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된 뉴스는 이제 그만, 이슈의 맥락을 읽는 재미를 담았습니다. 나라가 비상상황에 처해 있다면 대통령은 헌법이 정한 권력분립의 틀을 넘어서 <비상대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그런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라 왕에 가깝지 않을까? 우리나라 정치 얘기인가 하시겠지만, 현대민주주의 공화국의 한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지금 제기되는 질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에선 '여기가 북한인 건가' 싶을 정도의 개인숭배와 심한 아부 행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가리키면서 왕이나 황제를 연상시키는 말도 서슴지 않고 있는데, 이게 미국 국내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서 걱정이다. "트럼프 생일을 공휴일로" 정식 법안 제출 미국 연방하원의원(공화당, 뉴욕 주) 클라우디아 테니(Claudia Tenney)가 지난 2월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을 연방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정식 법안을 제출했다. 6월 14일은 트럼프의 생일이자 '국기의 날(Flag Day)'이기도 한데, 이 날을 연방공휴일로 지정해 쉬자는 법안을 낸 것이다. 이 법안은 의안번호를 정식으로 부여받고 등록돼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의회 법안 사이트 캡처 테니 하원의원은 자신의 X 계정에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탄신일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돼 있는 것과 같이, 트럼프의 생일도 연방 공휴일로 기려야 한다고 썼다. 트럼프가 "미국의 황금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라는 게 테니 의원이 주장하는 이유다. 테니 의원이 낸 법안이 실제로 의회를 통과해서 트럼프의 생일날 전 미국이 쉬게 될까? 미국 주요 언론들은 그런 일이 전혀 없으리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각료 인선 등 이미 이에 못지않게 비상식적인 트럼프 정권의 조치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아무런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얼굴을 러시모어 산에 새기자" 우리나라에도 대통령이나 당 대표의 성을 따서 'X비어천가'로 불리는 아첨 행위가 있지만, 일명 '천조국'이라 하는 미국의 아첨은 그 스케일이 다르다. 미국 사우스다코타(South Dakota)주의 '러시모어 산(Mount Rushmore)'은 미국 역사에서 위대하다고 손꼽히는 대통령 4명의 얼굴을 거대한 암벽에 조각한 국가기념물이다.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테어도어 루스벨트, 그리고 링컨의 얼굴이 각각 18미터 크기로 새겨져 있다. 지난 1월 말, 한 연방하원의원이 이곳에 트럼프의 얼굴도 새겨 넣자는 법안을 제출했다. 사우스 다코타 주 러시모어 산. 사진=게티이미지 안나 폴리나 루나 하원의원(플로리다 주, 공화당)은 트럼프의 뛰어난 업적과 "그가 계속 이룰 성공"을 기리기 위해 러시모어 산에 트럼프의 얼굴을 새겨 넣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트럼프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의원도 그렇지만, 이들은 트럼프가 이제 막 2기 임기를 시작했음에도 트럼프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이미 끝난 것처럼 군다. 러시모어 산에 트럼프 얼굴을 새기자는 움직임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의 1기 임기 당시인 2019~2020년에도 추진됐다. 당시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지금 트럼프 2기 정부의 국토안보부 장관이다. 국가기념물 관리당국이 '현실적으로 한 명의 대통령을 더 넣을 공간이 없다'고 선을 그어, 러시모어 산에 트럼프의 얼굴이 새겨지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은 트럼프 개인숭배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맞춤형 3선 개헌안 지난 1월 말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3선에 도전할 수 있도록 헌법 수정안을 내겠다는 하원의원이 나오기도 했다. 테네시주의 앤디 오글레스 의원은 그런데, 자신이 내겠다는 헌법 수정안에 흥미로운 단서를 달았다. '중간에 한번 쉰 자는 3선 출마를 허용한다. 단, 연속으로 2번 대통령을 역임한 자는 3선 출마를 불허한다'는 거다. 카터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담소를 나누는 오바마와 트럼프. 지난 1월 9일, 게티이미지. 3선에 도전할 수 있는 전현직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트럼프와 오바마 2명뿐이다. 단서를 두지 않으면 오바마가 3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 오바마는 트럼프를 위협할 정도로 인기가 높고, 나이는 훨씬 더 젊다. 트럼프 지지자들 입장에선 죽 쒀서 개 주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그렇다고 헌법 수정안에 "트럼프는 되고 오바마는 안된다"고 특정인의 이름을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온 게 이런 꼼수 수정안이다. 개헌안은 상-하원 각각 ⅔ 찬성을 필요로 하므로, 이 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하원의원이 그걸 모를 리는 없다. 하원의원들이 아부에 앞장서는 이유 아부성 법안을 내는 정치인들이 주로 하원의원이라는 사실이 시사점을 준다. 하원의원은 앞으로 도전해야 할 선거가 많다. 권한도 더 크고 임기도 더 긴 상원의원을 노려야 되고, 주지사 선거도 도전해봐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후보가 되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은 '트럼프 1극체제'가 완성되어 있다. 경선에서 뭔가 해 보려면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니, 중도층이 혀를 찰 아부성 행위라도 거침없이 하는 것이다. 나를 밀어 올려 달라고. 어느 나라 정치에서 많이 보던 일이다. 반면, 트럼프 개인숭배성 법안에 공개적으로 브레이크를 걸거나 개인숭배 행위를 꾸짖는 중진 정치인은 찾아볼 수 없다. 트럼프 강성지지자들에게 '찍히면' 골치 아프기 때문이다.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어젠다에 따르지 않는 공화당 정치인의 좌표를 찍어 소셜미디어 공격을 퍼붓고, 때로는 실제로 신변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다음 선거 때 경선에서 떨어뜨리겠다는 협박은 기본이다. 문제가 많거나 자격미달인 각료 지명자들의 의회 인준 과정에서 이미 벌어진 일이다. '트럼프는 모든 것에 옳았다'고 쓴 모자를 들어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난 25일, 백악관 집무실. 사진=게티이미지. '선 넘는' 대통령 민주공화국의 헌법은 다양한 장치를 통해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한다. 그러지 않으면 왕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영국 왕이라는 전제군주를 상대로 독립전쟁을 벌이며 탄생한 나라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새 국가를 이끌 지도자의 권력이 영국 왕의 그것처럼 커지지 않도록 고민하며 견제와 균형의 장치를 만들었다. 트럼프는 대통령인 자신의 권력에 가해진 견제장치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3선'을 자꾸만 건드리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도 법이 정한 틀을 넘어서려는 경향을 보인다. 트럼프는 자신이 국가의 CEO이므로, 민간기업의 CEO가 자신의 회사에 대해서 하는 것처럼 국가의 일에 대해 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에게 선물 받은 전기톱을 휘두르며 포효하는 일론 머스크. 지난달 10일, 보수정치콘퍼런스 CPAC현장.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를 내세워 일부 정부부처나 기관을 사실상 폐지하는 일이 그렇다. 트럼프의 명을 받아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이른바 '정부효율부'는 사실 정식 정부부처가 아니다. 설치 근거 법이 없다. 약칭인 '도지(DOGE)' 또한 정식 명칭이 아니다. 법적인 신분도 모호한 DOGE 소속 인원들은 정부 각 부처를 협박하다시피 해서 인사자료나 자금출납 기록, 전산시스템 관리자권한을 넘겨받아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의회가 지출을 의결한 항목에 대해서도 자의적 판단으로 지출을 막아버린다. 이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대통령이 허락했다"는 것인데, 그런 대통령의 허락마저도 헌법이 보장한 의회의 권능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왕 만세!...스스로 올린 게시물 급기야 트럼프는 스스로를 '왕'이라 칭하기에 이르렀다. 뉴욕주가 맨해튼 중심부로 진입하는 차량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연방 대통령으로서 취소시킨 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이런 문장을 올렸다. "혼잡통행료는 이제 죽었고, 맨해튼과 모든 뉴욕이 구원을 받았다. 왕 만세" 백악관 공식 X계정은 한술 더 떴다. "왕 만세!"라는 트럼프의 포스팅을 인용하는 동시에, 왕관 쓴 트럼프의 모습에 "왕 만세!"라는 문구를 적어 타임 지 표지처럼 만든 이미지를 업로드한 것이다. '트럼프 왕 만세' 이미지를 업로드한 백악관 X계정. 트럼프가 자신을 '공화국의 대통령' 이상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징후는 또 다른 소셜 게시물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지난 15일 '트루스 소셜'에 트럼프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하는 일은 불법이 될 수 없다("He who saves his Country does not violate any Law)"고 썼다. '나라가 너무 심하게 망가져 있고, 세계가 미국을 너무나 오래 벗겨먹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을 고치려고 애쓰다 보면 무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게 불법이 될 순 없다'는 생각을 담은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법이 정한 절차와 한계를 따라서 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공화정의 기본 원칙이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하는 일은 불법이 될 수 없다"는 건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이 했던 말이다. 트럼프가 스스로를 황제적 존재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일었다. 트럼프는 로마 황제? 지난달 열린 CPAC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보수우파 정치행사로 꼽힌다. 여기에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카이사르에 빗대는 이미지를 들고 참석했다. 카이사르(일명 '시저')는 이탈리아 반도 밖으로 로마의 강역을 넓힌 정복자였지만, 로마 '공화국'의 집정관이었다. 집정관은 원로원의 뜻을 받아 집행하는 자리였고, (현대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독재자가 될 수 없도록 다양한 견제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카이사르는 넓어진 로마를 효율적으로 다스리는 데에 그러한 공화정 체제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해, 새로운 체제 - 즉 '제정'으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공화주의자들에게 암살당했고, 그의 양아들이 로마의 첫 황제가 되어 제국시대를 연다.) 보수정치 최대 콘퍼런스 CPAC 현장 곳곳에 세워진 '트럼프 3선 프로젝트' 이미지. "(다음 대선이 열리는) 2028년과 그 이후를 위해"라 적었고, 트럼프를 로마의 카이사르처럼 그려놓았다. 소셜미디어 '블루스카이' 캡처. 트럼프를 카이사르에 비유한 지지자들의 모임 이름은 '3선 프로젝트'다. 트럼프 3선은 단지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제정시대'의 서막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를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모토는 "2028년과 그 이후를 위해서"다. 트럼프가 나라 밖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과거 제국주의 열강들의 황제가 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모든 국가는 크든 작든 국제법적으로 같은 권리를 지니며 국경을 무력으로 침범당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무시한다. 트럼프와 마주 앉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논의할 수 있는 상대는 결국 같은 레벨의 제국을 이끄는 러시아의 푸틴뿐이다. 지난 주말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트럼프 '황제'시대의 외교가 어떤 양상으로 벌어지는지를 TV 화면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어떤 나라도 우크라이나의 처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너희 나라를 구해주는 대통령께 감사하다고 해라'고 젤렌스키를 윽박지르는 부통령 J.D밴스, '양복 입고 오지 않은 건 미국에 대한 무례 아니냐'고 묻는 친트럼프 유튜버를 보라. (질문한 사람은 친트럼프 유튜브채널 Real America's Voice 진행자인 글렌 브라이언이다). 이는 미국 국내적으로 트럼프를 왕처럼 받드는 충성경쟁이 외교무대에서는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뉴욕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트럼프를 옛 로마 제국 칼리굴라 황제에 비유했다. 칼리굴라는 자신의 말(馬, horse)을 집정관으로 임명했으며, "기억하시라. 나는 누구에게든 어떤 행동이든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이라고 말한 무소불위의 전제군주였다. NYT 모린 다우드의 칼럼 이미지. 지난 주말 백악관에서 봉변을 당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모린 다우드의 말뜻을 뼛속 깊이 느꼈을 것이다. 그에 앞서 캐나다 총리, 멕시코 대통령, 파나마 대통령, 가자지구 사람들 등 다수가 트럼프 말 한마디에 나라가 휘청거리는 쓴맛을 봤다. 우리나라 온라인에서는 이미 트럼프를 황제에 빗대 '트황상' 또는 '트력제'라 부른다. 그런 트럼프가 유럽 문제를 다루는 것과 같은 접근법으로 동아시아를 대할 경우, 중국과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은 큰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젤렌스키가 진땀을 흘리던 백악관 응접실에 앉은 한국 대통령은 어떤 시험을 치르게 될까.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오늘(16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위원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더 이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습니다. 한동훈 대표의 사퇴는 7·2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입니다. 무슨 상황인데? 한동훈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또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며 다시 한번 허리를 숙였습니다. 이어 "그런 마음을 생각하며 탄핵이 아닌 (...)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며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은 3일 밤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며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우리가 부정 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 같은 극단주의자들에게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대표는 "그날 밤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다음 날 아침부터 거리로 나온 우리 시민과 젊은 군인들 사이에 유혈 사태가 벌어졌을 수도 있다"며 "그날 밤 저는 그런 일을 막지 못할까 봐 너무나도 두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위대한 이 나라와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탄핵안에 찬성한 한동훈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를 향한 '책임론'이 빗발쳤습니다. 친윤(친윤석열)계와 대구·경북(TK)·중진 의원 등 당 주류는 일요일인 어제(15일) 한 대표와 일부 친한계 인사를 '배신자'로 부르며 비판 수위를 높였습니다. 김승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중한 사안에 대해 민주당은 증거 자료라고는 63건의 언론 보도만을 첨부해서 대통령은 물론 여당의 원내대표, 다수의 국무위원까지 내란죄로 단정적으로 몰고 가는 인민재판식 소추안을 밀어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일대오'가 아닌 배신자가 속출하는 자중지란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드려 당원과 지지자분들께는 얼굴을 들 수없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썼습니다. 권영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탄핵에 앞장선 배신자 한동훈은 더 이상 우리 당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당 대표직에서 당장 물러나게 하고, 당을 신속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이상휘 의원은 한 대표를 겨냥해 "범죄자에게 희열을 안긴 이기주의자와는 함께 할 수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유영하 의원은 찬성 투표한 당내 의원을 향해 "의총을 열어 결정한 당론이 애들 장난인가. 쥐새끼마냥 아무 말 없이 당론을 따를 것처럼 해놓고 그렇게 뒤통수치면 영원히 (뒤통수) 쳐질 줄 알았느냐"며 "떳떳하게 커밍아웃해라. 그대들의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적었다가 '쥐새끼' 표현은 삭제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도 한 친윤계 의원은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겨냥해 "자해 정치를 하는 이재명과 민주당 부역자들은 덜어내자"며 "108명이란 숫자도 의미 없어졌다. 90명이라도 똘똘 뭉쳐 새로운 희망의 작은 불씨라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모두 사퇴하면서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해체됐습니다.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과 진종오 청년최고위원까지 사퇴하면서 한동훈 대표는 더 이상 대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반론도 나왔습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페이스북에서 "탄핵 가결되었으면, 탄핵 반대를 끝까지 주장한 친윤 중진들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상식에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제 국민의힘이 '계엄 옹호 정당', '부정 선거충 정당'으로 낙인찍히게 되었다면서 "민심을 거스른 역사의 오점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속하게 계엄 작전하듯 당 대표 축출에 나서는 우리 당 중진들과 선출직 최고위원의 작태는 우리 당에 희망의 불씨까지 날려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국민의힘이 "또다시 탄핵 반대와 대통령 보호만을 외치며 '계엄 대통령'과 함께 민심의 쓰나미에 휩쓸려가는 길을 택하고 있"다면서, "그 와중에 태극기 보수와 부정 선거 우파에만 의지해 스스로 '패배 연합'의 길로 들어가고 있다. 이제 시작될 2024년 '계엄의 강'은 훨씬 더 깊고 거셀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한 걸음 더 국민의힘은 일단 친윤계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아 임시로 지휘하게 됩니다. 이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을 전망입니다. 이 경우 비대위원장 임명권은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 대표 권한대행이 행사합니다. 과거 비대위는 통상 3∼6개월 동안 비상 상황을 수습하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을 파면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어, 별도의 지도부를 구성하지 않은 채 차기 대선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체제로 직행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한동훈 대표의 대권 도전 가능성이 살아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사진 : 연합뉴스
파편화된 뉴스는 이제 그만, 이슈의 맥락을 읽는 재미를 담았습니다. 뉴욕 한복판에서 영화 같은 총격 살해극이 벌어졌다. 흔히 '뉴욕에서'라고 보도되는 총격 사건들 중에는 외곽 우범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 적지 않다. 이 사건은 달랐다. 정말로 맨해튼 비즈니스 구역 한복판, 기업인과 관광객들의 통행이 많은 곳이었다. 처음에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피해자의 신원이 알려진 뒤였다. 총을 맞고 숨진 사람은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보험 부문의 CEO. 대표적 '민영 의료' 국가인 미국의 최대 의료보험회사 최고경영자였다. 지난 4일 새벽, 용의자가 총을 쏘는 장면. 사진 : 뉴욕경찰(NYPD) 제공, 로이터·연합 온라인에선 피해자를 애도하고 안타까워하는 게 아니라, '죽을 만했네', '사필귀정', '너도 당해봐야 한다'는 식의 반응이 확산됐다. 한 프리랜서 언론인은 '기쁨을 느꼈다'고 말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뉴욕경찰(NYPD)이 살해 용의자의 CC-TV를 공개한 뒤에는 총격범을 영웅시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를 현대판 로빈훗이나 현실판 배트맨이라도 되는 것처럼 추어올리는 게시물이 소셜미디어에 넘쳐났고, 수만 달러의 모금액이 답지했다. 도피 중 패스트푸드점에 들른 그를 경찰에 신고한 사람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어쩌다가 미국이 살인자를 영웅시하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사회가 됐느냐는 개탄이 나오는 한편으로, 미국의 의료체계가 얼마나 망가져 있으면 대중이 그런 반응을 보이겠냐는 분노한 목소리가 넘친다. 왜 하필 그 회사 CEO가 목표물이 됐을까 브라이언 톰슨(50)은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대표다. 그는 지난 4일 수요일 오전 6시40분쯤, 주주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맨해튼 미드타운 힐튼호텔에 가다가 호텔 앞길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록펠러센터 등이 가까운 곳이었다. 피살된 브라이언 톰슨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보험 부문 CEO. 사진 : AP, 연합 회사 측은 미네소타주 본사에 조기를 게양하는 한편, 페이스북 계정에 톰슨을 추모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거기엔 이틀 만에 8만 2천 개의 반응이 달렸다. 그중 7만 6천 개가 '웃겨요'였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후 회사 측은 해당 추모 게시물에 대한 반응 숫자를 볼 수 없도록 조치했다. 해당 보험사 측의 추모 게시물. 지금은 '웃겨요' 이모티콘만 보일 뿐이다. 브라이언 톰슨이 유나이티드헬스의 보험 부문 CEO로 임명된 건 2021년이다. 그가 경영을 맡은 뒤 이 회사의 이익은 같은 해 120억 달러(약 17조 원)에서 지난해 160억 달러(약 23조 원)로 증가했다. 지난해 보험 부문에서 기록한 매출만 해도 2천810억 달러(약 398조 원)에 달했다. 가입자에게서는 돈을 더 거두고, 청구가 들어왔을 때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깎거나 지급을 거절한 덕분에 회사에 이익이 쌓인 것이다. 유나티이트헬스의 보험 지급 거부율은 33%로 가장 높다. 다른 의료보험사들의 거부율은 20%대거나 그 이하다. 치료받기 전에 보험사에 미리 허락을 받지 않았다, 치료를 한 병원이나 의사가 자신들과 계약되어 있지 않은 곳이다 등등, 보험금 지급 거절의 이유는 다양하다. 그로 인해 의료비 부담으로 가계가 파산하거나 아예 목숨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아 대중의 원성이 쌓였다. 조기를 게양한 유타이티드헬스케어 본사(미네소타주 소재). 사진 : 게티이미지 레딧(Reddit), 스레드(Threads), X 등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소셜미디어에는 의료 소비자들의 보험사에 대한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LA의 딘 피터슨은 스레드에 이런 글을 올렸다. "유나이티드는 그들이 사전 승인했던 심장 수술에 대해 14만 3천 달러(한화 2억 600만 원)를 청구했다. 그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나는 2년을 싸워야 했고 그동안 내 신용점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워싱턴포스트가 내 사례를 기사로 다룬 뒤에야 해결됐다." 소아암 환자들의 이마에 의료보험사들의 지급 거부 전략을 의미하는 단어들을 써넣은 거리 벽화, 시애틀. 사진 : 로이터, 연합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노인들이 상해나 질병 치료 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비에 대한 유나이티드헬스의 지급 거절이 2020년 10.9%에서 2022년 22.7%로 늘었다. 전문적 요양시설 입원 치료에 대한 지급 거절은 2022년 12.6%였는데 이는 2020년 대비 9배나 늘어난 것이며, 애트나(Aetna) 휴마나(Humana) 등 다른 보험사들도 패턴이 비슷하다고 WP는 보도했다. 이런 과정에서 유나이티드헬스 등 보험사들은 불완전한 AI와 오류가 많은 알고리즘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민사소송에서 제기됐다. 수술 중에 시간 넘기면 그때부턴 마취 풀려도 참으라고? 이번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보험금 지급을 줄이려는 또다른 보험사의 꼼수가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앤섬 블루크로스 블루쉴드(이하 앤섬으로 약칭)는 내년 2월부터 뉴욕, 코네티컷 등 일부 주에서 수술 중 마취에 대해 일정 시간까지만 보험 커버를 해주겠다는 정책을 조용히 내놨다. 마취과 의사들이 청구하는 액수가 너무 많다는 게 이유였다. 앤섬 보험 측의 부당한 조치를 막겠다는 뉴욕 주지사의 소셜 게시물. X 캡처 그러자 의사들과 환자단체 등이 격렬히 반발했다. 수술을 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로 길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한데, 그럼 수술하다 말고 마취를 중단하란 말이냐는 것이다. 뉴욕 주지사 등 정치권까지 나서서 보험사를 맹비난했다. 결국 앤섬 측은 지난 5일, 해당 방침을 철회했다. 브라이언 톰슨 유나이티드헬스 CEO가 총을 맞고 숨진 다음 날이었다. 명문대 출신의 '금수저 훈남'... 대중 놀라게 한 범인의 정체 총격 살해 용의자로 체포된 루이지 만조니(26). 그는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한 사립고등학교를 수석졸업했고, 아이비리그 대학인 펜실베이니아대(유펜)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집안은 볼티모어 일대에 골프장을 여러 개 소유한 부동산 재벌이다. 배경만 보면, 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해 큰 부를 이루거나 집안 사업을 물려받아 트럼프처럼 부자가 될 수도 있는 금수저 청년이었던 것이다. 법정에 들어가며 기자들에게 외치는 루이지 만조니, 지난 10일, 펜실베이니아. 사진 : 로이터, 연합 언제부터인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2022년에는 하와이에 머물며 서핑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는데, 그때 무리해서 허리가 더 나빠졌고 2023년에는 수술을 받았는데도 낫지 않았다고 한다. 통증이 심해지면 며칠씩 두문불출하는 생활을 반복하다, 6개월 전부터는 가족 친척은 물론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그의 어머니는 사건 발생 며칠 전, 샌프란시스코 경찰에 아들 실종 신고를 냈다. 체포 당시 만조니의 배낭에는 범행 동기를 담은 선언문이 있었다. 선언문에서 그는 "갈등과 트라우마를 일으킨 것을 사과하지만, 해야만 할 일이었다"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의료비를 지출하면서도 제대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일찍 죽는데, 이는 기업들의 지나친 이윤 추구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가 쏜 총알의 탄피에는 Defend(방어), Deny(부인) 등의 단어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 단어들은 미국 의료보험 산업을 파헤친 2010년 책 <지연, 부인, 방어: 보험사들은 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가,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연상시킨다. 미국 의료보험 산업의 영업 비밀을 파헤친 2010년 발행 도서. 루이지 만조니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캡처 남플로리다대학의 범죄학 교수 브리아나 폭스는, 만조니가 스스로를 "사람들을 대변해 정의를 구현하는 배트맨 타입의 인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CNN에 말했다. 총격범 영웅시하는 대중... 급기야 '기쁨 느꼈다'까지 루이지 만조니가 자경단식 정의 구현에 나선 것이라고 보는 대중은 그를 영웅으로 추어올리는 분위기다. 온라인에는 #FreeLuigi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봇물을 이루고, "그가 유죄라면 핫한 죄뿐"이라는 식의 글도 많다. 범죄 및 도주 과정에서 CC-TV에 찍힌 그가 입은 아우터 자켓은 메이시 백화점 온라인에서 수백 벌이 팔리며 완판됐다. 범행 후 도주하다 CC-TV에 찍힌 루이지 만조니의 모습. 뉴욕경찰 배포 그의 얼굴 이미지를 넣은 티셔츠를 만들어 파는 업자들도 많다. '프리 루이지' 해시태그를 단 티셔츠. 23달러에 팔리고 있다. 모금 사이트 '기프 펀드 고'에는 루이지 만조니의 법률 비용을 지원하자는 모금 캠페인이 올라왔는데, 사흘 만에 7만 달러가 넘는 돈이 모였다. (20만 달러를 목표액으로 진행 중이다.) 전 뉴욕타임스(NYT) 기자이자 전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였던 테일러 로렌즈(Taylor Lorenz)는 유명한 방송 진행자 피어스 모건과의 인터뷰 <Uncensored (심의되지 않은)>에서, 루이지 만조니의 범행을 보고 '기쁨(Joy)'을 느꼈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로렌즈가 "불행하게도, 다른 많은 미국인들과 함께 기쁨을 느꼈다"고 말하자 피어스 모건은 "사람이 처형당하듯 죽었는데, 그게 말이 되는 반응이냐"고 반발했다. 로렌즈는 "탐욕스러운 보험회사 경영진들이 미국인들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그들을 죽게 만들고 있지 않느냐"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녀는, 보험사 경영진들이 모두 죽어 마땅하다는 건 아니지만 이번 사건이 의료보험 체계 문제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로렌즈는 이미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에 <우리는 왜 보험사 경영진들이 죽기를 바라는가("why 'we' want insurance executives dead.")>라는 글을 써서 논란을 일으킨 상태였다. "계급의 배신자"... 신고자에 대한 비난 폭주 루이지 만조니를 경찰에 신고한 사람에 대한 비난 여론도 폭주했다. (만조니는 도주 중 펜실베이니아의 한 맥도널드 점포에서 식사를 하다가 직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X 등 소셜미디어에선 신고자를 "계급의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글이 돌아다녔다. 구글 지도에는 해당 맥도널드 점포에 "쥐가 들끓는다"라거나 "마약 먹은 사람이 일하는 곳"이라는 등의 악플이 달리고 평점 테러가 벌어져, 구글 측이 문제 리뷰들을 삭제하는 조치에 나서야 했다. "부패한 보험사 CEO들 사라져야"라고 쓴 팻말을 든 1인 시위자. 루이지 만조니가 체포된 맥도널드 점포 앞이다. 지난 10일. 사진 : EPA, 연합 이런 분위기는 반민주적이고 반문명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식층의 고급 교양지 <뉴요커>는 "사람이 총을 맞고 죽었는데 그게 웃을 일이냐"며 칼럼을 썼다. 만조니가 체포된 펜실베이니아주의 주지사인 조시 샤피로도 신고자 보호에 나섰다. 한때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할 민주당 차기 주자로 유력시되기도 했던 그는, 이유 있는 분노라도 선을 넘으면 광기가 된다는 취지로 대중의 자제를 호소했다. 샤피로 주지사는 지난 9일, 만조니가 검거된 타운을 찾아 연설하면서 "온라인의 어두운 구석에서, 이 살인자가 영웅으로 받들어진다. 하지만 그는 영웅이 아니다. 진정한 영웅은 오늘 아침 맥도널드에서 911에 신고 전화를 건 사람이다"라고 강조했다. 만조니 검거에 대해 연설하는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지난 9일. 사진 : AP, 연합 그는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를 해결하거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서 사람을 죽여선 안 된다. 사람들이 우리의 헬스케어 시스템에 대해 갖고 있는 진정한 좌절을 이해한다. 그러나 불법 유령 총기를 이용해 사람을 죽이는 그런 행위를 관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문명화된 사회라면 그렇다. 이념을 강하게 신봉하는 사람이 자경단식 정의 구현에 나설 때, 우리 모두는 덜 안전해진다." 망가진 미국 의료 체계, 수술 가능할까 미국은 국가 전체적인 의료비 지출(healthcare spending)의 GDP 대비 비율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해당 비율이 미국은 17.8%, 유럽 국가들은 10%대 초반, 한국은 8.8%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80.4세)보다 3살 낮다(77세). 한국은 83.5세다. 미국 의료 체계의 난맥상과 비효율성은 미국인들도 수십 년째 얘기하지만 딱히 손을 못 대고 있는 골치 아픈 문제다. 의료보험이라는 게 없던 상태에서 국가 주도로 도입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의료보험은 처음부터 민간에서 상업적으로 성장한 데다 공적 보험에 대한 사람들의 사회적 문화적 관념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손을 쓰지 않으면 사람들의 분노가 쌓이게 되고, 결국 쌓인 분노는 폭력적으로 폭발하게 된다는 걸 이번 사건이 경고한다. 또 다른 지식층 교양지 <디 애틀랜틱>은 이번 사건과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유혈에 이미 익숙해진 사회'를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디자인: 최혜지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의 김현태 단장(대령)이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707은 전시에 적국 수뇌부 참수 작전에 투입되는 최정예 엘리트 특수부대입니다. 신원이 기밀에 해당하는 김 단장은 마스크나 선글라스 없이 나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고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오늘(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국방부 청사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들 앞에 선 김현태 단장은 "저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이다. 부대원들을 사지로 몰았다"면서 "부대원들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뿐"이라며 울먹였습니다. 그는 "707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며 "어떠한 법적인 책임이 따르더라도 모두 제가 책임지겠다", "민주주의 법치주의 국가의 군인으로서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하고 스스로 죄를 물어 사랑하는 군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계엄 선포 직후 특수부대 국회 투입 상황에 관해 추가적인 사실들을 공개했습니다. 이 내용에 따르면,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신속하게 저지하려는 목적이 분명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 국회 투입, 어떤 상황이었나 김현태 707특임단장은, 국회 투입 당시 국회의사당과 국회의원회관 등 2개 건물 봉쇄 지시를 받았고, 국회 구조를 몰라서 "티맵을 켜서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단장은, "1∼2분 간격으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한테서) 전화가 왔고, '국회의원이 (의사당 안에)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고 한다. 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뉘앙스였다"고 전했습니다. 국회의원 숫자와 관련된 언급은 4일 오전 0시에서 0시 30분 사이 들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김 단장은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우려했던 것 같다"며 "(사령관이) '의원이 늘고 있다, 150명 넘으면 안 된다, 진입이 되느냐'고 물으셔서 저는 '진입이 어렵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는 '의원 150명 지시'에 대해 "사령관이 말했고, 김용현 전 장관이 지시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단장은 "계엄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계엄 상황에서 국회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잘 몰랐다"며 "저를 제지하는 관계자들에게 '계엄사령부 지시를 받고 왔다. 계엄사령부로 항의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몰라서 행동했지만, 모르는 것 또한 제 책임이라 생각하고 부대원들을 내란죄가 될 수 있는 위험에 빠뜨린 것에 사죄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단장은 "제가 국회 안에서 길을 헤맬 때 안규백 의원이 오고 있었다. 의원은 저를 모르지만 저는 (국회 국방위원인) 그분을 알았다"며 "인사를 드릴 순 없었지만, 의원이 지나갈 때 몸을 피해서 비켜드렸다. 만약 제가 의원을 끌어내거나 잡으라고 했다면 제가 안 의원에 대해 어떤 조치를 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걸음 더 - 검찰 특수본, 군 고위 장성 소환조사 본격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당시 상황에 관여한 군 고위 장성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고 있습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어제(8일) 정진팔 합동참모차장(중장)과 이상현 1공수여단장(준장)을 불러 조사했습니다. 정 중장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직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임명한 인물입니다. 1공수여단은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로 출동한 2개 대대 중 하나입니다. 이상현 1공수여단장(준장)은 사태 당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으로부터 "의결을 앞둔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상부 전화를 받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국회의원·보좌관들과 대치 중인 상황을 보고받은 뒤 부대를 뒤로 물리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검찰은 또, 어제 오후 6시쯤부터 오늘(9일) 새벽 2시쯤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참고인으로 소환조사했습니다. 박안수 육참총장은 지난 3일 밤 계엄 발표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인물입니다. 검찰은 박 총장을 상대로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해 누구로부터 어떤 지시·명령을 받았는지, 포고령 배포와 계엄군 투입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조사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앞서 그의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 다지기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 시한을 고려해, 군 장성들 각자에게 고발 등을 통해 적용된 혐의 여부와 상관없이 우선 김용현 전 장관 사건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는 것입니다. 현직 군인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군검찰과 업무 분장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지난 6일 새벽 1시 30분부터 6시간여 동안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내란과 직권남용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뒤 긴급체포했습니다. 검찰은 체포 후 48시간 이내인 오는 10일(내일, 화요일) 아침까지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합니다. 새벽 출석한 점을 고려하면 체포를 포함한 구금 시한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기 위해 통상 관례에 비춰볼 때 오늘 늦게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진 : 연합뉴스
파편화된 뉴스는 이제 그만, 이슈의 맥락을 읽는 재미를 담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부터 자신의 전매특허 공약인 대중 압박의 시동을 걸었다. 외교안보 라인에 대중 강경파들을 포진시킨 데 이어, 중국에 대한 관세 강화 방침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밝혔다. 전 세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미국 차기 권력 핵심부의 동향을 파악하고 자신들의 논리를 설파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조차 트럼프 당선인에게 좋은 소리 못 듣는 마당에, 중국은 그래도 나름의 믿을 구석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다. 트럼프의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의 마러라고 자택에 거의 살다시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내각 인선 등 정권 인수 여러 부문에 거침없이 의견을 개진해, 트럼프의 다른 측근이나 후원자들로부터 '공동 대통령이냐'는 볼멘소리를 듣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스페이스X의 대형 로켓 '스페이스쉽' 발사를 지켜보는 머스크와 트럼프, 지난 19일, 텍사스 브라운스빌, 사진 : 게티이미지 그런 머스크가 트럼프만큼이나 조심스러워하는 대상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테슬라가 지금의 위용을 갖추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해줘야 하는 생산기지이자 시장이기 때문이다. 머스크와 중국은 지금까지 일종의 윈-윈 관계였다. 전기차 회사지만 정작 자동차 생산이 제대로 안 돼 고충이 많았던 테슬라의 고민을 중국이 해결해 줬고, 엄청난 현금 수입과 거대 시장도 제공해 줬다. 대신 중국은 테슬라라는 '메기'를 끌어들여 자국 자동차 산업과 이차전지 산업을 일으켰고, 이제 중국 전기차는 세계 시장에서 테슬라의 강력한 도전자로 대두되고 있다. 머스크는 아직 중국에서 얻어내야 할 게 많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능을 테슬라 차량이 중국 내에서 쓸 수 있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나 터널 굴착 등의 분야에선 중국 기업들과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을 더 세게 밀어줄수록 머스크는 타격을 입는다.) 이런 처지의 머스크에 대해, 중국 공산당은 트럼프와의 사이에서 중재역을 맡아줄 거란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틱톡 등 다른 중국 기업들도 머스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미국 내에서는, 그런 기대를 머스크가 받고 있다는 자체가 안보 위협 요인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머스크가 중국 편을 표나게 들었다간 트럼프 측근이 아니라 트럼프 본인에게 찍힐 위험도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먼저, 이방원의 시조에 나오는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힌 테슬라와 중국의 관계부터 짚어보자. 자동차 못 만드는 자동차 회사, 중국 공장 덕에 살아나다 2010년대 중반까지, 테슬라는 제대로 된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에 애를 먹었다. 이음매가 제대로 안 맞는다든지 하는 기초적 수준의 불량이 드물지 않아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비웃음을 사곤 했다. 속이 타는 일론 머스크는 직원들을 심하게 다그쳤고, 그러다가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노동-안전 규제 당국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개발비는 많이 들어갔는데 차를 충분히 만들어 팔지를 못하니 회사에 자금도 말라갔다. 일론 머스크 본인도 신경쇠약에 이를 정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시장과 언론에선 테슬라가 결국 파산할 운명이라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가 되어 준 것이 바로 중국이었다. 낮은 인건비에 높은 품질의 제조가 가능한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면 생산의 병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었다. 마침 중국도 테슬라와 같은 존재를 필요로 했다. 2010년대 중국의 대기 오염은 심각 그 자체였다. 당시 우리나라까지 넘어오던 엄청난 초미세먼지의 덩어리를 독자 여러분도 기억하실 것이다. 중국 베이징을 뒤덮은 스모그(초미세먼지), 2016년 12월, 사진 : 게티이미지 중국 당국은 대기 오염을 경감하고 제조업 수준도 끌어올려 줄 묘안으로 전기차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었다. 당시 중국에 전기차 산업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소규모 업체가 난립한 상태에서 출혈 경쟁만 하니 품질은 올라가지 않고 국가 전체적으로 자금과 자원의 낭비도 심했다. 중국으로선 판을 흔들어줄 '메기'가 필요했는데, 마침 테슬라가 공장 건립을 희망해 온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상하이에 테슬라 공장 건립을 추진할 때 중국 측 카운터파트였던 사람은 상하이 공산당 서기인 리창(Li Qiang)이었다. 2019년 1월, 드디어 공장 터의 땅을 파면서 일론 머스크는 리창에게 2년 안에 차를 생산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미국이라면 말도 안 될 빠른 스케줄이다. 그런데 놀란 건 머스크였다고 한다. 리창이 "1년 안에 된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1월, 상하이 공장은 테슬라 차량을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첫 출하된 차량을 공개하는 행사에서, 너무나 기뻤던 머스크는 사회자 요구에 덩실덩실 춤까지 췄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테슬라의 중국 공장은 머스크에게 엄청난 효자 노릇을 했다. 전 세계적 공급망 교란으로 판매할 차가 부족해 생산만 하면 돈을 긁어모을 수 있었던 그때, 캘리포니아 공장은 정부 명령에 따라 수개월간 문을 닫아야 했다. (이 경험은 머스크가 미국 민주당에 환멸을 느끼고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머스크는 테슬라 본사도 민주당이 장악한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로 옮겨버렸다.) 반면 중국 공산당은 그 엄혹한 제로코로나 봉쇄 속에서도 테슬라 상하이 공장만은 2주만 문을 닫고 나머지 기간엔 가동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줬다. 당시 머스크는 "중국 최고!", "똑똑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기까지 한다"며 중국 칭찬을 입에 달고 다녔다. 상하이 공장, 이른바 '기가팩토리'는 연간 95만 대 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테슬라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며, 그 1/3이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위용, 2021년, 사진 : 게티이미지 중국을 생산 거점으로 만들어 큰 재미를 본 테슬라는 연간 1만 개 메가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신규 공장을 상하이에 건설 중이며, 미국 네바다주에서 생산하는 일부 모델에 필요한 배터리팩을 최근까지 중국에서 수입했다. 중국, 환경 규제 신설해 테슬라에 현금도 몰아줬다 일론 머스크가 상하이 공장 건립을 위해 중국과 협상하던 2010년대 후반, 그가 가장 중시했던 전제조건은 중국에 한 가지 법 제도를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었다. 그건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환경 규제를 모델로 한 친환경 크레딧 거래 제도였다. 이는 일종의 오염배출권 거래 시스템이다.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친환경 차량 판매 비중이 미진한 기업이 친환경 차량을 많이 판 기업으로부터 크레딧을 사야 하는 방식이다. 테슬라는 2016년 당시 개당 5천 달러인 크레딧 5만 2천 개를 도요타 등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 판매해 2억 6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크레딧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은 총 40억 달러가 넘는다고 뉴욕타임스는 추산했다. 이 돈은 특히 테슬라가 대량 생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던 초창기에 생명줄 역할을 했다. 끝없이 펼쳐진 테슬라 기가팩토리, 2021년 상하이, 사진 : 게티이미지 일론 머스크는 이와 똑같은 환경 규제를 중국이 도입해 줄 것을 상하이 공장 건설의 전제조건으로 걸었다. 당시 캘리포니아의 제리 브라운 주지사와 민주당, 그리고 환경운동단체들도 '미국식 환경 보호 모델의 수출'이라는 점에서 일론 머스크를 전폭 지원했다. 그 결과, 2017년에 중국은 캘리포니아 규제와 같은 방식의 오염배출권 거래 제도를 도입한다. 테슬라는 수년 만에 이 제도로 중국에서만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한다. 테슬라는 곧 시가총액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로 발돋움했고 2021년, 일론 머스크는 세계 최대 부자가 되었다. 중국 덕분이었다. 중국은 바보 아냐... '메기 효과' 톡톡히 봤다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 팩토리'는 외국 기업이 중국 측과 합작 투자를 하지 않고 단독으로 소유한 최초의 케이스다. (현대차나 폭스바겐 같은 외국 기업들은 모두 중국 측과 합작 투자를 해야만 했다.) 중국 은행들은 테슬라에 15억 달러에 이르는 저리 자금을 대출해 줬다. 당국은 특혜 세율을 적용해 줬다. 중국은 무슨 생각으로 미국 기업인 테슬라에게 엄청난 특혜를 줬을까. 산업적 연관 효과와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을 업그레이드함에 있어서, 내연기관 시대를 뛰어넘어 신재생에너지차 시대로 직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삼성, LG 등 한국 기업들이 아날로그 브라운관 TV로는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지만 디지털 평판 TV 시대로 이행하면서 추월했던 사례를 생각해 보면 된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산업 전환을 위해 테슬라와 같은 외부 강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자국 기업들의 질적 향상과 생존 경쟁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른바 '메기 효과'를 노린 것이다. 베이징 모터쇼의 CATL 전시관, 올해 5월, 사진 : AFP, 연합 중국 당국의 전략은 적중했다. 우선, 테슬라에 납품하기 위한 공급망이 육성돼 그 자체로 거대 산업이 됐다. 그중에서도 이차전지 기업 CATL은 테슬라에 납품하면서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해 세계 최대 배터리 회사 반열에 올랐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서 일했던 중국인 엔지니어들은 중국 회사로 옮겨 기술과 노하우를 전파했다. 외부 세계에서는 이름도 모르는 수백 개 회사가 난립했던 중국 자동차 산업은 몇 개의 강자로 빠르게 집중되어 갔다. 그 속에서 슈퍼 강자가 탄생했다. 바로 BYD다. BYD는 배터리 회사로 출발해 전기차 제조의 세계적 강자로 부상했다. BYD는 전기자동차를 만들 뿐 아니라 관련 공급망과 수출 물류를 수직계열화했다. 배터리 원료인 리튬 광산을 소유하고 있고, 전기차를 외국으로 실어 나르는 수출 선단까지 운영한다. 전기차 가격 경쟁에서 테슬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 기업들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수출 대기 중인 BYD 전기차들과 전용 선박, 올해 4월, 사진 : 로이터, 연합 중국 차 조롱하던 머스크, 이제는 태도가 바뀌었다 2011년 한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머스크에게 "BYD 등 중국 전기차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머스크는 "그들의 차를 직접 본 적 있느냐"고 웃으면서, "우리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중국 전기차를 이렇게 조롱했다. "그들의 목표는 (탑승한 중국) 사람이 죽지 않도록 확실히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랬던 머스크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태도는 10여 년 만에 180도 바뀌었다. 올해 1월 테슬라 실적 발표에서 머스크는 중국 전기차들의 도전이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전기차 회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다. 어떤 관세나 무역 장벽이 세워지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들은 중국 밖에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둘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무역 장벽이 세워지지 않으면, 그들(중국 전기차 회사들)은 세계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을 무너뜨릴 것이다." 올해 1/4분기에 테슬라는 주가가 30%나 하락하는 곤혹스러운 처지를 겪었다. BYD 등 중국 전기차와 경쟁할 수 있는 실속형 신모델을 내놓지 못하는 데 대해 투자가들이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전세 역전... 이제 속 타는 건 중국이 아니라 머스크 전기로 달리는 차를 싸게 잘 만드는 경쟁으로는 테슬라가 중국 기업을 이기기 어렵다는 걸 일론 머스크 본인도 절감하고 있다. 그가 회사 시가총액을 지키는 방법은 테슬라를 AI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운전자를 보조하는 데 그쳐야 할 AI 주행 보조기능에 '풀 셀프 드라이빙(FSD)'이라는 명칭을 고수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로보택시(Robotaxi) 프로젝트를 홍보하느라 애쓰는 건 이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중국에서 판매하는 테슬라 차량이 '풀 셀프 드라이빙'을 써도 되도록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내야 하는 처지다. 중국 전기차들은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능을 장착한 채 팔리고 있는데 테슬라는 값이 더 비싸면서도 해당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니,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리창 중국 총리, 2023년 3월 선임 당시, 사진 : 게티이미지 상하이 공장을 지어주던 2019년에는 온갖 특혜를 테슬라에 퍼주던 중국 당국은 그러나, 시간을 끌고 있다. 당시 상하이 공산당 서기이었다가 지금은 시진핑 정부의 2인자(국무원 총리)가 된 리창을 일론 머스크가 지난 4월 직접 만나 설득해 봤지만 아직 중국 정부는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자신들은 테슬라의 메기 효과로 전기차 연관 산업을 육성하는 데 성공했고, 이제 급한 처지인 건 테슬라이기 때문이다. 코가 꿰인 머스크... 기대감 표시하는 중국 공산당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머스크와 테슬라를 칭찬하는 기사를 실었다. 인민일보는 지난 16일 '중국 전기차 연간 생산량 1천만 돌파로 본 테슬라 효과'란 제목으로 "테슬라의 '메기 효과' 덕분에 중국 친환경차 업체들이 변화를 적극 수용할 수 있었다"는 내용을 실었다. 다른 관영매체도 아닌 인민일보가 미국의 한 기업을 찍어서 칭찬하는 기사를 낸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 경제 매체 이젠차이징은 인민일보 보도와 관련해 지난 20일 "머스크가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당 기관지의 인정을 받는) 좋은 일이 생겼다"면서 "머스크는 중국과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업을 하는 동시에 양국 정부의 호감을 얻은 극소수의 인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우한 국제모터쇼의 테슬라 전시 부스, 2023년, 사진 : 게티이미지 이를 두고, 중국 공산당이 머스크에게 미중 관세 전쟁이 터지지 않도록 중재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사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중국과 테슬라의 오랜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 측이 머스크에게 중재 역할을 기대하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틱톡 CEO, 머스크에게 조언 구해 중국산 숏폼(짧은 동영상)앱 '틱톡(Tiktok)'은 미 의회에서 통과된 강제매각법에 따라 내년 1월까지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사용이 금지될 예정이다. 그런 '틱톡'의 최고경영자 추쇼우즈가 최근 몇 주간 일론 머스크와 접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단독 보도로 밝혀진 사안이다. 추 쇼우즈 틱톡 CEO. 올해 1월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사진 : 게티이미지 추쇼우즈 CEO는 머스크를 알고 지낸 지 몇 년 되는 관계인데, 최근 머스크에게 트럼프 2기 정부의 기술 관련 정책들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미국 사업권 매각 강제를 모면할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 교환은 없었다고 양측은 선을 그었다. 추쇼우즈는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에 머스크와의 접촉을 공유했으며, 바이트댄스 측은 머스크의 가교 역할에 대해 낙관적인 기대를 품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바이트댄스 상층부는 중국 공산당과 연결되어 있다. 즉, 추쇼우즈와 머스크의 논의 내용이 중국 공산당에 공유되고 있다는 뜻이다. "머스크가 중재할 것"... 커지는 외부의 기대 미국과 유럽의 주요 매체들은 미중 교역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에서 테슬라 등 자기 사업체의 이익을 지켜내야 하는 머스크가 미중 간 관세 전쟁 격화를 막기 위한 모종의 역할을 할 거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을 연구하는 코펜하겐 경영대의 코넬 반 부교수는 폴리티코(Politico)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중국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며 "머스크가 백악관에 있는 한 미중 간에 큰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전기차 전문 컨설팅사 던 인사이트의 마이클 던 대표도 "중국 지도자들이 트럼프에게 전할 중요한 메시지가 있을 때 머스크는 분명 최고의 통로가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웨드부시증권의 테크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루비오(국무장관 내정자)와 다른 사람들의 매파적 태도를 일부 상쇄한다"며 "관세와 관련해서도 테슬라와 중국을 고려한 인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 자체가 안보 위협!'... 상원의원의 경고 대통령 최측근인 거대 기업가가 중국의 해결사 노릇을 해 줄 수 있다는 기대가 사방에서 나오는 상황인 것이다. 대중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건 미국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의하는 방향이다 보니, 머스크를 보는 정치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상원 법사위 소속인 리처드 블루먼솔 의원(민주·코네티컷)은 지난 19일 빅테크와 중국 사이버 보안 위협 관련 청문회에서 매우 강한 어조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머스크와 중국의 관계가 "위험한 것 이상"이며 "국가 안보에 심대한 위협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와 중국의) 광범위한 경제적 유대 관계와 이를 악용하려는 중국의 의지는 위험한 조합이며, 미국에 실질적 위협"을 가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얽힌 머스크의 비즈니스는 테슬라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일론 머스크는 올해 상하이 테슬라 기가팩토리 인근에 새로운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올해 5월 착공한 이 공장은 에너지 저장장치(ESS)용 대용량 전지를 내년부터 출하할 예정이다. 이 분야는 일론 머스크가 중시하는 분야인 동시에, 중국이 국가적으로 미는 분야이기도 하다. 머스크의 로켓 사업이나 터널링 사업도 중국과 경쟁 및 협력하는 분야다. 중국은 해당 분야들의 공급망에 깊이 손을 뻗치고 있으므로 머스크의 비즈니스를 도울 수도, 고전하게 만들 수도 있다. 머스크가 풀어야 할 고차방정식... "화성에 가는 게 더 쉬울 것" 머스크가 처한 입장은 고차방정식만큼이나 어렵다. 머스크와 트럼프 주변 인사들의 권력 다툼은 이미 시작됐다. 다른 측근들이 '트럼프식 궁중 정치'의 대학원생 레벨이라면 이 분야에 있어서 머스크는 이제 신입생 수준이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을 감싼다'는 딱지는 머스크가 대통령의 눈 밖에 나게 할 수 있는 악재가 된다. 비즈니스만 보더라도, 상황은 복잡하다. 앞서 소개한 올해 실적 발표에서의 발언처럼 머스크는 중국 전기차에 대해 관세 등 무역 장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중국과 얽힌 사업 관계를 고려할 때 그에게 거는 중국 측의 기대에 어떤 식으로든 부응해야 한다. "아마, 화성에 가는 게 차라리 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1기 백악관에서 예산관리국장과 비서실장 대행을 지냈던 믹 멀베이니는 미중 사이에 낀 머스크의 처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디자인 : 최혜지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군 내에서 모든 트랜스젠더 군인을 추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준비 중인 행정명령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미군에서 복무 중인 현역 트랜스젠더 군인들을 '질병 등으로 인해 군 복무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의병 전역시킨다는 계획이며, 트랜스젠더들이 새로 군에 입대하는 것도 금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복수의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25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해당 행정명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에 발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들어선 1기 행정부에서도 비슷하게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후 들어선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이러한 조치를 뒤집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에서는 트랜스젠더의 입대만을 막고 이미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들은 계속 군에 남아 있도록 허용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이미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들까지 모두 군에서 추방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트랜스젠더 군인들은 수십 년간 복무한 이들이라도 직책을 잃을 수 있다고 국방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현재 1만 5천여 명으로 추정되는 현역 트랜스젠더 군인들이 강제로 군에서 떠나게 된다면 이미 모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군의 병력 부족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성소수자 군인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미국 현대 군인 협회'의 레이철 브라너먼 국장은 "지난해 군의 모병 규모가 목표보다 4만 1천 명이나 부족했던 점을 감안할 때 1만 5천 명이 넘는 군인을 갑자기 전역시키는 것은 전투 부대에 행정적 부담을 더하고 부대 결속력을 해치며 기술 격차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 보수우파는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가 군의 전투력보다는 인종적-성적 다양성을 중시해 군대를 약화시켰다며 맹렬히 비난해 왔습니다. 군대의 구성은 미국 사회 일반의 구성을 닮아야 한다면서 진급과 보직에 성적-인종적 다양성을 중시했고, 그 결과 '적에게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줄 군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군 상층부에 많아졌다는 겁니다. 군에 침투한 '워크(woke, 진보좌파적 어젠다를 중시하는 태도)' 문화를 뿌리 뽑겠다는 것은 피트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는 큰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천명해 왔고, 그로 인해 트럼프 당선인의 환심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내정자 헤그세스는 '워크(woke) 장군 숙청'을 공언하고 있습니다. 그 대상으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인물이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입니다.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은 본인이 흑인으로서 겪었던 군내 인종차별을 거론하며 조지 플로이드 사건 당시 시위자들에게 동조하는 취지의 영상을 올린 바 있습니다. 공군참모총장 시절에는 공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엄마 아빠라는 말은 경우에 따라서는 성적 역할에 따른 차별을 조장할 수 있으니 해당 용어를 피하라'고 권고한 적도 있습니다. 한 걸음 더 트럼프 대선 운동은 '전통적인 남성성의 회복'을 표방해 왔는데, 군내 트랜스젠더 추방 계획은 이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미국 보수 세력에선 군대에 강한 남성 문화를 확립하는 것이 오히려 신병 모집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군 복무를 하는 사람은 인구의 1% 정도입니다. 미 육군에 자원입대한 인원의 80%는 가족 중에 군에 복무한 경험자가 있으며, 그중 30%는 부모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 부모 세대는 지금의 미국 군대가 군대답지 않아졌으며 성적 다양성 같은 엉뚱한 고려에 의해 진급이 결정된다면서 자식 세대의 군 입대를 말린다고, 보수 성향 매체들은 주장해 왔습니다. 훈련 중인 주한미군 (자료화면) 성전환자를 둘러싼 이슈는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보수에 걸쳐 있는 미국 유권자들에게 상당히 강한 호소력을 발휘했습니다. 여성으로 성전환한 남성이 여학생들의 스포츠 경기를 휩쓸거나 여성 탈의실-화장실을 출입하는 문제,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흑인이나 여성이 다양한 조직이나 기관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이 성전환 치료와 수술을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정치 광고는 선거 막판에 중도층 표심을 트럼프 쪽으로 돌리는 데에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인종적-성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민주당 정부 하에서 능력주의가 훼손됐으니 이를 뿌리째 뒤집겠다는 건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내세웠던 핵심 메시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내년 1월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이와 관련된 조치들을 더욱 많이 보게 될 전망입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차기 행정부 구성에 갈수록 깊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과 주요 각료급 인선에 자신의 목소리를 점점 크게 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트럼프 측근이나 다른 후원자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트럼프와 공동대통령이라도 되는 거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하늘아래 태양이 둘 있을 수 없는 게 권력의 생리죠. 언젠가는 트럼프와 갈등을 빚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아직까지 트럼프와 머스크는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이 다른 측근들과 함께 이종격투기 UFC 경기 관람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차기 정부 재무장관직에 누구를 앉힐지 결정하지 않았는데요. 머스크가 자신이 미는 인물을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나섰습니다. 머스크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 하워드 러트닉을 재무장관 적임자로 칭찬했습니다.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인 그가 "실제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러트닉의 경쟁자인 스콧 베센트(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를 깎아내렸습니다. 머스크는 베센트에 대해서는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business-as-usual choice)이 될 것이라며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은 미국을 파산하게 만들고 있기에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썼습니다. 트럼프 주변 인사 일부는 당선인이 재무 장관 인선을 아직 저울질하는 가운데 머스크가 자신의 선호 후보를 공개적으로 밀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습니다.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자신의 선호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선 캠프 당직자들과 접촉하는 한 인사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지 않다"며 머스크의 발언은 그가 "공동 대통령"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며 그가 자신의 새로운 역할에서 선을 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정부효율부' 장관으로서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담당할 머스크는, 자신의 사업과 관련된 분야에 자신과 관련된 인사들을 밀어 넣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도 현재로서는 머스크와 정책적 시각이 일치하는지, 머스크의 그런 행보를 받아주는 모양새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방송-통신정책을 총괄하는 FCC(연방통신위원회) 수장에 브렌단 카를 지명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습니다. 브렌단 카는 현재 FCC에서 공화당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일론 머스크의 측근으로도 알려진 인물입니다. 머스크는 최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에게 카를 FCC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데에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렌단 카는 광대역 인터넷서비스 보조금을 받기 위한 머스크의 노력을 지지하는 등, 머스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지난해 브렌단 카는 자신의 X계정에, FCC 등 바이든 행정부의 기관들이 머스크에게 '규제 괴롭힘(regulatory harassment)'을 가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고, 그걸 계기로 머스크와 친해졌다고 합니다. 테슬라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수혜를 볼 전망입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FSD, Full Self Driving) 기능을 허위 과장 광고했다는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다각적인 규제와 소송을 당하는 처지였습니다. 그 기능을 믿고 주행하다가 사고를 당해 숨진 피해자들로부터 여러 건의 소송이 걸려있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다음 사업으로 밀고 있는 '로보택시'에도 제약이 됩니다. 그런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교통부는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규제 완화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보도했습니다. 연방교통부 장관 후보로는,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투자자로 알려진 에밀 마이클(우버 임원 출신)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연방교통부 산하에는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있는데, NHTSA는 항공기나 자동차의 각종 사고를 조사하며 안전조치를 요구하는 강력한 기관입니다. 테슬라와 머스크는 바이든행정부 하에서 이 기관으로부터 여러 건의 조사를 받았는데,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트럼프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는 아직까지는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정권이 공식 출범하기도 전이고, 앞으로 정권 운영과정에서 어떤 파열음이 둘 사이에 날 지 알 수 없습니다. 트럼프 못지않게, 머스크는 남 밑에서는 일을 못하는 사람인데다 어떤 성과가 나면 그 크레딧을 자신이 모두 차지해야 하는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프와 양립하기 쉽지 않은 성격인 겁니다. 물론, 머스크도 트럼프가 그런 성격인 것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스스로 절제가 되느냐가 문제겠죠. 일단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해 백악관에 들어가고 나면 머스크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처럼 트럼프를 자주 만나기 어려워질 것이고, 트럼프를 둘러싸고 새로운 인의 장막과 문고리 권력이 생겨날 겁니다. 그들은 머스크를 견제하기 위해 온갖 얘기를 대통령의 귀에 입력할 것이고요. 과연 그때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파편화된 뉴스는 이제 그만, 이슈의 맥락을 읽는 재미를 담았습니다.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이 되던 8년 전, 그의 곁을 지켰던 대표적인 자녀는 큰딸이자 둘째 자식인 이방카(Ivanka, 43)였다. 모델 뺨치는 매력과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방카는 거친 언행으로 자주 물의를 빚었던 아버지의 이미지를 보완하고, 아버지에게 등 돌리는 계층을 붙잡는 역할을 했다.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연설을 듣는 무대 위의 이방카 부부. 사진=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역시 그런 딸에 대한 애정과 자랑을 숨기지 않았다. 딸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은 사위의 역할 확대로도 이어졌다. 트럼프의 사위인 재릿 쿠시너는 백악관 최고의 실세 가운데 하나로 통했다. 유대인인 그는 특히 국제관계에 있어서 영향력이 컸고, 중동 국가들과 트럼프 정부의 협상에서 상당한 막후 중재 역할을 수행했다. 그랬던 이방카와 재릿 부부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의 2020 대선 실패 이후 정치에서 손을 뗐다. 대통령 선거에 다시 도전할 뜻을 밝히던 2년 전, 도널드 트럼프는 딸 이방카와 그녀의 남편 재릿이 정치에 나서지 않고 가족의 삶에 집중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장녀 부부가 비운 힘의 공백은 누가 메웠을까. 바로,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46)였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어떤 아들? 1977년 12월 31일생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이하 돈 주니어로 약칭)는 아버지 트럼프와 첫 부인 이바나(Ivana)가 낳은 세 자식 중 맏이다. 딸 중 가장 위인 이방카, 차남 에릭까지가 이바나가 낳은 자식들이다. 돈 주니어가 12살 때 트럼프와 이바나가 이혼했다. 한참 사춘기 나이일 때 벌어진 일이라 돈 주니어는 아버지와 한동안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2022년 이바나의 장례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와 이바나의 세 자녀. 사진 오른쪽부터 차남 에릭, 장녀 이방카, 장남 돈 주니어 (검은 턱수염). 사진=게티이미지. 성인이 되어서는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웠다. 대통령 트럼프의 오늘을 만든 NBC 방송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도 관여했다. 아버지에게 심한 말을 들은 참가자들에게 “당신이 잘못해서가 아니다, 당신 차례였을 뿐”이라고 위로하는 게 그였다는 후문이 있다. 2016년 아버지의 첫 대선 때 현장을 다니며 선거를 도왔다. 아버지의 첫 대통령 임기 동안 누이동생 이방카가 남편과 함께 백악관 고문으로 일한 것과 달리, 돈 주니어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개발·인수 담당 부회장으로서 사업체 운영을 맡았다. 아버지 퇴임 후인 2021년부터 강경보수 이념을 전파하는 출판사와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아버지의 재선 도전을 도왔다. 선거 전날(미국 4일) 남부 경합주인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연설하는 돈 주니어. AP=연합. 돈 주니어(Don Jr.)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아버지의 대리인으로서 많은 지역을 누비며 연설을 하고,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강화했다. 78세인 아버지는 2016년 대선 때보다 체력이 떨어진 데다 각종 재판 때문에 유세에 나설 수 없는 날도 많았고, 7월 암살미수 사건 이후에는 경호 문제로 외부 유세에 제약이 따랐으며, 골프 치는 데에 쓰는 시간도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돈 주니어는 트럼프의 캠페인 구호인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신봉자다. 트럼프의 ‘마가주의’를 불편해하는 백인 지식층이나 여성층과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게 이방카 부부의 역할이었다면, 돈 주니어의 역할은 마가의 돌격대장이자 다음 세대 리더다. 떡잎부터 남달랐던(?) 보수우파 돈 주니어는 어릴 때부터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를 품고 자랐다고 한다. 어릴 적에 엄마 이바나와 함께 체코슬로바키아의 외가로 종종 놀러 갔는데, 소련 치하를 경험한 외할아버지와 사냥 등을 함께 하며 반공주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체코어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한 행사장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사진 왼쪽)와 생모 이바나. 만 29세 때 모습이다. 이바나는 트럼프를 만나기 전 체코 출신 유명 모델이었다.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 나서기 전부터 그와 정치 얘기를 하던 유일한 아들이 돈 주니어였다. 당시 선거캠프 총괄 운영자였던 스티브 배넌이 인정하는 강경 우파였다고 한다. 극우파 온라인 매체인 ‘브레이트바트’에 실린 모든 걸 진실이라 믿는 자였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인터넷 우파 인플루언서들과 아버지 트럼프의 연결고리가 바로 돈 주니어라는 얘기가 많았다. 기독교 신앙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8월에는 한국을 방문했는데, 그때 여의도 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해 아버지의 7월 피격 사건 등을 언급하며 신앙 간증을 했다. 올해 8월 방한 당시 돈 주니어의 간증 영상 대선 전략에 큰 영향 미친 '후보님의 장남' 이번 도널드 트럼프 선거전략의 특징은 상대편에 기운 사람들 데려오는 데에 연연하지 않기, 사회적 불만 많지만 투표 잘 안 하던 사람들 끌어내기로 요약된다. 공화당에서 전통적으로 선거를 치러왔던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전략이라며 우려를 제기했지만, 트럼프는 밀어붙였고, 승리했다. 선거 전날 펜실베이니아 유세 무대에서 아버지와 포옹하는 돈 주니어. AP=연합. 이런 기조가 세워지고 집행되는 데에 장남 돈 주니어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에 내정돼 트럼프 2기에서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보복을 담당할 맷 게이츠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돈 주니어의 기여를 이렇게 설명했다. “돈 주니어는 우리의 시간을,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좀 덜 싫어하도록 설득하는 데 쓰기보다는, 현 상황에 불만이 있는 사람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에 쓰자는 사람이었다.” 성전환자에게 우호적인 민주당⋅진보좌파를 강력 비난하는 선거 캠페인에도 기독교 우파 성향이 강한 돈 주니어가 크게 기여했다. 해리스는 ‘그들(they/them) 편, 트럼프는 당신 편’이라는 선거광고 문구는 이번에 상당히 큰 힘을 발휘했다. (성소수자이거나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he/him 또는 she/her라는 성별 대명사를 거부하고 단수임에도 자신을 they/them으로 불러달라고 한다.) 해리스는 감옥 수감자의 성전환수술을 세금으로 지원해 준다고 비난하는 트럼프의 정치광고 아버지 트럼프는 원래 TV 방송 등 전통 미디어를 좋아하고 팟캐스트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가 올해 78세 노인임을 감안해야 한다) 젊은 남성들이 많이 듣는 팟캐스트를 이번 선거운동의 중심 매체 중 하나로 끌어올려 아버지를 자주 출연시킨 것 또한 돈 주니어의 역할이었다. 실세임을 남들에게 입증할 필요가 없는 실세 도널드 트럼프의 사위 재릿 쿠쉬너는 대통령 고문 직책을 갖고 백악관에서 일했다. 또한, 다양한 이슈에 관여하기를 좋아했다고 알려졌다. 반면 돈 주니어는 본인이 관심 있는 이슈만 찍어서 관여하며, 대선캠프의 공식 조직에 포함되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그걸 이번 트럼프 대선캠프가 효율적으로 돌아간 이유로 꼽기도 한다. 장남인 돈 주니어가 남들 눈에 띄는 직책과 역할을 탐냈다면, 캠프의 공식 조직과 매끄럽게 공존하기가 쉽지 않고 잦은 혼선이 발생했을 것이다. 대선캠프 총괄인 수지 와일스(백악관 비서실장 내정)가 하는 일에 돈 주니어는 웬만하면 간섭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수지 와일스 또한 철저히 음지에서 실무를 챙기는 스타일이고 자아 과시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이라, ‘후보님의 장남’이 목소리를 낼 때는 혹시 의견이 달라도 자신이 양보했다고 한다. 2020년 사기혐의로 체포되는 스티브 배넌. 자신이 당선을 도운 트럼프의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였다. 게티이미지. 2016 대선의 트럼프 캠프 총괄(CEO)이었던 스티브 배넌과 그 점에서 차이가 난다. 스티브 배넌은 자신이 트럼프 정부의 정신적 지주이고 트럼프는 배넌의 아이디어에 따라 움직이는 연예인이라는 세간의 수군거림을 즐겼다. 그러다가 오만한 자로 찍혀 트럼프 눈 밖에 났고,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끝나기 전에 사기 혐의로 사법처리되는 신세가 됐다. 돈 주니어는 여타 측근들과 달리, 자신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라는 걸 구태여 남들에게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것으로 보인다. 왜? 아들이니까. (물론, 아버지에게 능력을 입증해 보이고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건 별개의 문제이고,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조선왕조의 몇몇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와 J.D 밴스를 데려온 사나이 올여름까지만 해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의 표를 5% 이상 잠식하는 골치 아픈 존재였다. 그랬던 케네디 주니어를 트럼프 캠프에 합류시킨 공로자가 바로 돈 주니어다. 트럼프의 조지아주 유세에 함께 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지난 10월, 게티이미지.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던 올해 7월, 트럼프가 암살 위기를 넘기며 보수층의 더욱 열렬한 지지를 끌어내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선거운동을 접고 도널드 트럼프나 카말라 해리스 어느 한쪽에 표를 넘겨주는 대신 자리를 보장받는 거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기류를 감지한 돈 주니어는 백신에 대한 불신과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애정이라는 공통점을 앞세워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와 친밀감을 쌓았다. 그는 아버지가 대선에 승리한다면 보건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차기 정부에서 맡게 될 것이라는 제안을 던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백신 혐오는 가짜뉴스 수준이었던 데다 개인적인 괴짜 이미지도 강해서, 전통적인 보수 엘리트층에서는 그가 정부 정책에 관여하는 자리를 갖는 걸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돈 주니어는 케네디 주니어와의 거래를 관철했다. 이 역시 ‘장남이니까 가능했던 일’이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워프스피드 작전'에 대해 기자회견하는 백악관의 트럼프. 뒤에 마스크 낀 사람은 당시 방역 총책임자인 파우치 박사다. 2020년 5월. 게티이미지. 아버지 도널드는 원래 백신을 불신하는 사람이 아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1기 임기 때 코로나백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민관 파트너십 ‘프로젝트 워프 스피드’를 밀어붙였고, 자신도 코로나19 백신을 부스터샷까지 맞았다. 이 때문에 극우보수층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한동안은 코로나백신 개발을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던 트럼프는 그러나,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는 그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돈 주니어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보수우파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설득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본인은 백신의 의학적 효과를 의심하지는 않지만, 정치인으로서의 트럼프는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도록 정부가 국민에게 강요하는’ 정책은 반대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J.D 밴스를 아버지의 러닝메이트로 밀어 올린 것도 돈 주니어의 힘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J.D 밴스는 유력한 부통령 후보감이 아니었다. 표의 확장성이 떨어졌고, 과거에 트럼프를 비난한 이력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보수우파 운동에서 밴스가 가진 경쟁력을 알아본 돈 주니어가 강력히 천거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밴스가 러닝메이트가 되어 거친 입으로 해리스와 민주당을 공격하면서, 돈 주니어는 아버지를 우파 이념에 더욱 충실히 붙잡아둘 수 있게 됐다. (원래 도널드 본인은 사회적 종교적으로는 아들보다 덜 보수우파인 사람이다.) 아버지 이후에도 마가(MAGA)는 간다 돈 주니어는 이른바 ‘리버럴 엘리트’로 불리는 진보좌파 지식인 집단에 대한 적대감이 매우 강하다. 미국의 기존 시스템에 기생하며 나라의 정신을 좀먹고 있는 그들을 쳐부수어야 미국의 미래가 열린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운동이 아버지 개인에 대한 컬트로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올해 78세인 아버지의 이번 임기와 함께 사그라져서도 안 된다. 그래서 돈 주니어는 진보좌파와 더욱 가열차게 싸울 보수우파 정치인과 활동가를 길러내는 일에 관심이 많다. 선거 막판 미시간주 유세에서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는 돈 주니어. 게티이미지=연합. 보수우익 활동가 크리스토퍼 루퍼는 뉴욕타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돈 주니어가 “미국 우파의 메디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 같은 예술가들을 후원해 르네상스가 꽃피게 됐던 것처럼, 돈 주니어가 길러내는 사람들이 미국이 다시 진보좌파에 장악당하는 걸 막을 거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돈 주니어는 공화당 후보들이 정해지는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의 2기 정부에 충성할 사람들이 후보가 되도록 돕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당내경선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트럼프 지지자들의 표심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돈 주니어 본인이 아버지처럼 직접 정치에 뛰어들 생각은 없을까? 여러 미국 미디어가 물어봤지만, 자신은 막후의 역할에 만족한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의 나이 이제 46세. 앞날은 길다. 인생 모른다. 두 번의 선례도 있다. 18세기 말-19세기 초의 존 애덤스와 존 퀸시 애덤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의 조지 H.W.부시와 조지 W.부시는 부자(父子) 대통령이었다. 디자인 : 최혜지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힘입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들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대장주'로 꼽히는 비트코인은 1개당 가격이 사상 처음 8만 달러를 돌파해 한때 8만 1천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우리 돈으로 1억 1천300만 원가량 되는 금액입니다. 다른 가상화폐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크게 완화될 거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상황인데?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 10일 오후 1시 25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6.22% 오른 8만 1천110.99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미국시간 오전 7시쯤 8만 달러를 사상 처음 돌파한 뒤 계속 강세를 보이는 겁니다. 비트코인은 대통령 선거 당일인 5일(미국시간) 7만 5천 달러 선을 넘어서며 지난 3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를 7개월여 만에 경신한 바 있습니다. 이더리움도 전날 3개월 만에 3천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오늘(미국)은 6% 넘게 오른 3천2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선거일 이후 각각 18%, 32% 상승했습니다.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가는 지난주 48% 급등하며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보였습니다. 이더리움은 미국 대선을 지나면서 비트코인보다 더 큰 상승 폭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선 전날 이후부터 이날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0%가량 상승한 데 비해 이더리움의 상승 폭은 20%를 넘었습니다. 대선 전날 이더리움 가격은 2천300달러대였습니다. 이더리움의 고점 대비 가격이 여전히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더리움은 2021년 11월 4천800달러대까지 치솟았는데, 그에 비하면 아직 50%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 각광받는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이 트럼프 당선의 득을 더 많이 볼 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Defi) 금융에서 활용도가 더 크며 이 때문에 그동안 미 규제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아왔는데, 규제가 완화되면 이더리움의 생태계가 커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띄워온 도지코인도 이날 오후(미국시간) 40% 넘게 급등해 0.30달러를 찍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2기 행정부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트럼프 당선자는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코인 관련 테크업계와 코인 투자를 하는 젊은 남성들을 우군으로 삼아 왔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원래 민주당 지지 성향의 리버럴들이 많은 곳이지만, 코인 관련 인사들은 민주당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데에 반감을 품고 트럼프를 후원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코인 투자는 젊은 남성들이 많이 하는데, 이들은 민주당의 페미니즘 성향에 반감을 품고 있어 트럼프의 지지자들 중 큰 세력을 형성해 왔습니다. 트럼프는 코인 관련 업계에서 선거자금도 많이 받았고, 표 확보 차원에서도 코인 투자자들이 중요했기 때문에,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완화와 투자 진흥을 약속해 왔습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상화폐 업계는 트럼프 당선으로 르네상스를 맞이하는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트럼프는 가상화폐에 비판적인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해서라도 코인 규제를 완화하고,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삼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겠다며 "이것은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량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전 세계 비트코인 공급량의 1%에 해당하는 21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의회에서 가상화폐를 지원할 전망입니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지난 8월 '연준이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보유하고, 5년간 100만 개를 매입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차기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팀 스콧 역시 가상화폐에 긍정적인 인물입니다. 스콧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기업 요건을 완화하는 새 가상화폐 규제 초안을 구상 중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한 걸음 더 한편으로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을 다루지 않으려는 은행들이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코인 시장의 전망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달러가 아닌 가상화폐를 보관할 수 있는 은행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 했던 말들을 실제로 얼마나 실행에 옮길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데이비드 예맥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 몇 가지 엉뚱한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화폐가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규제가 이어질 여지가 남아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가상화폐뿐 아니라 모든 투자 자산에 있어서, '짧은 기간에 급등했다'는 건 언제나 리스크 요인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 상황입니다. 10월 중순 들어 트럼프가 기세를 올리더니, 이제는 다시 해리스 지지세가 결집하며 여론조사 수치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개표를 해보기 전까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미국 5일(한국 6일) 투표가 종료된 이후에도 결과를 알기까지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선 유권자들 역대급으로 치열한 선거의 결과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많은 미국인이 사전투표를 하고 있습니다. 3일 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벌써 7천5백만 명을 넘었습니다.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 중에는 여성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USA투데이는 1일 자 보도에서, 사전투표자 가운데 여성이 53%, 남성이 44%로, 여성이 10%P 가까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꺾던 2020년 대선 당시의 추세와 비슷합니다. 여성 사전투표가 더 많다는 건, 임신중지권 문제 (공화당은 낙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트럼프의 거듭되는 여성 비하적 발언에 화가 난 여성들이 투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해리스 후보에게 유리한 신호입니다. 억만장자 투자가이자 NBA 구단주인 마크 큐반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더 이상 '샤이(shy)'하지 않다면서, 오히려 이번엔 '샤이 해리스'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해리스 캠프에서도 지난 주말부터 조심스럽지만, 선거 결과를 낙관하는 입장을 언론에 내고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해리스의 선거운동을 돕는 ‘퓨처 포워드(Future Forward)’라는 외곽단체가 있는데요. 사실상 해리스 캠프와 한 몸처럼 움직입니다. 이 단체는 10월 24일 자와 30일 자 내부 보고서에서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이 37%밖에 되지 않으며, 이는 10월 초의 54%에서 크게 낮아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런데 11월 2일 자 보고서에서 퓨처포워드는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이 다시 49%로 올라왔다고 분석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습니다.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 사회에 가져올 위험성에 대한 해리스의 경고가 드디어 어느 정도 먹히고 있고, 때마침 트럼프 본인과 지지 인사들이 잇따라 설화를 일으키면서 상황이 나아졌다는 겁니다. 트럼프는 10월 30일 위스콘신 유세에서, “여성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그들의 보호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이라는 말은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을 무시하고 여성을 남성 의존적인 존재로 격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많은 미국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는 10월 31일, 자신의 정적인 리즈 체니 전 의원(체니 전 부통령의 딸)을 총살당하는 자리에 세워보면 어떻겠냐는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습니다. 극우파 논객 터커 칼슨과 애리조나주에서 만나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트럼프는 리즈 체니를 ‘9개의 총열이 그녀를 향해 사격하는 곳에 세워보자’고 말했습니다. 체니 같은 네오콘 구 보수가 미국 젊은이들을 전쟁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하는 맥락이긴 했지만, ‘9개의 총열’ 운운은 총살을 집행하는 장면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트럼프는 이미 ‘내부의 적들’을 제압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할 것’ 등의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선거 막판에 나온 이런 발언들로 인해서, 부동층의 일부가 해리스 지지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뉴욕타임스는 최신 여론조사(10.24-11.2) 결과를 보도하면서 “최근에야 누구에게 투표할지 정했다고 답한 8%의 유권자 중에서, 55%는 해리스에게, 44%는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한 걸음 더 그러나 이런 최근의 현상이 해리스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합주 여론조사만 봐도 여전히 오차범위 이내인 가운데 해리스가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흐름이 엿보입니다. 해리스 후보는 남부 선벨트 경합주들에서 수치가 개선됐지만, 과거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던 중부 러스트벨트의 ‘블루 월(Blue Wall)’ 경합주에서는 트럼프의 수치가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10월 24일-11월 2일 사이 실시된 뉴욕타임스-시에나 대학 조사를 보면, 1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해리스와 트럼프가 48:48 동률로 조사됐습니다. 자동차 공업지대이자 무슬림 인구가 많은 미시간 주도 47:47 동률로 조사됐습니다. 이 지역들은 원래 해리스가 앞서던 주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결국 승부의 향방은 개표를 상당 부분 진행해 봐야만 알 수 있을 전망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주별, 선거구별로 개표 규정이 다르고, 개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규정도 천차만별입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를 악용해 주별로 선거 결과에 불복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출구조사 결과가 압도적으로 한쪽으로 쏠린다면 또 모르겠지만 269:269 동점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올 경우, 개표를 마친 후에도 누가 승자인지를 놓고 공방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총기 사용을 동반한 폭력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상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