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서 뛰고 있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 선수가 오늘(16일)로 닷새째 중국 공안(경찰)에 구금된 상태입니다. 올해 31세인 손준호는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를 거쳐 지난 2021년 중국 산둥 타이산 팀으로 이적했습니다. 중국 프로 축구인 슈퍼리그에 진출한 것입니다. 산둥 타이산은 중국에서 전통적인 강호로 평가받는 팀입니다. 2020년 K리그 MVP를 수상했던 손준호가 산둥 타이산으로 이적하자 중국 매체들도 큰 기대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손준호는 지난해 소속팀인 산둥 타이산을 슈퍼리그 2위, 중국 FA컵 우승으로 이끄는 등 맹활약을 이어 가며 중국인들에게 한 수 높은 한국 축구의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 줬습니다. 손준호는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이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주목해야 할 선수로 꼽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왜 중요한데? 이런 손준호가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손준호가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은 지난 12일입니다.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출국하기 위해 상하이 공항에 갔다가 비행기 탑승 직전 체포됐습니다. 손준호는 현재 랴오닝성 차오양시 공안국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랴오닝성은 손준호의 체류 지역인 산둥성에서 한참 떨어진 곳입니다. 손준호는 중국어도 서툴러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해지고 있습니다. 손준호의 현 상황은 중국 형사소송법상 '형사 구류', '형사 구류'는 현행범이나 피의자에 대해 수사상 필요에 의해 일시적으로 구금 상태에서 실시하는 강제 수사로, 최장 37일까지 구금할 수 있습니다. 손준호가 언제 풀려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중국이 연일 타이완을 둘러싸고 고강도 군사 훈련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난 데 대한 보복 조치입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타이완을 중국 영토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나라가 타이완과 공식 외교 관계를 갖는 데 반발해 왔습니다. 중국은 중국을 방문했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친중 성향의 마잉주 전 타이완 총통 등 외빈들이 7일 중국을 떠나자 기다렸다는 듯 8일부터 군사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중국과 타이완 사이에 있는 타이완해협에서는 물론, 타이완 북부와 남부, 동부의 해역과 상공에서 잇따라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타이완을 포위한 형태입니다. 중국이 예고한 군사 훈련 기간은 10일까지입니다. 왜 중요한데? 중국은 10일 푸젠성 핑탄현에서 미사일, 장거리 로켓포 등의 실탄 사격 훈련까지 실시했습니다. 핑탄현은 중국 본토에서 타이완과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타이완 신주현과는 126km 떨어져 있고, 타이완이 관할하는 섬 마쭈다오와의 거리는 80km에 불과합니다. 앞서 8일에는 중국의 미사일 구축함이 타이완해협 중간선을 넘어 타이완 해안에서 24해리(약 44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습니다. 타이완이 해군 호위함과 해경 함정을 급파하면서 중국과 타이완 함정이 3해리(약 5.5km)까지 근접했습니다. 다행히 무력 충돌은 없었지만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습니다. 미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타이완 동부 해역에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을 보낸 상태입니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항공모함 산둥함을 타이완 동쪽으로 보냈습니다. 미국은 또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타이완 방공식별구역에 투입했습니다. P-8A는 레이더 탐지 거리가 800km에 달하고, 하푼 미사일과 어뢰 등으로 무장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과잉 대응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중국 공군과 해군은 실탄으로 무장했습니다. Su-30, J-16, J-11 등의 전투기는 물론, H-6 폭격기도 실탄을 장착한 채 출격했습니다. 타이완과 가까운 남중국해 해상에서 중국군 호위함들이 실탄을 발사하기도 했습니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우발적 충돌이라도 발생하면 의도치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 안보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지난 11일부터 한국행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재개했습니다. 지난달 2일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우려해 비자 발급을 중단한 지 40일 만입니다. 지난 10일 비자 발급 재개를 발표할 때만 해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주말인 11일부터 재개한다고 했을까. 11일과 12일은 주말이라 중국에 있는 대사관과 모든 영사관이 비자 업무를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비자 업무는 13일 월요일부터 시작되니, 13일부터 재개한다고 발표했어도 결과는 같습니다. 의문은 13일 풀렸습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에게 비자 발급 정상화에 이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PCR 검사도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중 교류에 지장 없도록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국이 중국에 선제적으로 취했던 방역 조치들을 잇따라 풀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무엇보다 경제를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한국의 무역 적자는 126억 9,000만 달러(15조 6,000억 원)로, 월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최대 교역국인 대 중국 수출액은 31.4% 감소했습니다. 정부 입장에선 방역도 중요하지만,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굳이 13일 재개한다고 발표하지 않고, 11일 재개한다고 발표한 것도 '하루라도 빨리 교역과 교류를 정상화하자'는, 일종의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였을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비자 발급 재개 소식에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커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중국을 상대로 비자 발급 중단과 항공편 증편 제한 등의 조치를 먼저 취한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입국자에 대해 PCR 검사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중국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 중단, 한국인 입국자 PCR 검사 등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중국인 단체 해외여행을 허가하면서 대상지에서 한국을 제외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감정도 악화했습니다. 한국 방역 당국이 중국발 입국자 중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는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단기 체류자에게 노란색 카드를 목에 걸게 했는데, 이게 중국인들의 감정을 자극했습니다. 단기 체류자는 대부분 중국인일 수밖에 없었는데, 중국인들에게 노란색 카드 목걸이는 과거 문화대혁명 당시 목에 팻말을 걸어 끌고 다니며 망신을 주는 장면을 연상케 하는 것 같았습니다. 중국 SNS에는 '비자 발급을 재개해도 한국에 안 간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외였습니다. 지난 10일 베이징에 있는 주중 한국대사관에 접수된 한국행 비자 신청 건수는 109건이었는데, 13일에는 272건으로 늘었습니다. 2.5배 증가한 것입니다. 상하이는 13일 오후 3시 기준으로 470건 접수됐는데, 이는 비자 정상화 이전 하루 평균 170건의 3배 가까운 수치입니다. 470건 가운데 60%는 관광 비자였습니다. 한국 방문과 관광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이 SNS에 표출되지 않았을 뿐 물밑에서 커지고 있었던 셈입니다.
중국이 불과 한 달여 만에 딴 세상이 됐습니다. 3년 가까이 세계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빗장을 걸어 잠그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 오다, 최근엔 여느 나라보다 더 느슨한 방역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확진돼도 격리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정도로 사실상 방역에 손을 놓은 상황입니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중국인들은 코로나19에 걸리면 강제 격리 시설로 끌려가지 않을까 두려워했는데, 이제는 코로나19에 걸릴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왜 중요한데 지난달 22일 전후로 중국 SNS에는 한 문건이 유포됐습니다. 중국 방역 당국의 비공개 회의록이란 설명이 달렸는데, 지난달 20일 하루에만 중국에서 3,700만 명이 감염되고, 지난달 20일간 누적 감염자가 2억 4,800만 명에 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단 하루에 감염됐고, 20일 동안 우리나라 인구의 4.7배가 감염됐다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수치를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의 감염 속도를 감안하면, 지금은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습니다. 일례로, 쓰촨성 방역 당국이 주민 15만 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63%가 이미 코로나19에 걸렸다고 답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 베이징도 이미 정점을 지나 적어도 60~70% 정도가 감염됐다는 게 정설입니다. 중국의 전체 인구는 14억 명. 이 중 절반 정도가 걸렸다고 가정하면, 7억 명이 감염된 셈입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3년간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감염자 수는 6억 5천만 명입니다. 한 달도 안 돼 중국에서만 이미 이 숫자를 넘어섰거나 여기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의 고강도 방역 정책,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대학가에서 시작된 시위는 상하이, 우한, 청두, 란저우, 광저우 등 주요 도시는 물론, 수도 베이징으로까지 번졌습니다. "공산당 퇴진", "시진핑 퇴진", "독재 반대"라는 구호까지 등장했습니다. 왜 중요한데? 이전에도 산발적인 봉쇄 반발 시위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먹을 것을 달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와 같은 '생계형' 시위였습니다. 시위 주체도 농촌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온 '농민공'들이었습니다. 정저우 폭스콘 공장 시위와 광저우 섬유단지 노동자들의 시위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릅니다. 25~27일 사흘 동안 중국 전역 51개 대학에서 시위가 일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에서도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1989년 톈안먼 사태처럼 대학생들이 주체로 나선 것입니다. 단순한 방역 조치에 대한 불만을 넘어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금기시돼 온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을 입에 올리고, "검열 반대"까지 외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쌓였던 체제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양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