크가 해고를 잘 한다며 칭찬했다. 그 어감을 우리말로 살리면 이렇다. "머스크 당신, 사람 잘 자르더구먼. 파업한다니까 가서 '잘리고 싶어? 오케이. 너희들 다 해고!'" 트럼프가 정부 효율화를 위한 감사위원회를 만들고 머스크를 책임자로 앉히겠다는 것도, 냉혈한 구조조정 전문가로서의 머스크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2)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 투표권 줘서 권력 연장할 것" 머스크는 가는 곳마다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투표권을 줘서 자신들에게 투표하도록 함으로써 정권을 연장하려고 한다. 이번에 트럼프가 지면, 이제 미국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는 끝'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이런 주장은 머스크뿐 아니라 미국 보수우파들의 단골 메뉴이기도 한데, 실제로 민주당이 장악한 일부 주들의 정책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캘리포니아 등 14개 주에서는 투표할 때 자신이 유권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캘리포니아에서도 보수 세력이 시장이나 시의회를 장악한 지자체가 몇 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인 헌팅턴비치가 지난 3월 '투표 시 신분증 요구' 조례를 만들었다. 그러자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헌팅턴비치를 상대로 조례 무효화 소송을 냈고, 진보좌파 대표 주자인 개빈 뉴섬 주지사는 아예 소속 지자체들이 투표 시 신분증 요구 조항을 만들 수 없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진보좌파는 투표 시 신분증을 요구할 경우 저소득층, 고령층, 유색인종 유권자들이 투표 기회를 박탈당할 우려가 있으며, 투표권이 없는 사람(이를테면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이 다른 유권자 신분을 도용해 투표를 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는 이유로 '투표 시 신분증 요구'를 반대한다. 자기 투표용지만 넣으라는 안내문이 붙은 우편투표함, 지난 15일, 펜실베이니아. 사진 : 게티이미지 그러나 보수우파는, 민주당이 자신들에 투표할 머릿수를 늘리기 위해 남쪽 국경을 의도적으로 허술하게 관리했으며, 그렇게 쏟아져 들어온 수백만의 불법 입국자들이 선거에서 민주당에 표를 던질 거라면서 결국 공화당은 영원히 집권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멕시코 국경 관리와 불법 입국자 문제를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로 삼고 있는 트럼프 입장에선, 이 문제를 거듭 공론화하는 머스크가 고맙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자신이 늘 주장하지만 유권자들에게 잘 먹히지 않았던 '선거 도둑맞았다'는 주장과 불법 이민자 이슈를 결합시켜 주었으니 트럼프 입장에선 머스크가 얼마나 고맙겠나. 3) 성전환 지원 정책에 대한 반감 머스크가 테슬라에 이어 X와 스페이스X의 본사까지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전하겠다고 밝힐 때 이유로 든 것 중 하나가 성전환에 우호적인 캘리포니아의 입법이었다. (X에 대해서는 샌프란시스코의 X 본사 주위에 갱과 마약 거래상, 노숙자들이 판친다는 문제도 들었다.) 올해 7월,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는 청소년의 성전환을 돕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는 법안에 서명했다. 남학생이 자신을 여성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하거나 여학생이 자신을 남성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할 경우 학교가 부모에게 알리도록 하는 규정을 일부 교육청이 도입하자, 캘리포니아주 법으로 해당 규정을 무효화(즉, 부모에게 알리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이다.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주의 이런 정책이 자기 회사 직원들의 가정을 위협할 거라는 점을 본사 텍사스 이전의 이유로 꼽았다. 머스크의 성전환한 자녀, 비비안 제나 윌슨(오른쪽). 사진 : NBC 뉴스 웹사이트 캡처 사실, 머스크는 이 문제와 관련해 개인적인 아픔이 있다. 자신의 아들이 어린 시절부터 여성적 특성을 보이더니 결국 18세 되던 해인 2022년에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고 이름도 개명 소송을 통해 비비안 제나 윌슨(Vivian Jenna Wilson)으로 바꾸면서 아버지 머스크와 연을 끊은 것이다. 그런 머스크에게, 올 7월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법안 서명은 진보주의자들이 '마지막 선을 넘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머스크 본인이 '마지막 지푸라기'라는 표현을 썼다.) 트럼프 또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이 머스크와 비슷하다. 트럼프는 동성애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입장이다. 애초에 뉴욕 출신으로 성문화에 개방적인 데다, 자신의 지인이나 사업상 도움을 준 사람 중에서도 동성애자가 꽤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이 괴롭히고 싶은 사람의 동성애 사실을 폭로한 적은 있다.) 트럼프는 그러나 타고난 성별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성전환에 대해서, 특히 성전환 치료를 건강복지 차원에서 세금을 들여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을 보여왔다. 그의 공약집 <어젠다 47>에도 동성애와 성전환에 대한 이런 인식 차이가 반영되어 있다. 머스크, 경합주 투표율 높이기 위해 현금 살포 머스크는 자신의 플랫폼 X(구 트위터) 밖 오프라인 세상에서도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 실제 선거 결과를 판가름낼 경합주들에서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현금을 살포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한 것이다. 그런데 그 방식이 절묘하다. 머스크의 돈으로 운영되는 정치행동위원회 '아메리카 PAC'은 미국 수정헌법 1조(언론·출판·종교의 자유)와 2조(총기 휴대 및 소지의 권리)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청원서에 대해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다. '두 권리를 지지한다'는 말은 미국 정치에서 '나는 보수우파'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통한다. 머스크 측은 이 청원에 서명할 경합주 유권자를 추천하고 연락처를 알려주는 사람에겐 그 대가로 47달러를 주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경합주 유권자 소개하고 47달러 쉽게 벌어라"고 홍보하는 머스크의 X 계정 왜 47달러냐? 이번 대선이 47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고, 트럼프 공약집 이름도 <어젠다 47>이기 때문이다. 머스크 측은 이 온라인 청원으로 연락처 정보가 확보된 경합주 유권자에게 직접 지역 요원을 보내 실제로 투표를 하도록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캠프는 이미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 현장 선거운동 상당 부분을 머스크 측에 '외주'준 상태다. 금권선거가 폭넓게 용인되는 미국에서도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는 대가로 돈을 주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머스크 측이 벌이는 이번 캠페인은 투표의 대가로 돈을 주는 게 아니다. 다른 유권자의 '정보'를 넘겨주는 대가로 돈을 주는 것이다. 잠재 고객 DB를 돈 주고 사는 건 일반 상거래에서도 있는 일이므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머스크 측의 계산이다. 머스크 측은 이렇게 해서 100만 명의 경합주 유권자를 다음 달 5일 투표장에 불러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돈으로 치면 4천700만 달러를 뿌리겠다는 소리다. 머스크는 또한, 남은 한 달 사이에 버스로 경합주 각 지역을 돌며 직접 유권자들을 만나 트럼프에게 투표하라고 설득할 뜻도 있다고 밝혔다. 마침 머스크는 펜실베이니아 대학(U penn)을 나왔다. 이른바 '다크 마가(Dark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쓴 트럼프 유세장의 일론 머스크, 지난 10월 5일, 펜실베이니아. 사진 : AP, 연합 기업 활동으로 돈을 번 당사자가 직접 후보로 나서 정치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업인이 이런 방식으로 선거에 영향력을 미치는 건 미국 정치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머스크의 막판 총공세가 경합주 투표에 실제로 영향을 미쳐 트럼프가 승리를 굳힌다면, 다음 정권에서 머스크의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에너지, 우주산업 등 머스크의 주요 사업 부문은 연방정부의 보조금 및 규제 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런 머스크의 손에는 정부 부처를 마음대로 감사하고 구조조정할 권한이 주어질 판이다. 트럼프는 이미 여러 차례, 자신이 당선되면 연방공무원직 상당수를 자기 뜻대로 갈아치울 수 있는 정무직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뜻에 반기를 드는 관료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민주공화국에 정치 중립적 관료를 두는 데는 이유가 있는데, 그게 현대 민주주의의 산실이라는 미국에서 송두리째 부정당하게 생겼다. 디자인 : 최혜지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북한이 남한 국경 부근 포병부대들에 완전사격준비태세를 갖추도록 하고 평양 방공망 감시초소를 증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13일) 보도했습니다. 남한 무인기의 평양 추가 침투 가능성에 대응한다는 겁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인민군 총참모부가 지난 토요일(12일) 국경선 부근 포병연합부대와 중요 화력 임무가 부과된 부대들에 완전사격준비태세를 갖추라고, 작전 예비 지시를 하달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의 작전예비지시에는 "전시 정원 편제대로 완전무장된 8개의 포병여단을 13일(일요일) 20시까지 사격대기태세로 전환하고, 각종 작전보장사업을 완료"하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한국 무인기가 또다시 국경을 넘었을 때 대상물을 타격하는 상황, 타격으로 인해 무력 충돌로 확대되는 상황까지 가정해 철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도록 각급 부대에 주문했습니다. 이와 함께 각급 부대, 구분대들에 감시경계 근무 강화를 지시했으며, 한국 무인기가 침범했다는 평양에는 반항공(방공) 감시초소를 증강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도 평양에 대한 대한민국의 중대 주권 침해 도발행위로 일촉즉발의 엄중한 군사적 긴장 사태가 조성되고 있다"고 포병부대 사격 준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인민군 총참모부의 발표 1시간 뒤 별도 담화를 내서, 한국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서울의 깡패들은 아직도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각종 막말을 동원해 불쾌감을 드러낸 뒤, "속히 타국의 영공을 침범하는 도발 행위의 재발 방지를 담보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도 담화를 통해 "무인기 도발에 한국 군부세력이 가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무인기가 다시 한 번 출현하면 선전포고로 여기고 "우리의 판단대로 행동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북한은 지난 11일 밤, '외무성 중대성명'을 통해 "지난 3일과 9일, 10일 심야에 한국이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켜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며 협박을 쏟아냈습니다. 조선중앙TV는 "또다시 무인기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공에 침범시키는 도발행위를 감행할 때에는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경고는 없을 것이며 즉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해당 내용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대내 매체를 통해서도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평양에 침투한 남한 무인기 모습과 공중에서 대북전단이 살포되는 모습이라며 사진도 공개했는데, 수거된 전단지에는 김정은을 직접 거론하며 남북의 경제력을 비교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대공 방어에 문제가 있음을 자인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주민들에게 공개한 것은 김정은이 밝힌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남한이 보낸 무인기라는 북한 주장에 우리 정부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군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어떤 문제를 제기했다고 해서 우리가 확인해 주느라고 하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데 말려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에 따르면, 만일 우리 군이 '평양에 무인기 보낸 것 맞다'고 시인할 경우 북한에 보복 빌미를 줄 가능성이 있고, 적절한 대응이었느냐 이걸 놓고 또 국내에서 논란이 커질 가능성 당연히 큽니다. 애초에 이런 공방의 출발점이 된 북한의 무인기와 오물풍선 도발이 논점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호하게 가자는 게 정부 시각인 것 같고,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전단이 기존 우리 민간단체가 보내오던 전단과 다르다는 있어서, '다른 민간단체가 보낸 거냐, 아니면 북한의 자작극이냐' 하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포병사격 운운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는 걸까요? 안정식 북한전문기자는 어제(13일) 8뉴스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 무인기 누가 보냈나…군, '모호한 입장' 내는 이유 (SBS 8뉴스, 2024.10.13)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사진을 보면,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그러니까 김정은 집무실이 있는 건물 위에서 무인기가 발견됐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최고 존엄인 김정은의 집무실 바로 위까지 무인기가 날아왔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써는 격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고요. 이틀 전에 나온 북한 외무성 중대 성명을 보면, 남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던 게 지난 3일과 9일, 10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김정은 발언 보도가 나온 게 8일이었어요. 이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냐, 3일날 무인기가 침투했을 때는 북한이 전혀 몰랐고 그래서 8일날 대한민국 공격 의사가 없다는 발언까지 내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무인기가 침투했더라 이런 이야기로 볼 수가 있거든요. 결국 김정은 집무실 위까지 무인기가 날아왔는데도 무인기가 왔는지 안 왔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런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이걸 덮기 위해서라도 더 강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우리 정부 대응은 북한의 위협에 우리 국방부도 맞대응했습니다.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하면 그날이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결국 내부 통제용이라며 자살을 결심하지 않는다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어제(1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평양 방공망이 뚫렸다고 해서 느끼는 손해보다 체제 위협을 확대해서, 강조를 해서, 내부 통제를 하는 데 이점이 있다고 판단한 거죠. 그만큼 북한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신원식 안보실장은, 무인기 평양 침투 주장을 우리 정부가 확인해 준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남남 갈등을 가져올 거라며, 경험상 '무시하는 게 최고'라고도 말했습니다. 정부의 '확인 불가' 대응을 야당이 비판한 데 대해서는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좀 아쉬운 게 북한의 많은 도발과 억지와 핵 무장에 대해선 문제 제기를 안 하면서, 거기에 대해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 군과 정부의 노력에 대해선 너무나 가혹하다 할 정도로 문제를 제기하거든요." 국방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미 10여 차례 무인기를 보내는 등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며, 끊임없는 도발과 오물풍선 살포에 반성은커녕 적반하장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은 정부가 북한 주장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국민이 불안해한다며 안보 상황 점검단을 꾸리기로 했는데, 국민의힘은 안보 사안마저 정쟁으로 끌고 가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파편화된 뉴스는 이제 그만, 이슈의 맥락을 읽는 재미를 담았습니다. 트럼프의 지난 9월 10일 대통령 선거 후보 TV 토론을 전후해, 한 여성이 미국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트럼프가 유세를 다닐 때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되는 측근 중 한 사람이다. 이 여성은 TV 토론이 열리는 필라델피아에 전용기편으로 트럼프와 함께 도착하기도 했다. 토론 다음 날 9·11 테러 희생자 추모 행사장에서도 트럼프와 함께 목격됐다. 트럼프 전용기에서 내리는 로라 루머, 필라델피아. 사진 : AP, 연합 TV 토론에서 가장 큰 파장을 남긴 트럼프의 발언은 "불법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개 고양이 잡아먹는다"는 발언이다. 아무 근거 없는 혐오 조장 유언비어로 이미 팩트체크가 끝난 사안인데, 공화당 주변에서는 '대체 누가 저런 극단적인 유언비어를 후보님 귀에 집어넣어서 전국 방송으로 나가게 만든 거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알고 보니, 그건 바로 저 문제의 여인, 31살 로라 루머(Laura Loomer)였다. 루머가 최초 발설자는 아니지만 돌아다니는 얘기를 널리 퍼뜨렸고, 트럼프의 머릿속에 각인시킨 것이다. 중도파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트럼프 발언의 원천이 그녀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해리스 당선되면 백악관에 커리 냄새" 트럼프는 '해리스가 흑인인 줄 몰랐다, 인도 사람이라고 하더니 대선 후보가 되면서 흑인 행세를 하고 다닌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해리스의 아버지는 흑인이고 어머니가 인도인인데, 해리스 본인이 학생 시절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흑인으로 규정했다. 해리스는 흑인 학교를 다니고 흑인으로서 사회생활과 정치 커리어를 이어왔다. 그런 사람에게 '너는 흑인 아니고 인도인'이라는 건, 상대의 인종을 제멋대로 규정하는 백인 우월주의적 태도여서 트럼프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트럼프가 머릿속에 이런 생각을 담게 된 것도 로라 루머의 영향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해리스는 인도계이지 흑인 아니지 않느냐"는 트럼프 발언은 7월 말이었는데, 그 얼마 전에 루머가 그런 주장을 담은 소셜미디어 포스팅을 올렸고, 트럼프가 그걸 봤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로라 루머는 지난달에도 소셜미디어에,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백악관에 커리 냄새가 날 것이고 (White House will smell like curry) 백악관 연설은 (인도의) 콜센터를 통해 서비스될 것(facilitated via a call center)이라는 게시물을 올린 바 있다. 문제의 발언, 로라 루머 X 계정 캡처 미국의 많은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콜센터를 인도로 옮겼다. 영어가 아예 안 통하는 건 아니지만 심한 인도 억양 때문에 알아듣기도 어렵고 해결되는 일도 없어서 미국 소비자들은 인도 콜센터에 진절머리를 낸다. 루머는 그런 이미지를 해리스에게 덧씌우려 한 것이다. 악질적인 인종 차별적 발언이다. 장막 뒤에서나 존재해야 할 극우 커뮤니티의 각종 음모론과 인신공격 등을 트럼프의 귓속에 집어넣는 게 바로 로라 루머라는 얘기가 공화당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 7월에는 해리스를 "약쟁이 매춘부(drug using prostitute)"라고 비난해서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루머는 그동안 인종 차별 및 혐오 조장 발언을 하도 많이 해서 다양한 플랫폼에서 쫓겨났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우버와 리프트(운송 서비스), 페이팔(결제), 벤모(송금)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강제 탈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해 X로 바꾼 뒤 트럼프와 루머 등의 계정을 되살려줬다. 루머는 X에서 12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상대로 극우 음모론과 인종 혐오를 전파하고 있다. 트럼프와 무슨 관계? 의심의 눈초리도... 대통령 선거가 석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 후보와 지근거리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모습이 사진으로 보도된다는 건 건 정치적으로 상당한 메시지를 지닌다. 그 사람이 '숨은 실세'라는 메시지를 주변 모두에게 줄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에서만 봐도, 대선 후보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그야말로 치열한 권력 싸움이 벌어진다. 아래 사진은 수지 와일스(Susie Wiles), 크리스 라시비타(Chris LaCivita)와 로라 루머가 함께 찍힌 것인데, 특히 많은 것을 시사한다. 9·11 기념일을 맞아 뉴욕의 소방관들을 만나는 트럼프를 기다리는 로라 루머(왼쪽에서 두 번째, 손에 휴대폰을 든 여성. 맨 왼쪽 은발 여성이 수지 와일스, 로라 루머 오른쪽의 폰 들여다보는 남성이 크리스 라시비타). 사진 : AP, 연합 수지 와일스와 크리스 라시비타는 트럼프 재선 선거캠프의 투톱이다. 선거운동의 메시지와 비용 집행, 조직 등 모든 실무를 총괄한다. 트럼프가 많은 실수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민주당에 위협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건 이 두 사람이 영리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선거운동 실무를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모들을 갑자기 내치거나 참모끼리 싸움 붙이는 걸 즐기는 트럼프지만, 이들과는 잡음을 빚은 적도 없다. 그만큼 신임이 두텁다고 알려져 있다. 로라 루머가 트럼프 유세 행사를 앞두고 이 두 사람과 함께 있다는 건, 그만큼 로라의 입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트럼프의 연설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트럼프가 총애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캠프 조직이나 경호원들이 다 잘 알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LIV골프 대회에서 함께 한 트럼프와 로라 루머, 지난해 8월. 사진 : 로라 루머 X 계정 그러다 보니 트럼프와 로라 루머 두 사람이 '로맨틱한 관계'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 시 영부인이 될 멜라니아는 같이 다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러 매체의 칼럼이 이 문제를 지적했다. 트럼프는 1990년대 초, 첫 부인 이바나와 이혼하고 무명 배우였던 말라 메이플스를 두 번째 부인으로 들일 때도 보란 듯이 이런 행실을 보인 적이 있다. 트럼프와 로라 둘 다 그런 개인적 관계는 없고 정치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관계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미디어의 시선이 쏠리는 건 사실이다. <피플> 등 대중지들이 로라 루머와 트럼프에 관해 기사를 실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이슬람혐오주의자" 로라 루머는 대학생 시절부터 보수 이념 신봉자였으며, 대학 언론과 각종 군소 매체들에서 함정취재와 탐사보도를 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가 우익 정치 인플루언서의 길로 나섰다. 유대계인 루머는 무슬림에 대한 적개심이 강하다. 스스로를 '친 백인 국수주의자'로 규정하며, '이슬람혐오주의자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트위터에선, 지중해를 건너다 익사한 난민이 그 해에만 2천 명을 넘었다는 글을 공유하면서 "좋아! (박수 이모티콘) 2천 명 더 가자!"라고 쓰기도 했다. 로라 루머 트위터(현 X) 캡처 루머는 제도권 정치 진입도 시도했다. 2020년 선거 때는 연방 하원의원 선거 본선에 나갔다. 트럼프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포함한 플로리다의 지역구에서 "이슬람은 인간성에 대한 암이다" 등 혐오 구호를 내걸어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는데,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패배했다. 2020년은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백악관을 내주던 선거였다. 루머는 2022년에도 하원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공화당 당내 경선을 뚫지 못했다. CNN은 로라 루머가 지난 2022년 한 행사장에서 유명한 극우 백인우월주의자 닉 푸엔테스와 건배하던 영상을 보도했다. 여기서 루머는 "공화당의 적대적 M&A를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한다. CNN 캡처 당시 공화당은 여전히 레이건-부시 스타일의 보수주의 정당이었다. 극우 인종주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가장한 포퓰리즘에는 선을 긋고 있었다. 그런 공화당을 '적대적 M&A' 하겠다는 건, 의회 입성을 통해 극우 이념을 실제 제도권 정치로 끌고 들어가겠다는 야심으로 보인다. 그녀는 트럼프를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로라 루머가 트럼프의 눈에 들게 된 건 트럼프가 대통령이던 시절인 2017년으로 알려졌다. 2017년 여름 뉴욕 센트럴파크 셰익스피어 연극제에서 <줄리어스 시저>가 상연됐다. 연출진은 트럼프 비판을 연극에 담아, 암살당하는 시저(카이사르) 역의 의상과 분장을 트럼프처럼 했다. 이때 공연을 보던 한 여성이 "이건 트럼프에 대한 정치적 폭력이다! 우익에 대한 정치적 폭력 정당화 중단하라!" 소리치며 공연을 중단시켜 유명해졌는데, 그게 바로 로라 루머였다. 2017년 문제의 <줄리어스 시저> 리허설 장면. 왼쪽에서 두 번째가 트럼프처럼 분장한 시저(카이사르) 역의 배우. 사진 : AP 2020년에 트럼프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포함한 지역구에서 루머가 하원의원 선거에 나섰을 때, 트럼프는 트위터 게시물로 루머를 응원했다. 루머는 2021년 이후만 따져도 9번 이상 마러라고 리조트로 트럼프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에는 대선 재도전에 나서면서 트럼프가 루머를 온라인 담당 참모로 선거캠프에 정식 채용하려 했으나 다른 측근들이 겨우 뜯어말렸다고 한다. 그 후에도 트럼프는 계속 루머를 가까이에 두었다. 루머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물어뜯는 등 트럼프의 '온라인 사냥개' 역할을 자임했다. 트럼프는 그런 그녀를 "용기 있는 여인",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람", "자기 생각이 뚜렷한, 자유로운 영혼" 등으로 두둔했다. 때로는 유세 집회에 모인 대중 앞에서 그녀를 칭찬했다. 지난 9월 15일 트럼프에 대한 또 한 차례의 암살 시도가 드러난 직후, 문제의 플로리다 골프장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 로라 루머. 사진 : AP, 연합 지난달 TV 토론 직후 그녀를 내치라는 후원자와 지지자들의 요구가 이어지자 트럼프는 '루머는 선대본부 일원이 아니고 자신은 그녀와 생각이 다르다'면서도 그녀를 내치지는 않겠다는 뜻을 담은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루머는 "나를 지지하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공격하고 음해하는 급진좌파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신물이 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다. 마가(MAGA) 내부 권력 투쟁? 여여 갈등? 공화당은 트럼프가 루머를 가까이 두는 게 여러 가지로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며 전전긍긍한다. 중도 표를 끌어와야 선거를 이길 수 있는데, 루머의 영향으로 트럼프가 극우적인 발언을 하거나 인터넷상의 음모론을 언급할 때마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급기야, 하원 공화당의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의원들 중에서도 가장 강경한 축으로 손꼽히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줄여서 MTG)이 로라 루머를 비판하고 나섰다. 남부 경합주인 조지아에서 지원 연설하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 사진 : 게티이미지, 연합 루머가 말하는 것들은 도가 지나쳤고 끔찍할 정도로 인종 차별적이며, 트럼프의 선거에 도움이 안 되고 마가(MAGA)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은 의회에서 가장 막무가내 강경파 트럼프주의자로 악명이 자자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어쨌든 다양한 유권자들로 구성된 선거구에서 선거를 치르고 입법의 성과를 내야 하는 제도권 정치인이다. "심지어" 마저리 테일러 그린마저도 루머를 비판한다는 게 미국 정가에서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상원 공화당에서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자이자 후원자를 자처해 온 린지 그레이엄 의원도 로라 루머는 "매우 독성이 강하다"며 비판에 나섰다. 평소 마저리 테일러 그린과 결이 맞지 않던 그는 "이번만은 내가 마저리와 동의해야겠다"며 루머 비판에 가세했다. 이에 대한 루머의 응수가 재미있다. "당신들은 트럼프 전용기 못 타는데 나는 타니까 부러워서 질투하는 거지?"라고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이다. "그녀는 증상일 뿐, (병의) 근원은 트럼프" 로라 루머를 트럼프로부터 떼어놓지 못하면 막판에 악재가 터져 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공화당에 퍼졌다. 루머는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 정도가 아니라 '아킬레스의 다리 통째로 그 자체'라든가, "그녀는 증상일 뿐 (병의) 근원은 트럼프"라는 표현도 칼럼에 등장했다. 문제는 트럼프 본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늘 극우파적 음모론과 허위 주장에 흥미를 느끼고 그런 걸 전파해서 분노와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를 해왔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오바마의 출생지는 미국이 아니다. 출마 자격이 없다"는 극우 일각의 음모론을 대중에 널리 퍼뜨린 것도 트럼프였다. 루머는 권력자가 좋아하는 것을 제공하면서 자기 이득을 취하는 주변 인물 중 하나에 불과하다. 루머의 존재를 둘러싼 논란은, 트럼프가 다음 달 5일 본선에서 승리할 경우 세계 최고 권력자 주변에서 어떤 사람들이 그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지 걱정되게 만든다. 루머와 같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생각에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친다면, 미국 내에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계 주민이나 한국인 학생 출장자 관광객 등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동맹국으로서의 대한민국도 피해가 없지 않을 것이다. 루머가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지 알려진 건 없지만, 좋은 소리를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디자인 : 최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