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화강윤입니다. 당신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지난 5월 21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소송'의 마지막 공개 변론이 열렸습니다. 지난 4월 23일 첫 번째 공개 변론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기본권을 침해하는 건 아닌지를 따지는 소송입니다. 청구인들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과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 등 정부가 수립한 정책이 당면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에는 불충분해 국민의 생명권과 환경권,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 소원을 냈습니다. 최종 변론에서는 청구인과 정부 측에서 신청한 국제협상 전문가들의 참고인 진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청구인 측 참고인은 박덕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정부 측 참고인에는 유연철 전 외교통상부 UN 기후대사가 참석했습니다. 이어서 재판관들이 대리인들에게 질의를 했습니다. "미래의 어른인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 공개변론인 이날은 청구인들이 직접 나서서 최종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래세대를 대표해 '아기 기후소송'의 청구인으로 나선 서울 흑석초등학교 6학년 한제아 양은 최종 발언에서 "2031년이 되면 저는 만 19세, 성인이 되는데 그때까지 지구의 온도는 얼마나 올라갈까요"라며 "저는 이 소송이 2030년, 2050년까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른들 말을 잘 들으라고 우리에게 어린이다움을 강조하지만, 기후위기 해결과 같은 중요한 책임에 관해서는 대답을 피하는 듯하고 어쩌면 미래의 어른인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다"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정부 측은 법과 시행령을 통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정부 측 대리인으로 나선 류태경 변호사는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구조를 언급하며 "산업 구조를 바꾸는 것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생산 기반을 다시 정비하여야 하므로 단시간에 감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를 급격히 높이면 오히려 또 다른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설정한 탄소중립 기본 법령의 감축 목표는 헌법상 기본권 보호 의무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정부 측 대리인인 김재학 변호사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 이행은 정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고 주체인 우리 사회구성원 전부가 탄소중립 목표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만 가능하다"면서 "이번 사건 논의를 통해 확보된 국민적 공감대를 기초로 목표의 초과 달성을 위한 전 국민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번 재판의 의의를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소송 청구인과 대리인단의 최종 발언과 변론을 끝으로 공개 변론은 모두 종료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과 탄소 저감 정책이 충분한지 아닌지를 조만간 판가름낼 전망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이은애 재판관이 퇴임하는 올 9월 이전에는 결론이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아시아 최초로 벌어진 기후소송의 마지막 공개 변론 현장에서 오갔던 치열한 논의를 모두 정리했습니다. 전문은 아래 '데이터 창고' 링크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취재 : 화강윤, 인턴 : 전성은
2024년 4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아시아 처음으로 열린 '기후소송'의 공개 변론이 진행됐습니다. 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따지는 헌법 소원 사건의 1차 공개 변론이었습니다. 기후소송은 지난 2020년 청소년 활동가들의 헌법 소원 제기 이후 시민과 미래세대인 아이들의 헌법 소원까지 잇따르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심판의 대상은 정부가 법으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입니다.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줄이는 목표를 법으로 명시했습니다. 청구인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도 부족, 달성해도 기본권 침해" 공개 변론에서는 청구인 측 대리인과 정부 측 대리인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목표와 대응이 부족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놓고 맞섰습니다. 청구인들은 이 목표가 충분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기후 파국을 막기 위한 전 세계인들의 노력에 부합하지 않고, 이 목표를 달성해도 미래에 기후 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겁니다. 정부 "이행 가능한 모든 수단 동원…목표 설정은 신중해야" 정부 측은 이에 대해 전 세계적 기후 대응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이행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파리협정에 따라 한 번 설정한 감축 목표는 후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행할 수 있는 목표를 신중히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는 이미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재판부의 판결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상향하거나 앞당기는 법을 만드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공개 변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하고 충실하게 심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4시간 반에 걸쳐 이어진 1차 공개 변론에서는 먼저 청구인 측과 이해관계인, 즉 정부 측 대리인들이 각자의 주장에 대해 변론하고 이어서 헌법재판관들의 질문과 대리인들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또 참고인으로 청구인 측 추천자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인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 정부 측(이해관계인 측) 추천자에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가 출석해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정부 대응의 적절성에 대해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2차 변론은 5월 21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서 이어집니다. 2차 변론에서는 청구인 및 정부 측에서 신청한 국제협상 전문가들의 참고인 진술과 질의응답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대리인들에 대한 질의응답과 함께 소송 청구인과 대리인단의 최종 발언과 변론을 끝으로 공개 변론은 모두 종료될 예정입니다. 청구인 측은 참고인으로 박덕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정부 측은 유연철 전 외교통상부 UN 기후대사를 요청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차 변론을 끝으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과 탄소 저감 정책이 충분한지 아닌지를 조만간 판가름낼 전망입니다. 아시아 최초로 벌어진 기후소송 1차 공개 변론 현장에서 오갔던 치열한 논의, 8만 5천 자로 모두 정리했습니다. 전문은 아래 '데이터 창고' 링크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취재 : 화강윤, 인턴 : 전성은
▶ [현장탐사④] 피 같은 분양 대금으로 내연녀 생활비·주식 투자 건설사 회장 오 모 씨의 재판에서는 앞서 소개한 횡령·배임과 함께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과 피고인 측이 팽팽히 맞붙었습니다. 분양사기를 막기 위해 신탁사가 관리하도록 정해진 분양 대금을 '선납하면 할인해 준다'며 시행사가 받아 간 것을 사기로 볼지 여부입니다. 이는 다른 지역 오피스텔의 수분양자들은 수사기관이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불기소처분을 내린 혐의입니다. 오 씨 측 역시 "타 현장에서도 수분양자들로부터 잔금을 선납받은 사실이 있지만, 수사기관은 타 현장의 잔금 선납에 대해서는 불기소 또는 불송치 결정을 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선납 받은 자금은 모두 공사비로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도 공사가 늦어진 건 다른 현장에서 공사비를 받지 못하거나 원자재 값이 올라서, 특히 오 씨가 지난 2021년 구속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대구지검은 공소장에서 "건설사 측은 수분양자들인 피해자들로부터 분양 대금을 선납받더라도 기존 차입금 이자를 변제하거나 그룹 타 계열사의 자금으로 전용할 계획이었을 뿐, 정해진 준공 기일까지 오피스텔을 완공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기일까지 오피스텔을 준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거짓말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오 씨 측과 건설사가 분양 대금을 받아 다른 현장에서 쓰면 준공이 늦어질 것을 알 수 있었는데도, 다른 공사 현장에서 쓰려고 분양대금을 가로챘다는 겁니다. 재판부가 확인한 핵심적인 사실은 이 오피스텔의 수분양자들로부터 받아 챙긴 돈을 대부분 같은 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보내 썼다는 겁니다. 이 돈은 같은 브랜드의 부산, 울산, 경남 양산의 오피스텔 공사 대금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배우자 등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데 쓰이기도 했습니다. 피고인은 수분양자들에게 자금 사정으로 인한 공사 중단 문제를 숨기고 잔금을 지급받기도 하였다. 일부 수분양자로부터는 잔금뿐만 아니라 중도금까지 선납받으면서 다시 해당 수분양자 명의로 대출받은 중도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지급받아, 해당 수분양자가 이중으로 중도금을 지급하게 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수분양자들이 해당 공사 현장에 사용될 것으로 믿고 지급한 잔금 등을 다른 공사현장에 사용하였다. - 판결문 중 특히, 이들은 공사 대금이 모자라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되기 직전이나 중단 중에 '할인'을 내세워 광고한 뒤 선납금을 받아 챙겼습니다. 그러면서도 공사중단에 대해서는 전혀 고지하지 않았고, 준공 예정일만 광고했습니다. 오피스텔 수분양자 보호를 위한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양 대금이 신탁 계좌로 입금되지 않으면 수분양자들은 대외적으로 분양 대금 납입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었습니다. 신탁사는 이렇게 정상적으로 입금된 분양 대금을 잘 관리해서 해당 오피스텔 신축 및 분양과 직접 관련된 용도로만 집행되도록 해야 합니다. (▶ 건분법과 분양대금 선납 사기 관련 자세한 기사 참고 : [현장탐사③] 누구의 것도 아닌 오피스텔…"당신도 당할 수 있다") 재판부는 오 씨와 직원들이 회사 자금이 떨어지자, 수분양자들에게 분양 대금 할인을 제시하여 신탁사로 가야 할 돈을 가로채려고 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그룹의 다른 계열사 운영비로 전용할 것을 공모했다고 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출금융기관이나 신탁사에 동의를 받지도 않았습니다. 집 지으라고 준 돈을 다른 동네 집을 짓는 데 쓴 겁니다. 피고인들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공사비, 사업비, 이자는 모두 시행사 계좌에서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데, 수분양자들이 선납한 잔금은 대부분 시행사 계좌에서 그룹 내 타 법인 계좌 등으로 다시 이체된 것이 확인될 뿐이고, 선납받은 잔금이 그대로 공사비, 사업비, 이자로 지급되었다고 볼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 판결문 중 공정률 속이고 기성금 타내…"신탁사·감리도 책임 있다" 오 씨는 공사 진행률을 속여서 신탁사로부터 공사대금을 타내기도 했는데, 이 부분 역시 법원은 사기로 판단했습니다. 4차 중도금 지급기일에 맞춰 공정률을 허위로 부풀려 기재해 기성금 139억 원을 신탁사로부터 받아 챙겼다는 겁니다. 이 돈도 대부분 다른 공사 현장에서 사용됐습니다. 이 부분 범죄사실에 기재된 피해자는 신탁사이지만, 신탁사는 수분양자들로부터 지급받는 분양 대금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분 범죄사실의 실질적인 피해자는 해당 오피스텔의 전체 수분양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 판결문 중 그러면서 이 범죄는 모두 오 씨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신탁사는 돈을 받고 분양관리를 맡았지만 건설사가 낸 서류만 믿고 기계적으로 자금을 집행했다는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감리 역시 실제 공정률이나 공사 진행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관행이라는 이유로 건설사가 제출하는 공정확인서 등 서류에 도장을 날인하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범죄는 다른 지역 수분양자들의 사법적 피해로도 이어졌습니다. 재판까지 간 대구 중구 오피스텔과 달리 다른 지역의 오피스텔 분양을 관리하던 신탁사들은 아직 돈을 지급하지 않았고, 그것이 담당 수사기관에서 '사기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라고 판단해 불기소·불송치하는 이유가 됐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왜 사기 혐의가 기소되지 않았을까? 오 씨가 운영하는 건설사 같은 브랜드 오피스텔의 다른 영남권 수분양자들도 똑같은 '선납 할인' 광고를 받고 분양 대금을 시행사로 납부했고, 이를 검찰과 경찰에 고소했지만 대부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차이는 공사가 완료되었는지의 여부, 그리고 자금을 관리하는 신탁사로부터 받을 돈이 남았는지의 여부였습니다. 건물이 이미 준공이 되었거나, 준공이 되지 않았더라도 신탁사로부터 받을 공사 대금이 남아 있어 선납받은 잔금을 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불기소 된) 해당 시행사는 준공 시에 일부 수분양자들이 선납한 잔금과 해당 시행사가 지급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선납한 잔금을 정상적으로 납부처리할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 판결문 중 하지만, 실제로 이런 처리'는 4년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사가 이미 완료된 대구 달서구나 부산의 같은 브랜드 오피스텔에서도 갈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정을 찾은 다른 지역의 수분양자들은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경찰하고 검찰에서 우리 사건을 날려버렸어요. (대구 중구 오피스텔) ○○○만 재판을 하고. 저는 (오 씨가) 15년에서 20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원래는 그렇게 나와야 되거든요. - 문 모 씨 / 대구 달서구 오피스텔 수분양자 '고소 취하' 조건으로 대출 연장 "적반하장의 태도" 해당 오피스텔은 준공 예정일인 2019년 11월이 5년이 더 지난 지금도 준공이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분양받은 사람들은 '책임자인 오 회장을 처벌해야 한다'면서 수사기관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오 회장이 일을 하도록 해서 공사를 마쳐야 피해가 회복된다는 의견도 컸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 회장은 지난 2021년 구속됐고, 그 뒤로도 피해는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절박한 경제적 어려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분양자들의 목줄을 잡고 있는 건 결국 오 씨였습니다. 오 회장은 대출 이자로 고통받는 분양자들에 중도금 대출 연장을 조건으로 고소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특히 피고인은 중도금 대출 이자를 무이자로 광고하였지만 이 사건 범행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수분양자들이 중도금 대출 이자를 부담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고소 취소를 동의하지 않는 수분양자들에 대해서는 중도금 대출을 연장해 주지 않는 등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고소 취소에 동의하지 않은 수분양자들은 중도금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으로부터 중도금 상환을 요구받았고, 그중 일부는 자신의 삶의 터전을 경매로 넘기게 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불행을 겪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 판결문 중 그룹 임원이자 시행사 대표로 있는 김 모 씨는 이런 행태에 대해 취재진에 이렇게 밝혔습니다. 형사 민사 다 고발해 놓고 우리 보고 뭐를 정리해주라? 하시겠습니까? 저는 못 할 것 같아요. 형사 고소 다 취하하고 우리랑 협조적으로 해가지고 진행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 2023년 12월 인터뷰 중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수분양자들은 재판부에 오 씨의 엄벌을 촉구하기도 하고, 선처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처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피해 회복이기 때문입니다. 빼돌린 돈 조금이라도 내서 제발, 제발 그래도 마무리가 되고. 오피스텔 준공도 되고. 다 전국에 있는 이 많은 피해자들이 다 해결이 됐으면 좋겠어요. - 김 모 씨 / 대구 중구 수분양자 이런 간절한 바람을 오 씨는 적극 활용했습니다. SBS는 오 씨가 2022년 4월 구속 상태에서 임원들에게 쓴 편지를 확보했는데, 여기에는 "자신이 나와야 자금이 돌고 공사가 진행되면서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고 재판부에 호소하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또 "우호적인 수분양자들을 동원해서 재판정에서 '빠른 준공을 위해 오 회장이 석방되어야 한다'고 말하게 하도록 사주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를 법정 구속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피고인은 2022년 5월경 보석으로 풀려났는데 아직까지 해당 오피스텔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피고인은 1월 29일 준공 신청을 하였다는 자료를 제출하였으나, 위 오피스텔을 준공된다고 해서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준공이 완료된 대구 1차, 부산 서면 등 다른 오피스텔 수분양자들에게 발생한 것과 같은 문제, 즉 잔금 선납을 이유로 할인받은 부분을 코리아신탁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지, 수분양자들이 부담한 중도금 대출이자를 피고인이 변제하거나 잔금과 상계하여 줄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피고인이 보석으로 석방된 약 2년 동안 양산 물금, 울산 현장도 아직 준공에 이르지 못한 점에 비추어 보면, 그룹의 근본적인 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피고인을 불구속함으로써 공사가 지연된 오피스텔의 준공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기대를 갖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 판결문 중 (▶ 참고 기사 : [현장탐사④] "판사 라인 찾아봐라"…보석 위해 꾀병까지?) 2년 넘게 끌어온 재판은 이렇게 일단락됐습니다. 오 씨 측은 형이 무겁다며 선고 사흘 만에 즉각 항소했습니다. 오 씨는 수감됐지만 수분양자들의 사정은 여전히 나아진 게 없습니다.
▶ [현장탐사③] 누구의 것도 아닌 오피스텔... “당신도 당할 수 있다” "피고인이 그룹 계열사 자금을 자신의 사금고에 있는 돈처럼 꺼내 쓴 과오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그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오피스텔 사업을 벌이다가 공사 중단과 환급 계약 불이행 등으로 수천 세대 수분양자들에게 피해를 준 건설사 회장 오 모씨에게 '엄벌이 필요하다'라며 법원이 밝힌 이유입니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16일, 오 씨에 대해 징역 7년 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형사12부 부장판사 어재원) 오 씨가 가족과 지인 이름으로 허위 급여와 분양 수수료를 타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분양 대금을 시행사를 통해 가로채는 등 수사기관이 기소한 횡령, 배임, 사기 등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겁니다. 햇수로 3년이 걸려 나온 재판부의 판단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회삿돈으로 내연녀들 생활비·주식투자…'슈퍼개미' 회장님 대구지방검찰청은 오 씨가 회사 일도 하지 않은 가족이나 지인, 직원들의 이름으로 각 계열사를 통해 허위 급여와 분양 수수료를 지급해 빼돌린 것을 횡령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오 씨와 변호인들은 재판에서 "허위 급여를 준 건 맞지만 자금을 만들어 자금 사정이 어려운 다른 계열사들의 사업비로 썼다"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또, 사업에 앞서 임시로 미리 지출했던 토지 매입비 등을 돌려받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돈을 빼돌린 건 맞지만, 불법영득의사, 그러니까 "자신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처분하려는 의사"는 없었다는 것이 변호인들의 일관된 주장이었습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허위 급여·분양 수수료 대부분을 자신의 계좌로 빼돌려 개인적인 용도에 썼다는 겁니다. 일부 증거가 부족한 급여 내역을 빼면 횡령액은 237억 원에 달합니다. 분양 수수료로 가로챈 111억 원, 그리고 회사에 다니지도 않은 가족들에게 제네시스 EQ900, 벤츠 GLE 250d 등 고가의 법인 리스 차량을 몰게 한 이익 2억 원가량 등 횡령액을 모두 합하면 351억 원에 달합니다. 이런 허위의 급여와 수수료를 주기 위해 각 회사가 손해를 본 소득세와 사회보험료 등에 대한 82억 원 규모의 배임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허위의 급여 및 분양 수수료 대부분이 피고인이 관리하던 주식계좌로 입금되었는데, 그 주식계좌에서 직접 그룹의 계열사 법인이나 신탁사 등으로 돈이 이체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판결문 중) 주식 계좌에 넘어가지 않은 허위 급여의 나머지 돈들도 역시 개인적인 용도로 활용됐다고 봤습니다. 피고인이 허위 급여를 지급한 사람 중에는 피고인의 내연녀들과 처제 등도 포함되어 있다. 피고인은 이들에게 허위로 급여를 지급한 뒤에, 그 급여 중 일부를 이들의 생활비로 쓰게 하고 나머지 돈만 자신이 관리하는 계좌로 입금하게 하였다. 즉, 피고인은 계열사 법인 자금을 자신의 내연녀들과 가족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등의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판결문 중) '허위 급여로 계열사 지원' 주장 사실이라도 "횡령은 맞다" 오 씨 측은 30여 개 시행사와 건설사를 거느린 그룹의 회장으로서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1인 회사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횡령의 피해자가 되는 회사들이 자신의 것이므로 범죄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계열사 법인은 모두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법인"이라며 따로 봐야 한다고 적시했습니다. 각 계열사 법인이 시행하는 오피스텔은 각자 다른 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다른 하청업체와 계약하기 때문에 해당 계열사 법인의 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면 그 법인이 시행 중인 오피스텔의 수분양자, 하청업체, 기타 채권자 등에 상당한 위험이 발생한다. 따라서 계열사 각 법인은 각자 별도의 경제적 이익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판결문 중) 실제로 이번 재판의 주 현장인 대구 오피스텔을 비롯해 그룹의 계열사가 시행하는 부산과 울산, 경남 양산의 오피스텔 사업장도 공사가 수년째 중단됐고, 여전히 준공되지 않은 곳도 4곳, 2천 세대가 넘습니다. 오 씨 측 주장대로 허위 급여와 분양 수수료를 통해 다른 계열사에 빌려줄 사업 자금을 마련했다고 가정해도, 여전히 피해는 발생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허위 급여 및 분양 수수료는 이를 지급한 법인이 그 돈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을 보유하지 못하고, 오로지 피고인의 임의적인 의사에 따라 그 돈을 다시 변제받을 수 있는지가 정해진다. (판결문 중)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내린 배경이 된 아래 법리들을 근거로 제시했는데, 이는 기업인들이 눈여겨 봐 둘 필요가 있습니다.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삿돈을 빼 썼는데, 그 사용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인출 사유와 사용처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설명을 못 한다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2) 1인 회사라도 행위의 주체(소유주)와 그 본인(법인)은 분명히 별개의 인격이며, 1인 회사의 주주가 회사 자금을 불법영득의 의사로 사용하였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3) 기업집단(그룹)의 공동목표에 따른 공동의 이익의 추구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경우라도 그 기업집단을 구성하는 개별 계열회사는 별도의 독립된 법인격을 가지고 있는 주체다. 각 법인이 각자의 채권자나 주주 등 다수의 이해 관계인이 관여되어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기업집단(그룹)의 공동이익과 상반되는 계열회사의 고유이익이 있을 수 있다. 오 씨는 재판에서 "사재 448억 원을 출연해 공사비로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오 씨는 멈춘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자기 돈도 400억 원 넘게 투입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개인적인 재산도 모두 다 매각했어요. (다른 법인에 있는 재산을 매각해서 그걸 사재라고 하는 건가요?) 제 개인재산이나 마찬가진데, 저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겁니다. " (오 모 씨 / ○○ 그룹 회장) 하지만, 재판부는 "오 씨가 그룹 계열사 법인으로부터 지급받은 돈을 다시 변제한 것에 불과하고, 진정한 자신의 사유재산을 계열사 법인에 투입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수사기관이 재판에 넘긴 허위 급여와 분양 수수료 말고도 오 씨가 그룹의 계열사 법인으로부터 자기 또는 다른 사람 명의로 상당한 금액을 가지급금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그래서 각 계열사 법인으로 오 씨가 다시 입금한 돈은 그 가지급금에 대한 변제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오 씨는 그룹 회장의 직위를 이용해 각 계열사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마치 자신이 사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재산처럼 사용하였다. ... 그룹 각 계열사 법인의 자금 사정 악화로 시행 중인 오피스텔 공사의 지연이 충분히 예상되던 시기에도 이러한 횡령과 배임 범행을 지속하였다. 결국 이러한 피고인의 횡령 및 배임 등의 범행은 그룹의 각 계열사가 진행 중이던 오피스텔 공사의 준공 지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준공이 지연된 각 오피스텔의 수분양자들은 예상치 못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판결문 중)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횡령과 배임 총액 433억 원. 하지만 법원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본 범행은 또 있었습니다. (5편에서 계속됩니다.)
▶ [현장탐사②] 내 집에 다른 사람이 산다고?.. 같은 집을 두 번 판 건설사 "소유권 이전 등기가 안 돼 팔지도 못합니다" 4년 전인 지난 2019년 11월에 사용승인이 떨어진 대구 달서구의 한 주거용 오피스텔 건물. 이 건물은 현재 부동산 신탁사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오피스텔을 지은 시행사도, 분양받은 수분양자도 이 집을 자유롭게 처분하거나 제대로 된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지권 없는 오피스텔... 원인은? 왜 이렇게 됐는지, 이 집합건물의 소유권 관계를 정리한 등기 서류를 떼 봤습니다. 이 주거용 오피스텔들, 대지권이 없었습니다. 한 땅을 여러 명의 집주인들이 나눠가지는 집합건물의 소유권에는 보통 대지권이 포함됩니다. 대지권이 없으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땅 주인이 '불법점유'라며 사용료를 달라고 해도 할 말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잘 팔리지도 않고, 제값도 받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오피스텔은 대지권이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오피스텔의 대지권 설정 표기. 문제의 오피스텔에는 이 대지권이 없었다 이 오피스텔이 대지권 미등기 건물이 된 건, 처음 '건물의 출생신고'인 소유권 보존등기를 할 때 대지권에 대한 등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건물이 지어졌다고 법원에 신고를 하려면 비용이 듭니다. 취득세 명목입니다. 이밖에 재산세,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이나 체납 세금, 가압류까지 다 청산해야 정상적인 보존등기가 이뤄집니다. 이 건물은 이런 정상적인 출생신고, 보존등기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문제의 오피스텔 건물은 대략 30억 원가량의 보존등기 비용이 필요했는데, 분양 자금을 관리하는 신탁사는 이 돈을 내지 않았습니다. 분양관리를 맡은 신탁사에게 왜 소유권 보존등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물었습니다. "돈이 없죠" '공금 통장에 돈이 없다'... 수분양자 보호법도 무용지물 신탁사는 분양관리와 대리사무계약만 맡았기 때문에 들어온 분양대금에 대한 관리만 할 수 있습니다. '공금 통장'의 관리자 같은 역할입니다. 그런데 들어와야 할 분양대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수분양자들이 낸 돈이 엉뚱한 곳, 시행사로 흘러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분양 사업을 진행한 시행사에 돈을 보낸 게 무슨 문제가 되냐?'는 생각이 들었다면 지금부터 잘 보시면 좋겠습니다. 설명을 위해 잠시 시계를 지난 2003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단군이래 최대 규모의 분양사기라는 굿모닝시티 사기 분양 사건 이후, 분양받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건분법)이 2004년 제정됐습니다. 주택법으로 보호를 받는 아파트와 달리 20실 이상 주거용 오피스텔 수분양자들은 이 건분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이 법은 시행사가 건물을 올리기 전에 미리 팔려면(선분양) 반드시 건물을 팔아 받은 분양대금을 개발사업자(시행사)가 아닌 제3자, 즉 부동산 신탁사가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험회사나 대한주택보증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분양 보증을 받는 경우에도 선분양이 가능한데, 중소 건설사의 경우에는 보증을 받기가 쉽지 않아 분양관리 신탁 방식이 더 많이 이뤄졌습니다. 건설사는 돈을 들여 공사를 한 만큼 신탁사로부터 대금을 청구해 중간중간 정산하며 공사를 진행합니다. 마침내 모든 공사가 끝나서 준공의 약속이 이뤄지면 신탁사가 보관하던 분양대금을 건설사에 정산해 주는 겁니다. 집 지으라고 준 수분양자들의 돈이 집 짓는데 쓰이도록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다시 시계를 2017년 대구로 돌리겠습니다. 대구 달서구 오피스텔 수분양자들은 시행사로부터 문자, 우편 등을 통해 "잔금을 미리 내면 금액을 깎아주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유혹이었습니다. 돈을 보낼 곳은 자연스레 시행사의 계좌가 적혀 있었습니다. 신탁사에 납부해야 효력을 인정받는 분양 대금을 시행사가 할인을 미끼로 가로챈 겁니다. 계약서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신탁사 계좌로 입금되지 아니하는 어떤 형태의 납부도 정당한 잔금납부로 인정되지 않으며, 이외의 계좌에 납부함으로써 발생되는 계약자의 피해사항 등에 대해서는 시행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수분양자들은 할인을 받고 잔금을 미리 내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건분법을 잘 몰랐거나, 이 계약서를 잘 읽지 않았거나, 알았더라도 시행사가 이 돈을 모른 척하지는 못할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입니다. 분양을 관리하는 신탁사는 난처하다는 입장입니다. 수분양자들은 돈을 다 냈다고 하지만, 신탁사는 받은 돈이 없으니 줄 돈도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공사를 한 시공사는 신탁사로부터 400억이 넘는 공사대금을 못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시행사가 자금을 유용하지 못하도록 중간에 신탁사를 두도록 한 것이니, 신탁사로서는 시행사에 이미 넘어가버린 돈을 받은 것으로 인정할 수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땅을 가진 시행사가 사업에 대한 권리가 있어 임의로 공매 처분을 할 수도 없고, 또 그럴 경우에 채권자나 수분양자들의 손해가 커지는 문제도 생깁니다. 수도권 '상가 미분양' 지진… 영남에서 쓰나미 되다 분양대금을 받아 챙긴 시행사는 시공사와 주인이 같은, 사실상 한 몸인 계열 회사였습니다. 신탁사 측은 시행사가 분양대금을 대신 받았으니 같은 그룹인 시공사에서 '내가 다 받은 셈 치겠다'라고 하든지, 시행사가 돈을 돌려주든지 해야 정리가 된다고 말합니다. 일부 수분양자들은 시행사가 이미 받을 돈을 따로 챙겼으니 미분양 상가나 남은 정산금 등 시행사로서의 권리를 일부 포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자금으로 체납 세금과 소유권도 정리하고, 하자 보수나 지하철역 직결 같은 추가 공사도 하면서 손해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건설사 임원들은 시공사가 이 오피스텔 현장에서 신탁사로부터 못 받은 400억 원이 넘는 공사대금을 받아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잔금을 선납받아 간 시행사의 실소유주이자, 공사를 했지만 대금을 못 받았다는 건설사의 실소유주이기도 한 오 모 씨의 이야기입니다. "제일 결정적으로 대구 달서구 현장에서 한 430억을 못 받으니까 우리는 더 이상 능력이 없어져버린 겁니다." (오 모 씨 / ○○ 그룹 회장) 해당 시행사가 대구에서 선납받은 잔금은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벌인 그룹의 계열사 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습니다. 경기 수원, 시흥, 안산, 구리 등 수도권 신도시에서 수십 곳의 오피스텔 개발 사업을 벌였는데 상가를 중심으로 미분양이 발생하며 자금 경색이 온 것이 원인이 됐다고 오 씨는 주장했습니다. "준공을 내면 그 돈이 다시 빠져나와야 되는데 이런 빈 상가에 다 묻혀버리니까 시행사는 시공사에 돈을 못 주는 거예요. 준공이 나도. 이전 사업장에서 계속 누적이 되다 보니까 ○○건설이 능력이 없어져버린 거예요." (오 모 씨 / ○○ 그룹 회장) 비수도권 수분양자들의 자금이 수도권 사업장의 경영부실을 메우는 자금으로 파이프라인을 타고 흘러갔다는 겁니다. 수분양자들을 지키기 위한 건분법이 잘 지켜졌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습니다. (자금난의 또 다른 원인으로 추정되는 횡령·배임 사건과 관련해서는 1편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 1편 참고) 이렇게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 4년 동안 이자는 꼬박꼬박 붙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2억 원 안팎의 비교적 싼 집값에 도심 역세권에 자리한 이 주거용 오피스텔은 새로 시작하는 신혼부부와 노후를 준비하는 노인들이 선호하는 상품이었습니다. 묶여있는 돈과 매달 몇십만 원 수준의 이자, 낮아지는 신용등급 등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별일이 아니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인생을 뒤흔드는 별일이었습니다. 검찰 "자금 전용할 계획으로 거짓말" 사기혐의 구속기소 모르는 사람은 당합니다. 신탁사가 관리하는 선분양 오피스텔을 분양받을 때는 꼭 신탁사에 돈을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큰돈이 드는 계약서는 반드시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앞서서, 이런 사각지대를 악용해 수분양자들을 기만하면 안 됩니다. 이 건설사는 대구 달서구 오피스텔뿐만 아니라 대구 중구나 부산, 울산, 경남 양산 등에서도 이런 '꼼수 선납'을 벌여 자금을 끌어모았습니다. 지난 2021년 대구지방경찰청과 대구지방검찰청은 이를 사기로 보고 건설사 회장 오 모 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대구 중구의 오피스텔 한 건물에서만 72명에게 44억 2,900여 만 원을 가로챈 혐의입니다. "건설사 측은 수분양자들인 피해자들로부터 잔금을 선납받더라도 기존 차입금 이자를 변제하거나 그룹 타 계열사의 자금으로 전용할 계획이었을 뿐, 정해진 준공 기일까지 오피스텔을 완공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에게 '잔금을 시행사 계좌로 선납하면 분양 대금을 할인해 줄 것이며, 예정된 기일까지 오피스텔을 준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거짓말했다." - 대구지검 공소장 중 기소된 오 씨 측은 다른 사업장의 상가 미분양으로 자금난이 생겨 선납을 받았다며 속이려는 의사는 전혀 없었다고 했습니다. "잔금 선납을 했더라도 부산 등 다른 사업장에서는 신탁사와 협의해 대부분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대구 달서구 현장 역시 가압류만 풀리고 신탁사와 협의가 잘 되면 등기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잔금 선납받으면 꼭 공사에 쓰여야 한다? 꼭 그런 건 아니다. 자금난으로 공사 중단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 씨는 "내가 나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호소해 지난 2022년 5월 보석 석방됐습니다. 석방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수분양자들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피해에. 국가에서 이런 데 관심이 있는 건지 싶기도 하고. 아직도 여전히 이러고 있는데 평생 이렇게 이자를 내야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최 모 씨 / 대구 수분양자) "지금 죽고 싶어요, 솔직히 말해서. 힘없는 사람들 진짜 이렇게까지 만들어야 됩니까?" (주 모 씨 / 대구 수분양자)
▶ [현장탐사①] 피해자들은 죽겠다는데... 옥살이 중 "돈봉투 준비" 지시한 회장님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분양받은 나의 새 집. 다달이 이자로 수십만 원을 내는 내 집. 그곳에 지금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현장탐사 1편에서 못 다한 이야기 이어갑니다. 집도, 이자 지원도 못 받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75살 이 모 씨는 지난 2017년 대구 달서구의 역세권 목 좋은 터에 새 집을 분양받았습니다. 작은 주거용 오피스텔이지만 병원도 가깝고 노후를 편안히 보낼 수 있는 새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건설사는 약속된 준공일을 지키지 못했고, 공사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입주 예정일인 2018년 12월보다 석 달 넘게 준공이 지연되자, 계약서 약정대로 '시행사의 귀책에 따른 계약 해지'를 요구했습니다. 들어간 돈을 흔쾌히 돌려주겠다던 건설사는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답이 없었습니다. "해지해버리면 우리는 돈이 바로 나오고 바로 해결되는 줄 알았지. (시행사에서) '1년 안에 이거 다 해결됩니다.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 해지금 하고 다 나갑니다.' 분명히 그래 얘기하데요. 그래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1년이 아니라 지금 4년째 이자 내고 있습니다. 4년째 따박따박 다 냈습니다." (이 모 씨 / 대구 수분양자) 환급금 대신 돌아온 건 시행사가 대신 내주기로 약속했던 중도금 이자의 독촉장이었습니다. 시행사는 집을 주겠다는 약속도, 돈을 주겠다는 약속도, 이자를 주겠다는 약속도 모두 지키지 않았습니다. 중도금 대출 1억 6천만 원은 여전히 처음 분양을 받았던 이 씨 앞으로 걸려 있습니다. 이자는 매달 40만 원가량.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빼면 별다른 수입이 없는 이 씨는 결국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신협의 이자 독촉은 혹독했습니다. 신용불량자가 됐고, 급기야 살고 있던 집에 대한 경매 통보까지 왔습니다. "내 집 같으면은 내가 내지요, 내야지요. 그렇지만 해지를 했단 말입니다." "금융기관이 뭐고 올 스톱입니다. 불편한 거 말을 다 못 합니다." "죽겠습니다. 왜 내 집을.. 이 하나밖에 없는 걸…. 올 데 갈 데 없는 나를 이래 몰아 내세우나" (이 모 씨 / 대구 수분양자) 공사가 늦어지면서 전체 490여 세대 가운데 100여 세대가 이 씨처럼 해지 계약서를 썼습니다. 그리고 준공 예정일보다 1년 가까이 늦은 2019년 11월 건물에 사용승인이 나자, 일부 해지자들은 계약을 원상 복구시켜 입주하거나 세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해지자 30여 명은 그마저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 집을 두 번 판 건설사…"너무 비상식적 아닙니까?" '내 집'이 돼야 했을 그곳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살고 있었던 겁니다. 해지자 대출과 환불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공사가 끝나자, 건설사는 해지자 물건을 놓고 다른 사람과 다시 계약을 맺었습니다. 한 집을 2번 판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수년째 끝날 기약이 없는 이자를 내는 것도 답답한데, 해지자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 호실에 대한 계약, 중도금에 대한 이자, 그걸 제가 4년째 내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거기서 지금 살고 있고. 또 임대해 가지고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잖아요? 이게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거 아닙니까?" (최 모 씨 / 대구 수분양자) 해지자의 집에 세를 놓고 월세를 받고 있던 사람은 알고 보니 같은 건설사가 대구 중구에 짓고 있던 다른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도 역시 계약한 중구 오피스텔의 공사가 중단돼 피해를 보던 수분양자였는데, 건설사가 달서구의 해지 물건에 대한 권리를 대신 넘겨준 것입니다. "시행사가 '이제 곧 준다, 곧 준다. 아니면 다시 계약자로 돌아가시든지' 뭐 이렇게 이야기하더니, 어느 날 '이럴 거면 차라리 계약을 원상복구 하겠다'라고 하니 '다른 현장에서 해지한 사람에게 집이 이관되어서 안 된다'는 겁니다." (최 모 씨 / 대구 달서구 수분양자) 이미 다른 사람이 권리를 가져갔으니 계약금도 돌려주고 중도금 대출도 승계해 갈 것을 요구했지만, 이중계약을 한 건설사는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중구에서 짓고 있던 오피스텔 역시 공사대금이 없어 공사가 기약 없이 멈춘 상황, '줄 돈이 없다'는 겁니다. 대출액도, 담보 물건도 다른 상황에서 대출을 승계하기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대출을 내준 신협은 "대출이 승계되지 않았으니, 채무에 대한 책임도 변함이 없다"는 답을 반복하며 이자는 꼬박꼬박 받아 갔습니다. 다른 지역(중구)에서 물건을 넘겨받았다는 두 번째 계약자는 그러면 사정이 좀 나았을까요?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두 번째 집주인에게 상황을 물었습니다. "내 거(중구 오피스텔)는 건물이 언제 지어질지 모르겠는데 (달서구 오피스텔이) 준공이 가까워져 오니까, 분양대행사 직원이 먼저 권유를 했어요. 거기는 준공 준비하고 있으니까 그쪽으로 옮기라고." (이 모 씨 / 대구 중구 수분양자) 그 역시 '잠을 못 잔다'며 피해를 호소했습니다. 세입자로부터 매달 월세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원래 계약한 중구의 오피스텔의 중도금 대출과 이자가 그대로기 때문에 '남는 게 없다'는 겁니다. "중도금 대출도 제2금융권이라 고이율이지만, (공사가 안 끝나서) 다른 대출로 대체할 수도 없고, 신용등급도 낮아지고, 이게 해결이 안 되니까 인생이 꼬이는 거 같아서 스트레스 엄청 받는 거죠." (이 모 씨 / 대구 중구 수분양자)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은 원래 계약한 중구 건물에, 잔금은 새로 이관된 달서구 건물에다 내버린 기이한 상황.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건설사의 중구 오피스텔은 준공 예정일이 4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준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으니 팔아서 차익을 얻거나 이자 부담을 덜면 되지 않을까? "소유권 이전 등기가 안 돼 팔지도 못합니다" (이 모 씨 / 대구 중구 수분양자) (점입가경인 이 이야기는 3편에서 이어집니다.)
평생 모은 돈으로 주거용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가 공사가 멈추며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계약을 해지하려고 해도 해지해 주지 않아 빚은 계속 쌓이고, 대출금 이자를 못 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거리로 나앉게 된 사람도 있습니다. 일을 이렇게 만든 책임이 있는 건설사 회장은 회삿돈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등 쌈짓돈처럼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취재하던 중 피해를 본 수분양자들이 분통을 터뜨릴 만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75살 할머니의 호소 "죽겠습니다" 우선 이 건설사의 수분양자들이 어떤 피해를 보고 있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한때 국내 도급 순위 60위권까지 올라가며 급성장한 경기도 지역의 한 건설업체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는 전국에 땅을 사고, 현장마다 시행사를 새로 차려 30여 개 회사를 통해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금 경색이 오자 2018년 무렵부터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미지급하는 사례가 생기기 시작했고, 2019년쯤엔 각지의 공사가 멈추는 데 이르렀습니다. 특히 2019년 말~2020년 초 준공 예정이었던 대구, 부산, 울산, 경남 양산 등지의 현장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예정된 준공일을 넘긴 건 확인된 곳만 3700세대가 넘습니다. 수천만 원의 계약금과 억대의 중도금 대출까지 묶인 채 멈춰있는 공사장을 바라보기만 하던 수분양자들에게, 시행사가 대신 내주기로 약속한 중도금 대출 이자에 대한 독촉장까지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대주, 그러니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대부분 협동조합이나 새마을금고 등 이율이 높은 제2금융권이었습니다. "내가 왜 이 이자를 내야 하냐?"며 납부를 거부하거나 매달 수십만 원의 이자마저도 내기가 부담스러웠던 수분양자들에게는 신용 급락과 카드 정지 등 혹독한 결과가 닥쳐왔습니다. 일부 수분양자는 분양 계약을 해지하고 돈을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건설사는 이에 응하면서, '당장 돈을 돌려주지 못하지만, 준공이 나면 즉시 돈을 돌려주겠다. 그때까지 이자도 내주겠다'라고 약속했지만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각종 세금 체납과 체불 하도급 대금, 소송 등이 이어지며 자금 융통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계약 해지금을 4년째 돌려받지 못하고 살던 집까지 빼앗기게 생겼다는 한 수분양자를 만났습니다. 대구에 사는 75살 이 모 씨는 지난 2017년 노후를 보낼 새집을 하나 분양받았습니다. 넓은 아파트는 아니지만 꽤 넓고 방도 많아 '아파텔'이라 부르며 가격도 저렴한 주거용 오피스텔이었습니다. 지하철역이 지척이라 교통도 편하고, 병원도 주변에 많았습니다. 계약금 2천만 원을 넣었고, 중도금 1억 4천만 원은 '이자를 대신 내주겠다'는 말에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예정된 준공일을 넘어가고 기약이 없자 계약 해지를 요구했습니다. 시행사는 준공 후 계약금과 중도금대출 모두 돌려주겠다고 계약서까지 쓰며 약속했지만, 2019년 건물이 준공되고 나서도,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별다른 수입 없이 연금으로 생활하는 이 씨는 7개월 전부터 이자가 연체돼 신용 불량자가 됐고, 최근엔 현재 사는 20평 남짓한 집을 경매로 처분하겠다는 예고장까지 날아들었습니다. 해지하고서도 이런 피해를 보고 있는 피해자들이 30여 명, 아예 건물이 준공도 되지 않아 수년째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는 곳이 2천600세대가량 됩니다. 그 돈들은 어디 갔나? 수천 세대로부터 받은 분양 대금은 다 어디 가고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을까? 건설사를 추적해 봤습니다. 해당 시행사와 건설사는 사실상 한 회사입니다. 등기상 주소지도 경기 시흥의 한 건물 같은 층에 나란히 등록되어 있습니다. 건설사도, 시행사도, 그 주소지의 소유주도 한 사람, 오 모 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대구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이 나오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그중에서도 횡령과 배임, 사기 등입니다. 회삿돈을 빼돌리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겁니다. 검찰이 죄가 있다고 본 횡령액은 352억 원에 달합니다. 대구지방경찰청과 대구지검이 수사한 내용에 따르면, 회삿돈을 횡령하기 위해서 그는 30여 개에 달하는 계열 시행사들을 활용했습니다. 시행사 임직원으로 가족과 친지, 지인, 직원들을 중복 등재하거나 허위 등재해서 거액의 급여를 허위로 지급한 겁니다. 회사에서 일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오 회장의 아내는 37억 원을 급여로 받았습니다. 실제로 일을 했던 88년생 딸과 93년생 아들은 각각 28억 원씩 도합 57억 원이 넘는 돈을 급여로 받았습니다. 단골 유흥주점으로 알려진 곳의 사장 역시 시행사 대표로 이름을 올려 7억 원의 급여를 받기도 했습니다. 보통 분양대행사 직원들이 분양 계약을 성공시킨 인센티브로 받는 분양 수수료도 활용했습니다. 회사 일과 무관하게 대기업에 다니던 사위도 5억 원 넘게 분양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처자식이 받은 분양 수수료도 10억 원이 넘었습니다. 이렇게 가족과 지인, 임원들이 받아 챙긴 분양 수수료가 111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정상적인 급여와 수수료처럼 세탁된 회삿돈은 다시 오 회장의 계좌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월급으로 일종의 '깡'을 한 겁니다. 이 가운데 120억 원가량은 외국 주식에 투자했다가 100억 원 가까이 날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오 회장 측은 법정에서 그렇게 받은 돈 역시 대부분 다른 법인으로 투입해 공사나 수분양자 이자 지급에 활용했다고 주장합니다. 또, 사업 초기 자기 돈으로 미리 매입한 토지 비용 등을 돌려받은 것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금난은 근본적으로 1조 888억 원에 달하는 상가 미분양 탓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사 진행을 위해 개인 재산, 그러니까 사재를 400억 넘게 투입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개인적인 재산도 모두 다 매각했어요." "제 개인재산이나 마찬가진데, 저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법인의 자산을 매각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수분양자 측은 "현장에서 허위 급여, 분양 대행 수수료 등등으로 빼돌린 돈을 돌리고 돌려서 사재라고 얘기한다"며 "결국 누군가의 호주머니에서 털어간 분양 대금에 불과하다"라고 반발했습니다. 회장님의 옥중 편지 "경찰 관리해라" 이런 내용을 취재하던 중, 오 회장이 자필로 쓴 수십 장의 편지를 입수했습니다. 그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던 지난 2022년 상반기, 직원과 가족, 친지에게 보낸 옥중 편지입니다. 이 편지 안에는 수상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2022년 4월, 수많은 증인과 기록 탓에 재판이 길어지는 와중에 오 회장은 보석 석방을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대구 검찰은 추가로 확인된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로 기소해 구속기간을 연장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오 회장은 편지에서 "어떻게든 보석으로 나가야 하는데 검찰이 울산 건이나 물금 건을 수사해 추가로 기소하려 한다"며, "인맥을 동원해서 부장검사, 차장검사, 지검장 등 연결해 추가 기소를 막아라"라고 지시합니다. 직원뿐만 아니라 기업인인 동생과 공직자인 사촌에게도 이를 부탁했습니다. "사건을 기소한 검사는 젊어서 인맥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아예 윗선인 부장검사 라인의 전관 변호사가 있는지 찾아보라고도 지시합니다. 검찰보다 더 기대를 건 곳은 법원이었습니다. "판사 라인만 찾으면 (보석)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판사와 소통되는 변호사를 찾아보라"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오 회장이 구속된 이후 선임했던 변호사는 검사장급 전관 변호사를 포함해 모두 29명에 달합니다. 정확한 수임료의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편지에는 이런 문구도 있었습니다. "이○○, 장○○, 강○○, 박○○, 모두 2억 넘는 자금이 들어갔지만 검찰 쪽 커버가 전혀 안 되고 있어"라며 변호인단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겁니다. 경찰들을 관리하라는 지시도 포함됐습니다. 오 회장 본인이나 회사, 각 시행사의 임직원들로 등재된 임원들에게 수분양자들로부터 각종 고소 고발이 이어지던 상황이었습니다. 오 회장은 해당 건설사가 본사가 있었던 지역의 경찰서 간부 두 사람을 언급하면서, "내가 없으니까 ○○(경찰서) 관리를 잘하고 있나 모르겠는데, 500, 300 봉투를 만들어서 자리를 해 도움을 요청하라"라고 지시했습니다. 오 회장이 있을 때는 '관리를 잘했다', 그러니까 금품 또는 향응을 경찰에 제공해 오지 않았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지목된 경찰 간부들은 오 회장이나 그 건설사 임직원들과 개인적으로 알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해당 편지의 수신자였던 임원 김 모 씨는 처음에는 뇌물 공여 지시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편지를 보여주자 "지시를 받은 건 맞지만 실제로 이행하지는 못했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오 회장 역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 "내 희망 사항이었을 뿐, 실제로 경찰들이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들었다. 돈은 주지 않았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전부터 경찰을 관리해 오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관리한 건 없다"라고 부인했습니다. 또 판사나 검찰에 구명줄을 대라는 지시에 대해서도 "검찰이나 경찰이나 법원이나 아는 사람 있으면 어떻게든 다 인맥을 동원해서 최대한 어떻게든 (보석을) 받아보려고 노력을 한 것이죠."라고 답했습니다. 자신이 나가서 사태 해결에 나서야 분양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재판부에 호소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설명입니다. 전국 각지의 수분양자들은 공판마다 대구지방법원을 찾아 재판을 참관하고 오 회장에게 '내 돈을 돌려달라'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돈이 모자라 공사를 못 하고, 이자를 못 내주고, 해약금을 돌려주지 못한다"는 시행사 측 설명을 수년째 듣고 있는 수분양자들은 오 회장을 둘러싼 십여 명의 변호인단을 쉽사리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법이라는 게 참 웃기고. '돈이면 다 되는구나.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을까, 변호인단에.' '돈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구나'"(이 모 씨, 대구 수분양자) "뭐가 그렇게 잘못된 거예요?" 오 회장은 이런 편지 내용을 수분양자들이나 체불 하도급업체 사장, 전 직원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상관없어요. 다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제가 지금 여기서 수분양자들 다 모른 척해버리라는 겁니까? 안에 있으니까 어떻게든 나가려고 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나 똑같은 인지상정 아닙니까? 근데 그게 무엇이 그렇게 잘못된 거예요?" 오 회장은 2022년 4월 쓴 편지에 "지금 보석으로 나가야 재판 선고에서도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여러 번 썼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해 5월 보석으로 석방됐습니다. 석방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수분양자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오 회장 재판의 1심 결과는 오는 2월 16일, 기소한 지 800일을 목전에 두고 선고됩니다. 수분양자들은 이날도 법정을 찾아 피해 회복을 호소할 계획입니다.
한국체육대학 체조부는 적어도 10년 넘게 졸업생이 실업팀으로 입단하면서 받은 계약금 10%를 사실상 반 강제로 받아왔습니다. 기부금 공식 계좌가 따로 있는데도 조교나 학생 명의의 통장으로 돈을 받았고, 안 내는 선수들에겐 독촉 전화까지 일삼았습니다. 왜 이렇게 돈을 걷었을까요? 명목은 후배들 옷값이나 공용품을 사는데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처는 깜깜이였습니다. 계약금이 입금됐던 계좌 내역을 입수해 살펴보니 대부분 사용처를 알 수 없는 현금 인출이었습니다. ▶ 관련 기사 : [단독] 학생 명의 계좌로 간 '뭉칫돈'…수상한 인출 내역 끝까지판다 팀이 이 내용을 본격적으로 취재하기 시작했던 지난 6월 무렵, 한체대 체조부 지도자들이 졸업생 제자들을 찾아갔습니다. 장소는 체조 대회장, 지도자들은 선수들에게 기부금을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이라는 동의서를 써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체대 체조부 지도자들이 찾아간 곳은 선수들의 명운이 달린 아주 중요한 경기가 열리는 대회장이었습니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최종 기량을 확인하기 위해 5백 명 넘는 선수가 참여한 전국 규모의 대회였습니다. 사실상 대회장에서 동의서를 빙자한 일종의 입막음 시도가 이뤄진 겁니다. 지도자들의 이런 행위에 선수들은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체조부 측은 '단순 확인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끝까지판다 팀이 입수한 계좌 내역을 살펴보니 뜻밖의 인물이 나왔습니다. 대한체조협회 임원이면서 체조계에 영향력이 큰 걸로 알려진 한체대 체조부 A 교수의 동문 B씨였습니다. A교수는 졸업생들이 부적절한 송금의 배후로 지목한 바로 그 인물입니다. B씨 역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위원으로 체조 종목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준비하는 조정관으로 활동했던 인물입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계좌 입출금 내역에는 2014년 11월 하루 간격을 두고 500만 원과 300만 원이 B씨에게 송금된 내역이 기록돼 있었습니다. 계좌주는 B씨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이 돈을 송금한 조교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아시안게임 폐막 한 달 뒤쯤 8백만 원을 송금받았던 B씨는 SBS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문제의 돈은 아시안게임과는 무관하며 한체대 동문인 체조부 A 교수에게 빌린 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7, 8개월 뒤에 A 교수가 불러준 계좌로 8백만 원을 되돌려줬다고 주장했습니다. 끝판팀이 B씨를 접촉하기 전 만났던 A 교수는 해당 계좌의 돈은 재학생을 위해 쓴 거라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B씨가 8백만 원을 송금받았다는 걸 끝판팀이 확인한 뒤 다시 찾아가 B씨에게 보낸 돈이 사적유용 아니냐고 물었더니 A 교수의 말이 달라졌습니다. 오늘 <SBS 8뉴스>에서는 계약금의 수상한 송금 내역과 A교수, 그리고 한체대 측의 해명, 체조 대회장의 '입막음' 이야기와 이런 일이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었던 구조적 원인까지 집중 보도합니다.