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도본부 경제부 산업과학팀에서 기상과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파는 정말 강력했습니다. 한파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25일 서울 기온은 –17.3℃, 철원은 -21.9℃를 기록했습니다. 사실 서울과 철원은 비교적 추운 동네입니다. 서울의 공식 최저 기온은 1931년 –22.5℃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부지방 추위가 상대적으로 극심했습니다. 거제도 기온이 -10.4℃까지 떨어져, 거제도 기상관측 사상 가장 추운 날씨로 기록됐습니다(2011년 공동 1위). 울산의 경우에는 -13.6℃, 여수의 경우 -11.4℃로 역대 2번째로 추웠습니다. 남부지방까지 극단적인 한파가 찾아온 게 이례적입니다. 한 달 사이 온도 차도 너무 심합니다. 대전의 경우 지난 12일 기온이 영상 15.4℃까지 오르며 완연한 봄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25일 기온은 영하 17.7℃까지 떨어졌습니다. 불과 2주 만에 기온이 33℃나 떨어진 겁니다. 언제까지 추울까? 이번 한파의 형태는 통상 '북극 한파'라고 부릅니다. 북극에서부터 남하하는 찬 공기가 러시아와 중국 동부를 거쳐 우리나라까지 들어왔고, 일본도 한파에 폭설이 쏟아졌습니다. 중국 대륙 쪽에서 만들어지는 대륙고기압이 팽이처럼 회전하면서 북쪽의 찬 공기를 남부지방까지 끌어내려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25일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지금도 대륙고기압이 북쪽 공기를 한반도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오늘(28일)도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이어집니다. 일요일에는 날이 풀리겠지만, 2월 상순까지도 대체로 평년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1년 중에 가장 춥다는 1월입니다. 우리나라 공식 관측소 가운데 가장 추운 대관령의 1월 최저기온 평균이 영하 12.2도인데, 이 말은 통계적으로 매일 아침이 영하 12도라는 겁니다. 그런데 지난 12일, 대관령 기온이 영상 11.2도까지 치솟으며 관측 사상 가장 따뜻한 1월 날로 기록됐습니다. 강릉도 18.7도까지 기온이 올라 매화꽃이 피었고, 경남 진주의 기온은 20.1℃까지 치솟았습니다. 반소매 차림으로 돌아다녀도 되는 4월 중순에 해당하는 날씨입니다. 지금 무슨 일이? 관측 자료가 80년이나 쌓인 지역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해방 이전인 1943년부터 관측기록이 있는 포항은 기온이 17.6도까지 올랐고 1942년 관측자료부터 갖춘 여수도 18.4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며 다음날 13일엔 한겨울에 눈 대신 비가 내렸습니다. 사실 1월에는 날이 춥고 건조해 비가 내려도 양이 많지 않은데 거제도 108, 남해 89, 양산 70, 여수 58, 해남 43mm 등 과거에 찾아보기 힘든 양의 많은 겨울비가 쏟아졌습니다. 남해안 지역들이 1월 관측 사상 최대 일 강수량을 기록했고, 제주도 한라산 삼각봉에는 단 하루 만에 316mm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 위 이미지를 누르면 스팟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폴라보텍스 붕괴가 부른 역대 5번째 추운 겨울 시작 귀로 듣는 스브스 프리미엄 《3분 스프》입니다. 최신 이슈와 트렌드를 간결하게 정리해드립니다. 12월 1일, 겨울이 시작되는 날인 오늘 서울 기온이 영하 9.4도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지난 116년의 기록 가운데 역대 5번째로 추운 '겨울의 시작일'입니다. 이번 한파의 직접적인 원인은 '폴라보텍스'라는 북극 소용돌이의 붕괴 때문인데요. 이 '폴라보텍스'가 지구 온난화 때문에 아이스크림처럼 녹게 되면 기온에 어떤 영향이 가는지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낭독 : 이윤아 아나운서 정구희 기상전문기자의 뉴스스프링 전문 보기 ► '폴라보텍스'(북극 소용돌이) 붕괴가 부른 역대 5번째 추운 겨울 시작
12월 1일, 겨울이 시작되는 날인 오늘 서울 기온이 무려 영하 9.4도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서울은 '대한제국' 시절인 1907년부터 116년 치 기상 관측 자료가 쌓여있는데 지난 116년의 기록 가운데 역대 5번째로 추운 '겨울의 시작일'입니다. 물론 서울 기온은 한겨울에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12월 첫날부터 이런 추위를 겪는 건 흔하지 않습니다. 가장 추웠던 12월 1일은 거의 100년 전인 지난 1923년 영하 13.1도입니다. 그나마 오늘보다 강했던 최근 추위도 1996년(-10.5℃, 역대 3위)으로 26년 전의 일입니다. 지난 26년 동안 이 정도로 겨울이 춥게 시작된 적은 없었다는 겁니다. 이번 추위는 11월 30일부터 시작됐는데, 현행 한파특보 체계가 설립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1월에 한파 경보까지 발령됐습니다. 한파 경보는 한파주의보의 윗 단계로 아침 최저 기온이 하루아침에 15도 이상 떨어질 때 내려집니다. 이런 형태의 추위가 '이례적'이라는 겁니다. 왜 그런 건데? 한파의 직접적인 원인은 북쪽의 찬 공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반도 상공 5km 지점에는 영하 30~35℃의 찬 공기가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 찬 공기의 근원을 살펴보면 북극 상공에서부터 만들어진 차가운 공기 덩어리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북극부터 이어진 보라색 영역을 한기가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북극 공기가 왜 내려와 있을까요? 질문을 바꿔서 생각해 봐야 답이 나옵니다. 왜 북극 한기는 평소에 내려오지 않을까요? 평소에 북극의 한기는 폴라보텍스(Polar-vortex)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갇혀 있습니다. 이 소용돌이의 회전력이 강할수록 찬 공기가 북극에 갇혀 우리나라 같은 중위도로 내려오지 못합니다. 문제는 현재 폴라보텍스가 붕괴 됐다는 겁니다. 폴라보텍스의 구조가 무너지면서,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우리나라 같은 중위도까지 줄줄 새고 있습니다. 폴라보텍스의 회전력이 강할수록 태풍처럼 원형에 가까운 모양을 유지합니다. 폴라보텍스의 힘이 약해지면, 가장자리가 구불구불해지며 이 무너진 형태가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오게 됩니다. 가장자리가 구불구불 움직인다고 해서 사행(蛇行 : 긴 뱀 사, 다닐 행)한다고도 표현합니다. 폴라보텍스의 한반도를 향한 사행은 내일(12월 2일)까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