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BS 보도국 배준우입니다.
삼성전자가 20나노 D램을 본격 양산하기 시작한 건 2014년 무렵입니다. 내부 보안을 각별히 유지하며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시킨 공정도(기술코드명 : 볼츠만)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공정도가 중국 일대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첩보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한국 경찰의 중국 민간 정보원 등 출처는 여럿 있었습니다. 중국 일대에 삼성 D램 공정도가 돌아다닌다는 첩보는 충격적이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합니다. 참고인 진술과 물증을 통해 유출 경로를 역추적해본 결과 삼성전자 전직 수석연구원 출신 A 씨의 소행으로 경찰은 잠정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 "삼성 전 수석연구원, 기술 유출의 시발점" 경찰은 이러한 정황과 판단을 A 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담았고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중앙지법은 경찰 판단대로 영장을 청구, 발부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지난해 9월~10월, A 씨 자택 등에 대해 영장을 집행했습니다. 영장에 적시된 죄명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으로 국가 핵심 기술 유출 혐의가 인정될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 A 씨 자택 등에서는 경찰이 찾고 있던 공정도와 동일한 공정도가 발견됐습니다. 해당 공정도에는 20나노 D램 생산을 위한 과정이 크게 8개로 나뉘어 있으며 세부적으로 700여 개에 달하는 과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놓은 노하우라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경찰은 진술 대조를 위해 삼성전자 연구원과 엔지니어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경찰이 이들을 상대로 ‘중국 일대에 이 공정도가 돌아다니고 있다’며 압수물(볼츠만 공정도)을 제시하자 삼성전자 직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경찰 강제 수사 착수 이후 삼성전자 내부도 발칵 뒤집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공정도 완성에 참여했던 삼성전자 연구원과 엔지니어, 반도체 전문가 등의 진술을 토대로 해당 공정도는 A 씨가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 고유의 공정도가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20나노 D램 공정도뿐 아니라, 18나노 D램 관련 핵심 기술 유출 정황도 확인됐으며 경찰이 A 씨의 관여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20나노 D램과 18나노 D램 기술 중 상당 부분이 16나노 D램 기술과 중첩된다는 점입니다. 그간 기술 유출로 검찰과 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되거나 이후 압수수색, 기소 등의 절차로 법적 심판대에 올랐던 삼성전자 출신 간부들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삼성전자 D램의 핵심 기술이 통째로 유출되기 시작한 시발점에 A 씨가 있었던 만큼 다른 피의자들 범죄행위와의 경중을 비교했을 때 매우 중하다고 판단한다”라며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저 (약에) 취해 있다가 이제 깼어요.” 지난 5월, 10대 마약 투약자 취재 과정에서 처음 만났던 A 양. 인터뷰 이후 병원에서 도망쳐 나온 뒤 약 2주가량 잠적했다가 갑작스레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지친 목소리의 A 양은 '눈을 떠보니 길거리였다'라고 말하는 등 횡설수설했습니다. A 양은 약에 취해 일주일 내리 잠에 취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병원서 달아난 뒤 결국 마약 재투약 “지금 ○○○ 기차역이에요.” A 양은 자신의 위치를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알렸습니다. SBS 마약 실태 심층기획팀은 곧바로 이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렸고 논의 끝에 A 양을 상대로 병원 입원을 조심스레 권유하기로 했습니다. ○○○ 기차역에서 만난 A 양은 '병원에 다시 갈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르겠어요"라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습니다. 취재진 : 이따가 (병원) 갈 생각 있어요? A 양 : 병원이요? 모르겠어요. 취재진 : 가면 부모님이랑 얘기해 볼 거예요? 마약 하는 거? A 양 : 이미 얘기가 됐어요. 엄마는 병원을 가래요. 그래서 일단 집에 가는 거예요. A 양과 연락이 끊겨 있는 동안 취재진과 의료진이 가장 우려했던 건 마약 재투약이었습니다. 아니길 바랐지만, A 양은 우려대로 다시 약에 손을 댄 상태였습니다. A 양이 처음으로 손댔던 마약은 '펜타닐(패치)', 17살 때였습니다. '펜타닐'은 병원 내원 후 합법적으로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수년간 펜타닐 중독에 시달리다 마약 폐쇄 병동에서 치료를 받았던 겁니다. A 양은 어렵사리 병원 치료의 문턱을 넘었지만 뇌와 의지를 지배해 버린 마약의 중독성에 이끌려 병원을 도망쳤습니다. '약에 취해 눈을 뜨니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였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이 해당 장소에 찾아가니 잠적하고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A 양은 만났지만 A 양이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다시 갈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병원 치료 회피하고 계속 재투약하는 경우도 아예 병원 치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SBS 마약 실태 심층기획 취재팀이 지난 5월 만났던 10대 투약자 B 양의 경우 치료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경찰 수사팀에 검거될 때만 해도 신체에 이상반응이 감지된다며 치료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당시 취재진이 만났던 B 양은 '뇌가 다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언어 소통 능력에 문제가 느껴진다고 증언했었습니다. 지난 5월 24일 경찰 수사팀과 B 양의 대화 내용 경찰 : 치료 좀 받아야겠다 이런 생각이 좀 안 들어? B 양 : 부작용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거 있었어요. 막 진짜 내 뇌가 다쳤나? 경찰 : 언제 그걸 느꼈어? 어떤 경우에? B 양 : 말을 버벅거릴 때.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실제로 B 양은 대화 도중 질문하고 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경찰 : 너 몸 상태가 왜 이걸 찾게 되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돼. 그러려면 네가 이제 몸이 아프면 이빨이 아프면 어디로 가? B 양 : 잇몸이요. 경찰 : 치과를 가야지. 전문 병원 가서 이 상태를 체크를 해봐야 된다는 거야. 이후 경찰 수사팀과 취재진이 한 달여에 걸쳐 설득했지만 아직 병원에 가지 않고 있습니다. 집 근처 PC방과 오락실, 인형 뽑기 가게, 편의점 등을 돌아다니며 수소문해 봤지만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병원 치료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치료를 거부할 경우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약을 끊지 못하며 중독의 늪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될 뿐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B 양은 추가 투약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재판에 넘겨지는 처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치료를 마음먹기도, 치료 과정을 견뎌내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물론 새로운 일상을 꿈꾸는 투약자도 있습니다. 17살에 펜타닐에 손을 대며 4년 가까이 펜타닐을 투약했던 C 양의 경우 현재까지 단약에 계속 성공해 대학 입학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록 수개월이기는 하지만 C 양은 "몸이 점점 건강해져 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라며 "'나 정말 이제는 끊어야 돼.' 이런 생각이 들 때 곧바로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가 좋은 것 같다"라고 증언했습니다. "한국, 미국보다 더 심할 수도 있어"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상황이 미국보다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며 지금부터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마약 치료 전문)은 "(수년 내에) 한국의 상황이 미국보다 심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합니다. 특히 천 원장은 대한민국 의료 인프라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불법적인 마약뿐 아니라 합법적 의료용 마약 구입 경로나 접근성이 미국보다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펜타닐 처방 건수는 지난 3년간 7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천 원장은 국내 의료 환경을 걱정합니다. “국내 의료 환경을 부가적으로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불법마약 환자만 있는 게 아니라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뭐냐 하면 우리나라가 의료 접근성이 굉장히 좋은 선진국이지 않습니까? 의사 만나기도 쉽고 약값도 싸다 보니까...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의사를 통해서 오남용 될 수 있는 중독성 처방 약물들, 전문의를 만나려고 예약을 잡아야 되고, 진료비도 비싸고, 약값도 비싸고, 그 돈 줄 거면 길거리에서 사는 게 나은 건데, 대한민국은 반대로 의사를 통해서 오남용 될 수 있는 약물들 접근성이 너무 뛰어나거든요.” -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 미국 필라델피아 거리에서 비틀대며 걸어 다니는 마약 중독자들. 이 광경이 한국에서도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에서는 의료용 마약인 '펜타닐'이 대거 공급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펜타닐과 같은 의료용 마약을 공급하는 '어둠의 손(공급책)'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적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펜타닐 중독으로 숨지는 미국인들은 매년 7만 명에 달합니다. 의료용 합법 마약의 과잉 처방을 규제하지 못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마약 중독 치료의 골든타임은? 10대 마약 사범 수는 최근 4~5년 새 4배가량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투약자들의 절대적인 수치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안이하게 여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10대 상습 투약자 적발 건수는 드러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한 해 1만여 건 정도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지금이라도 추가 투약을 막고 이들을 치료한 뒤 사회로 복귀시켜야 합니다. 완치가 어려운 마약 중독의 특성상, 이들 10대 투약자가 20대가 되고 30대가 됐을 때 결국 미래세대가 무너지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시점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10대 투약자 적발 건수가 한 해 수만 명에 육박하는 시점이 온다고 가정하면 골든타임을 잡기는커녕 병원 부족으로 치료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최악을 상정하고 최선의 대비책을 내놓을 수 있는 건 바로 지금입니다. 심각하다면 이미 늦은 겁니다. 심각해지고 나서 내놓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정책이 무슨 실효가 있을까요. 이미 심각해지고 나서 정부나 언론이 떠든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너무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긴 하지만) 1592년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2년 전 조선통신사 일행은 정세 파악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객관적 상황을 목격했음에도, 서인과 동인의 정치 논리 속에 제대로 된 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2년의 시간이 있었지만 조선은 결국 왜란에 시달리며 화를 면치 못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마약 중독'을 '코로나 팬데믹'에 비유합니다. 한 중독학 전문가는 '1명이 마약을 투약할 경우 확산 속도는 6배 정도로 빨라진다'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곱하기 6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국과수 데이터에 공식 집계되지 않은 10대 투약자 수는 28배~30배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단속과 더불어 마약 중독을 질병 개념으로 전환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입니다. 메르스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수백 명대 수준에서 관리하는 건 평시 의료체제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수십만 명 육박하는 수준의 코로나 환자를 관리하는 건 엄연히 '준 전시 체제'에 가깝고, 이는 마약 투약자 관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자인 : 방명환
압수‧수색‧검증 영장(이하 압수수색 영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마 커다란 파란색 상자를 들고 주요 건물을 드나드는 수사관들의 모습이 떠오르실 겁니다. 기소 여부가 결정되기 전의 피의자 단계이지만 주변인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피의자는 상당한 압박감과 굴욕감을 느낄 것이고, 이미 사회적으로는 유죄 또는 유죄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입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10대 청소년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의 경우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1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복 속도가 빠르고 교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처벌에 방점을 둬야 할까요, 치료에 방점을 둬야 할까요.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수사기관의 답변이었습니다. "압수영장 집행하러 왔습니다" 지난달 24일,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마약수사계 형사들이 사무실을 급히 뛰쳐나왔습니다. 이들의 목적지는 경기도의 한 주택가였습니다. 합성 대마와 케타민을 투약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10대 마약 투약자와 관련된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서였습니다. SBS 취재진은 이들과 함께 현장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경찰은 장소를 특정한 뒤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고지했습니다. 경찰은 투약자가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압수수색 장소, 대상 등 범위에 대해 일일이 부모 동의를 구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액상 대마로 의심되는 물품 등이 압수됐습니다. 압수수색 종료 절차 후에는 해당 투약자와 투약자의 부모를 동행시켜 투약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일반 사건 피의자들을 다루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저씨가 추천해 주는 병원 가보자" 피의자 조사가 끝났으니 조서 열람 후 도장 찍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일반적인 절차이죠. 하지만 경찰은 이 투약자가 10대라는 점을 고려해 조사 종료 후 상담 절차까지 진행했습니다. 경찰이 이 투약자를 치료해 줄 수는 없으니, 병원이나 상담 센터 쪽을 연결해 주는 게 치료 후 상담의 주된 목적입니다. 마약 투약 사실을 적발하고 입증한 뒤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마약 중독 증상 = 질병'이기 때문에 처벌 단계에서 더 나아가 치료가 필요합니다. 처벌한다고 해서 중독 증상이 나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마약 투약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은 뒤 마약을 끊기 위해 노력하는 10대 청소년들도 많겠지만, 다시 손을 대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끊기 위한 노력 과정에서 주변인들의 유혹이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승현 경위(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마약수사계)는 투약자와 상담 과정에서 먼저 신체 이상 반응 유무를 체크한 뒤 투약자의 언어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했습니다. 투약자는 거울 앞에 비친 자신에게 두 손으로 빌며 마약을 끊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마약이 무섭다고 했습니다. 조 경위는 "그런데도 다시 손을 대게 되는 건 마약의 중독성이 그만큼 심하기 때문"이라며 "아저씨는 너 잡아 가지고 구속시키려는 마음이 '1'도 없다. 아저씨가 추천해 주는 병원에 가보자"라고 계속 설득했습니다. 마약 중독자는 어디서 재발하는가 "투약자들끼리 모였을 때 재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조 경위가 이토록 마약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 내원을 추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혼자 끊겠다는 다짐만으로도 이미 큰 진척이 있는 것이지만 주변인과 환경의 유혹 앞에 수없이 흔들리는 투약자들을 조 경위는 많이 봐 왔습니다. 복수의 중독치료전문의들에 따르면, 투약자들이 단약을 결심하더라도 투약자들끼리 모여 투약 당시 상황과 분위기를 공유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이는 뇌를 투약 당시 상황으로 되돌리며 상상을 통해 투약 당시만큼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게 의료진들의 설명입니다.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이를 흔히 '말뽕'이라는 말로 바꿔 표현하기도 합니다. 말을 통해 흥분시킨다는 겁니다. 천영훈 마약중독치료전문병원(인천 참사랑 병원) 원장은 "마약 중독자끼리 모이는 순간 재발한다. 그게 장난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천 원장은 "그래서 중독자들은 관리가 힘들다"라며 "몰려다니면서 상선을 서로 소개해준다"라고 증언했습니다. 숨어버린 10대를 찾아서 : 시간과의 싸움 앞서 조승현 경위를 비롯한 경찰 수사팀이 사무실을 급히 뛰쳐나와 서둘렀던 데에는 결국 이유가 있습니다. 해당 10대 투약자가 지난 5월 8일부터 잠적했기 때문입니다. 경찰 추적망을 피해 휴대전화도 꺼놨습니다. 2주 넘게 잠적해 버린 투약자. 경찰이 가정했던 최악의 상황은 그 사이에 이뤄졌을지도 모를 추가 투약이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투약자의 범죄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추가 투약을 막고 치료를 받도록 권유하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숨어버린 10대를 찾아내고 교화·치료가 가능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겁니다. 현실 : "마약 전문가가 없다" 쓴소리 마약 투약 현상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를 두고 처벌 중심주의냐, 치료 중심주의냐라는 논쟁이 오랜 시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양자택일이 가능한 영역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마약사범 재범률이 30%를 상회한다는 점과 △수감 도중 재투약을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은 단속 일변도 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면 병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병행하려면 의료 인프라 역시 충분해야 하는데, 대한민국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한민국에는 마약 전문가가 없다"라는 한 의료진의 말은 그래서 뼈 아픕니다. 예방교육과 회복자 상담, 재활을 전문적으로 이끌어 갈 전문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수사기관이나 상담 센터가 투약자들을 설득해 병원으로 간다고 한들 이들을 치료할 의료진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겠죠. 전국에 마약 중독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2~3곳에 불과합니다. 그 병원들마저도 간호 인력은 2교대로 근무하고 있고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법무부, 복지부, 식약처, 교육부, 검찰, 경찰 모여서 회의는 많이 하는데 잘해보자는 외침만 반복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선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연구소장은 "'마약과의 전쟁'이 아니라 '마약 중독과의 전쟁'으로 목표를 더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으면 정치적 선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자인 : 방명환
“이상해요, 제 몸이. 정신도 아픈 것 같아요. 아픈 게 맞겠죠?” 한 10대 마약 투약자가 취재진에게 건넨 말입니다. 이 말에는 상당히 복잡하고도 미묘한 심경이 담겨 있습니다. 치료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지하고는 있지만, 병원이라는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쳐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할지 막막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를 받다가 자칫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되진 않을지 두려워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스스로가 중독된 상태가 아니라고 객관적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10대 투약자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취재진은 이들 10대들의 목소리를 눈높이에 맞춰 더 들어보기 위해 약 2주간 마약치료전문병원을 거의 매일같이 찾았습니다. 병원을 오가거나 입원 치료를 받는 그들에게 왜 마약을 투약했는지 물어봤더니 공통적으로 ‘처음에는 호기심이었고 두 번째는 내 의지가 아니라 내 몸이 기억했다’는 취지의 반응이 많았습니다. 첫 투약 이후 바로 병원을 찾은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무서움에 시달리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향해 두 손을 싹싹 빌며 다시는 약에 손대지 않게 해달라고 울부짖을 정도가 돼서야 병원을 떠올린 사례도 있었습니다. 치료의 문턱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이 너무 길고 힘들었다고 합니다.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건네줬다면 조금 더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요. “단 한 번의 투약만으로도 중독” “영화 ‘친구’에 배우 유오성 씨가 말년에 마약에 중독돼서 삐쩍 말라서 이불 뒤집어쓰고는 막 헛소리하고 덜덜 떨고 있거든요. 그 정도 돼야지 마약 중독자인 걸로 아는 거예요.” -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장(마약중독전문치료병원) 이러한 수위의 중독은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중독 수준이고, 실상은 단 한 번의 투약만으로도 이미 중독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의들 견해입니다. 그러니 한 번의 투약만으로도 중독 초기 상태라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야, 보다 이른 시점에 내원하는 쪽으로 판단할 수 있고 또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안타깝게도 마약 투약은 병리학적으로 ‘완치’의 개념이 성립하기 힘들어 평생에 걸쳐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환자가 첫 투약 이후 수년간 단약 했다고 하더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일시적일 뿐 완치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독성학을 연구하는 김선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연구소장은 마약 중독의 과정을 두 단계로 나눠 설명합니다. 첫 단계는 신체와 정신의 이상 반응을 뇌가 인지하는 단계, 두 번째 단계는 뇌가 비정상을 정상으로 받아들이는 단계입니다. 김 소장은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예로 들며 “처음 투약하면 불면증이 오고 짜증이 난다. 그런데 투약을 반복하다 보면 뇌가 그 상태를 정상으로 인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인식하다 보니 끊임없이 약에 의존하는 비정상을 추구하게 된다는 취지의 설명입니다. 마약 투약 당시의 상황(mood)도 우리의 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김 소장은 “잘 참다가도 마약을 했던 그 장소에 가거나, 관련된 사람을 만나거나 혹은 그때와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마약을 한다”라며 “클럽의 어두운 분위기에서 첫 투약을 시작한 청소년들에게는 어두운 분위기가 자극 요소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손을 대면 그 고통은 평생에 걸쳐 이어진다는 게 의료진의 엄중한 경고입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마약 투약으로 구속 수감되더라도 수감 상태에서 뇌를 가동해 상상으로 마약을 하고 출소 이후 머지않은 시점에 즉, 곧바로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사례가 빈번하다”라고 경고했습니다. 투약 물질에 따라 차이점은 있겠지만,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단 한 번의 투약 사실만으로도 병원을 찾아야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완치에 가까운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2~3년만 더 놀다 끊을게요”… 빈약한 회복의 동기 10대의 경우 환경적, 심리적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복의 동기가 빈약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천영훈 원장은 그간 치료 경험을 토대로 “40대 중독자의 경우 직장도 다니고 있고 가정도 꾸리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회복의 동기를 갖기가 쉬워요. 아내가 있는데 내가 직장에서 잘리면 안 되잖아요. ‘내가 무언가를 위해서 이걸 끊어야 돼’라는 동기가 강하죠”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40대, 50대가 연령대별 면담 과정에서 보이는 태도는 10대의 태도와 차이가 크다는 취지입니다. 그렇다면, 10대의 경우 의료진 면담 과정에서 어떤 말들을 했을까요. 천 원장 인터뷰를 통해 10대 중독자들의 면담 내용 일부를 간접적으로 전해 들어 봤습니다. “아 원장님, 저 한 2~3년만 더 놀다가 그때 끊을게요.” “저 그냥 캐나다로 이민 가겠습니다.” “저는 사람들한테 양질의 마약을 공급하는 정직한 딜러가 되고 싶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소위 ‘강남 8학군’ 소속 학생도 마약 범죄에 연루돼 마약 공급과 유통을 사업 수단으로 생각할 정도라고 합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현실적인 회복 유인 동기가 떨어진다는 게 의료진들의 분석입니다. 10대 중독자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선생님 지금 클럽에 가면요, 약 다 하고 있어요. 근데 왜 이거를 못 잡고 있죠. 안 잡나요.’ 저한테 물어볼 정도거든요. 애들이 보는 세상에서는 다 하고 있는 거예요.” -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장(마약중독전문치료병원) SBS는 국과수와 함께 지난해 10대 마약 투약자들을 전수 분석해 봤습니다.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감정이 의뢰된 10대는 1,290건. 이 가운데 양성 반응이 나온 290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투약자들은 더 많겠죠. 국과수에서는 마약 투약자의 경우 표면적으로 집계된 인원의 30배를 어림잡아야 한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1,290건도, 290명도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아직 그렇다고 대부분의 10대가 마약에 만연하게 노출됐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수치입니다. ‘마약 팬데믹’이 도래하고 나서 대책을 찾는다면 그땐 정말 늦을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290명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때입니다. 왜 안 잡아가느냐는 아이들의 외침을 그저 치기 어린 말로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마약중독=질병… 팬데믹 수준 치료 인프라 필요” “우리가 이걸 팬데믹으로 논의할 수 있느냐는 건... 미국에 있는 필라델피아 같이 그런 데는 팬데믹이라 볼 수 있죠. 그러면 우리나라가 그 정도인가라고 보면 저는 맞다고 봐요. 다만 그게 아직은 좀 약한 쪽에 있는 메스암페타민이나 대마나 합성대마 이쪽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거다, 그게 5~6 년 후면 분명한 사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 김선춘 국과수 대전연구소장 SBS와 인터뷰를 진행한 김선춘 소장은 인터뷰 말미에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김 소장이 언급한 건 필라델피아 일대에서 펜타닐에 중독된 채 거리를 활보하는 미국 사례가 빈번하다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문제가 수면으로 표출되기 직전의 상황이라고 김 소장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 소장이 특히 10대 마약 투약을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우리 미래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10대가 20대가 됐을 때, 30대가 됐을 때 중독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한국의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 사회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 소장은 전염병과 마약 중독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들을 수용하거나 치료하고 재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설이나 인프라가 충분한지를 돌아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마약중독치료전문병원은 전국에 단 2곳. 그것도 한 병원 당 중독자들을 돌볼 수 있는 마약중독치료 전문의는 한두 명 안팎입니다. 게다가 중증환자들을 접해야 하는 간호 인력은 한 달에 7~8명씩 그만두고 있습니다. 예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영훈 원장은 “마약 중독 치료 전문병원이 너무 없고 그래서 거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를 2년째 듣고 있는데, (지원금은) 단돈 10원 한 장 오른 것도 없다.”라고 증언합니다. “아이들의 불행… 그 불행을 노리는 범죄 집단” 공자왈 맹자왈 소리 같지만 10대들만 탓하기보다 궁극적으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기성세대의 진정 어린 반성도 필요해 보입니다. SBS가 만난 연구진과 의료진들은 공통적으로 ‘아이들이 불행하다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고 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천영훈 원장은 10대들의 스트레스도 주된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특성상 진짜 스트레스가 많고 아이들이 너무 불행한 나라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아이들이 이걸 탈출구로서 더 강박적으로 찾고, 더 광범위하게 노출이 되는 거거든요. 학업 스트레스 그러니까 근본적으로는 아이들이 불행하다는 데서부터 이 문제가 시작이 되는 거예요. 근데 그 친구들에게 건강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어떤 사회적인 인프라나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다 보니까, 가장 가성비 높은 게 마약이다 보니 그걸 시작을 하게 되는 거고 그리고 그 안에서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점점 이제 센 자극들로 자꾸 옮겨가기 시작을 한 거죠. 그런데 그 기간이 너무 짧다는 거죠.” -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장 두 번째는 SNS를 중심으로 활개 치는 범죄 집단입니다. 이러한 10대들의 불행을 빌미 삼아 이들에게 접근하거나 이들을 범죄의 표적으로 삼는 겁니다. 천영훈 원장은 특히 10대 여성에 주목했습니다. 천 원장은 내원 또는 입원하는 중독자들의 사례를 토대로 “사실은 남자 약물 중독자들은 돈이 떨어지면 돈이 없어서라도 약을 못 먹고는 하는데, 정말 많은 여성 마약 중독자들의 경우에는 돈이 없다고 해도 ‘약 주겠다. 용돈까지 얹어주겠다’며 이용하는 집단이 너무 많다”라고 분석했습니다. SBS가 입수한 지난해(2022년) 10대 마약 사범 통계 자료를 살펴봐도, 중학생 이하 여성 마약 투약자들은 23명, 중학생 이하 남성 마약 투약자들은 12명, 여성이 남성의 2배 수준입니다. 고등학교부터는 남성 수치가 폭증하지만 좀 더 이른 시점에 마약에 노출되는 건 10대 여성이 더 많았습니다. 시대를 거듭할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시스템. 10대들이 넘어야 하는 수많은 허들. 하나라도 넘지 못하면 경쟁 대열에서 낙오하는 것으로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 가장 대표적인 게 학업입니다. 초등과정에서 중등과정을 미리 배우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아 사실상 반강제로 배워야 하는 시스템과 분위기가 과연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물론 마약 투약과 여러 경쟁에서 비롯하는 스트레스 또는 우울감의 인과관계를 아직은 명료하게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김선춘 국과수 대전연구소장은 “10대 투약 증가 사실을 두고서 그냥 철없는 애들의 일탈로 치부하고 지나칠 게 아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며 “체계적인 연구와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습니다. 디자인: 방명환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 일명 ‘마약 음료’가 유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난 2주간 전국이 떠들썩했습니다. 경찰이 수사해 보니 중국 내 보이스피싱 조직이 마약을 미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저지른 범행으로 파악됐습니다. 대범하게도 수험생인 자녀를 원격으로 인질 삼아 부지불식간에 학부모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부모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 아니냐는 평가도 다분합니다. ①‘교육 1번지’라 불리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 일대를 선정해 ②저녁 시간 즈음 학원을 오가는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성적 향상을 빌미로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먹게끔 유도한 뒤 ③부모들의 전화번호를 파악해 갔다는 점에서 ④그것도 모자라 학부모들을 상대로 금전을 요구하는 취지의 협박을 일삼았다는 점에서 대치동 엄마들을 비롯한 학부모들의 충격과 공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왜 중요한데? - 수험생들에 치명적 해당 보이스피싱 조직의 ‘심부름꾼’ 역할을 했던 아르바이트생 4명을 통해 유포된 마약 음료는 18병에 달한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경찰은 이 가운데 8병이 실제로 전달돼 피해자들이 시음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현시점 기준으로 다행히 신체에 이상 반응을 보이는 학생이나 학부모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시음 행사 당시, 1개 병에 담긴 마약 음료를 거의 다 마신 일부 학생의 경우 음료 섭취 시점을 기준으로 상당 기간 동안 정신착란 등의 증상을 보였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습니다. 특히나 장시간 집중력과 주의력이 사실상 성적으로 직결되는 수험생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마약류 섭취는 (학생 개인의 편차를 감안하더라도) 입시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 입장에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지난달 초,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 씨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곧바로 유 씨의 모발 채취에 나섰습니다. 프로포폴 외 다른 마약 성분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 씨의 미국 출국 기록을 확인한 경찰은 2월 5일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유 씨 매니저와 지인 등을 확인한 뒤 유 씨를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습니다. 해당 영장에는 모발과 소변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인천공항이 공개된 장소라는 점을 고려해 경찰은 유 씨를 경찰서로 동행한 뒤 모발을 채취하고 소변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모발 정밀 감정 결과, 프로포폴 성분과 함께 대마, 케타민, 코카인 등 여러 마약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왜 중요한데? 대중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 배우가 치료나 미용 목적일지라도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사실만으로 비난받을 소지는 충분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코카인 성분을 비롯해 케타민, 대마 성분까지 검출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공인의 중대한 범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는 확대됐습니다. "미용‧치료 등 목적이었다"라는 취지의 논리를 세우려던 유 씨 측 입장에서는 굉장히 난처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카인은 특히 투약 시 환각‧중독성이 매우 강해 '3대 마약'으로 불릴 정도입니다.
안녕하세요, SBS 통일외교팀 배준우입니다. 외교·국방·통일 뉴스의 핵심을 정밀 타격하듯 풀어 드리는 '벙커 버스터'. 세 번째 순서는 우리 해군에 날아온 한 장의 초청장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최근 우리 해군 함정을 다음 달 자국에서 주최하는 '관함식'에 보내달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관함식이란 군함의 전투태세를 검열하는 해상 사열 의식인데요. 이걸 다른 나라 해군을 초청해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국가가 우호를 다지면서 경쟁하는 무대가 되기도 하죠. 그렇다면 초청을 받았으니 함정을 보내면 될까요? 상황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초청장을 보낸 나라가 다름 아닌 일본이기 때문입니다. 욱일기에 거수경례?!…머리 싸맨 국방부 우리가 함정을 보내면 어떤 모습이 연출될까요? 주최국 군 통수권자인 일본 총리가 탑승한 함정을 향해 각국 해군이 경례를 해야 하는데, 문제는 경례를 받는 일본 함정에 자위대 깃발인 욱일기가 걸려있을 거란 겁니다. 경례를 한다는 건 충성의 의미를 갖죠. 우리 해군 장병들이 일제의 상징인 욱일기를 향해 경례를 한다? 상상이 되시나요. 이 문제는 4년 전 우리나라에서 열린 관함식 때도 논란이 됐습니다. 주최국인 우리 정부는 당시 각국 함정에 태극기랑 자국기를 걸고 와달라고 했는데 일본은 욱일기를 고집했습니다. 옥신각신 끝에 일본은 결국 불참하겠다고 통보했죠. 당시 일본 정부가 걸고넘어진 건 또 있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옆으로 보이는 노란 깃발, 이게 조선 삼도수군통제사의 대장긴데요. 임진왜란 때 일본 수군을 차례차례 수장시킨 이순신 장군을 상징하는 깃발입니다. 이걸 본 일본 정부가 '욱일기는 못 걸게 해 놓고 이순신기는 왜 걸었냐'고 항의했던 겁니다. 일본 극우 세력은 아직도 이순신 장군에 대해 콤플렉스 같은 게 있다고 합니다. [진창수/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 우파 정치인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대한 정책에서 선명성을 주장하면서 일본 정치권 내에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그런 움직임은 있다고 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굳이 안 가는 게 나을 것 같죠.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습니다. '반일 정서' VS '안보 협력'…관함식으로 드러난 딜레마 이번 일본 관함식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뺀 미국과 호주, 중국 등 20여 개 나라가 초청받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만 빠진다면 어떨까요? 현재 동북아 정세는 일촉즉발, 폭풍 전야입니다. 푸틴은 핵무기까지 거론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고 북한은 무력 도발로 호응하고 있죠. 중국은 세 번째 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주석이 북한과 유대를 강조했고, 타이완을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중러 원팀'으로 가는 국제 정세 속에 안보 협력이 더욱 절실한 분위기에서 우리가 관함식에 안 가면 국제 안보 협력에 소극적인 국가로 비칠 수 있단 겁니다. 최근 한·미·일 3국이 해상 연합 훈련을 실시한 만큼 미국도 관함식 참석을 권유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리 국방부도 고민이 깊습니다. 다른 정부 부처에 의견을 구할 정도로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데, 군 관계자들 취재해 보니까 참석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을 거라며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합니다. 관함식에 참석할지 말지 저희가 결론 내릴 순 없고 국방부가 머리 터지게 고민한다니까 군 판단에 맡겨야 할 듯합니다. 다만, 우리가 전범국가이자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일본과 안보 협력을 꼭 해야만 할까요? 안보 협력이란 동맹과는 다른 개념인데요. 동맹이 나토처럼 집단 방위를 목표로 공동 대응하는 것, 그러니까 군사 정보 교환하고 무기 체계도 공유하는 고차원적 체계라 본다면 안보 협력은 쉽게 말해 군사 교류나 훈련을 같이 하는 걸 말합니다. 우리가 과거사 문제 때문에 일본과 군사 동맹이 어렵다는 건 미국도 잘 알고 있죠. 그래서 미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나 북·중·러 3국이 저렇게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지금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우려도 있습니다. 일본이 이런 복잡한 동북아 정세를 틈 타 외교적·군사적 패권을 잡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단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막강한 일본 해상자위대 [모테기 도시미츠/자민당 중의원(지난 18일) : 일본은 반격 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반격 능력을 가져야 일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습니다.] '전범 국가'인 일본이 과연 중국 같은 '패권 국가'가 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우리가 먼저 주목해야 할 건 일본의 군사력입니다. 일본은 공식적으로는 군대를 보유하지 못합니다. 대신 자위대, 즉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병력을 갖고 있죠. 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인 일본은 평화 헌법이라 불리는 일본 헌법 9조를 만들어서, 전쟁 안 일으키고 군대도 보유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또 국제사회에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막강한 군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육상 전력은 우리가 일본보다 조금 앞서거나 박빙인데, 해군과 공군 전력에선 일본이 더 앞선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해군은 미국에 이어 무려 세계 2위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신종우/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위원 : 이지스함도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많고 곧 이즈모도 수직 이착륙기 탑재하는 경항모로 변신할 텐데 단순한 숫자만 가지고 한일의 군사력 비교하면서 우리가 일본보다 월등히 낫다고 하는 건 일본 내부의 군사력의 질을 우리가 제대로 모르고 있는 거죠 ] 일본은 해상 전력으로 잠수함 21척, 수상전투함 51척, 전투기를 340대 정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내년까지 호위함을 47척에서 54척으로, 이지스함을 6척에서 8척으로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일본 해상 자위대는 전 세계 기준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이어 ‘4위다’, 러시아보다는 일본 함대 전력이 실질적으로 앞서서 ‘3위다’, '아니다, 중국보다도 앞선 미국 다음이다' 등 여러 분석이 맞서고 있습니다. 전범 국가는 공식적으로 항공모함을 갖지 못하지만, 일본은 5년 정도를 목표로 이즈모 함을 개조해서 경항모를 보유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 F-35B 도 탑재합니다. 이런 항공모함을 보유하면 작전 반경이 넓어지고 공중전이 가능한 시간도 대폭 길어집니다. 일본은 이런 함선을 모두 넉 대 보유하는 걸 목표로 하는데, 그렇게 되면 논란의 여지 없이 미국 다음으로 막강한 해상 전력을 갖게 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세계 5위 국방력의 일본…미국은 왜 전폭 지원할까 2차 대전 때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미국은 이걸 왜 놔둘까요. 사실 놔두는 게 아니라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며 태평양 일대 방어의 한 축을 맡아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기시다/일본 총리(5월 23일) "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나 인권문제를 포함해 중국을 둘러싼 여러 과제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긴밀하게 연계하기로 했습니다.] 경항모로 분류되는 이즈모 함에 미군 해병대의 F-35B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영상이 지난해 공개되기도 했죠. 공군은 어떨까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미쓰비시 사가 만든 주력 전투기 '제로센'으로 세계에 충격을 줬죠. 그 이후로도 일본은 전투기의 핵심 장비들을 50년 넘게 자체적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기술력이 반세기 넘게 축적된 셈입니다. [신종우/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위원 : 일본의 F-2 전투기 같은 경우는 세계 최초로 AESA(에이사) 레이더를 탑재한 전투기입니다. 일체형으로 만들다 보면 기체의 구조가 견고해질 수 있잖아요. 일본에서 한 거를 미국이 오히려 배워가는 그런 지경이니까…] 일본 항공 전력을 보면 이런 자국 기술력이 반영된 F-2가 약 90 대. 주축 전투기인 F-15J는 약 2백 대. 여기에 미국에서 F-35 A, B 형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150대 정도까지 더 구매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스텔스 기능이 탑재된 F-3의 자력 개발에도 속도를 내는 중으로, 최대 100대 정도 생산할 거라고 합니다. 세계 군사력 순위를 평가하는 미국 평가 기관(GFP : Global Fife Power)은 일본의 국방력을 세계 5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바로 다음인 6위입니다. 문제는 일본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1% 정도밖에 안 쓰고도 이 정도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일본이 최근 방위비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5년 뒤 GDP의 2%를 목표로 거의 2배까지 늘리려 하고 있고, 이렇게 되면 일본은 방위비로만 앞으로 5년간 421조 원을 쓰게 됩니다. 아베의 숙원 '전쟁 가능한 일본'…동북아 긴장 속 현실 될까 그렇다면 일본의 진짜 속내는 뭘까요. 자민당 주류의 목표는 지금의 일본을 '전쟁 가능한 나라'로 탈바꿈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숨진 아베 전 총리의 숙원이기도 했죠. [아베/전 총리 (지난 2017년) : 2020년을 새로운 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만들고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 상에 확실히 명기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타이완 갈등을 지켜보면서,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일본 온건파 가운데서도 확산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과 타이완 사이에 실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일본이 적극적으로 해상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일 동맹을 명분으로 말이죠. [진창수/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 미일 동맹에 따라서 미군을 지원하는 형태로는 어디든지 갈 수 있게 안보법체가 만들어진 거죠. 타이완 유사 사태라는 것은 동북아에 있어서 새로운 제3차 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동북아 지역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처음으로 군사 작전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요? 가장 가까운 나라이자 일제의 압제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더욱이 일본이 지금처럼 독도 침탈의 야욕을 꺾지 않는 한 절대 남의 나라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겠죠. 나날이 치열해질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계속되는 무력 도발을 통한 북한의 노림수. 그 틈에서 군사 대국으로 거듭나려는 일본을 주시하며 동시에 힘을 키우는 것만이 동북아 지역의 복잡한 고차 방정식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의 유일한 길일 겁니다. 기획 : 정윤식 영상취재 : 이재영 편집 : 정용희 브랜드디자인 : 장지혜 제작 : D콘텐츠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