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M 컨설팅 소장 - 한국심리학회 산업및조직심리분과 정회원
맡은 일을 잘하고 싶은데, 유관부서 선배의 업무 협조가 원활하지 못해 생기는 고민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업무 갈등이지만, 그 이면에는 관계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갈등을 업무적으로만 접근해서 해결하려고 들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한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우선 업무적으로만 접근하는 갈등 해결 방식을 소개드리면, 구체적인 행동과 영향, 결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선배의 행동으로 인해, 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어떠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I-Message(나 전달법: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전달하는 기법)로 전달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언제까지 자료를 취합하지 못하면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전달하지 못해 전체 프로젝트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되고, 그 결과 나도 야단맞고 힘들겠지만, 선배도 이런 일로 비난받을 것이 염려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구체적 행동-영향-결과의 프레임워크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업무상 필요한 소통법은 맞습니다만, 이런 소통법으로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설득 기법이 필요합니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인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는 그의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에서 설득의 6가지 법칙에 대해 언급합니다. 설득의 6가지 법칙은 제가 암기하기 쉽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상일동에 지하철 사호선을 연장하려고 했던 것을 아시나요? 이 문장으로 여러분은 설득의 6가지 법칙을 암기했습니다. 6가지 법칙은 <건(권)희, 상일, 사호>입니다. 첫 번째는 권위의 법칙입니다. 사람들은 권위와 지위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사람들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전문가의 말에 더 순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의 지위나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전문성이 높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희소성의 법칙입니다. 사람들은 희귀할수록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시간, 공간, 수량 등의 희소성을 만들어내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언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에게 호감을 느끼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애의 고수들은 밀당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세 번째는 상호성의 법칙입니다. 상호성의 법칙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으면 보답하고 싶어지는 경향을 말합니다. 소위 말해 빚진 감정을 유발하는 것이죠. 사람들은 아주 작은 호의에도 보답하고 싶어 합니다. 상호성의 법칙을 활용한 마트의 시식 코너나 화장품 샘플 등의 마케팅은 이제는 보편적 기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네 번째는 일관성의 법칙입니다. 사람들은 한 번 어떤 행동을 취하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을 받습니다. 병원 진료를 받고 후속 일정을 잡을 때, 병원 직원이 스케줄을 적는 것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 예약 시간을 적게 하면 예약 취소율이 감소합니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자 하는 일관성의 법칙이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다섯 번째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행동이나 판단을 할 때,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유사한 사람들의 행동과 판단을 따라 합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가짜 웃음소리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한 시청자들의 판단을 대신 담당해 줍니다. 사람들은 가짜 웃음소리가 나올 때 더 크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낯선 식당을 찾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그냥 안심이 됩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호감의 법칙입니다. 우리는 외모가 훌륭한 사람에게 보다 큰 영향을 받습니다. 후광효과(halo effect) 때문인데요, 좋은 외모를 가진 사람이 착하고 능력있고 정직하며 똑똑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호감이 외모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격, 출신, 취미 등이 유사한 사람을 만날 때, 심지어 단순히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호감은 형성됩니다. 우리는 이 여섯 가지 설득의 법칙을 활용해 다른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여섯 가지가 모두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중 하나만 제대로 작동해도 상대를 내 편으로 끌어올 수 있습니다. 고민 처방전 드립니다 유관부서 선배와의 관계에서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설득의 법칙은 상호성의 법칙입니다. 응용해볼 만한 실험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심리학자들은 한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미국의 레스토랑엔 팁 문화가 있는데요, 심리학자들은 서빙하는 종업원들을 섭외해 손님들이 계산하기 전에 사탕을 건네주는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실험은 4가지 조건이었는데요, 첫 번째는 사탕을 주지 않는 조건, 두 번째는 사탕을 하나 주는 조건, 세 번째는 사탕을 두 개 주는 조건, 마지막 네 번째는 하나를 건넨 후에, 다시 돌아가 하나를 더 건네는 조건이었습니다. 실험 결과, 사탕을 주지 않는 조건에 비해 사탕을 하나 건넬 때 팁은 3% 증가했고, 사탕 두 개를 건넸을 때는 14%가 증가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똑같이 사탕 2개를 주는데 한 번에 주지 않고 하나를 건넨 뒤, 다시 돌아와서 하나를 더 건넸을 때 팁이 무려 23%나 증가한 것입니다. 예기치 못한 특별한 호의를 받았다고 생각할 때, 가장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입니다(Strohmetz, D. B., Rind, B., Fisher, R., & Lynn, M. (2002). Sweetening the till: the use of candy to increase restaurant tipping 1.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32(2), 300-309.). 저는 업무적 소통에 앞서, 이렇게 호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우선 실천해 보시길 권합니다. 유관부서 선배에게 커피나 캔디바와 같은 작은 선물을 건네고 언제까지 꼭 부탁드린다고 얘기해 보는 것입니다. 커피를 하나 건네고 돌아서려다 다시 "커피에 이거랑 같이 먹으면 정말 맛이 좋더라고요." 하면서 하나 더 건네는 겁니다. 그래도 안 통한다면 다음 설득의 법칙을 활용해 보시죠. 다음은 일관성의 법칙입니다. 일관성의 법칙은 한 번 태도가 형성되면 그대로 유지하려는 현상을 말합니다. 유관부서 선배가 제때 협조를 해서 잘된 사례를 먼저 언급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지난번 A프로젝트 수행할 때, 선배님이 자료 조사와 업무 협조를 잘 진행해 주셔서 프로젝트를 원활히 잘 끝낼 수 있었어요. 덕분에 상무님께 칭찬도 받았고요,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이런 방식의 대화는 상대로부터 일관성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두 가지 설득의 법칙이 작동되는 데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상대가 나에게 악의적 감정을 품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상대가 악의적이라면 설득의 법칙이 아니라 철저하게 거래의 법칙을 따라야 합니다. 마치 외부 거래처와 거래를 맺듯이, 언제까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업무를 처리하기로 서로 합의하고 합의가 이행되지 않았을 시, 페널티도 사전에 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대화 방식입니다. "지난 미팅 때 합의한 대로 늦어도 6월 말까지는 첨부드린 엑셀 시트에 자료가 기입되어 넘어와야 합니다. 제때 자료가 넘어오지 않으면 다음 일정이 늦춰질 수밖에 없고 전체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은 선배님도 아실 겁니다. 이 경우 저도 늦어진 원인에 대해 저희 상무님께 보고드릴 수밖에 없어요. 꼭 늦지 않게 부탁드립니다." 물론 이 방식은 최악의 관계일 때 활용하는 것이고 이렇게 악화되기 전에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계가 원만해지면 업무가 수월하게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득의 법칙을 우선 활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직과 리더에게 조직 내 협업 시스템을 갖추고 관리하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업무 자율권을 준다는 미명 아래 방치된다면 필연적으로 방만해집니다. 올바른 협업 시스템의 핵심은 역할 모호성(role ambiguity)을 줄이는 것입니다. 역할과 책임이 모호한 상태에서 부서 간 협업이 이뤄진다면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서 간 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결과에 따른 보상도 이에 맞춰 이뤄져야 합니다. 개인이나 부서 내의 역할 모호성은 어느 정도는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부서 간의 역할 모호성은 갈등만 높인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디자인 : 고결
고민 글에서 '후배분'이라고 표현하신 부분을 읽으며, 고민주신 분의 후배에 대한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지위 불일치(status incongruence) 관계는 상호 존중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데, 이렇게 표현하신 걸 보니 다행히 아주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직장인들은 대개 자신의 선배나 상사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길며, 교육 수준도 높기를 기대합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수십만 년 동안 이러한 위계 구조 내에서 생활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나이, 경력,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을 조직심리학에선 지위 일치(status congruence) 조건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조직에 가장 일반적인 연공서열적 승진 체계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러나 현대 조직에서 직장인들은 과거에 비해 나이도 어리고, 교육 수준도 낮으며, 자신보다 경력이 짧은 상사의 지시를 받는 지위 불일치(status incongruence)를 겪습니다. 지위 불일치가 확산되는 데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나이가 아닌 능력 기반의 승진 체계를 구축해야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직원들의 고령화에 따라 조직은 경직된 계층 구조를 타파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2022년 취업 포털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고민주신 분처럼 자신보다 나이 많은 후배나 부하 직원을 불편해합니다. 하지만, 자신보다 나이 어린 상사를 모시는 스트레스는 훨씬 더 큽니다. 고민 주신 분에 비해서 후배의 고민이 더 심각할 수 있음을 먼저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지위 불일치는 점점 더 보편화될 것이기 때문에, 지위 불일치가 직원들의 업무 태도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은 조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마땅히 선배 대접을 받아야 할 사람이, 또 마땅히 승진해야 할 사람이 승진한다면 지위 불일치에 따른 불공정성을 상대적으로 덜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선배 자격이 없는 사람이 선배 위치에 있거나, 승진 자격이 없는 사람이 승진해서 생기는 지위 불일치 경험은 당사자 간의 문제를 넘어서 조직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고민 처방전 드립니다 지위 불일치를 수용하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능력있는 사람이 윗사람이 될 때입니다. 나이와 경력이 자신보다 모자란데 능력도 없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면 참기 힘듭니다. 사람들은 불공정함을 느끼게 되면 우선 자신들이 투입한 노력과 시간을 줄이는데, 이는 곧 성과 저하로 이어집니다. 나이 어린 리더나 선배가 역량이 탁월하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리더가 역량에 문제를 보인다면 공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기 쉽다는 것은 굳이 조직심리학을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응용심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변수가 더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논문이 게재됐습니다. 그 변수는 바로 부하 직원의 역량입니다. 중국 내 40개 회사의 800명 부하 직원과 160명 리더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지위 일치와 불일치 그 자체는 공정성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리더가 된다고 해서 무조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공정성의 문제를 가장 크게 느끼는 조건은 부하 직원의 역량이 낮은데 자신보다 나이도 어리고 능력도 부족한 사람이 리더가 된 경우였습니다. 부하 직원의 역량은 낮은데,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리더가 능력이 탁월하다면 공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무능한 사람이 나이와 경력이 많다고 리더가 된 경우엔 매우 공정하다고 느꼈다는 것입니다. 무능한 사람들이 리더가 되는 것에 아무런 문제를 못 느끼는 까닭은 구성원 스스로 무능하고 무기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유능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이들은 조직 내 승진에 있어 지위 일치와 지위 불일치 자체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나이나 성별, 경력을 떠나 능력이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무능한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을 매우 불편하게 생각했습니다. 솔루션은 크게 3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후배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후배의 역량이 높아질수록 불편감을 줄어들고, 후배로부터 감사의 감정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둘째, 상호 존중을 중요시한다는 메시지를 주시기 바랍니다. 행여나 회사 밖에서는 형으로 부를 테니 회사 내에서는 상호 존중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사내와 사외 모두에서 상호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언어적 태도도 중요합니다. 말로는 존대하지만 눈빛이나 몸짓은 그렇지 못하다면 존중을 느낄 수 없습니다. 조직과 리더에게 지위 불일치를 수용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리더와 구성원 모두의 역량 수준이 높을 때입니다. 나이 많고 경력 많은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아무런 문제 없이 받아들여지는 조직은 조직 전반적인 역량 수준이 낮기 때문입니다. 높은 수준의 기술과 능력이 필요치 않은 조직일수록 연공서열을 중시 여기고, 연공서열에 어긋난 사람이 리더가 될 때 반발이 심합니다. 한편으로 무능한 리더가 계속 득세하려면 구성원들을 똑똑하게 만들면 안 됩니다. 직원들의 자율성을 박탈하고 시키는 일만 아무 생각 없이 하게 만드는 것이 무능한 리더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상의 조건입니다. 무능한 리더일수록 구성원의 성장이 두려운 법입니다. 디자인 : 고결
친밀감의 심리학을 들어보셨나요? 사람이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데는 몇 가지 심리학적 원리가 있습니다. 첫째는 신체적 매력입니다. 사람들은 잘생기고 예쁜 사람에게 호감을 더 느낍니다. 인간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얼굴 특징은 깨끗한 피부, 대칭적 얼굴 그리고 평균 크기의 이목구비입니다. 사람들은 평균적인 이목구비를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평균에 끌리는 이유는 이목구비가 평균적일수록 유전적 다양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병원체에 잘 대항할 수 있는 유전적 자질을 갖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평균적인 얼굴이 병원 신세를 덜 지고 더 건강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둘째는 근접성 효과(propinquity effect)입니다. 사람들은 자주 교류하는 사람들과 친밀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릴랜드 주 경찰 아카데미 신입생들을 이름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 강의실 좌석과 기숙사 방을 배정한 후에 시간이 흘러 절친이 된 관계를 분석해 보니 이름의 알파벳 순과 일치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주 보면 좋아합니다. 우리 눈에는 왼쪽의 해리슨 포드가 익숙하지만, 해리슨 포드가 두 사진 중 하나를 고른다면 오른쪽 사진을 더 좋아할 것입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더 자주 보기 때문입니다. 이를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합니다. 셋째는 유사성-유인 효과(similarity-attraction effect)입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고향, 학교, 취미, 성격, 종교, 사회적 배경 등이 같거나 유사하면 발전적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민 처방전 드립니다 띠동갑 차이가 나는 후배와 고민 주신 분이 상호 친밀감을 느끼려면 신체적 매력, 근접성, 유사성-유인이 잘 작동되어야 합니다. 얼굴을 대칭으로 만드는 방법은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면 됩니다. 사람들은 미소를 지을 때 더 대칭적인 얼굴 모양이 됩니다. 같은 팀이니 근접성은 보장됐고, 유사성-유인은 서로 비슷한 점과 공통 관심사가 무엇인지 대화를 통해 확인하면 됩니다. 얼마나 쉽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인간관계가 이와 같은 공식처럼 딱 떨어지지 않고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때로는 자주 보는 것이 오히려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단순 노출 효과가 작동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상에 대해 먼저 형성된 비호감이 없어야 합니다. 비호감이 형성되면 자주 보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유사성-유인 효과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유사성이 발견되면 사람들은 상대도 자신과 같다는 착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상대에 대해 실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저는 고민 주신 분이 심리적으로 매우 건강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모른다고 전제하고 상대를 알려고 하는 태도는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습니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어느 정도 상대를 알게 되면 다 알았다고 단정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것을 관점 수용(perspective taking)이라고 합니다. 역지사지 같은 거죠. 시카고대학교 부스경영대학원의 니컬러스 에플리(Nicholas Epley) 교수 등의 연구진은 사람들이 친밀한 관계일수록 자신이 상대에 대해 실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과신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 수용 능력을 확신한 나머지 실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려하지 않고 속단함으로써 오히려 상대의 진짜 마음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에플리 교수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고 착각하지 말고 질문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질문은 공감이나 역지사지보다 상대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입니다. 후배의 마음을 속단하지 마시고 일과 직장을 통해 얻고자 하는 진짜 욕구가 무엇인지 질문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직장을 벗어나 다른 환경에서 대화를 나누면 더 잘 반응해 줄 것입니다. 조직과 리더에게 먼저 다가가야 할지, 다가오게 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의 이면에는 조직 내에서 특별히 주고받을 무언가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았다면 이를 충족하거나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 후배의 성장을 위해 조직적 차원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더 효과적입니다. 직장 내 관계의 특성 중 하나는 말뿐인 친절로는 친밀한 관계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상대가 잘하는 것을 도움받을 수도 있어야 합니다. 도움 요청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돕습니다. 그런데, 먼저 도움 행동을 보였다면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동기로 인해 더 좋아하게 됩니다. 그러니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무조건 유리한 게임입니다. 이처럼 상호의존성이 높은 조직이 실제 성과도 좋고 구성원들의 행복도도 높습니다. 물론, 공동의 목표를 설정, 공유하고 목표 진척 사항을 수시로 피드백하는 것은 기본 전제입니다. 일은 상호의존적으로 하는데, 목표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친밀도는 높아질지 모르나 성과에 도움 되지 않습니다. (출처 : Van der Vegt, G. S., Emans, B. J., & Van De Vliert, E. (2001). Patterns of interdependence in work teams: A two‐level investigation of the relations with job and team satisfaction. Personnel Psychology, 54(1), 51-69.).
짧지만 강렬한 사연입니다.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일과 사랑이 삶의 전부라고 말했던 것처럼 일은 우리에게 최고의 기쁨을 주기도 하고 최악의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일하면서 스트레스는 누구나 겪지만,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별 문제 없이 살아가기도 하고, 사연자처럼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조직심리학자들은 직장 내 불안을, 스트레스 반응으로 성과에 대한 초조함, 불안감, 긴장감을 느끼는 상태로 정의합니다. 미국 내 직장인의 경우, 40%가 불안감을 느낀다고 보고했고, 불안 때문에 업무와 개인의 삶에 지장을 준다고 응답한 비율은 72%에 달했습니다(Anxiety and Depression Association of America).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2023년 국내 직장인 1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전체의 절반가량(49%)은 불안 상태라고 보고했고, 심각한 불안에 시달리는 직장인도 12.4%에 달했습니다(직장인 1,000명 심층조사 "번아웃 됐다, 원인은 업무량이 아니고…", 2023년 2월 조선일보). 일터에서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직 의도가 높고,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 성과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불안이 항상 성과에 해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불안한 사람들은 불안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는 경향이 있고, 환경 변화나 피드백에 민감하므로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심리학의 여키스-도슨 법칙(Yerkes-Dodson law)은 불안과 성과와의 관계가 종 모양의 패턴을 따른다는 사실을 입증한 이론입니다. 일터에서 큰 불안을 느끼는 것도 문제지만, 전혀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불안을 긍정 에너지로 활용하려면 그래서 저는 불안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안과 일터에서 극심한 불안을 관리하는 방안, 이렇게 두 가지 관점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불안을 긍정 에너지로 활용하려면 우선 불안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불안=나쁜 것이라고 정의하는 순간, 작은 불안감만 들어도 더 신경 쓰이고 더 큰 불안을 더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복싱 선수들은 경기 전에 느끼는 불안감을 흥분되고 들뜬 상태라고 묘사합니다. 이때, 선수들은 불안감이 운동 능력과 시합 결과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시합이 끝나고 인터뷰를 할 때 선수들의 불안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바뀝니다. 똑같은 불안감을 에너지의 원천이 아닌 스트레스라고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불안을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불안감에 대한 해석입니다. 불안에 대한 학생들의 믿음이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와 성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리스본대학교 100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불안이 해롭지 않고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학생들의 학업 집중도와 성적은 불안이 해롭다고 믿는 학생들에 비해 높았습니다. 회사에 들어설 때 두근두근한 마음을 '내가 일을 잘 해내라고 나한테 신호를 보내는구나'라고 해석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제가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무모한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과 에너지를 무시하고 부당한 조건까지 무작정 수용하는 것은 다릅니다. 일터에서 극심한 불안은 책임감은 높은데,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 높이기 현재 느끼는 불안은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을 높임으로써 어느 정도 관리될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은 크게 3가지 키워드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오픈 커뮤니케이션(open communication);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표현할 수 있는 조직 문화, 공감(empathy);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고 상대의 의도를 선의로 해석하려는 태도, 신뢰(trust); 약속을 지키고 감사와 인정을 기반으로 한 관계입니다. 조직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리더는 구성원의 감정과 경험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대화 시간과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야 합니다. 조직 내 공감은 구성원들의 우려 사항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완성됩니다. 그저 경청만 하는 것은 적어도 조직 내 공감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신뢰는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각자의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형성됩니다. 조직, 리더, 구성원 모두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는 다양한 노력은 구성원들의 불안을 관리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불안이 심하다고 느끼신다면,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일터 외에 다른 장소나 관계에서도 불안이 이어진다면 기질적 불안(dispositional anxiety)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적인 상담이나 진료를 권합니다. 일터에서 특정 상황에서만 불안이 느껴지신다면 상황적 불안(situational anxiety)으로 생각되는데, 리더와 상담을 하거나 HR에 요청해 직무나 역할을 바꾸는 시도로 상황을 바꾸는 것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디자인 : 고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